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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2화 (62/250)

62화

근위 기사가 단번에 제압당하자 용병들은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일단 무기부터 들었다.

말보다는 무기를 먼저 휘두르는 게 익숙해진 자들이었으니까.

근접해 있던 용병 한 명이 먼저 김검천의 등 뒤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운이 좋으면 해치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죽어라!”

“꿈이 크긴 하군. 하긴 이루지 못할 꿈이라면 큰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루어지면 이미 꿈이 아닐 테니 하는 소리였다.

김검천은 들고 있던 근위 기사를 휘둘러 용병의 검을 막아섰다.

- 팅.

용병의 검이 근위 기사의 마갑에 맞아 튕겨 나갔다.

손을 허우적거리던 근위 기사는 그 순간 자신이 검을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위 기사는 마나 플레임 소드를 생성해 용병을 무기와 함께 단칼에 베어버렸다.

정작 자신을 휘두르고 있는 김검천은 내둔 채로.

근위 기사가 김검천의 손에서 대롱거리면서도 다 죽어가는 용병을 꾸짖었다.

“용병 놈이 어디다 대고 함부로 검을 휘두르는 거냐!”

용병이 갈라진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근위 기사에게 물었다.

“크흑… 어째서 같은 편을?”

“용병 따위가 근위 기사와 같다고? 거기다 이 몸을 향해 검을 휘두른 건 네 놈이 먼저다!”

“마갑에 맞아서 상처도 제대로 안 난 놈이…”

용병이 쓰러지자 근위 기사가 크게 웃었다.

“보았냐? 상급 기사의 위력을!”

그게 적과 아군도 구별하지 못하는 근위 기사의 마지막 웃음이었다.

- 쾅.

김검천이 지부 바닥에 근위 기사의 어깨까지 박혀 들어갈 정도로 힘껏 꽂아버렸다.

용병들이 황당한 눈으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손을 털며 말했다.

“일회용 무기치고는 위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제멋대로 구는 게 너무 시끄러워서 말이지.”

김검천이 용병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도발했다.

“나에 대한 건 이미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아, 지부장이 수도에서 내려오면서 나를 상대할 사람을 데려왔을 수도 있겠군. 맞나?”

용병들 중 한 명이 주춤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후회하기 전에 빨리 부르는 게 좋을 거야. 너희들만으로 날 상대할 수 없다는 건 지금 일어난 일만 봐도 알 수 있을 테니까.”

김검천의 말에 용병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주춤거리는 용병들 사이로 한 용병이 김검천의 앞으로 나섰다.

“비켜라! 이 멍청한 것들아! 쓸모라고는 아무것도 없구나!”

“지부장님!”

상대적으로 덩치가 컸기에 눈에 뜨이던 용병이었는데 그가 지부장인 모양이었다.

용병 지부장을 향해 김검천이 물었다.

“이렇게 나섰다는 건 네가 나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전 그저 이 영지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용병 지부장일 뿐입니다.”

용병 지부장의 허리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김검천의 눈썹은 반대로 치켜 올라갔고.

“그게 무슨 뜻이지?”

용병 지부장의 허리가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 깊게 굽혀졌다.

“더 이상 김검천님과 적대하고 싶지 않다는 걸 몸으로 보여드리는 중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너희들을 박살 내고 있던 상대에게 할 만한 행동은 아닐 텐데.”

“그렇다고 계속 싸우는 건 스스로 죽고 싶다는 말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내가 거절한다면?”

“그렇다면 저희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드는 수밖에 없겠지요.”

“꽤 솔직한 것 같군.”

“그저 처분을 김검천님에게 맡기는 것뿐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방금 집어 던진 기사가 테우펠 공작님… 아니, 테우펠 공작이 보낸 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 모양이고요.”

용병 지부장이 가리킨 곳에는 근위 기사가 지부 바닥과 일체화된 모습이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모습만 봐도 김검천과 싸울 마음이 사라지는 게 당연하긴 했다.

용병을 그런 평범한 부류에 둘 수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러니까 비장의 수단이었던 그가 간단히 박살 났으니 덤벼들 마음이 사라졌다는 건가.”

“사실 싸움이라는 건 이길 자신이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용병다운 소리군.”

“일단 살고 봐야 하는 일입니다. 죽을 게 뻔한 일을 한다면 그게 용병입니까? 기사지요.”

“그래서 이대로 손을 떼겠다는 건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이미 들어 알고 있을 텐데.”

“이미 죽은 동료들의 복수 말입니까. 불쌍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에 힘을 쏟을 생각은 없지요.”

“자신의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건가.”

“물론입니다. 안 그런가?”

용병 지부장이 주위에 있는 용병들에게 물었다.

용병들은 대답하는 대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지부가 날아갔을 때 김검천에게 복수를 다짐하던 용병 지부장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용병 지부장이 인상을 쓰자 용병 모두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를 하긴 했다.

김검천이 사라지면 용병 지부장에게 시달려야 할 테니까.

말 없는 협박으로 동의를 얻어낸 용병 지부장이 활짝 웃어 보였다.

“보셨지요? 다들 과거의 원한은 묻고 새 출발을 하기를 원하는 모양입니다.”

김검천도 마주 웃어주었다.

보아하니 용병 지부장은 나름대로 속셈이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모른 척하고 일단 맞춰주기로 작정했다.

가끔은 알면서도 거기에 맞춰줄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안 그래도 그에게 얻어낼 것도 있었으니 잠깐 놀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새 출발을 한다니 내가 이 두 손으로 도와줘야겠군.”

“도와주신다고요?”

“과거와 달라지고 싶으면 예전의 흔적을 없애는 게 좋겠지.”

김검천의 두 팔에 용병 지부장의 시선이 쏠렸다.

근위 기사를 저렇게 만들 정도니 저 팔만으로도 용병들을 다 접어버릴 수도 있을 터였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예전 물건을 볼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는 법이잖아? 그러니 지부장이 타고 다니는 마차를 나 같은 사람에게 처분한다든지 하는 거야.”

김검천이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가 용병 지부장의 타던 마차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용병 지부장의 눈에 순간적으로 섬뜩한 광채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의 입가에 바로 미소가 생겨난 것과 대조적이었다.

“마차 말입니까?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물건에 문제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아예 못 쓸 정도라도 된 건가? 그걸 이용해 수도를 가보려는 참인데.”

“바로 옆 영지 정도라면 몰라도 수도까지 버티기에는 무리입니다. 그런 하자 있는 걸 김검천님 같은 분에게 그냥 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수리할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용병 지부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가능은 하지만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거든요. 이곳에서는 곤란합니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하나? 당장 수리했으면 좋겠는데.”

“근처이긴 합니다만 괴물 재해 기간이라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 정도라면 문제없다. 필요하다면 내가 같이 가 줄 수도 있지.”

“정말이십니까? 김검천님만큼 강하신 분이 동행하신다면 괜찮겠군요. 바로 출발 준비를 하겠습니다.”

용병 지부장이 용병들을 향해 말 대신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걸 본 대부분의 용병들이 이제야 무슨 속셈인지 알겠다는 듯 웃어 보였다.

한쪽 구석에 떨어져 있던 데탈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잠시 후 지부 앞으로 용병 지부장이 마차를 타고 나타났다.

그 마차는 희한하게도 말 같은 동물이 끌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부석에 연결된 벨트가 있는 걸 보면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었지만.

김검천이 묻기도 전에 용병 지부장이 먼저 말했다.

“어떻습니까? 마탑에서 개발한 이 마법의 차가 말입니다.”

“말이 끌어서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 마법의 차라고 해서 마차였던 건가.”

“이건 마석의 힘으로 알아서 움직이도록 설계된 녀석이니까요. 이게 더 비싸답니다.”

“말은 성격이 예민한 편이니 괴물들 상대로는 이게 더 낫긴 하겠군.”

“그 말씀 대로입니다. 그러면 탑승하시지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용병 지부장이 마차 문을 열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김검천은 마차에 타는 게 아니라 뛰어서 마차 위에 올라섰다.

“답답한 건 싫거든. 가는 동안 마차에 대한 안전도 책임질 생각이고. 가는 길이 마음에 들면 좋겠군.”

그 말에 용병 지부장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가는 길도 그렇지만 도착할 장소는 분명히 마음에 들 겁니다. 죽을 만큼이나요.”

***

확실히 용병 지부장이 말한 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마음에 들었다.

저절로 흥이 나는 마음을 김검천은 몇 마디의 말로 표현해 보았다.

“총탄 폭발형 선택. 암건 발동.”

- 투투퉁.

“끼에엑!”

달리는 마차에 달라붙으려던 고블린 몇 마리가 폭발에 휘말려 마차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마차를 보고 언덕에서 내려와 앞을 가로막고 나선 녀석이었다.

마차 주위를 보니 고블린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하긴 누구나 달리는 간식 상자를 본다면 보통은 식욕으로 눈이 돌아갈 터였다.

- 으직.

뭔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살짝 공중에 떴다.

알아서 움직이는 건 좋지만 마차의 재질 자체는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험하게 쓰이면 뭐든 금방 망가질 것 같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흔들림에 마차 위에 올라가 있던 데탈이 굴러떨어지려 했다.

달리는 마차 위에 타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이다.

“으악!”

“저런, 뭔가를 타는 중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지. 특히 이런 곳에서는.”

마차 밑으로 떨어지려는 데탈을 김검천이 손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마차 주변을 달리던 고블린들은 조금이라도 데탈의 몸에 닿으려고 뛰어오르는 중이었고.

저 녹색 손들 중 하나에게라도 잡히면 데탈은 더 이상 용병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용병이었던 것이라고 하면 또 몰라도.

데탈보다도 약한 내더를 영지에 놔두고 온 건 잘한 것 같았다.

김검천이 데탈을 지붕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생각보다는 속도가 느린 거 같은데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마차가 고장 나서인가.”

“괴물들을 쫓아 보내는 기능만 저하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마차를 고쳐도 속도는 비슷할 거고요.”

죽었다 살아난 데탈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떨어지면 그냥 죽는 것도 아니고 고블린의 엉덩이로 배출될 뻔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김검천 대신 암건을 쏘며 괴물들을 견제하던 세이야가 말했다.

“덕분에 사격 연습은 정말 원 없이 해보게 되었네요. 실탄이 떨어질까 봐 걱정될 정도인데요?”

“가까운 거리라니까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갈 수 있을 거다. 지금같이 좋은 실전 기회는 얻기 힘드니 마음대로 쏴도 된다.”

“수도로 올라가기 전에 함선으로 다시 돌아가시려고요?”

“보급하지 않고 갈 생각은 원래 없었다. 보급이 부족하면 싸우기 전에도 질 수가 있으니까.”

“보급이라는 건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문제네요.”

“사람으로 따지면 매일 음식을 먹어야 하는 셈이니.”

“거기다 사람은 먹어야 힘을 쓰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좀 먹어두도록 할까.”

김검천이 파워드슈츠에서 단백질바 형태의 전투 식량을 꺼내 들어 데탈에게 넘겨주었다.

포장된 전투 식량을 처음 본 데탈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뭡니까?”

“먹는 거야. 도착해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가는 동안 배라도 채워두라는 거지.”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건데요?”

“봉지를 안 찢었으니까.”

김검천이 봉인된 비닐을 찢자 그제야 냄새가 풍겼다.

데탈이 신기한 듯 냄새를 맡았다.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냄새 말고 맛도 한번 보라고.”

데탈이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고 우물거리더니 아무 말 없이 전투 식량을 다 먹어치웠다.

“진짜 맛있는데요? 저 같으면 돈 주고도 사겠습니다.”

“그 정도인가? 영양 캡슐보다는 낫지만 휴대성을 높인 물건에 불과한데.”

김검천은 프리를 떠올렸다.

상인인 프리라면 이런 물품에 대한 가치에 대해 알아보기 쉬울 거 같았다.

데탈을 보니 뭔가 조금 부족한 표정이었다.

김검천이 손가락 크기의 펜 같은 물건 하나를 데탈에게 넘겨주었다.

“데워 먹어 볼 텐가?”

데탈이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게 뭡니까?”

“발화통이라는 거지. 버튼 하나로 불붙이는 취사도구라고 생각해.”

“이걸 누르면 된다는 겁니까?”

“잠깐.”

“예?”

- 화르륵.

발화통으로부터 화염이 솟구치며 별다른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던 데탈의 앞머리가 오그라들었다.

“키에에엑!”

마침 데탈의 머리 위로 날아들던 고블린 한 마리가 발화통의 화염에 그슬려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블러드트리도 장작불로 쓸 수 있을 화력을 자랑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데탈이 발화통을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게 취사도구라고요? 공격용 마법 무기라고 해도 안 이상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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