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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92화 (92/250)

92화

- 우지직.

사이클롭스가 지나치다 거치적거리는 나무를 밀었다.

가벼운 손짓처럼 보였지만 사람 몸통만 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힐 정도의 힘이 담겼다.

그 나무를 은신처 삼아 사람들을 덮칠 기회를 엿보던 괴물들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거기에는 괴물 중에서도 머리 나쁘기로 소문난 트롤이 섞여 있었다.

트롤은 사이클롭스에 놀라 도망치려다가 옆에서 동족인 또 다른 트롤을 발견했다.

트롤들이 서로 눈길을 교환하더니 나무를 하나씩 집어 들고서 사이클롭스에게 돌진했다.

트롤들은 단순한 머리로 열심히 생각했다.

자신의 2배는 될듯한 크기의 사이클롭스였지만 이제 트롤과 트롤이 모여 2배가 되었다.

그러니 무기를 든 자신들이 재생력도 있으니 유리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도출된 것이다.

무식하기로 이름 높은 트롤들의 나무 몽둥이가 사이클롭스의 정강이 부분을 가격했다.

트롤의 공격을 받은 사이클롭스가 모기라도 물린 듯이 당한 부위를 긁더니 손바닥을 폈다.

모기에게 물렸으니 때려잡아야 할 거 아닌가.

- 퍼엉.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이클롭스의 손바닥이 트롤 한 마리의 상반신을 가격했다.

곧이어 손바닥을 떼자 상반신 일부가 납작하게 짓눌려 있는 트롤의 시체만 보였다.

트롤이 자랑하는 재생력도 일단 숨이 붙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제야 살아남은 트롤이 몽둥이도 팽개치고 다른 괴물처럼 도망가기 시작했다.

때는 이미 늦었지만.

사이클롭스가 주먹으로 도망치던 트롤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가 으깨진 트롤은 몇 발자국 더 뛰어가다가 쓰러졌다.

사이클롭스가 녹색 피가 묻은 손을 움켜쥐며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쿠오오오오--!”

단순한 고함인데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고막이 아플 정도의 크기였다.

사이클롭스는 트롤들을 짓이겨 놓은 후 킬만으로 향했다.

얼핏 보면 킬만이 사이클롭스에게 금방이라도 밟힐 것처럼 보였다.

예상대로 사이클롭스는 트롤을 잡았을 때처럼 킬만을 향해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킬만이 그나마 멀쩡한 손으로 급히 어깨 부근의 혈석을 만지며 명령을 내렸다.

“멈춰라! 사이클롭스!”

사이클롭스는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눈에 핏줄이 선 채로 움직임을 정지했다.

혈석을 이용해 사이클롭스를 진정시킨 킬만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 대신 혈석으로 대형 괴물을 조정할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군.”

사이클롭스의 커다란 고함에 귀를 틀어막았던 쿠퍼가 중얼거렸다.

“사이클롭스? 어떻게 대형 괴물 중 하나인 녀석이 이 자리에? 거기다 킬만의 말을 듣다니?”

쿠퍼와 다르게 귀를 막지 않고 버티던 김검천이 대꾸했다.

“지금 저 광경이 평범한 건 아닌가 보군.”

“소형, 아니 중형 괴물까지는 제어 마법으로 다룰 수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괴물을 다루는 건 처음 보는 일입니다. 사이클롭스치고는 좀 작아 보이긴 하지만요.”

“그러고 보니 고블린처럼 인간보다 작으면 소형, 트롤이나 오우거 같으면 중형인 건가.”

“중형이라고 해도 오우거처럼 강한 괴물도 있고요. 하지만 오우거라도 대형 이상의 괴물이 상대라면 무리일 겁니다. 등급을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하긴 체급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긴 하지. 아까 보니 중형이라는 트롤도 한방이더군.”

사이클롭스의 포효가 잦아들자 그제야 귀에서 손을 뗀 쿠퍼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귀를 막고 있었는데 김검천의 말소리가 똑똑히 들린 것이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쿠퍼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귀를 막았는데 내 말이 들려서 그럴걸. 골전도를 통한 소리 전달은 겪어 보지 못했을 테니.”

[뼈의 진동으로 소리를 듣는 방법 말입니까? 그건 대화 전달 수단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으니 당연한 거지만 처음 겪는 사람은 이야기가 다를걸. 공기 진동을 통하니까 이곳 사람들은 귀가 가리면 소리를 못 듣는다 생각한 거겠지.”

자신의 명령을 따르기 쉽도록 사이클롭스를 제어하던 킬만이 김검천에게 말했다.

“공포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이냐? 이 녀석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대화나 하다니.”

“이 정도로 놀라기에는 경험이 많아서 그래. 난 더 큰 녀석을 본 적도 있다고.”

“웃기지 마라. 이런 대형 괴물은 전장에서 뼈가 굵은 기사들도 보기 힘든 존재다.”

“내가 그 정도에 놀랄 것 같으면 애초에 네가 여기까지 찾아올 일도 없었을걸. 그보다 그것도 혈석의 힘에 의해 성립된 일인가.”

아까 전과 같이 킬만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 않은가.

숨겨두었던 사이클롭스까지 불러냈으니 킬만의 눈에는 이미 김검천이 시체로 보였다.

“이 왕국에서 행해진 모든 것들이 우리 제국을 위한 행동이었지.”

“국왕이 당한 세뇌라든지 혈석의 힘을 끌어내려고 노력한 테우펠 공작의 일도 말인가?”

“이렇게 실패해도 나름대로 얻는 이득이 있다는 것이지. 아니, 오히려 실패해서 더 좋군.”

“치료사가 꽤 미운 모양이로군.”

“이 몸이 혈석의 힘에 대한 권한만 있었다면 테이룬도 처리할 수 있었을 테니까.”

킬만이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걸 본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마스터 나이트라는 위치에 있는 킬만에게 비웃음을 던지는 존재는 오랜만이었다.

킬만이 발끈했다.

“뭐가 그리 웃기나?”

“너, 보아하니 테이룬과 싸운 적이 있는 것 같네. 결과는 네 패배로 끝났을 테고.”

“그… 그건 어떻게 알았지?”

“아까 전부터 테이룬, 테이룬 시끄럽게 굴었으니까. 거기다 네 오러의 쓰임새도 그랬고.”

“오러의 모양을 바꾼 게 도대체 어떻다는 거냐?”

“테이룬은 너처럼 단순히 오러 모양만 변형시킨 게 아니었거든. 오러 자체의 성질을 변형시켰지.”

킬만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지금 이 몸이 테이룬보다 못하다는 건가?”

“실제로 못 하니까 하는 소리지. 넌 오러를 다른 성질로 변형할 수 없잖아.”

“하지만 테이룬이 아무리 오러를 변형시켜도 사이클롭스를 이길 수는 없다!”

“그건 해봐야 알 일이지. 거기다 넌 혈석을 이용하고도 괴물을 제어하기 힘든 모양이던데?”

“제어하기 힘들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무기라는 말이라는 걸 모르나? 가라! 사이클롭스!”

“크오오!”

킬만의 명령을 들은 사이클롭스가 주먹을 쥐고 김검천을 향해 힘껏 내리꽂았다.

덩치가 커서 동작이 느릴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공격이 빨랐다.

그렇다고 해도 김검천이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 쿵!

주먹이 내리꽂힌 대지가 움푹 파이며 방사선으로 균열이 생겼다.

충분히 거리를 벌려 피한 김검천이 잠시나마 균형을 잃을 정도였다.

사이클롭스로부터 떨어져 있던 킬만마저 비틀거릴 정도였다.

김검천이 첫 번째 공격을 피해내자 사이클롭스가 준비하고 있던 다른 주먹을 날렸다.

아까 전 공격에 균형을 잃었던 김검천은 이번에는 공중으로 살짝 뛰어 피해냈다.

사이클롭스가 그 틈을 노려 김검천을 발로 찼다.

- 푸싱.

김검천은 평소와 같이 공중에서의 공격은 압축공기를 이용해 피해내려고 했다.

그런데 사이클롭스가 걷어찬 발에 의해 생겨난 거센 풍압이 김검천의 회피를 방해했다.

7미터가량의 덩치에서 나오는 발차기는 작은 태풍 못지않은 힘을 지녔다.

이것이 대형종이라고 불리는 괴물의 위력이었다.

“이런.”

태풍에 휘말린 낙엽같이 흔들리던 김검천이 양팔로 머리를 가리고 실드를 전개했다.

몸을 보호한 순간 발차기에 정통으로 맞고 뒤쪽에 있던 암벽으로 날아갔다.

- 으드득! 쾅!

부딪힌 암벽에서 충격으로 흔들리며 돌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대로 돌진한 사이클롭스는 김검천이 날아간 암벽 부위를 향해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암벽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이기지 못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쿠콰콰콰쾅!

뿌옇게 피어나는 돌 먼지를 본 쿠퍼의 두 눈에 핏줄이 섰다.

사람이라면 사이클롭스의 저런 무식한 공격을 맞고 살아날 수가 없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라도 가루가 될 듯한 공격이었으니까.

“김검천님!”

쿠퍼가 금속 망치를 붙잡고 돌격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킬만이 손을 까닥거렸다.

“하하하! 네 놈 따위가 마스터 나이트를 상대하겠다는 거냐?”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려는 거다!”

“그게 소원이라면! 네 놈마저 죽이면 세이야라는 어린 녀석도 죽이겠다. 그리고 리에라는 아이는 평생토록 마석을 충전시키는 일을 시켜 제국에 도움이 되도록 해주겠다!”

“제국, 그것도 이름 높은 마스터 나이트라는 놈이 그딴 비열한 소리나 하다니!”

그때였다.

마구 주먹질을 하던 사이클롭스가 한 손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서며 비명을 질렀다.

“쿠오오!”

뒷걸음치는 사이클롭스의 손에서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암벽 부근에서 무슨 신호처럼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실드로 공격을 막아내던 김검천이 광선검을 꺼내 사이클롭스의 주먹을 베어버린 것이다.

덩치가 큰 만큼 김검천의 공격은 치명타가 되지 못했다.

애매한 상처는 오히려 폭력성을 유발했다.

사이클롭스는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 준 김검천을 그냥 놔둘 생각은 없어 보였다.

김검천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김검천에게는 복수하기 좋은 원거리 공격 수단도 있었다.

“덩치가 크니 굳이 조준할 필요도 없겠지. 준비되는 대로 미사일 발사. 이후 숄더 캐논 모드로.”

[모드 기동. 이행합니다.]

- 키이잉. 철컥.

김검천의 양어깨 위로 미사일과 장갑이 변형해 만들어진 2개 포신의 작은 포탑이 나타났다.

사이클롭스가 김검천을 향해 손을 펴서 잡아 뭉개려고 들었다.

[연속 발사.]

김검천의 어깨에서 작은 화염과 함께 미사일과 포탄이 동시에 발사되었다.

김검천이 공중에서 포탄을 쏜 반동으로 살짝 밀리며 날아드는 손을 피해냈다.

- 쿠왕!

사이클롭스의 얼굴과 가슴에 미사일과 포탄의 불꽃이 피어났다.

미사일이 적중한 가슴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가 났다.

포탄이 명중한 얼굴에는 머리에 불까지 붙었고.

사이클롭스는 타오르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휘청거리는 사이클롭스의 팔을 향해 김검천이 광선검을 휘둘렀다.

광선검이 스친 자리마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피가 튀어 올랐다.

공격을 성공시킨 김검천이 사이클롭스를 발판삼아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쿠오오오!”

겨우 머리에 붙은 불을 끈 사이클롭스가 김검천을 향해 포효를 질렀다.

처음과는 달리 지금의 포효에는 김검천에 대한 절망과 공포도 섞여 있었다.

방금 공격으로 자칫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받았으니까.

고통이 사이클롭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 만큼 잔인한 본성도 자극했고.

그렇기에 김검천은 나머지 미사일과 숄더 캐논을 날리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사이클롭스를 잡기도 전에 실탄이 다 떨어지면 괴물의 공격성만 자극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김검천은 다른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미리내. 배틀 머신을 기동시켜. 입자 원격전송은 아직 에너지가 모자라니까 사출만 해.”

[긴급 기동. 함선 내 배틀 머신 사출 준비 중. 10, 9, 8, 7….]

함선 미르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출구 중 하나가 열리며 배틀 머신이 각 부위별로 쏘아졌다.

발사된 배틀 머신의 목적지는 김검천이었다.

날아오는 배틀 머신을 본 김검천의 손등으로부터는 인장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김검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1차 인장 강제 해방. 머신 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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