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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80화 (80/250)

80화

귀족 몇몇은 놀라서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 중 한 명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물든 얼굴로 테우펠 공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뚱뚱한 귀족이었다.

그는 오는 길에 테우펠 공작이 함정을 파 놓았을 것이라고 의심한 사람이기도 했다.

“테우펠 재상. 아니, 테우펠! 역시 우리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지? 마치 네가 정적을 처리했던 것처럼!”

“한심하기는! 귀족이면 귀족답게 처신할 것이지 바닥에서 굴러다니며 울부짖기나 하다니!”

테우펠 공작도 방금 전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인해 당황하던 참이었다.

그걸 트집 잡아 자신을 모욕하는 귀족이 마음에 들리 없으니 감정 실린 대답을 해버렸다.

남을 모욕할 줄만 알았지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던 귀족은 눈이 돌아가 버려 선을 넘었다.

“선대 공작을 암살해서 공작이 되어 운 좋게 재상에 오른 주제에! 다들 그렇게 말한다고!”

갑자기 터져 나온 발언에 회의실 내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평소에도 성격이 급해 내키는 대로 말하던 자이긴 했다.

그렇지만 이런 자리에서마저 저런 소리를 할 줄이야.

안 그래도 이상하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불까지 지른 셈이었다.

테우펠 공작의 얼굴이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변해갔다.

자신 앞에서 저딴 소리를 할 수 있는 건 살아오면서 평생을 제멋대로 굴어서 일 것이다.

그것이 귀족의 특권이었고 특히 이곳에 있는 자들은 귀족 중에서도 소수였다.

그렇다고 자신의 치부를 이렇게 많은 귀족 앞에서 대놓고 말할 정도로 멍청한 줄은 몰랐다.

이 자리에 참석한 귀족들이 테우펠 공작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고.

“왕이 될 이 몸이 가능한 양보 하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다들 무례한지 모르겠군.”

- 쿠왕!

아까 전보다 가까운 곳에서 폭발음이 들리며 천장에서 흙먼지와 돌조각이 떨어졌다.

하필이면 그 난리를 치던 귀족의 머리 위로 말이다.

떨어진 게 제법 큰 돌조각이었는지 귀족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귀족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피다! 피! 이 몸의 고귀한 피가! 저놈을 죽여! 테우펠 공작 놈을 죽이라고!”

귀족의 호위 기사는 귀족이 가리키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테우펠 공작을 향해 뛰어들었다.

모시는 주인이 내린 명령에 충실하게 따른다는 몸에 밴 습관에 따라 일단 행동한 것이다.

막상 뛰쳐나오고 나자 그제야 호위 기사는 뭔가 잘못된 걸 느꼈다.

만약 테우펠 공작의 근위 기사들이 자신을 공격해 오지만 않았다면 바로 물러났을 것이다.

허무하게 죽기는 싫었던 호위 기사가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젠장! 얌전히 칼 맞고 죽어 줄 수는 없잖아!”

호위 기사의 검에서 마나 플레임 소드가 뿜어져 나오며 근위 기사들을 단칼에 베어 넘겼다.

그 일격으로 테우펠 공작을 지켜주는 기사들은 사라졌다.

호위 기사는 근위 기사를 베었다는 쾌감에 눈이 가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무시해 버렸다.

호위 기사가 상급의 실력이라지만 근위 기사들을 단번에 벨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거기에 더해 혼자 남은 테우펠 공작을 본 호위 기사는 욕심이 생겼다.

이대로 테우펠 공작을 제압한다면 벌이 아닌 공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호위 기사는 그대로 테우펠 공작을 제압할 생각으로 달려나갔다.

그때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호위 기사를 가리켰다.

끼고 있던 붉은 반지로부터 희미한 빛이 어리며 공중으로 빛이 녹아 들어갔다.

달려들던 호위 기사가 비웃었다.

“손가락 같은 걸 까닥거린다고 이 몸이 멈출 거 같으냐?”

“멈추지 말고 죽어라.”

테우펠 공작의 등 뒤로 검은 구멍이 열리며 그 안에서 창 모양의 붉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음산한 느낌의 붉은 가시는 마나 소드 채로 호위 기사를 관통해버렸다.

- 푸욱.

“크아악!”

손가락을 까닥거린 것만으로 상급 기사가 당해버리다니.

테우펠 공작은 굳이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준이었던 것이다.

아니, 보호하는 게 아니라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일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테우펠 공작의 옆에 있던 근위 기사는 공격을 유발하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귀족들이 먼저 공격해서 테우펠 공작이 어쩔 수 없이 반격해 그들을 죽였다.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건 높으신 분들에게 있어 항상 좋은 핑계였다.

급작스러운 사태 전개에 멍하니 보고 있던 사람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저건 도대체?”

“무슨 마법이지? 저런 건 마탑의 마법사들도 쓴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저런 건 주술 방면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으로 사태를 유발한 귀족을 가리켰다.

“마법이라기보다는 붉은 오러라고 불린 것의 변형된 모습이 이것이다.”

“붉은 오러라니 그게 뭐지?”

이번에는 귀족의 옆에서 검은 구멍이 열리더니 창 모양의 붉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귀족은 몸에 구멍은 더 많아졌지만 더 이상 질문은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짜증을 유발한 자를 우선적으로 처리한 테우펠 공작이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궁금증은 풀렸나?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들 따위는 살아서 숨을 쉴 자격이 없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이미 피를 본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무마하려고 귀족들 중 한 명이 다급히 소리쳤다.

“잠깐! 우리는 관계없는 일이요. 방금 죽은 자는 죗값을 치렀으니 우리는 그냥 보내주시오!”

“누구 마음대로? 어차피 너희들도 조만간 처리할 생각이었어. 오늘 이 몸을 차기 왕이라는 서명만 안 했어도 조금 더 오래 살았을 텐데.”

“말도 안 돼! 우리 같은 고귀한 자들을 고작 그런 이유로… 컥!”

뭔가 변명을 내뱉으려던 귀족의 목이 변형된 붉은 오러의 칼날에 베여 날아갔다.

피를 본 테우펠 공작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는지 미소를 지었다.

“왕으로 인정하겠다고 마법으로 증명한 이것만 있으면 너희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 말을 내뱉는 테우펠 공작의 눈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테우펠 공작도 잘 몰랐지만 모습이 변하는 건 혈석의 부작용이었다.

이성이 마비되고 숨겨둔 욕망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데려온 호위 기사의 등 뒤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던 노귀족이 이를 갈았다.

“오냐. 살아남은 귀족들이라고 말했을 때부터 네 본심을 알 것 같았다. 여기서 죽든 네 말에 따라 제국과 전쟁 때 죽든 넌 신경 쓰지 않겠지?”

“어차피 너희도 이 몸을 죽일 생각은 하고 있었겠지? 차이가 있다면 이쪽에서 먼저 칼을 들었을 뿐이야.”

아무래도 말로 해결될 때는 지난 모양이었다.

붉은 오라라는 놀라운 힘에 취해 다른 부하들을 동원하지 않고 혼자 처리할 모양이었다.

테우펠 공작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맞긴 했다.

만약 왕성 내 누구라도 이 일에 대해 알았다면 귀족들의 귀에 안 들어갈 리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테우펠 공작이 판 함정이라고 해도 자신들도 유리한 점이 있었다.

노귀족이 남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기사들에게 공격 지시를 내리시오! 분명 무서운 수법이긴 하나 우리들을 한 번에 공격할 수는 없는 것 같으니!”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수십 명에 달하는 호위 기사들이 테우펠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자신들도 주군으로 모시는 귀족들과 같은 운명이었다.

이제 테우펠 공작에게 죽든 죽이든 끝을 봐야 했다.

몇 명이 당하더라도 기사들은 멈추지 않고 달라붙은 것이다.

살아남은 기사들이 한 번씩만 검을 휘둘러도 테우펠 공작은 수십 조각이 날 터였다.

테우펠 공작이 근처의 벽에 등을 기대며 차갑게 웃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제법 예리한 구석은 있군. 착각은 자유고 그에 따른 대가는 무겁지만.”

검은 구멍이 생겨나며 커다란 붉은 기둥이 덮치자 3명의 기사가 단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 대가로 다른 기사들은 검만 뻗으면 테우펠 공작에게 닿을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끝이다!”

가장 앞에 있던 기사가 검으로 테우펠 공작을 찔렀다.

그 뒤를 이어 기사들이 각자 마나 소드를 만들어 가능한 모든 방향을 공격해 들어갔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체라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합공이었다.

테우펠 공작은 몸을 행동하는 대신 입을 움직였다.

“열려라. 공간이여.”

그 순간 접촉하고 있던 벽에 검은 구멍이 생겨나더니 테우펠 공작을 빨아들였다.

목표를 잃은 기사들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로질렀고.

기사들은 검을 든 채 주변을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보았자 눈에 들어오는 건 닫힌 회의실 문을 열려고 노력 중인 귀족들밖에 없었지만.

초조한 마음에 기사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설마 도망간 건가?”

“큰일이로군. 테우펠 공작이 기사나 병사를 데려오지는 않을까?”

그런 그들을 향해 테우펠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을 데려오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했겠지. 너희를 상대는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사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냐! 테우펠 공작!”

“눈은 있으면서도 정작 보는 건 못 하나? 조금만 고개를 들면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는 걸 알려주도록 하지.”

“위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은 기사들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 생성된 검은 구멍이 테우펠 공작을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었다.

테우펠 공작이 거꾸로 선 채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그 검은 구멍이 뭔지는 몰라도 같이 베어주마!”

상급 기사가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마나 플레임 소드로 테우펠 공작을 노렸다.

“베여주지도 않을 테지만 느리기까지 하군.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을 그었다.

천장의 검은 구멍으로부터 붉은 창날이 상급 기사를 노렸다.

상급 기사는 몸을 비틀어 붉은 창날을 피해냈다.

강하고 빠르긴 했지만 검은 구멍에서 공격이 나올지 알고 있다면 못 피할 것도 없었다.

상급기사정도 되면 그만한 신체 능력은 있는 것이다.

“이런 뻔한 공격 따위에 당할 거 같으냐?”

“그러면 이런 공격도 문제없겠군.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질을 하는 대신 손을 까닥였다.

아까 테우펠 공작을 삼켰던 벽 부근에 붉은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건 사람만 한 크기였기에 몸을 비틀어 피하는 정도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이상 피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이다.

상급 기사가 소리쳤다.

“이대로 죽을 것 같으냐!”

상급 기사는 붉은 기둥을 향해 힘껏 마나 플레임 소드를 휘둘렀다.

- 카칵.

상급 기사의 검은 붉은 기둥을 가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붉은 기둥은 그대로 상급 기사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방향에 있던 기사마저 깔아뭉갰다.

아직 살아남은 기사들은 급히 테우펠 공작으로부터 떨어졌다.

“마나 소드도 아니고 전력을 다한 상급 기사의 마나 플레임 소드도 안 통한다니?”

“단순하다지만 상급 기사로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야! 우리들로는 무리라고!”

“다른 상급 기사는 없나?”

“이 나라에 상급 기사가 10명이나 될까 말까 한데 이 자리에서만 2명이 죽었어!”

“일단 후퇴하자!”

기사들은 문 쪽에 모여 있는 귀족들에게 몰려가며 소리쳤다.

“뭐하십니까? 빨리 문을 열고 도망가야지 아직도 그러고 있다니요!”

귀족들이 사라져야 기사들도 마음 놓고 도망갈 수 있을 터였다.

문고리를 부여잡고 힘을 쓰던 귀족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그걸 모르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뭔가 이상해!”

“에잇! 비키십시오!”

기사가 귀족을 밀어내면서 마나 소드로 문을 베었다.

그 순간 문에 검은 구멍이 생기며 검에 서린 마나를 흡수해버렸다.

“아니?”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검은 구멍에서 붉은 검이 튀어나오더니 기사를 관통했다.

“큭…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으아악!”

튄 피를 덮어쓴 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기사 옆으로 떨어졌다.

죽음이 다가온 걸 절실히 느낀 귀족들이 아우성쳤다.

“뭐하느냐? 빨리 우리들을 돕지 않고! 기사들은 우리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 아니더냐?”

“어서 문이나 열라고!”

“무슨 소리를! 문이 아니라 테우펠 공작을 죽여라!”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귀족들의 말에 기사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속에는 자신들에 대한 걱정의 말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주인이었다.

죽어가는 기사를 더러운 것처럼 여기며 눈짓 하나 안 주는 자들이지만 말이다.

테우펠 공작이 그들을 비웃었다.

“한심하군. 고귀한 피를 부여받은 자들도 결국은 비천한 놈들과 다를 게 없으니.”

“테우펠 공작. 너라고 다를 것 같나?”

“다르고말고. 이 몸은 왕이 될 것이니까. 본인이 만드는 규칙이 이 나라를 지탱하게 되는 것이지.”

테우펠 공작의 손이 몇 번 더 움직이자 순식간에 사람들의 절반이 죽어 나갔다.

기사는 이제 한 손가락으로 셀 수도 있을 정도만 남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렸다.

테우펠 공작이 말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러나? 웃어. 웃으라고 말했다.”

서로 눈치를 보던 귀족들이 미친 듯이 웃었다.

어쩌면 살려줄지도 모른다는 가치 없는 희망을 품고서.

“하하하.”

“흐흐흐.”

“캬하하!”

기사들만이 아직 검을 들고 테우펠 공작을 노려보고 있었다.

테우펠 공작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죽음을 부르는 검은 구멍이 허공에 그려질 참이었다.

“이제야 분위기가 좋아졌군. 마지막 가는 길 웃으며 가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쾅!

그 순간 회의실 밑바닥이 폭발하듯이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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