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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69화 (69/250)

69화

“저주받은 장소라고 하던가? 그곳에서 얻은 물건이지.”

“마나를 쓸 수 없는 곳 말이군요. 혹시 사람들이 그곳에서 많이 죽지 않았습니까?”

“예전 용병 지부장의 말대로라면 그랬을걸. 그런 곳에서 얻은 물건이라 그런지 좋은 느낌이 안 들긴 하지.”

“그래도 이것이라면 마석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대체 가능하긴 합니다.”

“표정이 좋지는 않군. 하긴 여기서는 그런 걸 사용하는 건 마법사들이 반대하는 일이라지.”

“마석에 대한 일이라면 마법사들뿐만이 아니라 높으신 분들도 신경 쓰는 일이고요.”

“내가 신경 안 쓰면 관계없겠지. 그보다 이건 마석의 원래 힘을 증가시켜주는 물건이라고 했지. 파워드슈츠에도 사용 가능할까?”

쿠퍼는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김검천에게 말했다.

“이걸 정말 파워드슈츠에 사용해보실 생각입니까?”

“안될 건 없을 것 같은데.”

“원래 마석을 쓰는 물건에 혈석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바른 방법은 아니거든요.”

“방금 전에 마차를 고치는 건 괜찮다고 했었지 않았나?”

“단순한 기능 개선에 쓰이는 데다가 오래 쓰지 않는다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니까요.”

“하긴 괴물을 쫓는 기능만을 고치려고 가져온 거니까.”

“파워드슈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미 마석으로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마석 이용 중에 혈석까지 사용한다면 무슨 문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군.”

쿠퍼가 혈석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파워드슈츠는 사람이 직접 장착하는 갑옷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혈석을 쓴다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괜히 혈석이 금지 물품인 게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 구역을 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혈석을 대체할 만한 것도 없어.”

“제가 말린다고 멈추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야.”

“그러면 제가 가능한 부작용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겠군요. 다만 혈석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면 사용하지 않는 쪽을 권해드립니다.”

“기억하지. 대체 수단이 없어서 하는 거니. 그보다 이제는 리에가 저러고 있어도 괜찮은가?”

김검천의 시야에 리에가 마석으로 보이는 것들을 만지작거리는 게 들어오고 있었다.

쿠퍼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마석들은 세이야가 가져온 것들 중 괜찮다고 판명된 것들이니까요.”

“안전 확인은 이미 끝난 건가. 마석 자체는 만져도 괜찮다는 거군.”

리에는 한쪽 구석에서 세이야가 보는 앞에서 마석을 가지고 뭔가 만드는 중이었다.

저렇게 놀다가 갑자기 잠드는 일도 여전히 있다고 했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활동하는 것 자체에 별문제가 없다고 했다.

쿠퍼가 입을 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리에의 마석 다루는 힘 자체가 잠들기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걸로 보입니다.”

“예전처럼 에너지가 다한 마석을 만져도 괜찮다는 말인가.”

“거기다 이제는 어느 정도 힘 조절도 가능한 것 같더군요.”

“그 광경을 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설마 깨어난 이후 에너지가 다한 마석을 준 적이 있는 건가?”

김검천이 쿠퍼를 바라보았다.

쿠퍼가 손을 내저었다.

“제가 그런 게 아니라 리에가 깨어난 후 마나가 다해 치워두었던 마석을 가지고 노는 걸 본 겁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지만 멀쩡한 모습이더군요.”

“그래서 저런 식으로 확인중인 거였나.”

쿠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리에가 마석 때문에 잠에 빠져 위험에 빠진 걸 경험하자 생각을 바꾼 점이 있었다.

테이룬에게 들었던 말도 그의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평생을 마석 근처에 못 가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세상에 널릴 게 마석 아닙니까. 차라리 조금씩이라도 적응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입니다.”

“하긴 스스로 힘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

“무엇보다 리에가 원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세이야에게 줄 목걸이를 만들어야 한다던가? 그것도 마석으로 만들어진 걸로요.”

쿠퍼가 세이야를 향해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세이야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울상을 지었다.

김검천이 피식 웃으며 손바닥에 올려둔 혈석을 쿠퍼에게 넘겨주었다.

“너에게 줄 건 없다고 리에가 직접 그랬나?”

“안 물어봐도 그냥 눈치를 보니 없는 거 같던데요. 이제는 세이야만 쳐다본다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널 봐주지 않나.”

“그럼요. 그게 얼마나 대견스러운데요.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귀여운 걸까요?”

쿠퍼의 얼굴을 보자 다른 유전자의 승리라서 다행이라는 말은 차마 못 한 김검천이었다.

리에의 칭찬에 몰두하던 쿠퍼가 무심코 김검천이 넘겨준 혈석을 잡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검천이 물었다.

“그 혈석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닙니다. 혈석의 느낌이 좋은 건 아니라서요. 오랜만에 접해서 깜빡했네요.”

그러고 보니 세이야도 혈석을 넘겨줄 때 별로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도 파워드슈츠의 장갑을 장착한 상태였는데.

저주받은 장소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겼지만 혈석 자체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괜찮나?”

“일반인도 아니고 저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이게 맹독 같은 종류는 아니거든요.”

“이미 이런 걸 어디서 접해 본 적이 있다는 말투군.”

“혈석이라는 게 대놓고 사용할 건 아니지만 아예 못 구할만한 물품은 아니니까요.”

슬쩍 넘어가려는 모습이 뻔히 보였지만 김검천은 그냥 넘어갔다.

원래 혈석이라는 게 이 세계에서는 대놓고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들었지 않은가.

쿠퍼가 오히려 김검천을 향해 물었다.

“그보다 김검천님이 이걸 맨손으로 만지는 부분에서 더 놀랐습니다.”

“감촉이라면 별로더군. 마석 대체용으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나도 동의할 정도야.”

“일단 결정했으니 저도 이러고 있을 건 아니군요. 혈석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너무 일만 하는 것 아닌가? 리에하고 놀아주는 시간 정도는 상관없는데.”

“할 일부터 빨리 끝내야지요. 그래서 이럴 때는 세이야가 리에 옆에 있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은 당장이라도 세이야를 때려잡고 싶은 모양새던데.”

“사람이 속마음을 남에게 드러내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요. 특히 어른으로서는 말입니다.”

“나에게는 괜찮고?”

“힘들면 제가 기댈 수 있는 분이니까요. 그러면 이만 일 하러 가봐야겠군요.”

쿠퍼가 조심스럽게 다른 물건 위에 혈석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마차뿐만 아니라 파워드슈츠에 대한 것도 살펴봐야 하니 고민할 일이 많아 보였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미리내. 혈석에 대해서는 쿠퍼를 도와주도록 해. 어려워 보이는지 꽤 고민하는 눈치던데.”

[저도 그리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마석 이상으로 문제가 생길 확률도 높을 거 같고요.]

“네가 도와주면 좋아할 거야. 거기다 혈석이라는 것 자체가 수상쩍은 물품인 걸로 보여.”

[그렇다고 저걸 대체할 만한 걸 발견 못 한 게 안타깝습니다.]

중급 마석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았지만 실패한 게 바로 얼마 전이었다.

김검천이 대답했다.

“상급 마석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지 않은 한 저런 걸 시도라도 해봐야겠지.”

[그러고 보니 나중에 상급 마석을 얻으면 어디다 쓸지도 생각해두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직 혈석을 활용할 방법도 못 찾은 상태인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니야?”

[혈석이나 마석이나 결국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물품인 건 아실 겁니다.]

“실패는 용납이 안 된다는 말이라는 건 알아. 지금은 중급 마석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까.”

[준비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미리내가 설명하는 대신 함선 미르의 내부 구조도를 표시한 홀로그램을 띄웠다.

구조도를 살펴보던 김검천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태로 차단문을 열다 보면 미리내의 말대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구역이 있었다.

“다음번 차단문 구역은 그렇다 치고 그 뒤로 문제가 되는 장소가 있군.”

[영관급 파워드슈츠가 있는 곳과 엔진실이 있는 장소가 같은 통로에서 나눠지니까요.]

“1회용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쪽이든 한 곳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생각해 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일단 엔진 코어부터 살리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상급 마석 이상의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된다고.”

[엔진실 차단문은 영관급 파워드슈츠가 있는 차단문보다 더욱 열기 힘듭니다.]

“영관급 파워드슈츠가 있는 구역으로 진입한다면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지는 거고.”

[김검천 함장님이 어느 쪽을 택해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말대로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해봐야겠는데. 응? 왜 그러지? 미리내.”

[군용 폰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데탈이로군요.]

“연결해줘.”

미리내가 통신을 열었다.

데탈의 음성이 함선 내에 울려 퍼졌다.

- 김검천님. 저 데탈입니다. 들리십니까?

“무슨 일이지?”

- 근위 기사들이 수도에서 내려왔습니다. 곧 영지를 지나 마물의 숲으로 향할 모양입니다.

“생각보다도 빠른데? 다들 내가 그렇게나 보고 싶었나 보군. 인기 있는 사람은 괴롭다니까.”

- 그건 모르겠고 이곳 영지와 수도의 거리가 먼 편은 아니니까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생각보다는 가까운 편인가.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는 편하겠는데. 예상 시간은?”

- 넉넉히 잡아 3일이면 예전 자유의 마을이 있던 장소에 도착할 걸로 보입니다.

“근위 기사들 일행은 식량이나 식수도 그에 맞춰 챙겨갔겠지?”

- 왕복할 거리도 생각해 대략 6일분 정도 가져간 것 같습니다. 왜 물으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목에 힘 좀 쓰시던 근위 기사님들께서 고생깨나 할 거 같거든.”

데탈이 이를 갈며 말했다.

- 으드득.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것 잘 되었군요.

“그들 때문에 네가 고생이라도 한 모양이군.

- 영지에 잠시 있는 동안 난리 친 것만 해도 사람들이 용병보다 더하다고 할 정도였지요.

“듣기만 해도 끔찍하군. 그들이 여기로 오면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될 테지만.

-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영상으로 김검천님의 모습을 뵈었으면 합니다.

“못 할 건 없지만 왜?”

-용병 지부에서 도움받은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했으면 하더군요. 직접 얼굴을 뵈면서요.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리내가 통신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변환했다.

에너지가 더 들긴 해도 이 정도는 괜찮았다.

영상으로 전환하자 두 사람의 놀란 얼굴이 먼저 보였다.

갑자기 김검천이 눈앞에 나타나서였다.

구한 사람들은 더 많았지만 구출된 영지민과 제국 상인들의 책임자만이 이 자리에 있었다.

김검천이 다른 말에 앞서 그 둘을 향해 딱 잘라 말했다.

“사실 이렇게 얼굴을 보일 필요도 없었지만 확실히 말해두려고 해준 거다. 난 딱히 너희들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너희들을 구해낸 것뿐이야.”

여전히 놀라는 것 같았지만 그 둘은 바로 김검천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특히 제국 상인들의 책임자는 귀족의 신분이었지만 허리를 숙이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 과정이 어떻든지 용병 길드 지부에서 살아남은 건 다 김검천님 덕분인 건 사실입니다.

- 저 말대로 악독한 용병들을 처리해 주신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자신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끝나 통신을 종료한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말했다.

“세이야. 자유의 마을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해주겠어?”

“바로 준비할게요. 그런데 근위 기사들이 고민하실 정도로 강했던가요? 영지에서 본 정도면 신경 쓸 만한 상대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게 아니라 여기서 거기까지 3일은 더 걸리지 않았나? 뭐, 알아서들 하겠지.”

***

자유의 마을로 향한 건 오러를 쓸 수 있는 근위 기사들뿐만 아니었다.

짐을 지는 등의 일로 근위 기사를 보조하기 위한 기사들도 일부 차출되어 온 것이다.

김검천이 말한 자유의 마을에 도착한 기사들 중 수장 격인 근위 기사 대장이 말했다.

“테우펠 공작님을 위해 그 김검천이라는 녀석을 처리하도록 한다! 다들 각오하도록!”

“오!”

그리고 영지에서 출발한 지 9일째 되는 날.

근위 기사 대장은 각오고 품위고 간에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식량과 식수가 다 떨어져 이제는 바닥에서 잡초를 뜯어 먹을 판국이었으니까.

“김검천이라는 녀석은 왜 아직도 모습을 안 나타내는 거야! 도대체 언제 나타날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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