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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93화 (93/250)

93화

배틀 머신을 사용하기 위해서 현재로서는 김검천의 주위에 해당 장비가 존재해야 했다.

그렇기에 수도에서 사용할 때는 직접 배틀 머신의 일부를 들고 가기도 했고.

지금은 근처에 함선이 있었으니 조금 더 먼 거리에서 배틀 머신을 부를 수 있었다.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 선형 궤도로 발출하면 여기까지 배틀 머신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나눠진 배틀 머신 부위를 자동으로 합치기 위해서는 미리내의 도움이 필요했다.

공중에서 합체할 수 있게 궤도를 계산하는 건 인간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원격 개입. 배틀 머신 합체 개시.]

미리내의 계산대로 날아온 배틀 머신이 허공에서 합체했다.

사이클롭스의 바로 머리 위쪽이었다.

김검천은 다리 쪽의 압축공기를 분사해 열려있는 흉부 장갑 부위로 몸을 날렸다.

배틀 머신의 흉부 장갑은 닫히면서 김검천을 끌어당겼고.

조종석에 들어선 김검천은 따로 행동을 취할 필요도 없었다.

날개가 없는 건 추락하기 마련이니까.

신장 10미터 이상, 중량 100,000킬로그램을 가볍게 넘는 배틀 머신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다음 목적지는 사이클롭스. 사이클롭스입니다.]

이유 있는 압도적인 중량이 사이클롭스를 덮쳤다.

사이클롭스가 대형 괴물이라지만 배틀 머신은 그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공중에서 떨어진 배틀 머신의 중량을 버티지 못한 사이클롭스는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무슨 사태인지 파악이 안 되어 혼이 나가 있던 킬만이 있는 장소로.

겨우 정신이 차린 킬만은 자리를 피하려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피할 수 없다는 미래를 접한 그는 비명을 지른다는 선택권밖에 없다는 것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으아악!”

- 쿠우우웅!

“크오오오….”

수백 킬로의 무게 정도만 덮쳐도 일반인은 압력에 의해 부상이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었다.

하물며 지금은 사이클롭스 같은 대형 괴물에다가 배틀 머신의 무게까지 더해진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그를 덮친 파괴력은 100톤도 넘은 것이다.

킬만이 혈석의 힘을 얻었고 오러로 신체를 강화했다고 해도 기반은 인간의 육체였다.

킬만이 세상에서 사라지기에는 충분한 무게였다.

킬만이 마지막으로 느낀 죄의 대가는 아주 무거웠다.

배틀 머신에 탑승 중인 김검천에게 있어 킬만은 이제 흥미 거리도 되지 못했다.

김검천의 에너지 반응로에서 나온 빛의 입자들이 나무줄기처럼 얽혀 있었다.

빛의 가지는 김검천이 몸을 움직이는 대로 배틀 머신의 각 부분에 동작을 전달했고.

- 부웅.

김검천의 조정석 주변으로 빛의 파문이 퍼져나가면서 주변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김검천은 주변 상황을 확인하며 미리내에게 물었다.

“배틀 머신의 충전율은?”

[20% 정도입니다. 장기간 전투는 무리입니다.]

“싸우다가 중간에 멈출지도 모를 수준이니 빨리 끝내야겠군.”

[김검천 함장님이 저런 상대로 전투가 길어진다면 그게 더 문제 같습니다.]

“그러면 자비를 베풀어 줄까? 고통 없이 빠르게 죽여주는 방향으로.”

[저도 찬성입니다.]

배틀 머신이 짓밟고 서 있던 사이클롭스의 양쪽 발목을 붙들었다.

사이클롭스가 크다고 해도 배틀 머신에 비하면 체격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7미터나 되는 사이클롭스가 점차 지면에서 높이 떠올랐다.

배틀 머신은 사이클롭스를 잡은 채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회전시켜나갔다.

- 부우웅.

괴물을 잡고 돌릴 뿐인데 배틀 머신을 축으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김검천이 외부 스피커를 이용해 경고했다.

“쿠퍼. 어딘가 피해있어라. 너도 휘말릴 수 있다.”

“이미 피한 상태입니다!”

조종석 전방위 화면에 쿠퍼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구멍 속으로 대피한 모습이 보였다.

김검천은 안심하고 더욱 몸을 회전시켰다.

그러다가 가속도가 정점에 달한 느낌이 들자 그대로 사이클롭스를 암벽으로 내던졌다.

- 투콰쾅!

아까 전 김검천이 날려갔던 암벽에 사이클롭스의 머리가 부딪치며 주변에 충격파가 퍼졌다.

부딪힌 충격에 거대한 암벽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흔들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클롭스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버둥거렸다.

괴물답게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한 방 크게 먹여주기 전에 먼저 힘을 빼내야겠군. 미리내. 현재 내장되어 있는 무기는?”

[근접용 기본 장비 외에 원거리용으로 배틀 캐논이 있습니다.]

“배틀 캐논 준비.”

[배틀 캐논 전환.]

배틀 머신의 손가락 끝 부근이 열리며 포탑의 포신이 드러났다.

손가락 하나만 나타난 게 아니라 손가락 10개 모두에서 나타난 것이다.

거기다 10개의 포탑 모두 암건보다 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숄더 캐논 못지않은 위력을 가졌다.

“배틀 캐논 발사!”

손가락으로부터 배틀 캐논이 연속 발사되었다.

폭격을 받는 사이클롭스의 전신으로부터 회색의 연기와 붉은 화염이 연신 치솟았다.

사이클롭스는 그 와중에도 대형종의 괴물답게 손으로 방어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이 정도로는 끝이 나지 않는군. 근접 무기의 준비는?”

[이미 에너지가 충전 완료 해두었습니다. 배틀 머신 잔여 에너지 15% 이하.]

“더 빨리 움직여야겠네. 하단 장갑을 열어줘.”

배틀 머신의 하단 장갑이 열리며 거대한 원통형의 물체가 나타났다.

김검천이 그걸 들자 원통형의 물체로부터 빛의 검날이 생성되었다.

파워드슈츠와 같이 배틀 머신에서도 광선검이 내장되어 있던 것이었다.

크기와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에 따라 같은 광선검이라도 그 위력이 달라지는 법이었다.

김검천은 사이클롭스의 상반신만 한 광선검을 조준하며 미리 작별 인사를 했다.

“죽음이 널 자유롭게 할 것이다.”

광선검은 그대로 사이클롭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쿠오오옥!”

광선검이 틀어박힌 사이클롭스는 배틀 머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사이클롭스는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죽음을 가져온 김검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 같았다.

혈석에게 조종당해서 자유를 빼앗긴 건 괴물에게도 참지 못할 괴로움이었던 모양이었다.

- 콰지직.

한계치 이상으로 강력한 충격을 받은 암벽이 견디지 못하고 위쪽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김검천은 사이클롭스의 가슴으로부터 광선검을 빼 들고 뒤로 물러섰다.

붕괴한 암벽의 잔해는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돌무덤이 돼 버렸다.

킬만과 함께.

[광선검 사용으로 에너지 충전율 5%입니다.]

“에너지는 얼마나 있어도 항상 부족하네. 거기다 배틀 머신으로 지속적인 싸움은 힘들겠어.”

[강력한 위력만큼 에너지가 많이 드니까요.]

“휴대용 이동기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니까. 그나마 한계 시간이 5분은 넘는 게 다행이네.”

김검천이 배틀 머신의 광선검을 수납하며 말을 이었다.

“아마 킬만 자신도 다루기 힘든 힘이라서 협공할 힘이 없어 지켜만 본 것 같은데. 어쩌면 그냥 놔뒀어도 알아서 파멸의 길을 걸었을 테지.”

[킬만이 이렇게 된 건 혈석에 의한 자멸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차단문을 열 때 내가 쓰던 혈석도 폭주한 적이 있었잖아.”

[그때 함선 전체가 오염될 수도 있었지요. 확실히 혈석은 위험한 물건입니다.]

“방금 겪은 일도 있고 하니 일단 혈석 사용은 봉인해둬야겠어.”

“김검천님!”

땅이 무너지던 진동과 소리가 잦아들자 몸을 숨겼던 장소에서 빠져나온 쿠퍼가 소리쳤다.

배틀 머신을 향해 다가가던 쿠퍼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숲같던 이곳은 나무가 다 뽑혀 나가 평지처럼 되어있었다.

곳곳에는 사람이 들어가도 남을 구멍과 함께 대지가 갈라져 황폐해진 모습이었다.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태풍과 지진이 함께 소환된 것 같았다.

쿠퍼가 다시 배틀 머신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다 입을 쩍하고 벌렸다.

김검천이 배틀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감싸인 채 천천히 허공을 내려오고 있었다.

마법하고는 김검천이 거리가 멀다는 걸 알고 있기에 오히려 쿠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마법이나 마나를 쓰지 않고도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일까.

과거 초월 존재로부터 선택받아 마왕을 물리친 영웅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었다.

쿠퍼가 저도 모르게 무릎이 꿇고 싶은 걸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검천님. 그 빛은 도대체. 혹시 초월 존재로 각성하신 겁니까?”

“이거? 광원 효과가 탁월하긴 한가 보네. 이건 배틀 머신의 탑승자를 위해 만들어진 반중력 빔이야. 이동형 장치도 이런 반중력 기능이 쓰인다고.”

“아, 그게 이렇게도 사용될 수 있는 거였군요. 김검천님의 행동은 매번 볼 때마다 새롭네요.”

“나와 같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 익숙해질 거야.”

“무슨 말씀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저니까 이 정도의 반응으로 그치는 거라고요.”

“하긴 한 번도 못 본 걸 목격하면 놀라는 게 당연하긴 하겠지.”

“김검천님.”

“왜 그러지?”

“전 앞으로 김검천님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할까?”

앞으로는 더 놀라운 것들이 많이 나올 텐데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했다.

조금 있으면 김검천 자신이 숨만 쉬어도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로 놀라면 앞으로 내 옆에 있기에 곤란할걸. 그러면 함선으로 돌아가 볼까?”

“알겠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쿠퍼가 주먹을 마주치더니 배틀 머신 앞으로 다가갔다.

김검천이 물었다.

“함선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왜 그쪽으로 가는 거지.”

“이걸 여기에 놔두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배틀 머신을 너 혼자서 들고 가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까짓것 한번 해보지요.”

몸에 힘을 준 쿠퍼가 배틀 머신을 힘껏 당겼다.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넘쳐나는 야성미가 발산되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수십 톤이나 되는 배틀 머신이 움직일 리가 없었다.

쿠퍼가 잠시 후 축 늘어진 채로 도움을 요청했다.

“죄송한데 저 배틀 머신을 함선에서 하신 것처럼 부위별로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옮기는 건 네가 아니라 이쪽이 할 일이거든. 미리내.”

[마침 필요한 무인 장비들이 도달했습니다. 배틀 머신 자동 운반 모드로 변경합니다.]

미리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에서 큐브를 닮은 무인 장비들이 튀어나왔다.

배틀 머신의 격납고에서도 보였듯이 원래 이게 무인 장비들이 하는 일이었다.

그러더니 배틀 머신의 부위별로 달라붙더니 기계 팔로 각자 운반해 함선으로 돌아갔다.

소매를 걷어붙이며 힘을 쓸 준비를 하던 쿠퍼가 허무한 듯 중얼거렸다.

“저런 방법이 있었다니. 상자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유용하네요.”

“가능한 저 녀석들에게 빨리 익숙해지는 게 몸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걸.”

***

김검천이 킬만을 격파하고 함선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제국의 어느 장소를 어떤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 뚜벅뚜벅.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장소.

그렇기에 건물 안에서의 발소리가 주변으로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이곳은 영광의 홀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어디에나 있을 만한 평범한 장소에 영광이라는 호칭이 붙여진 이유는 간단했다.

제국의 황제가 이곳에 있어서였다.

제국의 모든 권력을 가진 절대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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