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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8화 (68/250)

68화

4개의 마나 플레임 소드를 본 킬만의 외눈이 꿈틀거렸다.

“고작 그 정도 마나의 힘으로 이 킬만을 위협하려 드는 것이냐? 마스터 나이트를 상대로!”

상급 기사의 마나 플레임 소드를 고작이라고 부르는 건 마스터 나이트밖에 없을 것이다.

킬만이 뽑은 검에서부터 푸른 오러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건 단순한 오러가 아니었다.

검에만 달라붙어 있지 않고 오러가 채찍처럼 길어지면서 근위 기사들을 향했으니까.

근위 기사들도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검을 찔러냈다.

그들의 마나가 뿜어져 나가다 서로 부딪힌다 싶더니 2개의 붉은 오러가 각각 생성되었다.

2개의 오러와 채찍 같은 오러가 서로 부딪혔다.

- 쾅!

오러들이 격돌하자 오러의 힘에 견디지 못한 지면이 폭발하며 파편이 주위를 덮쳤다.

일단 오러를 막아낸 근위 기사들은 테우펠 공작 주변에서 검을 휘두르며 파편을 쳐냈다.

일격만을 교환했지만 그것만으로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단단한 돌바닥이지만 서로의 앞에는 자국이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근위 기사들이나 킬만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난 흔적이 남아있던 것이다.

겉만 보면 무승부로 보였다.

서로 느끼는 감정은 반대인 것 같았지만.

킬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붉은 오러인가? 그렇군. 너희들도 그랬던 건가. 뭐, 마스터 나이트도 아닌데 오러를 만들어 낸 건 기특하긴 해.”

근위 기사들도 한 마디씩 내뱉었다.

“오러 2개를 동시에 받아 내다니!”

“오러는 위력이 같은 게 아니었던가?”

“이게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인가!”

“왕국 최강이라는 테이룬 경도 오러 2개를 동시에 받아내는 건 힘들 텐데…”

그 말을 들은 킬만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군. 테이룬 정도 되는 자가 이런 오러 2개로 힘들어할 리가 없지.”

근위 기사들 중 한 명이 발끈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가 날린 오러참은 우리들의 오러에 간단히 소멸되었다!”

“원거리 형 오러는 응집된 힘에 한계가 있지. 그래서 방금 전에 이 몸은 오러를 날리는 게 아니라 늘려 공격한 것이고. 아, 혹시 그의 몸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우리들의 실력도 이게 다가 아니다.”

“마스터 나이트도 아닌 녀석들이 오러같은 힘을 발휘한다고 입은 살았군. 마스터 나이트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도록 할까나?”

그때 테우펠 공작이 근위 기사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물러나라.”

근위 기사들 중 가장 연장자인 기사가 대답했다.

“저자는 위험합니다. 이런 곳에서도 무분별하게 오러를 사용한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끝을 보려는 건 아니었지. 너희들이 저자를 먼저 도발했기에 반응한 거였다.”

근위 기사가 주춤했다.

생각해 보니 킬만을 발견해서 먼저 마나를 뿜어낸 건 자신들이었다.

테우펠 공작이 말을 이었다.

“이 몸을 죽이려고 들었으면 마스터 나이트 한 명만 보내지는 않았을 거다. 더군다나 아직 저들과의 일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는 더욱 그럴 테고.”

근위 기사들이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걸 보던 치료사가 입을 열었다.

“현명하신 말씀대로 테우펠 재상님께서는 저희 제국과의 일을 진행 중이십니다. 오히려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이지요.”

“그렇다고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이쪽은 약속만 지키면 그만이니까.”

“저도 감히 재상님의 뜻을 거스르려고 한 건 아닙니다.”

“마스터 나이트까지 동원한 건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제국의 힘은 쓰고 싶지 않아.”

치료사가 테우펠 공작 옆에 있는 근위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저들을 보내서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마스터 나이트는 아니라지만 뭉치면 오러를 쓸 수 있는 녀석들이야. 전투력만큼은 그렇게 뒤처지지 않을 거다.”

“하긴 김검천이라는 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들 정도면 모자랄 거 같지는 않군요. 그래도 혹시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게 너희들이 하는 일 아니던가?”

“그랬던가요? 그러면 다시 불러주시는 걸 기다리고 있어야겠군요.”

치료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한순간 어둠에 잠겼다가 다시 밝아졌다.

치료사와 킬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근위 기사 한 명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헉? 어느새 사라진 것이지?”

테우펠 공작이 한숨을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자들을 그나마 가장 낫다고 옆에 두고 있는 중이라니.

“저들이 나타난 것도 몰랐는데 이제는 사라지는 것조차도 알아채지 못했나? 정말 쓸모없는 것들이군.”

근위 기사들의 얼굴이 모두 붉어졌다.

그들이 정말 테우펠 공작을 암습할 의도가 있었다면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었다.

굳이 테우펠 공작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제야 경비를 서던 기사들을 비롯한 병사들과 사람들이 달려왔다.

“테우펠 재상님, 무사하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혹시 저번처럼 누군가 암살 시도라도?”

방 안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최대한 빨리 달려온 게 이 모양이라니.

그들 중에는 당직 서던 왕실 마법사도 있었으니 몸을 쓰는 기사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기사들의 지휘자격인 근위 기사들은 이제는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시커멓게 죽어갔다.

소란을 부린 자들이 사라진 다음에나 나타나다니 저들을 어디다 쓴단 말인가.

저 모습을 보니 테우펠 공작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이걸로 테우펠 공작이 경비 책임자나 근위 기사의 목을 쳐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저번은 비밀스럽게 진행된 일 때문이라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

다들 웅성거리는 와중에 경비 책임자가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테우펠 재상님?”

“별거 아니니 돌아가라. 나중에 사람이나 보내 어지럽혀진 것들이나 치우고. 아, 경비 책임자는 들을 게 있으니 남도록.”

뭔가 이상해 보였지만 경비 책임자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윗사람이 필요 없다는 데 괜히 나설 필요는 없었으니까.

테우펠 공작은 침묵을 지키는 근위 기사들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전 국왕 때부터 있던 무능력한 자들다웠다.

계속 자신의 곁에 두기에는 능력의 한계가 있어 보였다.

그저 국왕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라도 그들의 역할을 다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날이 오기만 하면…”

“예?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

“아니다. 그것보다 왕위 계승권을 위한 귀족 대회의는 어떻게 되어 가는가?”

부하들에게 화를 내는 것도 사람을 부리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너무 다그치기만 해도 좋을 건 없었다.

테우펠이 재상이라는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고는 있지만 국왕은 아니었다.

국왕이 되고 나서 다들 목을 쳐도 늦지는 않을 것이었다.

테우펠이 주제를 바꾼 게 다행스러운 듯 가장 직책이 높은 자가 재빨리 대답했다.

이럴 때는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선 각 영지에 있는 변경백 이상의 대귀족들은 차례로 수도로 집결하는 중입니다.”

“수도에 남아있는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들은?”

“일단은 회의에는 참석하겠다고 뜻을 전하긴 했습니다.”

“그들은 먹이만 충분히 주면 충분히 만족할 자들이긴 하지.”

“먹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배가 고프면 보통 눈이 돌아가는 법이지. 나름대로 힘이 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라면 참을성이 많을 리가 없고.”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경비 책임자를 불렀다.

왕실 경비 책임자는 수도 경비 대장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남겨 둔 것이다.

수도 경비 대장이 이 자리에 없는 이상 테우펠 공작에게 보고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화약에 대한 것은 어떻게 되었지?”

“현재 병사들을 풀어 수도 내 가게들을 모두 검문 중입니다.”

“결과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 진행 중에 벌어지는 것에 대해 중간보고를 하라는 거다.”

“죄송합니다. 화약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해결책을 마련 중입니다.”

“모두 압수하도록.”

경비 책임자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테우펠 공작이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그를 향해 물었다.

“왜 그러지?”

“지금 마석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대신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화약 등을 이용해 괴물들을 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점은?”

“화약을 모두 압수한다면 사람들이 괴물에게 당하는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더군다나 물류 운송이나 각종 방면에서도 문제가 증가할 겁니다.”

“애초에 그런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억울하면 마석이나 마나를 쓰던가.”

경비 책임자가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다가 테우펠 공작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한 마디라도 말대꾸를 하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갈 것 같아 보였다.

조용해진 경비 책임자의 태도에 테우펠 공작이 입을 열었다.

“적어도 이 나라의 재상이 바뀌지 않은 한은 모두 금지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테이룬의 일은 어떻게 되었나?”

“그쪽은 아직 별다른 진척 상황이 없습니다.”

경비 책임자는 수색하는 데 사람들 사이에 반발이 있다는 건 테우펠 공작에게 알리지 않았다.

기사들이나 병사들 사이에서 테이룬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었다.

지시만 내리던 테우펠 공작이야 거기까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게 잘된 일인지 안 된 일인지 모르겠군.”

“공격이 적중했으니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닐 겁니다. 그러면 수도 내 기사들로도 처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테이룬은 왕국 최강의 기사였다. 그들만으로 잡으려 든다면 피해가 클 테지. 당장은 상급 이상의 실력자인 근위 기사들을 동원할 수 없는 상태니 쉽게 접근하지 마라.”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헉!”

테우펠 공작이 불쾌한 눈으로 경비 책임자를 바라보았다.

근위 기사들은 불쌍한 눈으로 경비 책임자를 쳐다보았고.

경비 책임자가 당하는 일이 남 일 같지 않은 근위 기사들인 것이다.

경비 책임자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나선 모양입니다.”

“시키는 일이라도 제대로 하고 나서 그러는 게 좋을 거다. 너희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아무 일 없게 일이 진행되도록 다들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알아들었나?”

“예!”

일단 지시를 모두 내린 테우펠 공작은 방에서 모두를 내보냈다.

이제 곧 이 나라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자신의 속은 답답해져만 갔다.

가장 중요한 국왕의 일은 처리한 후였는데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거 뭔가 김검천과 엮인 뒤로부터는 일이 계속 꼬이는 듯한 기분이로군.”

***

수도에서 근위 기사들이 명령을 받고 영지에 도착할 무렵 김검천도 함선으로 귀환해 있었다.

김검천은 쿠퍼에게 영지에서 일어난 일을 간단히 말해주었다.

그리고 혈석을 보여주며 물었다.

“붉은 돌…그러니까 혈석이라는 걸 이용해 마차의 기능을 고쳤으면 하는데. 가능하겠나?”

“가능은 하겠지만 어디서 이런 걸 얻으셨습니까?”

질문을 던지는 쿠퍼의 얼굴은 약간 굳어있었다.

혈석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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