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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91화 (91/250)

91화

아직 싸우고 싶은 의지가 남아있는 쿠퍼가 요청했다.

“명령이시라면 당연히 따르겠지만 아직 저에게는 한 자루의 금속 망치가 남아있습니다!”

“기세만으로 싸울 만한 상대가 아니다. 거기다 넌 지금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 상태로 보여.”

쿠퍼가 멈칫했다.

상대가 제국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냉정을 잃은 모양이었다.

처음 기습 공격이 성공해서 밀어붙였다면 몰라도 정면에서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쿠퍼가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면 마스터 나이트라고 불리지도 않았을 테고.

쿠퍼가 킬만을 노려보더니 금속 해머를 거두었다.

“죄송합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투지가 불타오르더군요.”

“투지가 너무 과했던 것 아냐?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네요.”

쿠퍼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물러서자 킬만이 의외라는 듯 김검천에게 말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제국에서도 상급 기사는 되어 보이는데 네 한마디에 물러나다니?”

“그냥 죽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저자를 겁쟁이로 만들 생각인가? 끝을 보게 놔두는 게 어떻겠나?”

“누구 좋으라고. 쿠퍼는 네 취미를 위한 제물이 아니다.”

“크크크, 그래서 네가 나온 건가? 쿠퍼란 자 대신 죽기 위해서?”

킬만이 음침하게 웃었다.

그 말에 김검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료사에게 자신에 대한 실력을 들었다면 할만한 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너,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가?”

“테이룬에게 협력해서 테우펠 공작을 해치운 거라면 치료사에게 이미 들었다. 그러니 여기까지 쫓아온 게 아닌가.”

“테이룬에게 협력을 했다라. 테이룬이 나에게 협력한 게 아니라?”

“알게 뭐냐. 네가 테이룬보다 강하지는 않을 테니. 그는 왕국 최강의 기사 아닌가?”

“확실히 테이룬은 이 왕국에서만큼은 최강인 것 같더군. 하지만 난 이 왕국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테이룬만큼이나 강하다는 거냐?”

“그만큼이 아니라 테이룬보다도 강하다.”

“크하하하! 이거 오랜만에 웃었군. 보답으로 깔끔하게 죽여주마! 오러참!”

킬만의 검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반원 형태로 김검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눈앞에 있는 건 무엇이든지 베어 버릴 듯한 기세의 오러였다.

그게 김검천만 아니었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실드.”

김검천이 손에 실드를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실드의 경사를 조절한 후 오러참을 후려갈겼다.

- 투웅.

오러참은 도로 날아갔기에 킬만은 목이 부러질 정도로 급격히 얼굴을 돌렸다.

그럼에도 오러참의 여파는 그의 얼굴에 깊숙한 상처를 입혔다.

킬만은 천천히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끝에 피가 흥건히 묻어나왔다.

킬만이 믿어지지 않은 표정으로 김검천에게 말했다.

“오러를… 튕겼다고? 오러끼리 상쇄하는 일은 있기는 해. 오러는 같은 오러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 이건 오러가 아니잖아!”

“그렇게까지 놀라주니 오히려 내가 감사한 느낌인걸. 그러면 내가 더 고맙게 해주겠어?”

김검천이 킬만을 향해 팔을 겨누었다.

“총탄 폭약형 선택. 암건 발동.”

팔에서 솟아난 총구가 원형으로 돌아가며 총탄을 발사했다.

“윽? 이건 또 뭐냐!”

킬만이 연신 검을 움직이며 날아오는 탄환을 쳐내었다.

그것이 검 실력에 자신이 있던 킬만의 실수 아닌 실수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마나 보호막을 사용하는 게 더 나았을 테니까.

총알은 검에 부딪히자마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 쾅!

오러 유저를 상대로 폭발력이 그렇게 높지 않은 암건이 킬만에게 치명타를 줄 수는 없었다.

다만 무수히 날아드는 탄환과 폭발 소리는 그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폭발로 인해 생긴 연기는 김검천이 어디에 있는지 놓치기 만들기 충분했고.

그 순간을 틈타 다가온 김검천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 슈욱.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는데도 주먹의 파공성이 귓가를 울릴 지경이었다.

단순한 주먹일 뿐인데 쿠퍼의 금속 망치보다도 이쪽이 더 무서웠다.

“아직, 아직이다! 오러편!”

킬만의 검에서 쿠퍼 때와 마찬가지로 푸른빛이 번뜩이는 순간 오러가 변형되었다.

채찍처럼 변한 오러는 검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김검천을 향해 휘둘러졌다.

검에 서린 오러가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살아 있는 듯 알아서 방어를 시도한 것이다.

“이래서 쿠퍼가 아까 너를 끝장내지 못한 거군. 각도의 제한 없이 반격하는 오러인가.”

변형된 오러가 오러 소드에 서린 오러처럼 평범하게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김검천은 실드로 몸을 보호하며 오러편을 팔꿈치로 후려갈겼다.

- 투웅.

오러편은 마치 탄력 있는 물체처럼 팔꿈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는 동시에 실드에 보호되고 있는 김검천의 팔을 휘감으려 들었다.

김검천은 팔에 두른 실드를 늘려 오러를 밀어내면서 바로 5미터 정도 거리를 벌렸다.

김검천의 행동을 본 킬만이 눈을 빛냈다.

“이 거리는?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오러편!”

킬만이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아까같이 채찍처럼 변한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끝부분에 추가 달린 모습의 오러편이 김검천을 향해 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5미터나 되는 채찍인 만큼 처음에는 휘둘러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오러편이 가속했다.

김검천에게 도달할 무렵에는 오러의 채찍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채찍의 끝부분이 사라진다고 느낀 순간 김검천의 눈앞에서 희미한 물체가 나타났다.

김검천이 어깨를 틀었을 때는 이미 오러의 채찍이 파워드슈츠를 훑고 지나간 뒤였다.

- 파팍!

휘두르는 소리는 채찍이 김검천을 강타한 후에야 울려 퍼졌다.

파워드슈츠가 오러를 견딜 수 있다고 해도 아예 타격을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건 인간의 육체였다.

육체에 나노머신이 있고 파워드슈츠에 충격 완화 장치가 있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지속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위험한 것이다.

김검천이 살짝 패인 파워드슈츠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빠르구나. 육체의 반응속도보다.”

[방금 저 공격은 마지막에 음속을 돌파했습니다. 그 덕에 소닉붐에 의한 피해도 받았고요.]

“그래서 공격하는 소리가 나중에 들렸군. 채찍의 속도가 소리보다 빨랐던 거야.”

- 찰싹.

킬만이 다시 한번 오러의 채찍을 땅바닥에 두들겼다.

장난스럽게 휘두른 모양인데 땅바닥이 움푹 파질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

거기에 가속도까지 붙으면 소리보다 빠른 오러 공격이 되는 것이다.

“어떤가? 평범한 마스터 나이트처럼 오러 소드에 그치지 않고 채찍으로 변형시킨 오러가.”

“제법 아프더군. 파워드슈츠에 손상이 갈 정도였으니까.”

“파워드슈츠라는 이름의 마갑인가. 그러고 보니 아까 이 왕국의 사람이 아니라고 했었지?”

“내가 너한테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 안 믿겨지나?”

“아니. 오히려 방금 일로 네가 왕국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해졌다. 이런 왕국에는 그 정도로 단단한 마갑이 있을 리 없으니까.”

“그렇다고 네가 사는 제국의 사람도 아니라고.”

“그러면 다른 대륙의 사람이라도 되는 건가?”

“그보다 더 먼 곳이라고 해두지.”

“뭐, 그건 아무래도 좋다. 우리 제국에서도 황제 폐하께서나 지닐 수 있는 물건이라니.”

킬만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김검천의 파워드슈츠를 바라보았다.

이미 김검천의 파워드슈츠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김검천이 파워드슈츠를 툭툭 쳤다.

“이게 탐나나?”

“오러 소드도 아니고 오러편에도 박살 나지 마갑이니 당연하지.”

“오러편이라는 게 오러참같이 원거리 공격보다는 확실히 강했어.”

“테이룬과 같이 다녀서 그런지 제법 오러에 대한 경험은 있는 것 같네.”

김검천은 킬만이 이상하게 테이룬에게 집착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긴 같은 마스터 나이트라면 그들 중에서 누가 더 강한지 신경 쓰이긴 할 것이었다.

그래도 킬만은 필요 이상으로 테이룬에 관심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에 김검천은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금 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테이룬과 잘 지냈다는 건 아니거든.”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해. 잠깐만. 그렇다면 이 나라에 별로 충성할 필요도 없겠군.”

“그거야 태어난 곳도 아니니까. 잠시 여행하러 들린 정도의 느낌이랄까.”

“혹시 살고 싶은가?”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면 한 가지 요구만 들어주면 너에게서 손을 떼기로 하지.”

“꽤 마음 크게 먹은 것 같은데. 방금 전만 해도 오러를 날리며 날 죽이려고 든 것치고는.”

킬만은 김검천의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일단 넘어가 주기로 했다.

킬만이 잠시 망설이다가 김검천에게 말했다.

“김검천. 제국의 사람이 되어라.”

“나보고 제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거냐.”

“그렇다. 테우펠 공작을 처리한 걸 보니 상급 기사 중에서도 상위의 실력도 가진 모양이고.”

“상급 기사정도라고? 난 테이룬도 때려잡은 적이 있거든.”

궁지에 몰린 김검천이 아무 말이나 한다고 생각한 킬만이 피식 웃었다.

킬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마스터 나이트를 때려잡을 수 있다는 자가 마스터 나이트가 아니라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하루 정도는 주도록 하지.”

“하지만 거절한다.”

킬만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김검천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제국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뿐이다. 물론 파워드슈츠는 반납해야겠지만.”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제국이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또 모를까.”

“네 놈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킬만의 채찍이 다시 꿈틀거렸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내가 파고 있는 건 네 무덤이라고. 미리내. 부탁해야겠어.”

[가상 전투 완료. 이번 공격 예측 방향은 머리 쪽입니다.]

“반중력 장치와 동시에 공기 노즐 기동.”

다시 한번 나타난 오러편이 김검천을 노리기 위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검천이 무릎을 굽히자 지면과 발밑 사이에 마찰력이 사라졌다.

다리 부근에서 공기 노즐이 튀어나오더니 압축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네 놈의 약점, 그건 공격은 빠르지만 방향은 단순하다는 거지. 준비 동작도 너무 길어.”

오러편이 날아들었지만 이미 김검천은 공격 위치를 예측하고 있던 상태.

아무리 강하고 빠르다고 해도 오러의 채찍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오러편에 휘두르는 힘을 전해기게 하는 행동이 있어야 그제야 음속을 넘는 공격이 되었다.

미리 방향을 예측이 가능하다면 오러편은 오히려 오러 소드보다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킬만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김검천을 보고 다급히 오러 소드로 다시 바꾸었다.

“죽어라!”

“그 말조차도 꺼내는 게 느리군. 하지만 네 패배는 빠를 거야.”

김검천이 어느새 꺼낸 광선검으로 킬만을 사선으로 베어 올렸다.

- 서걱.

킬만의 오른쪽 팔이 광선검에 스치며 쥐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오러보다 더한 위력을 지닌 광선검이었다.

스쳤다지만 달려있는 게 이상할 정도가 돼버린 팔이니 더 이상의 공격은 무리로 보였다.

김검천이 광선검으로 킬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무기도 없으니 어떻게 할 작정이지? 이번에는 내가 요구를 하지. 이대로 돌아가면 목숨은 건지게 해주마. 대신 다시는 나와 얼굴을 마주하지 마라.”

“아니, 아직. 아직이다!”

킬만이 어깨에 있는 마갑을 벗어던졌다.

드러난 어깨 부분에는 혈석이 박혀있었다.

김검천은 테우펠 공작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도 혈석을 이식한 건가? 그 힘에는 분명히 부작용도 있을 텐데.”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은 당연한 것이다! 오너라!”

- 쿵쿵.

주변의 숲이 시끄러워진다 싶더니 뭔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5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들 위로 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모습을 나타낸 건 오우거를 아이 취급한다는 외눈박이의 거인, 사이클롭스였다.

킬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하! 어떠냐! 혈석을 이용한 비장의 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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