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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0화 (60/250)

60화

테이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큭! 이것은?”

“테이룬 경!”

테우펠이 먼지가 걷히자 구멍 너머로 살폈다.

이미 그들의 모습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테이룬이 사라지자 기사 한 명이 아래로 내려갔다가 급히 돌아와서 보고했다.

“놈들이 안 보입니다. 근처에는 놈들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만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니니 찾아내라! 공격에 맞았으니 멀리는 가지 못했을 거다!”

명령을 받은 근위 기사가 다시 밖으로 나가며 부하들을 호출해 추적에 나서려고 했다.

테우펠 공작이 다른 근위 기사를 불렀다.

“너는 그 변두리 영지에서 왔다는 용병 지부장을 불러오너라.”

“이번에 인간들을 수송해 온 자 말이군요. 그런 자를 테우펠 재상님께서 굳이 만나실 것까지야.”

“너희들마저도 이 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냐?”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던 테우펠 공작의 눈에 핏줄이 섰다.

근위 기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 그저 사소한 일 같아서…”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넌 불러오기나 해라!”

“알겠습니다!”

테우펠 공작이 다른 근위 기사에게 말했다.

“넌 성벽이나 잘 보수하도록. 그리고 폭발이 일어난 게 화약 때문이라고 했나?”

“예. 화약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왔지만 저런 구멍이 낼 정도의 위력이라니 놀랍군요.”

“화약이라는 게 마법과 관련되어 있는 소재인가?”

“아닙니다. 해당 관련 지식만 있으면 마나가 없어도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위험한 것을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니. 화약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겠어.”

“조치해 두겠습니다.”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지식 같은 건 지배 계급 외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니까.”

그때 근위 기사가 용병 지부장을 데려왔다.

긴장했는지 표정이 굳은 용병 지부장이 테우펠 공작 앞에 섰다.

아까 폭발음이라든지 성벽의 구멍을 보니 좋은 일로 불러온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테우펠 공작이 용병 지부장을 턱으로 가리켰다.

“네가 용병 지부장인가?”

“그렇습니다. 테우펠 재상님.”

잘못 한 건 하나도 없지만 용병 지부장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영주의 권력을 빌어 용병들과 영지민을 억압하던 몸이었다.

권력을 맛본 만큼 강대한 권력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잘 아는 것이었다.

“인간들을 무사히 호송해 온 건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용병 지부장은 의아해했다.

높으신 분부터 칭찬을 받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이렇게 불러서까지 할 말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테우펠 공작은 천천히 본론을 꺼내 들었다.

“네게 시킬 일이 하나 있다.”

“무엇이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네가 사는 영지의 근처, 그러니까 마물의 숲 안에 김검천이라는 녀석이 있는 모양이다.”

“마물의 숲에 사는 사람을, 그것도 단 한 명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 외에 더 찾아볼 사람도 있다. 그 녀석과 같이 있는 자들이지. 혹시 할 수 없는 건가?”

“아닙니다. 테우펠 재상님께서 시키신 일인데 안 되도 되게 해야지요.”

용병 지부장은 더욱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원래 높으신 분 상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건 금기였다.

해야 한다면 적어도 용병 몇 명은 죽어 나간 후에나 지나가는 말처럼 꺼내야 하는 것이다.

테우펠 공작은 용병 지부장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제법 처신을 할 줄 아는 녀석이로군. 이번 일만 잘해준다면 네 뒤를 못 봐줄 것도 없지.”

용병 지부장이 고개를 들었다.

잘하면 변두리 영지의 용병 지부장으로 끝날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였다.

수도의 지부장이나 어쩌면 용병 길드장까지도 될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김검천이라는 녀석을 죽이는 것입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용병 지부장의 확신에 찬 대답에 테우펠 공작이 피식 웃었다.

“너에게는 무리겠지. 듣자 하니 테이룬과 싸웠는데도 살아남은 자인 거 같으니.”

“헉! 왕국 최강이라는 그 테이룬 경 말입니까?”

“흥, 왕국 최강은 무슨. 그는 이제 도망자일 뿐이야.”

용병 지부장은 귀를 닫았다.

뭔가 중요한 말 같은 건 머릿속에 안 담아두는 게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테우펠 공작이 손짓했다.

테이룬과 싸웠던 4명의 근위 기사들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김검천이라는 녀석을 발견하면 뒷일은 이 근위 기사가 알아서 할 거다. 그러면 가보도록.”

용병 지부장과 근위 기사가 물러나자 다른 근위 기사가 다가왔다.

“테우펠 재상님. 저 한 명 가지고 그 김검천이라는 자의 일이 해결되겠습니까?”

테우펠이 노려보았다.

그저 쓸 만한 도구들이 실력이 좀 늘었다고 입까지 놀리는 꼴이라니.

“지금 누구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안다. 김검천이라는 녀석이 오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일단 확인만 해볼 거다.”

“하긴 저희들도 당장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다 몰려갈 수는 없겠지요.”

“그래. 테이룬의 말을 다 믿을 수도 없는 것이고.”

그러면서 테우펠 공작은 이를 갈았다.

“김검천님이라고? 이 몸조차 테이룬에게 그런 존칭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뭐하는지도 모르는 자가 테이룬에게 김검천님이라고 불리다니? 기분이 나쁘군. 정말로 불쾌해.”

근위 기사는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섰다.

김검천에게 사람을 보내기로 한 건 위협이 되기보다는 기분을 거스른 탓이 큰 것 같았다.

김검천이 강하다는 건 아직 테우펠 공작에게 증명된 일이 아니었으니까.

혹시라도 김검천이 테이룬만큼 강하다고 해도 결말은 뻔했지만.

왕국 최강의 기사라고 하던 테이룬도 자신들 근위 기사들의 합공에 도망치지 않았는가.

테우펠 공작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는 것이다.

***

얼마 후 지부장과 근위 기사가 영지에 도착해 용병 지부로 찾아갔다.

거기에는 돌로 만들어진 제대로 된 용병 지부 대신에 대충 만든 목조 건물이 서 있었다.

목조 건물에서 대충 만들어진 나무문이 끼익 거리며 덜렁이고 있었다.

원래 거주하던 용병들은 안 보였고 남아있는 용병들 중에서는 가장 나은 건 데탈이었다.

용병 지부장이 멍한 표정으로 데탈에게 물었다.

“이… 이게 뭐야? 용병 지부가 왜 이래? 그 크고 아름답던 지부는 어디 가고?”

“원래 용병 지부는 김검천에 의해서 홀랑 날아가 버렸습니다만.”

평생을 일군 업적이 한순간에 사라진 용병 지부장이 땅을 치며 외쳤다.

“으아아! 김검천! 이놈! 용서하지 않겠다!”

***

- 용병 지부장이 그렇게 악에 받친 건 처음 보았습니다.

함선 안에서 넘겨준 통신 장비로 데탈과 이야기하던 김검천이 간단히 대꾸했다.

“그건 모르겠고 용병 지부장이 돌아오긴 했군. 슬슬 그쪽을 방문할 시기가 다가온 듯한데.”

데탈에게 넘겨준 군용 폰은 여러 기능이 있어 영상 통화 또한 가능했다.

사용자에 따라 기능 제한을 걸어두었기에 평상시에는 통신만으로 대화할 수만 있었지만.

데탈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뭐가 말이지?”

-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지부장에게 솔직히 털어놔도 되는가 해서요.

“상관없다. 날 위해서 가진 정보를 조작해 지부장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고.”

- 왜 그렇습니까? 정보라는 건 숨기면 숨길수록 좋은 것이잖아요. 특히 적에게는요.

“하나 물어볼까. 네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얼마나 있지?”

데탈의 말이 잠시 멈춘다 싶더니 다시 들려왔다.

- 상급의 마갑을 장착한 기사이며 최소 중급 기사 이상의 전투력을 가졌다는 정도입니다.

“딱 용병 지부를 혼자 날려버릴 정도의 수준이로군. 그리고?”

- 혼자 움직이는 건 아니고 제법 강해 보이는 동료들도 몇 명 더 있는 것 같고요.

“그게 끝인가?”

- 그러고 보니 별로 아는 게 없군요.

“네가 아는 정보라는 건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거다. 그리고 데탈 너 말이야. 알고 있는 정보를 이미 지부장에게 모두 알려준 상태지?”

- 켁!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넌 뭔가 숨기는 걸 잘하는 타입이 아니거든.”

- 그래서 정보를 숨기지 말라고 하신 거군요. 제가 그에게 의심을 산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별 것 아닌 정보를 숨기려다 신뢰를 잃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거든. 정보 조작도 못 한다고. 그보다 며칠 후 그곳에 도착할 테니 지부장이나 어디 못 가게 잘 잡아둬.”

- 지부가 날아가서 그 뒤처리를 하는 중인 지부장이 어디 가겠습니까? 나중에 뵙지요.

데탈과의 통신이 끝나자 쿠퍼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굳이 지부장을 만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수도로 갈 거면 그가 타고 온 마차만 있으면 될 텐데요.”

“아, 데탈이 그 마차를 움직이려면 지부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은 모양이군.”

“마법 인증이 되어 있는 물건인가 보군요. 하긴 비싼 건 그렇게 도난 방지가 되어 있지요.”

“지부장을 만났을 때 가능하면 그 마차의 소유권을 넘겨받아야겠지.”

“용병 지부장같이 믿을 수 없는 자와 함께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떤 녀석인지 알 만해. 데탈에게 듣자 하니 영지가 그 모양이 된 건 지부장도 한몫했다니까. 그런데 댕댕이는 어디?”

함선 내에서 기르게 된 코폴드에게 지어준 새로운 이름이 댕댕이었다.

“멍!”

김검천의 목소리가 들리자 댕댕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김검천이 육포 하나를 던져주자 댕댕이가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챘다.

고맙다는 듯 김검천에게 혀로 핥더니 곧이어 육포를 입에 물고 문밖으로 달려갔다.

김검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 요즘 들어 먹이를 주면 바로 먹지 않고 어디로 가져가는 모양인데.”

“요즘 들어 가끔 함선 밖으로 나가기도 하더군요. 친구라도 생긴 걸까요?”

“모르지. 친구가 아니라 부하가 생긴 건지도. 원래 밖에서 사는 녀석이었으니 별일 없으면 돌아다니게 놔둬. 내 피를 마시고 제법 강해진 모양이니 이 주변에서는 당할 리도 없고.”

“마물의 숲이니 댕댕이가 뭔가를 공격한다고 해도 사람을 잡지는 않을 테고요.”

“그러고 보니 이곳은 괴물들의 수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더군. 밖은 늘어나던 것 같던데.”

“숲 밖은 괴물 재해 기간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원래는 지금 재해가 일어날 시기도 아닌데 이상한 일입니다.”

“이 세계에 뭔가 변화라도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변화는 사양하고 싶지만요. 전 리에와 조용히 살아갈 수만 있으면 만족합니다.”

“그러려면 진행 중인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일단 다음 구역 차단문을 열어 본 다음에 용병 지부장을 잡으러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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