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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96화 (96/250)

96화

***

제국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김검천은 눈앞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다들 어때?”

“읍읍읍.”

“크흠.”

김검천 일행이 함선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돌아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긴 건 식사였다.

수도에서 먹은 음식보다는 함선 내에서 조리된 요리가 더 맛있었으니까.

보존식인 전투 식량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과 비슷할 정도 맛이었으니까.

“그러면 이걸로 식사의 마무리를 해 볼까.”

김검천이 커다란 접시 위에 올려둔 알약에다가 뜨거운 물을 부었다.

알약은 물을 흡수하더니 점점 불어나더니 원래의 수십 배는 되는 고기의 모습을 찾아갔다.

리에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와! 재밌어! 물을 부으니 커다란 고기가 되었어! 세이야도 봤어?”

“정말 신기하네. 컵라면처럼 먹을 것에도 놀랬는데. 여기 함선에는 정말 별 게 다 있구나.”

김검천이 각자에게 고기를 잘라 나눠주었다.

댕댕이도 커다랗게 하나 잘라주며 챙겨주니 꼬리를 흔들며 열심히 먹었다.

쿠퍼가 고기를 먹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정말 평범한 고기 맞습니까? 담백한 데다가 단맛까지 나는데요.”

“아, 그거? 동물이 아니라 식물로 만든 고기라서 그럴 거야.”

“식물 고기라. 여기서는 어떤 경우라도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겠네요. 함선 규모를 생각하면 이렇게 찾은 양만으로도 저희들끼리 평생 먹고도 남을 정도니까요.”

“10만 명이 최소 수년은 먹고 살 식량이 저장되어 있으니까. 거기다 생산시설도 따로 있고.”

“식량이 그렇게 많이 저장하는데 먹을 걸 생산할 시설도 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함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항해였거든. 거기다가 언제 목표를 이룰지 모르니 필요하다고 생각된 건 모두 가지고 왔지.”

실제로 가져온 것들은 지금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는 중 아닌가.

사람은 가고 물건만 있으니 이곳에 김검천밖에 남지 않았다는 고독감도 들긴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데 리에가 김검천에게 느닷없이 다가와 꼭 안겼다.

항상 사람이 옆에 있어 줘야 안심하는 리에라서 그런지 이런 감정에 민감한 건지도 몰랐다.

리에가 김검천을 안는 모습을 보자 쿠퍼가 웃으며 말했다.

“리에야. 김검천님이 그렇게 좋니?”

“응! 세이야 오빠만큼이나! 옆에 있어 주니까.”

“그러면 나는?”

“응… 댕댕이만큼이나 좋아!”

쿠퍼가 댕댕이를 쳐다보니 아직 입속에서 고기를 우물거리며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쿠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나 이 몸이 귀엽다는 말이구나.”

쿠퍼의 말에 다들 조용해졌다.

김검천이 정색하며 말했다.

“쿠퍼, 세상에는 할 소리가 있고 못 할 소리가 있다.”

세이야가 한숨을 쉬었다.

“쿠퍼 아저씨. 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다르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리에는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빠 재밌어! 재밌어!”

사람들에게 버린 받은 쿠퍼가 댕댕이를 바라보았다.

댕댕이는 꼬리 대신 고개를 저었다.

괴물도 미적 감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좌절하려는 쿠퍼를 보자 김검천이 주의를 돌리기 위해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쿠퍼, 얼마 전 상급 마석이 있다는 자체로 다른 방도를 생각할 수도 하지 않았나?”

“아, 그것 말이군요.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오른 참이었습니다.”

“어떤 걸 말이지?”

“이제 상급 마석도 있지 않습니까?”

“에너지가 다해서 당장 쓸 수는 없다는 건 알고 있잖아.”

“그래도 왕관에 쓰일 정도의 상급 마석입니다. 혈석처럼 사용한다면 방법이 나올 거 같더군요.”

미리내가 끼어들었다.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출력이 다르면 불안정한 상태니 제대로 그 반발력을 이용한다면요.]

그저 주의를 끌기 위해 꺼내든 말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들어왔다.

만약에 엔진실의 엔진만 제대로 동작한다면 더 이상 마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김검천이 쿠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구체적인 방도는 있는 건가?”

쿠퍼가 슬쩍 눈을 피했다.

자신이 없으니 괜히 부담감을 느낀 것이다.

김검천의 힘이 되고 싶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되었으니까.

“글쎄요. 저도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라서 생각만 하는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할 것 없다. 사실 대장장이로 데려왔는데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대단한 거지.”

“크흑. 김검천님.”

“쿠퍼. 남자는 등으로 우는 거다.”

“…예? 그런 건 엘프나 드워프같은 인간형의 이종족에게도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비유라고. 누가 진짜 등으로 울면 나도 무서울 거 같은데?”

대화 중인 김검천 옆으로 세이야가 다가왔다.

“김검천님.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은데 다 같이 밖에 나가보는 게 어떨까요?”

“기분 전환도 겸해서 말인가.”

“예. 보여드릴 것도 있거든요.”

“하긴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서 함선 내에만 있던 사람도 있으니까. 뭘 보여주려고?”

“자유의 마을에 가보시면 알아요.”

“거기는 폐허밖에 남지 않은 곳이잖아. 거길 갈 거면 이 주변을 산보하는 게 더 나을 텐데.”

“생각처럼 엉망은 아닐걸요? 가보시면 알 거예요.”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세이야의 말에 김검천은 일단 가보기로 했다.

함선 내에 계속 있다고 해서 당장 일이 해결될 상황도 아니었으니 잠시 쉬는 시간도 필요했고.

***

김검천과 일행들은 자유의 마을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현재는 리에 외에는 누구라도 트윈헤드 트롤정도는 문제가 없는 파티였다.

“크르륵!”

이제와서는 김검천 일행의 앞에 나타난 괴물이 불쌍해질 뿐이었다.

김검천이 이동용 원반에 타고 있는 리에에게 말했다.

“리에야, 잠시 눈을 감고 있을래?”

“응! 리에 말 잘 들으니까 눈 감을래!”

김검천이 세이야와 쿠퍼에게 공격 신호를 보냈다.

“숄더 캐논 발사.”

“암건 사격 개시.”

“금속 해머 맛 조금만 보거라!”

- 콰콰쾅!

“키에엑!”

“쿠하학!”

고블린이나 트윈헤드 트롤이나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이제는 세이야도 파워드슈츠를 활용해 간단한 전투에 참가할 정도는 되었다.

심지어 나노머신을 처방받은 댕댕이도 그 정도 전투력은 가지고 있었다.

세이야가 쓰러진 트윈헤드 트롤에게 다가가는 걸 본 김검천이 손을 저었다.

“세이야. 이제는 그런 녀석에게서 마석을 채취 안 해도 돼.”

“그래도 아깝긴 아까운데요.”

“마석이라도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지금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하긴 요즘은 수상할 정도로 마석이 잘 안 나오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

“이 트롤이나 저 고블린이나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몸에 화살도 박혀있고요.”

“마물의 숲이 넓다고 해도 다른 곳에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닐 테니까. 그만큼 괴물보다 강한 자들도 있겠지.”

“일단 기념 삼아 괴물에게서 화살이나 하나 뽑아가 볼까요.”

그렇게 괴물들을 처리하며 예전 마을이 있던 곳에 거의 다 왔을 무렵이었다.

쿠퍼가 불안한 듯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랑 리에가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러는 건가?”

“예. 저희가 온 후로 조용할 날이 없었으니까요.”

“적어도 당장은 괜찮을 거다.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니겠지만.”

“혹시 킬만을 때려잡았는데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러신 겁니까?”

“킬만이 함선 근처까지 온 건 분명히 개인적인 행동이었을 거야. 아니라면 이미 다른 자에게 공격을 받고도 남았을걸.”

쿠퍼가 손가락을 피며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 수를 세어보았다.

그러다가 김검천의 말에 쿠퍼가 동의했다.

“킬만을 죽었는데도 별일 없었던 걸 생각하면 그런 것 같습니다. 제국이라 해도 마스터 나이트는 귀중한 전력이니까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너희들은 바깥 구경을 해둬.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쿠퍼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과 분쟁이 일어나는 게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김검천이 쿠퍼의 등을 툭툭 쳤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고민하면 빨리 늙는다고. 고민해도 달라질 게 없다면 더욱 그렇지.”

“맞는 말씀입니다!”

원래 나이 보다 늙어 보이는 게 신경 쓰이던 쿠퍼는 김검천의 한 마디에 마음을 잡았다.

쿠퍼가 마음을 가다듬자 김검천이 파워드슈츠에서 금속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상자 안에는 상급 마석이 들어있었다.

미리내의 조언을 받아 만들어진 상자는 마나를 차단하는 함선의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혹시 추적 마법이 상급 마석에 걸려 있더라도 이 안에서는 마법이 발동하지 않을 것이다.

상자에서 상급 마석을 꺼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때 쿠퍼가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하였다.

아직 숲속이라서 제대로 보이지 않긴 했지만 분명 저 앞에 뭔가 있긴 했다.

“그러고 보니 자유의 마을은 김검천님의 손으로 다 날아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흔적이 남아있다고 해도 잿더미만 있을걸.”

“저 앞에 나무 벽으로 둘러싼 마을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쿠퍼의 말에 김검천이 살펴보니 앞쪽에 마을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분명 예전 자유의 마을은 영주와 함께 날려버렸으니 어느새 새로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무슨 이유로 같은 자리에 새로 마을을 만들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때 앞서가던 세이야가 다시 돌아오면서 입을 열었다.

“김검천님. 제가 보여드릴 게 있다고 했지요? 그게 바로 저 자유의 마을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마을 하나가 새로 지어져 있었다.

이게 바로 차기 왕이 권력을 사용한 결과물인 것이다.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마을을 재건한 것이지?”

“수도에서 떠나기 전에 군용폰으로 데탈에게 의뢰했어요. 사람만 넉넉하게 투입하니까 근처에 있는 나무를 재료로 금방 지어지더라고요.”

“그냥 심심해서 마을을 새로 만든 건 아닐 테고.”

물론 강제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모인 인원들로 만들었다고 했다.

벌써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니 왕의 소질이 보여 미래가 기대되고 있었다.

“자유의 마을이라는 호칭 그대로 누구나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저번 마을은 자유가 너무 지나쳤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중립 지대처럼 말이구나.”

“자유 무역 도시라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나라마다 각자 규칙이 다르니까요.”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걸.”

김검천은 세이야가 벌써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감탄했다.

마물의 숲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이곳에 마을이 세워진다는 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세력의 것도 아닌 만큼 나중에는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지만.

칭찬을 받은 세이야가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그건 이유 중 하나예요.”

“다른 이유는?”

“마물의 숲을 벗어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이 마을이 만들어진 거랍니다.”

“하긴 물건 하나를 사려고 영지까지 왔다 갔다 하기에는 그렇지.”

“그렇죠? 마을이 제대로 운영되면 적어도 왕국 수도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될 거라고요.”

적어도 김검천에게 손해 볼 것은 없는 내용이었다.

김검천 일행은 지키는 사람이 없는 마을을 둘러싼 나무 벽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쪽처럼 마을 안쪽도 대부분의 나무 건물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기에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거주할 사람들은 어디 있지? 적어도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있어야 할 텐데.”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다들 광장에 가 있겠네요. 김검천님에게 보여드릴 것도 있고요.”

세이야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보니 사소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김검천도 알게 모르게 기대가 되었다.

상대가 세이야니 생각하지 못한 게 나올지 몰라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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