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3화 (63/250)

63화

실제로 단번에 나무에다 불을 붙일 정도의 위력이면 사람도 태울 수 있는 화력이었다.

그래서 이런 종류를 사용할 때는 항상 불조심을 해야 하는 법이었다.

괴물들에게는 마음 놓고 불장난을 한 경험이 있던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든 잘 이용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 가능한 법이지.”

“정말 일상생활 가능합니까? 그냥 전투용으로 쓰는 게 더 나아 보이는데요.”

자잘한 사고 끝에 발화통을 이용해 전투 식량을 먹은 데탈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용병들이나 여행객들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식량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네요.”

옆에서 같이 먹던 세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퍽퍽한 곡물가루와 지방만으로 만든 거라서 돌처럼 딱딱한 데다 맛까지 없으니까요.”

정말 맛이 없긴 없는 모양이었다.

데탈이 쌓여있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심지어는 그걸 끓인 걸 식당에서 요리랍시고 돈 받고 내놓은 곳도 있다니까요.”

“그런 게 팔리는 게 더 신기하군.”

“사실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그게 그나마 싸고 양도 적당하거든요.”

“이곳 영주의 체격을 보니 식량이 그렇게 부족해 보이지는 않던데.”

“다른 사람이 먹을 것까지 다 먹어서 그렇겠지요. 요즘은 어디를 가도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김검천이 마차로 이동하면서 본 주변을 떠올렸다.

논이나 밭에 심어진 작물 개수보다도 고블린 같은 괴물의 수가 더 많았던 게 기억났다.

확실히 마음 놓고 농사를 짓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았다.

데탈이 투덜거렸다.

“거기다 이렇게 괴물들이 날뛰는 시기에는 그만큼 식량 가격이 더 올라가더군요.”

“길이 막히면 물류 배송도 힘들어지고 그만큼 식량 구입이 더 어려워지니 악순환이로군. 그렇다고 높으신 분들이 서민들의 사정을 감안해 줄 것 같지도 않은데.”

“국왕 전하가 건강하셨던 얼마 전까지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었지만요.”

“국왕이 제 역할을 못 하자 다른 높으신 분들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한 모양이로군.”

“휴, 좋은 사람은 초월 존재가 일찍 데려간다는 건 정말인 거 같네요.”

“그 초월 존재라는 게 진짜 있다면 만나봐야 알겠지만 주변의 말은 하나도 안 들을 것 같은 성격일 것 같군.”

그렇게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사이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차가 멈춘 곳은 도로 옆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 너머의 어느 동굴 앞이었다.

마차에서 서둘러 내린 용병들은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용병 지부장도 뒤이어 마차에서 내리며 김검천에게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는 마차가 진입하지 못하니 내려서 동굴 속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지붕에서 뛰어내린 김검천이 용병 지부장에게 물었다.

“일부러 찾으려고 들어도 찾기 힘들 것 같은 장소군. 길옆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그것뿐만 아니라 동굴인데 의외로 안의 소리가 밖으로 잘 새어 나오지도 않더군요.”

용병 지부장이 묘하게 웃었다.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지만 그로부터 얻어낼 것이 있는 김검천은 모른 척했다.

무슨 속셈인지 몰라도 마차의 수리와 소유권을 얻어내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그보다 이 마차는 소유권이 있는 사람만이 움직일 수 있는 건가?”

“거기다 도난 방지 마법이 걸려 있어 손댈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고요.”

“마법이라는 것도 꽤 쓸 만하네. 그러면 마차를 고치기 전 미리 소유권을 받아두고 싶다.”

용병 지부장이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어차피 넘겨드릴 거 지금 못 드릴 것도 없지요.”

용병 지부장은 마차의 문 안쪽에 손을 넣어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김검천을 불렀다.

“이제 여기에 손을 대시면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알겠다. 데탈. 네가 소유권을 받아둬라.”

데탈이 당황했다.

“예? 제가요?”

“넌 여기서 마차를 지켜야 하니 사용할 줄 알아야 해. 소유권은 나중에 나에게 주면 된다.”

얼굴을 찌푸린 용병 지부장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바로 소유권을 받지 않으시다니요? 설마 제가 넘겨주는 척하면서 함정이라도 파두었을 것 같습니까?”

“잘 아네. 우리가 그렇게까지 마법 계약을 진행할 정도로 신뢰할 사이는 아닌 것 같거든.”

김검천에게 뭐라고 못하는 대신 용병 지부장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데탈을 불렀다.

“저희 사이에 섭섭한 말씀입니다. 데탈, 들은 대로 네가 일단 받아둬라.”

별일 없이 데탈에게 소유권을 넘긴 용병 지부장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넌 여기서 마차나 잘 지키고 있으라고. 어차피 너는 저 안에서 별 도움도 안 될 테니까.”

용병 지부장이 앞장 서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김검천도 데탈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오면서 건네준 걸 사용해서라도 마차를 보호해.”

“저보다 마차가 더 소중하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어떻게 알았지?”

김검천은 데탈에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한 후 세이야와 함께 걸어 들어갔다.

이동하며 어둠이 눈에 익숙해질수록 동굴 안의 숨겨진 모습이 보였다.

세이야가 감탄사를 발했다.

“와, 동굴 안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미리내가 경고했다.

[종유석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창 모양이니 머리에 박히면 꽤 아플 겁니다.]

김검천이 살펴보니 확실히 바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오긴 했다.

머리 위 종유석 말고도 양파껍질처럼 겹겹으로 벗겨진 모양의 암석이라든지 말이다.

습기가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지면 밑으로 지하수라도 흐르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살펴보며 이동하다 보니 저 앞에서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불빛이 보였다.

이곳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지 앞서간 용병들이 횃불을 준비해 이동 중인 것 같았다.

앞을 걷고 있는 용병 지부장 또한 어두운 길을 밝히기 위해 횃불을 사용 중이었고.

따라가던 김검천이 지부장에게 말했다.

“그런데 지부장. 저 마차는 어떻게 고치려는 거지?”

“마차가 마법 도구의 일종이라는 건 아시겠지요. 마법사가 관여해 만든 물건이라는 것도요.”

“이런 동굴에 저런 물품을 수선할 마법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습니다. 던전이라고 부를 정도의 곳이라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러면 이곳에 마석에 관련된 물품이라도 있는 건가?”

“마석이 아니지만 대체할만한 물품은 있습니다. 수리 방법 중 하나가 마석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면 되는데 이곳의 붉은 돌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세이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석이 아니라 마석의 힘을 증폭시켜 준다고요? 그런 물품은 마법사들의 연합인 마탑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용병 지부장이 대답했다.

“그런 건 마법사들이 정한 규칙에 불과해. 알고 보면 여기저기서 쓰이는 게 보일걸?”

김검천이 말했다.

“하긴 좋은 의미든지 나쁜 의미든지 간에 용병들이 그런 걸 지킬 것 같지는 않군.”

“그게 용병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세이야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불필요한 이야기를 왜 자신들에게 말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용병 지부장은 마법사들에게 평생 쫓길 수도 있었다.

마법사들은 머리가 좋은 만큼 성격이 뒤틀려 생각보다 속이 좁은 자들이 많았다.

이상한 생각을 해서인지 몸이 괜히 불편해진 느낌이라 세이야는 심호흡을 했다.

김검천이 세이야의 상태를 주시하며 물었다.

“왜 그러지?”

“갑자기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 거 같아서요. 이상하게 몸이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김검천도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이상한 감각을 느끼기는 했다.

느껴진 것 외에는 별로 몸 상태라든지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갑자기 용병 지부장이 대화에 끼어들어 세이야에게 말을 걸었다.

“마차 위에 계속 서 있었기에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면 괜찮다가도 한순간 몸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걷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세이야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용병 지부장은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걷지 않아 용병 지부장이 동굴 한 곳의 구멍을 가리켰다.

“이제 저기를 넘어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거길 들어가니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광장과 동굴 안쪽으로 통하는 다른 구멍이 보였다.

김검천과 세이야가 광장 안으로 확실히 들어서자 용병 지부장이 수신호를 보냈다.

5명의 용병이 근처에 있는 사람만 한 바위에 달려들어 그걸로 들어온 구멍을 틀어막았다.

김검천이 용병 지부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는 짓인가 좋은 말로 일단 물어보도록 해주지.”

김검천의 말에도 용병 지부장은 느긋하게 걸어 다른 바위 뒤로 이동한 뒤에나 대답했다.

무얼 믿는지 모르지만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건가? 네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저 정도로 되겠나? 뭔가 시도하려면 저것 외에도 좀 더 노력하라고 권해주고 싶군.”

“흥! 허세를 부리는 것도 지금뿐이다. 얘들아!”

일을 마친 용병들이 흩어지며 외쳤다.

“예! 다 되었습니다! 지부장님!”

용병 지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구멍을 막은 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나? 이곳이 저주받은 곳이라는 건 몰랐을 것이다!”

“저주라는 게 뭐지?”

김검천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몰랐지만 세이야는 알아들은 듯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설마 여기가 그 저주받은 곳이라고요? 어떤 것도 마나를 쓸 수 없게 된다는!”

용병 지부장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밖에서는 마나가 많을수록 강하지? 여기는 마나를 못 쓰니 강한 놈이 오히려 약해진다고.”

이 세계에서는 모든 생명체에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사람도 동물도 심지어 괴물까지도.

생명체는 살아가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마나도 당연한 존재인 것이다.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는 생명 같은 것도 전혀 생성되지 않았다.

저주받은 장소라고 불리기에 적절한 곳인 것이다.

세이야가 그 말을 반박했다.

“저주받은 곳일 리 없어! 생명체라면 마나가 있는데 당신들은 지금 멀쩡해 보이잖아!”

세이야의 지적에 용병들이 킬킬거렸다.

“뭘 모르는군. 우리가 여기 한두 번 온 줄 아나?”

“처음 이곳에 온 너희와 똑같을 리가 있겠냐. 다 요령이 있는 거지.”

“마나 자체가 없는 존재는 없으니 우리가 멀쩡하게 이상해 보이나 봐.”

“그러고 보니 이곳에 적응하는 건 정말 힘들었지.”

“그러게 말이야. 누구는 몸의 마나가 사라지니 제대로 서지도 못하더라고.”

“우리는 원래 약해서 다행이야. 강한 자들일수록 마나가 사라지면 약해지거든.”

“마나가 많을수록 마나로 강화된 신체에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

김검천은 그 말을 들으며 환경의 변화 때문에 생기는 고산병을 떠올렸다.

공기가 지상에 비하여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었다.

공기 대신 마나로 바꿔 생각한다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호흡을 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이곳 생명체는 마나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모양이니까.

용병들의 대처법도 공기가 희박한 산에서 사람들이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과 비슷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세이야, 네가 아까 몸 상태가 나쁘다고 했었지.”

“예.”

“아무래도 그게 마나가 네 몸에서 사라져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던 것 같다.”

“그 말씀은?”

“저 녀석들의 함정에 걸려들긴 했다는 거지. 이제 보니 녀석들은 이걸 믿고 우리를 여기까지 유인한 거였다.”

심각한 상황과는 다르게 상황을 분석하는 김검천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했다.

흥분한 나머지 그런 김검천의 태도를 눈치 못 챈 용병 지부장이 느긋하게 턱을 쓰다듬었다.

이제 다 잡아둔 먹이를 보는 듯한 육식 동물 같은 태도였다.

“어떤가? 숨이 막히나? 머리가 아파오나? 그것도 아니면 의식 자체가 흐려지고 있는가?”

안 그래도 몸 상태가 좋지 않던 세이야가 용병 지부장의 말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영지 근처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장소가 있을 줄이야…”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거리는 몸을 고정시켰다.

세이야는 의아한 표정으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은 마나가 하나도 없는 장소에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행동 중이었으니까.

그제야 세이야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김검천은 원래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