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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1화 (61/250)

61화

김검천의 시선은 장착 중인 파워드슈츠로 향했다.

납작한 금속들이 파워드슈츠의 마석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예전 외장형 장비를 달았을 때처럼 비즈릴을 파츠처럼 만든 것이다.

쿠퍼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차단문을 열기 위해 마석으로 증폭된 출력을 견딜 수 있도록 남은 비즈릴로 만든 것들입니다.”

“마석 대용인 셈이지. 프리라도 있었으면 중급 이상 마석을 구하라고 시켰을 텐데.”

“전에 들었을 때는 프리의 가게가 자유의 마을 말고 여기 영지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상인 길드 문제로 수도에 가 있는 모양이더군. 괴물 때문에 영지로 내려오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상태이고.”

“마석 문제는 일단 수도에 가봐야 해결되겠군요.”

“가기 전에 다음 구역 차단문을 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봐야겠지.”

김검천이 걸음을 옮기자 자고 있던 리에를 보살피던 세이야가 일어섰다.

“저도 갈까요?”

“아니, 누군가는 리에 옆에 있어야지. 댕댕이도 지금 없는 상태고. 쿠퍼는 비즈릴 파츠를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하니까 네가 남아야 하는 거야.”

쿠퍼가 어떠냐는 듯 세이야를 바라보았다.

세이야가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영지를 거쳐 수도로 따라갈 사람은 저니까요. 제가 넓은 마음으로 함선 안에서라도 쿠퍼 아저씨에게 양보해야지요.”

쿠퍼가 한 방 먹은 표정을 지었다.

“큭. 세이야 너, 많이 컸구나.”

“쿠퍼 아저씨. 김검천님 저기 가시는데 빨리 가셔야 하지 않나요?”

“너 나중에 보자!”

“나중에 보자는 사람은 하나도 안 무섭다고요.”

쿠퍼는 급히 김검천에게 다가갔다.

김검천은 이미 다음 차단문 앞에서 파워드슈츠의 에너지 반응로를 살피는 중이었다.

“미리내. 에너지 반응로와 외부 장비 역할인 비즈릴 파츠의 상태는?”

[파츠는 일회용이긴 하나 그런 것치고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성능은 양호합니다.]

“비즈릴 파츠가 견뎌낼 수 있는 에너지 변환율은?”

[약 90%입니다.]

“좋은데. 예전보다 2배 가까운 출력을 버틸 수 있다는 말이니까. 쿠퍼가 고생 많이 했겠어.”

“함선 내에서 편하게 지내는 와중에 약간 손을 놀린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네 손은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김검천의 시선은 쿠퍼의 손에 흉터에 쏠렸다.

화상 자국처럼 눌어붙은 붉은 기가 도는 새로운 상처가 보였다.

쿠퍼는 담담히 웃어 보였다.

“정말로 신경 쓰지 마십시오. 김검천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너무 무리하지는 마. 네가 아프면 슬퍼할 사람이 많아. 생각해줄 사람이 3명은 된다고.”

“…그거 많은 거 맞습니까?”

김검천이 슬쩍 말을 돌렸다.

“그것보다 빨리 차단문을 열어 봐야겠지? 미리내. 에너지 반응로와 마석을 결합한다.”

[에너지 충전 완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상태입니다.]

“그러면 시작하지.”

파워드슈츠의 에너지 반응로가 빛을 뿜어냈다.

이어 파워드슈츠에 달려 있는 비즈릴 파츠가 그 빛을 흡수하는 듯이 보였다.

김검천은 다음 구역 차단문을 향해 양손을 박아 넣었다.

- 파직.

김검천의 파워드슈츠가 한순간 덩치가 커지는 듯싶었다.

증폭한 힘이 파워드슈츠 내구 상한을 순간적으로 넘어서였다.

김검천이 문을 열기 위해 힘을 주면 줄수록 비즈릴 파츠는 녹아내렸다.

증폭된 힘에 의한 한계 이상의 피해를 비즈릴 파츠가 먼저 감당하고 있는 증거였다.

하지만 아직 버티는 파워드슈츠와 달리 에너지 반응로의 빛이 먼저 사그라졌다.

에너지 반응로에 연결된 중급 마석과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였다.

“역시 안 되겠군.”

쿠퍼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만든 비즈릴 파츠의 문제 때문에 실패하셨을 겁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마석으로 증폭된 출력은 비즈릴 파츠가 견뎌주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렇다면 역시 출력 문제입니까?”

“위관급 파워드슈츠와 중급 마석만으로는 이 문을 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

“상급 이상 마석 같은 건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도 구하기 힘든 물건인 건 아실 테고요.”

“마석의 힘을 조금이라도 더 증폭할 수 있는 방도가 있으면 좋겠는데.”

쿠퍼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아,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뭐지?”

“테이룬 경을 쓰러트릴 때 사용한 반입자 큐브라는 걸 저 차단문에 사용하면 어떨까요?”

“쿠퍼.”

“예.”

“난 문을 열고 싶은 거지 너희들을 다 죽이려는 게 아니다.”

“예?”

“만약 반입자 큐브가 문을 관통하지 못하면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거야. 스친 것만으로도 테이룬을 죽일 뻔한 무기가 함선 내에서 폭발하는 셈이지. 거기다 확률은 낮지만 폭발의 충격으로 엔진실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고.”

엔진실의 이야기에 쿠퍼가 궁금해져 물었다.

“만약 함선의 심장이라는 엔진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됩니까?”

“엔진이 터진다. 그래서 우리만 죽으면 운이 좋은 거야.”

“운이 나쁘면요?”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죽겠지. 생명체가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날아갈지도 모르고.”

“헉! 다시는 그런 이야기는 안 꺼내야 하겠군요.”

“물론이지. 그런 건 내가 진짜로 행동으로 안 옮기도록 못 듣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김검천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김검천이 말없이 웃어 보였다.

쿠퍼는 그 웃는 모습이 더 무서웠다.

“김검천님? 설마 하시겠다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쿠퍼는 대답을 안 해주는 김검천의 옆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 아닌가.

김검천과 세이야가 영지로 떠나고 나서야 쿠퍼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

- 삐걱삐걱.

대충 지어진 임시 용병 지부에 걸맞을 정도로 엉망인 나무 문짝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용병 지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등을 돌려 짜증 날 정도의 삐걱 이는 소리를 외면하고 있었다.

특히 용병 지부장을 따라 영지로 내려온 근위 기사는 더욱 기분이 안 좋았다.

김검천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금방이라도 무너질 건물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어야 했기에.

그나마 김검천이 나타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마물의 숲으로 무작정 돌격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들 편하게 수도에서 지내고 있을 텐데 왜 이 몸만 여기에 있는 거지?”

근위 기사는 컵 안에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며 투덜거렸다.

맛없는 포도주의 맛이 더 근위 기사를 짜증 나게 만들었다.

용병 지부장이 근위 기사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드릴 말이 있습니다.”

“뭐지?”

“그 김검천이라는 녀석을 확실히 잡을 방도입니다.”

근위 기사가 용병 지부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물론 용병 따위가 나설 자리는 없다. 시키는 심부름이나 제대로 하라고.”

“저는 그저 놈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테우펠 재상님이 말하셨을 텐데. 김검천이라는 녀석을 잡으라고 보내진 건 이 몸이야.”

한창 잘난 척하던 근위 기사의 등 뒤에서 누군가 그 말에 대답했다.

“그거 대단하군. 김검천을 잡겠다고? 힘들지 않을까?”

“그런 녀석 따위는 상급 기사 이상의 실력자인 본인이… 누가 대답을 한 거지?”

시끄럽게 떠들던 용병들은 근위 기사의 뒤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과 영 다른 느낌에 근위 기사는 등 뒤가 서늘해졌다.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누가 다가오는 기척마저도 못 느끼다니.

“나? 김검천이라고 하지. 여기까지 찾아 왔으니 얼굴이나 보며 이야기해볼까?”

용병 지부장을 따라다녔기에 김검천을 처음 본 용병들이 웅성거렸다.

“저 녀석이 김검천?”

“뭐야, 생각보다는 평범하게 생겼는데. 덩치는 제법 크지만.”

“겉보기와는 다른가 봐. 지부 자체를 다 날려버린 장본인이라며.”

다른 용병들은 용병 지부장이 수도로 데려갔던 자들이라 김검천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다.

용병 지부장이 데탈에게 눈짓을 했다.

김검천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데탈은 김검천에게 정보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들은 몸이니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근위 기사는 자리를 박차며 바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급히 일어나 몸을 돌리니 김검천이 근위 기사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김검천의 눈길에 근위 기사가 소리를 질렀다.

“뭐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냐고!”

“혹시 어디 아프기라도 하는가 싶어서. 환자를 공격하는 건 마음이 아프거든.”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내 말 한마디에 의자에서 뛰어 내린 다음 먼지투성이 바닥을 몸으로 열심히 닦았잖아? 아픈 사람을 걱정해 주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근위 기사로서는 적의 암습을 피하기 위해 시도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그건 김검천이 손을 썼을 때의 이야기였다.

김검천은 말을 걸었을 뿐이기에 옆에서 보면 근위 기사 혼자서 발광하는 모습인 것이었다.

근위 기사의 추태를 떠올린 용병 한 명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큭큭.”

근위 기사가 웃은 용병을 노려보았다.

용병은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입가의 근육만큼은 생각과 다르게 여전히 실룩거리고 있었다.

평소에 하찮게 생각하던 용병의 그런 반응에 근위 기사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들어갔다.

그래도 아직 대화를 유지할 만한 이성은 조금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오냐. 네 녀석이 김검천이라고 했던가? 이 몸으로 말할 거 같으면 테우펠 재상님이…”

“말이 길어. 자기소개는 나중으로 미루라고.”

김검천은 근위 기사 앞으로 다가섰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근위 기사도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 검을 뽑아 들려고 했다.

“기습인가!”

하지만 그의 검은 검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김검천의 손이 근위 기사의 검을 든 손을 잡아서였다.

경악한 근위 기사를 향해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기습이라. 넌 보고도 못 피하는 공격이라면 기습이라고 부르나 습관이 있나 봐?”

“어… 어떻게 네 움직임이 내 손놀림보다 빠르지?”

“내가 빠른 게 아니라 네가 느린 거겠지. 그게 김검천식 상대성 이론이라고?”

김검천이 근위 기사를 들어 올렸다.

근위 기사가 닿지 않는 지면을 향해 발을 바동거렸다.

“근위 기사인 이 몸을 아이처럼 다루다니? 빨리 내려놔라!”

“그렇게 다뤄주는 게 불만인가 보네.”

“물론이다! 네가 감히 근위 기사를 상대로 이렇게 굴 수 있을 것 같나?”

“하긴 근위 기사를 상대로 아이 취급을 한다면 무례한 일이겠지. 고귀하신 몸이니까.”

김검천은 근위 기사의 겨드랑이를 잡고 지면에 내려다 놓았다.

근위 기사는 김검천이 순순히 말을 듣는 것 같아 보이자 부담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 녀석이로군. 수도로 데려가면 적어도 고통 없이 죽여주도록 요청하지.”

“그런 의미로 내려놓은 게 아닌데?”

김검천은 잡은 그대로 발을 이용해 근위 기사의 발목을 걷어찼다.

균형을 잃은 근위 기사가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의지로 바닥을 굴렀다.

김검천이 넘어진 근위 기사의 다리를 잡았다.

“역시 멱살을 잡는 것보다는 다리를 잡는 쪽이 편하다니까.”

“네 놈. 그래서 내려놓았던 거냐!”

“아이 취급보다 무기 취급당하는 편이 취향이라니. 관대한 배려에 감사하라고.”

“그딴 배려 필요 없어!”

“괜찮아. 곧 익숙해 질 거라고.”

김검천이 근위 기사의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근위 기사는 검집에서 검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김검천이 방해해서 뽑을 수는 없었다.

“무기에는 눈이 없다지만 난 이번 기회에 눈이 달린 무기를 한 번 써보도록 할까나?”

뒤에서 지켜보던 데탈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김검천이 왔을 때 보여준 생물 무기가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거기다 이번 생체 무기는 말 그대로 상급 기사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전설적 무기, 에고 소드도 눈이나 달려 있을 것이다.

저렇게 팔다리가 붙어있는 무기를 상대해야 하다니.

용병들이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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