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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89화 (89/250)

89화

- 후드득.

탁자 위에 쏟아진 골드는 그냥 봐도 1,000개도 넘어 보였다.

그러고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가방에서 계속해서 골드가 쏟아져 나왔다.

세이야가 짊어지고 있던 가방은 심지어 공간 확장 마법까지 걸려 있는 물건인 것이다.

평범한 가방에서 골드가 얼마나 나왔는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욕심도 생기지 않았다.

처음 보는 광경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우아아! 저게 뭐야?”

“세상에서 태어나서 저런 건 처음 봐. 중급 마석도 100골드면 살 텐데.”

“저런 조그만 가방에서 뭐가 저렇게 계속 나오는 거야?”

상점 안에서 비명이 들리니 밖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다가 다시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사람이 상점 밖에 모이는 숫자만큼이나 골드도 계속 쌓여갔다.

멍청히 보다가 하마터면 가방에서 쏟아지는 골드에 깔릴 뻔한 상점 주인이 급히 소리쳤다.

“우아악! 잠시만, 잠시만요!”

세이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

“왜요? 아직도 돈이 부족하신가요? 그러면 더 빼내야 하겠네요. 영차. 영차.”

“영차는 무슨? 아니! 절대로! 돈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세이야가 가방을 기울여 좀 더 골드가 잘 나오게 하려는 걸 본 상점 주인이 기겁을 했다.

돈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에 깔려 죽는 건 거절하고 싶었다.

가방에서 나온 돈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상점 주인은 한순간 세이야가 왕궁 보고를 턴 도둑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제로 왕궁을 털어 나온 골드이기는 했으니까.

“그래도 정말로 도둑이라면 여기까지 와서 마석이나 구입할 리는 없겠지.”

“뭐라고 하셨지요?”

“아, 그냥 혼잣말입니다. 그보다 이 정도 돈이라면 가게 보유량으로도 감당할 수 없겠는데요.”

세이야가 뭐라고 하려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들아! 비켜! 비키라고! 오늘따라 무슨 일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어?”

“키이익!”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징그러운 것이라도 본 듯 길을 비켜섰다.

남작 한 명이 줄에 묶은 홉고블린 한 마리를 앞에 들이대며 상점에 들어선 것이다.

평범한 고블린도 아니라 고블린의 상위 존재인 홉고블린이었다.

사람 하나둘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는 괴물 근처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광경에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던 남작이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괴물 한 마리 정도는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미천한 것들이 알아서 길을 비키잖아.”

모여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귀족 제정신이야? 괴물을 기르는 동물처럼 데리고 다니다니.”

“저래 보여도 마법으로 안전장치는 되어 있는 모양이야. 일단 쥐고 있는 줄에 제어 마법이,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에 주인의 시동어로 시전 되는 전격 마법이 걸려 있나 보더라고.”

“괴물을 데리고 다닌다고 마법 도구가 2개나 쓰인다고? 마법유지를 위해 마석도 있어야겠고.”

“요즘 귀족이나 부자들의 유행이라던데. 완전 돈을 거리에 버리는 수준이야.”

“그쪽 취미란 알다가도 모르겠어. 어? 저… 저거 봐. 위험한 거 아니야?”

가리킨 방향에는 남작이 상점주인 앞에 쌓여있는 골드의 산을 멍하니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정도의 골드는 남작 정도의 귀족도 함부로 볼 수 없는 광경인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지만 하필이면 쥐고 있던 괴물을 묶은 줄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한마디로 이제 홉고블린은 남작의 손을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 중 그걸 눈치챈 한 명이 급히 소리쳤다.

“남작님! 뭐하십니까? 목줄이 손에서 벗어났다고요!”

“응? 뭐라고?”

남작이 방금 잠에서 깨기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비어있는 자신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흡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키에엑!”

“으아악!”

홉고블린의 고함 소리에 놀란 남작이 비명을 지르며 상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괴물은 그냥 놔둔 채로.

홉고블린은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에 있던 의자 하나를 분질러 무기처럼 만들었다.

그동안 남작에게 잡혀 있던 분풀이를 근처 일반인들에게 할 생각으로 보였다.

“도망가자!”

“괴물이 풀려났어!”

“키익! 키익!”

홉고블린은 도망가는 사람들을 따라 쫓아가려다가 한 곳을 보고 멈칫했다.

탁자 위로 보이는 골드에 흥분한 나머지 그쪽에 흥미를 가진 것이다.

황금 고블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 종족이었으니까.

그런 보물 주위에 아직 도망가지 못한 상점 주인이 있었다.

보물에 눈이 먼 홉고블린이 흉포한 본성을 드러내며 상점 주인을 공격하려고 했다.

“피해요!”

세이야가 몸을 날려 홉고블린의 공격을 막아냈다.

맨몸으로 공격을 막아섰기에 세이야의 피가 주변으로 튀었다.

괜한 사람의 피를 보게 된 상점 주인이 소리쳤다.

“놔두고 그냥 도망가!”

“코앞에서 괴물에게 습격받는 사람을 놔두고 갈 수는 없거든요!”

피를 본 홉고블린이 다시 뾰족한 나뭇조각을 추켜올렸다.

이제 곧 눈앞에 인간들의 뜨거운 피가 번쩍이는 황금의 산에 색을 더할 것이었다.

그것이 홉고블린이 죽기 전 즐겼던 착각 속의 광경이었다.

홉고블린이 행동을 취하기 전 김검천이 광선검을 뽑아 목을 날려 버린 것이다.

상점 주인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저건 설마 오러? 저 사람은 도대체?”

그제야 신고를 받고 경비대에서 출동한 기사와 경비병들이 상점으로 달려왔다.

“홉고블린은 어디 있소?”

겨우 정신을 차린 상점 주인이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미 잡았소. 왜 이리 늦은 거요? 이분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쳇, 그러면 출동할 필요도 없었잖아. 지금 장난하는 거요?”

“아니, 기사님. 그런 말이 아니라…”

기사가 투덜거리며 상점 주인에게 불평을 늘어놓자 세이야가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수도와 시민들을 지켜야 할 경비 기사가 그런 말을 하다니.”

“너는 누군데 경비 기사에게 이래나 저래라…억? 설마 세이야 세자 저하?”

이 경비 기사는 그래도 근위 기사와는 달리 윗선에서 내려온 공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상점 주인의 입은 주먹이라도 들어갈 정도로 크게 벌어졌고.

“이거 실화냐? 구해주신 분이 세자 저하라니! 귀족도 아닌 저자를 돕기 위해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는 다 똑같거든요.”

그 말대로 계급의 정점에 있는 세이야의 앞에서는 귀족이든 평민이든 다 똑같은 것이었다.

그 후 상점 주인은 보는 사람마다 자신이 구조받은 일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니들이 왕세자 저하를 알아?”

한 나라의 왕세자로부터 평민이 직접 도움을 받은 일이 흔할 리 없었다.

그렇게 김검천과 세이야에 대한 소문은 조금씩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져나갔다.

이 나라가 전보다 더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

수도에서의 일이 끝난 김검천과 세이야는 몇 가지 물품을 더 챙겨서 함선으로 귀환했다.

쿠퍼가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김검천님. 세이야.”

“오랜만이야. 쿠퍼. 그동안 잘 있었나?”

리에가 쿠퍼의 뒤에서 고개를 쏙 내밀더니 두 팔을 벌리며 김검천에게 다가와 꼭 안겼다.

그림을 들고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김검천을 반갑게 맞이해 준 것이다.

김검천도 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쓰다듬을 받으며 미소를 짓던 리에를 보며 쿠퍼가 말했다.

“이번에 테이룬 경은 안 오셨나 봅니다.”

“그는 잠시 국왕 옆에 있기로 했지. 이쪽과 연락할 수단은 남겨두고 왔다.”

“그렇습니까. 그보다 리에가 김검천님과 세이야를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늘은 두 사람을 기다린다고 그림도 그리면서 함선 문 앞에서 계속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오늘 도착하는 걸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예. 오늘따라 많이 그리웠나 봅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행동이었지만 쿠퍼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신경 쓰이는 김검천이었다.

리에의 선물이 결국 국왕을 위한 일이 되지 않았는가.

“리에의 말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거든. 거기다 이번에 리에 덕을 많이 보았고.”

리에가 김검천에게 떨어지며 활짝 웃었다.

떨어지면서 보이던 그림에는 김검천과 세이야, 쿠퍼와 국왕 같은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제 말이 맞죠? 예쁜 목걸이로 할아버지의 몸이 나아지셔서 다행이에요!”

김검천이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듯했다.

말을 마친 리에는 이번에 세이야에게 다가가서 매달렸다.

오랜만에 보는 세이야라서 당분간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방금 들은 말이 이해가 안 갔는지 쿠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방금 리에가 무슨 말을 한 겁니까?”

김검천이 잠시 숨을 돌리면서 수도에서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리에의 말에 따라 마석 목걸이가 도움이 된 것도.

쿠퍼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겁니까!”

“목걸이만으로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 그래서 드디어 그걸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세이야.”

세이야가 쿠퍼에게 들고 온 상급 마석을 넘겨주었다.

상급 마석은 물고기 같은 유선형 체형에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상급 마석의 아름다운 자태에 쿠퍼가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상급 마석이라니! 마물의 숲에서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입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드문 아이템이지. 국왕을 도와줬더니 왕관에서 튀어나오더군.”

“…뭔가 국왕을 때려잡았다는 말처럼 들리는 건 제 착각이겠지요?”

“그랬으면 세이야와 함께 돌아온 게 아니라 군대가 같이 몰려왔겠지.”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 정도의 마석은 높으신 분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거니까요. 응?”

쿠퍼가 상급 마석을 조금 더 얼굴에 가까이 대며 살폈다.

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그만큼 마나 보유량이 많은 마석인데 이건 푸른빛이 연했다.

쿠퍼가 안타까운 듯이 입을 열었다.

“대충 살펴본 거지만 이 상급 마석은 에너지가 다 된 상태로 보이는데요.”

“네 말이 맞을 거다. 이게 힘을 다한 상태라 왕관이 제 힘을 발휘 못 했다고 하더군.”

“상급 마법 도구 말입니까. 국왕이 세뇌당한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도 잘 들고 오셨습니다.”

“이런 상태라도 마음에 드는가 보군.”

“에너지가 다한 상급 마석이라고 해도 중급 마석 이상의 가치는 충분하거든요.”

“등급이 높은 건 이용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 건가.”

“상급 마석 이상부터는 스스로 에너지를 회복시킬 수가 있거든요.”

“잠깐. 에너지가 충전되는데 이 상급 마석이 중급 마석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된다고? 상급 마석 2개를 가지고 있다면 번갈아 사용해도 될 거 같은데.”

쿠퍼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에너지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얼마나 오래 걸리기에?”

쿠퍼가 손가락 2개를 내밀었다.

김검천이 대답했다.

“2일이나 2주정도라면 말도 안 꺼냈겠지. 그러면 2달 정도 걸리나?”

쿠퍼가 고개를 저었다.

“2년?”

“이거는 한 20년은 걸릴 겁니다. 충전해서 재사용할수록 효율도 떨어지거든요.”

김검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에너지가 회복된다고 해도 20년이라는 세월은 길어도 너무 길었다.

“그 정도면 차라리 새 걸 구하러 돌아다니는 편이 훨씬 낫겠군. 그래도 회복이 된다니 상급 마석쯤 되면 국가에서 관리한다는 게 이해가 되는군.”

쿠퍼가 막 입을 떼려는 순간 미리내가 끼어들었다.

[이야기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침입자가 있습니다.]

김검천이 미리내에게 말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먼 길을 와서 샤워라도 하고 싶은 참이거든.”

[뒤로 미루셔야겠습니다. 상대의 진행 경로를 보니 이쪽으로 똑바로 돌파하는 중입니다.]

“포착될 정도라면 500미터 반경 내에는 진입한 상태라는 건가. 홀로그램으로 보여줘.”

미리내가 허공에 주변 지형을 축소한 홀로그램을 띄워주었다.

현재 이동하고 있는 상대의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걸 본 쿠퍼가 허둥거렸다.

“여기를 어떻게 찾아왔을까요? 설마 이번에도 저 때문에 발견된 걸까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럴만한 게 있습니까?”

“나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게 원인일 것 같군.”

김검천이 쥐고 있던 상급 마석을 펴보았다.

만약 누군가가 수작을 부렸다면 이 상급 마석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국왕이 세뇌가 된 것도 이 상급 마석이 계기가 되었으니까.

그 말은 지금이라도 이걸 부수면 추적자에 대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함선은 은신 모드를 기동 중이라 보이지 않는 상태였으니 숨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김검천은 그럴 생각은 없었다.

숨는 대신 추적자를 반으로 접어버리면 문제도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것이었다.

“이런 곳까지 나를 쫓아올 정도라면 직접 만나서 얼굴 정도는 보여주는 게 예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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