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4화 (64/250)

64화

세이야가 생각한 대로일까.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김검천이 세이야를 부축한 채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을 조용히 처리하기에 적합한 장소처럼 보이는군. 너희들이 즐겨 찾는 곳인가?”

“흥, 죽기 전에 진실이라도 알고 싶은 건가? 뭐, 좋아. 네 말대로 이곳은 우리가 처리하기 힘든 녀석들을 묻어버리는 곳이지.”

“상대하기 적을 묻어 버리는 걸로 끝내기에는 아까워 보이는데.”

“뭘 좀 아는군. 안 그래도 이 장소에 익숙해지기 위해 다른 용도로도 자주 이용해야 했지.”

“한적한 곳이니 사람을 데려와 감금해두었다고 해도 들킬 염려는 없었겠군.”

용병 지부장이 감탄의 눈길을 김검천에게 주었다.

“거기까지 생각했던 건가? 과연 보통 녀석은 아니군.”

“너희 같은 자들이 은밀하고 저주받은 장소를 발견하면 무슨 짓을 할지 답이 나오지. 느긋하게 낮잠 자는 데 쓰지는 않을 테지.”

“크크크. 그 말대로다. 데우펠 공작님에게 데려갈 인간 제물들이 아무리 울부짖고 소리쳐도 동굴 밖으로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더라고.”

“너희들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말인가.”

“이곳에서는 영지에서 못하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지. 법도 규칙도 없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이지.”

용병 지부장이 용병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용병들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김검천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잠시 후 김검천을 어떻게 다룰지 즐거운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런 곳이니 영지에서 우리를 잡을 수 있다고 네가 자신한 게 약간이나마 이해 가긴 해.”

용병 지부장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들었지? 아니, 그보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거냐?”

“너는 원하는 바를 성취했고 난 마차를 수리하기 원했으니까. 아니면 거짓말을 한 건가?”

“거짓말은 아니다. 설사 네게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들켜도 변명할 건 있어야 했으니까.”

“대놓고 함정이라고 했어도 왔을 거라고. 그래서인지 내가 제 발로 따라간다니 좋아하는 모습이 웃기더군.”

용병 지부장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함정에 빠진 녀석이 오히려 도발까지 하고 있으니 수상한 느낌이 든 것이다.

용병 지부장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용병들을 향해 소리쳤다.

“더 대화할 것도 없겠지. 이것들아! 용병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보여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다져주도록 하지요.”

“흐흐, 이쪽은 놈의 팔 하나만 받도록 하지.”

“그러면 이 몸은 발 하나로 참을까?”

즐거워 보이는 용병들을 향해 용병 지부장이 한 마디 덧붙였다.

“아무래도 좋지만 죽이지는 말고. 테우펠 재상님께 산채로 가져다드릴 생각이야.”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그러면 선물처럼 예쁘게 포장해 가야 하니 네모반듯하게 만들어볼까.”

“저놈의 코만 베어보는 건 어때? 그러면 딱 100명째거든.”

“칼질은 이 몸이 잘하지. 안 죽도록 베는 건 맡겨만 줘.”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말들을 내뱉는 용병들이었다.

그걸 행동으로 옮기려고 다가오는 건 더 끔찍한 일이었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구분 짓는 순간 상대를 인간 취급 안 하는 건 저들의 천성인 듯했다.

김검천에게 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서는 걸 보면.

용병 한 명이 앞장서 김검천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 목을 반듯하게 잘라주마!”

“정말 기억력 하나는 형편없는 녀석들이야. 방금 전 죽이지 말라는 말도 벌써 잊었나 보네.”

머리에 남지 않는 기억이라면 몸에 확실하게 새겨주면 될 터였다.

김검천이 칼을 향해 일직선으로 주먹을 질렀다.

- 챙. 푸욱.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은 주먹이 칼을 분지르는 것도 모자라 벽에 손목까지 파고들었다.

벽에 박힌 눈앞의 주먹을 보며 용병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 살았다!”

“그러면 이제는 죽겠군. 사람에게는 주먹 말고 발도 달려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거든.”

- 퍽.

이어진 김검천의 발길질에 용병이 지면에 몇 번 튕기더니 광장 안 동굴로 모습을 감추었다.

단번에 동료가 당한 모습에 다가서던 용병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김검천은 천천히 팔을 벽에서 뽑아내는데 물기가 잔뜩 묻어 나왔다.

김검천이 중얼거렸다.

“이런 벽마저도 습기에 젖어 있다니. 동굴 안이라도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겠는데.”

용병들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아 무방비 상태의 김검천에게도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마나가 빠져나가 빈사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김검천은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어서였다.

그거야 그럴 것이 김검천은 마나라는 게 없는 세상으로부터 온 사람이었다.

애초에 없는 마나가 사라져보았자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거기다 용병들은 김검천이 장착하고 있는 파워드슈츠도 없었다.

갑자기 용병 한 명이 들고 있는 칼로 동굴 벽을 찔러 보았다.

- 카칵.

칼은 벽에 박히기는커녕 동굴 벽에는 한줄기 생채기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용병이 허무한 듯 중얼거렸다.

“칼도 안 박히는데 맨손으로 벽을 파고들 정도로 힘이 남아돈다고?”

“이거 실화냐!”

“히이익!”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용병들이 제멋대로 떠들었다.

김검천을 가볍게 처리할 듯한 기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부장님! 저놈 아직 멀쩡해 보이는데요?”

용병 지부장도 김검천의 태연한 모습에 속으로는 놀랐다.

하지만 용병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당황하지 마라. 저자는 알다시피 상급 기사 이상으로 보이던 근위 기사를 잡았었다.”

“지금 그런 말을 해서 뭐합니까? 마스터 나이트도 여기서는 힘을 못 쓴다고 했잖아요!”

“바보 같은 놈.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 그 정도 실력자이니 신체의 마나가 아직 남아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면 마나를 소모하도록 움직여야겠군요.”

“그래. 남아있는 마나의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야! 시간을 끌어!”

용병 지부장은 그 말을 하면서 옆에 남아있던 용병에게 눈짓을 했다.

용병은 그 신호를 받자마자 동굴 안쪽으로 달려갔다.

혼자 남은 용병 지부장이 중얼거렸다.

“젠장, 생각보다 강한 놈이잖아. 그냥 마차를 넘길 걸 그랬나? 아냐. 근위 기사도 날려버린 놈을 처리하면 테우펠 재상님도 우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시간을 끌라는 용병 지부장의 말이 있어서인지 용병들은 김검천을 바로 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방금 전 박살 난 동료처럼 되기도 싫었고.

대신 그냥 봐도 몸에 이상이 있어 보이는 세이야를 멀리서 노리기 시작했다.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던져진 무기를 쳐내며 물었다.

“아예 움직일 수도 없는 정도인가?”

“그건 아니지만 전투를 할 정도의 상태도 아닌 거 같아요.”

“미리내. 네가 보기에 어때?”

[본인 말대로 몸에 크게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별문제는 아니라는 거군.”

“지금 김검천님의 방해만 되고 있는데요?”

“네 마나 축적량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될 거다.”

김검천은 세이야의 파워드슈츠에 손을 뻗었다.

김검천의 손목 부분에서 가는 금속 채찍 같은 게 튀어나오며 파워드슈츠 등 뒤에 박혔다.

그 와중에도 용병들은 다시 단검과 표창을 집어 던지며 비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를 돌봐주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것이지. 우리는 그러거든!”

“젠장. 절대로 네 녀석의 행동이 부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있는 김검천과는 달리 꿈틀거리는 금속 채찍은 용병들의 움직임에 바로 반응했다.

날아드는 단검이나 표창 같은 걸 낚아 주인에게 돌려준 것이다.

“윽!”

“무기를 던지지 마! 반격당한다!”

“저건 마법 도구인가?”

“바보 같은 소리를! 여기서는 마나가 깃든 물품도 망가진다고.”

“그러면 저건 도대체 뭐냐고?”

용병들이 주춤하는 사이 금속 채찍은 원거리 방어 임무를 마치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와 동시에 세이야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김검천님? 몸이 움직이는데요? 어떻게 하신 겁니까?”

“파워드슈츠의 반자동 전투 모드를 기동시켰지. 이런 비상시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진짜로 그러네요.”

세이야가 몸을 움직여 보았다.

여전히 몸 상태는 나빴지만 파워드슈츠가 알아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기능도 있었네요. 전 몰랐지만요.”

“이런 것에 의지하지 말라고 그런 거다. 일단 걸음마부터 제대로 떼고 난 후 볼 일이니까.”

“하긴 이런 걸 쓰면 실력은 하나도 안 늘겠네요.”

“그렇다고 죽는 후에나 쓰라는 건 아니니까 지금 사용한 거야. 움직일 수 없는 부상을 입었을 때 적절한 기능이거든.”

“그런데 본인도 아닌데 파워드슈츠의 외부에서 이런 식으로 개입이 가능한가요?”

세이야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칫하면 적들에게 파워드슈츠를 이용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식 주입기로 얻은 지식으로 거기까지 추론해 낸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너를 능가하는 권한이 없다면 못하는 일이니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니까 가능한 거라고.”

“다행이네요. 아, 지금이라면 전투도 가능할 거 같아요!”

세이야마저 움직이자 용병들은 그저 버티기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사람들은 동굴 안쪽 멀리서 분노한 뭔가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크오오오!”

사람들의 속이 뒤집힐 정도로 큰 외침이었다.

아마도 용병들에게 비장의 무기라도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남아있는 수단이 있었던가. 하긴 마나를 못 쓴다고 상황이 끝나는 건 아니지.”

용병 지부장이 이를 갈며 외쳤다.

여전히 당당해 보이는 김검천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

“으드득. 이런 수단까지 써야 한다니.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

“뭐가 나오든 헛수고가 될 테니 미리 사죄의 인사라도 해줄까?”

“그딴 인사는 필요 없다! 이놈은 다루기 힘들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나와라!”

- 치익.

뭔가 녹는 소리와 함께 동굴 안쪽의 구멍에서 붉은빛이 점점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동하는 빛에 따라 안쪽 구멍 너머로부터 비치는 그림자 또한 너울거렸다.

그림자가 안쪽 구멍으로부터 나타나려는 듯 그 크기를 더해갔다.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그 구멍으로 쏠렸다.

그곳에서 나타난 건 아까 용병 지부장에게 신호를 받고 구멍 속으로 사라졌던 용병이었다.

“켁!”

“켁?”

용병은 뭔가에 쫓기기라도 한 듯 발밑에 있는 하얀 색의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머리가 오그라들고 가죽 갑옷에 검은 그을음이 묻은 게 뭔가에 데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바로 일어선 용병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보고 움찔했다.

“뭐… 뭘 보고 있는 거냐?”

동료 용병이 물었다.

“너 거기서 뭐 하고 있던 거야? 저 빛은 또 뭐고?”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지부장님. 데려왔습니다.”

빠져나온 용병이 용병 지부장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용병 지부장이 물었다.

“네가 거기서 왜 나와? 그보다 네 모습을 보니 그놈에게 문제라도 생긴 건가?”

“녀석이 생각보다 말을 잘 안 듣더군요. 갈수록 다루기가 힘들어진다고요.”

“그동안 먹이를 적게 던져 줘서 그런가? 차라리 잘 되었군. 여기에 제대로 된 먹이가 2명이나 있으니.”

용병 지부장의 시선이 김검천과 세이야를 향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비장의 무기가 아니라 제어도 할 수 없는 괴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뭘 모르는 소리. 지부장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이 저주받은 장소와 녀석을 찾아낸 덕분이라는 걸 그 몸으로 알려주도록 하마!”

“으아악! 저게 뭐야?”

아까 지부장이 시킨 일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용병이었다.

동굴 안에서 나타난 걸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 쿠웅.

나타난 건 인간처럼 생겼지만 피와 살 대신 용암과 돌로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인간의 2배는 되어 보이는 신장에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용암이 솟구쳐 지면으로 떨어졌다.

지면에 떨어진 용암이 바닥을 녹이며 흐르다가 서서히 굳어갔다.

머리처럼 생각되는 부근의 붉은 구멍에서는 가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용병 지부장이 자신 있게 웃었다.

“흐하하! 보았느냐! 저것이 바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용암 괴물, 라바골렘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