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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05화 (105/250)

105화

“한 명으로 안 되면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서 해결해 보겠다는 건가.”

김검천이 쿠퍼를 바라보았다.

쿠퍼가 샤칸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가 이런 일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샤칸만 해도 저보다는 나은 실력자고요.”

샤칸이 우쭐거리며 자신의 가슴을 두들겼다.

쿠퍼의 말이 칭찬으로 들렸으니까.

성격이 급해 사고도 많이 치는 편이지만 그만큼 호의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드워프 일족들의 실력만큼은 믿을만하다!”

“실력 외의 나머지는 나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특히 성격이라든가.”

“으하하! 우리 종족이 고집을 타고난 건 사실이지. 남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면 어찌 예술품을 만들 수 있을까.”

“사람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는 거군. 결론은 그런 너로서도 해결할 수 없으니 너의 마을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강요하는 게 아니다. 너는 누가 강제한다면 오히려 반발할 것 같으니 선택하라는 거다.”

샤칸의 말을 루시엘이 거들고 나섰다.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니니 한번 가보시지요. 드워프가 사람을 초청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샤칸이 나에게 호의를 베푼 거였나?”

“예. 인정받은 자만이 드워프의 마을에 초대받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종족은 표적이 되기 쉬운 몸이니까요.”

“안전을 위해 신뢰가 가는 사람만 초대하는 건가. 인간 사냥꾼 같은 존재 때문이겠지.”

“잘 알고 계시는군요. 이런 세상에서는 안전하게 살아갈 만한 장소가 필요한 이유지요.”

김검천이 눈길이 루시엘 허리춤에 끼어있는 화살을 향했다.

자유의 마을에 가는 길에 발견한 화살을 세이야에게 부탁해 얻어낸 모양이었다.

시선을 눈치챈 루시엘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샤칸의 대장장이 실력과 지식은 저도 인정할 정도입니다.”

“서로 사이가 나쁜 것 같은데 그의 편을 들어주기도 하는군.”

“사실을 말할 뿐이니까요. 저런 굴러다니는 술통이라도 살다 보면 쓸 때가 있는 것처럼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던 샤칸이 루시엘의 말에 두 걸음에 달려왔다.

“누구보고 굴러다니는 술통이라는 거냐!”

“그러면 납작한 난쟁이라고 할까요? 원하시는 호칭으로 고르시지요. 이번만큼은 특별히 선택권을 양보하겠습니다.”

“이 귀쟁이 자식이?”

사이가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알 수 없는 샤칸과 루시엘이었다.

듣자 하니 저 두 종족 자체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김검천은 지금까지 자신과 모두를 위해 노력해온 쿠퍼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정말 샤칸에게 맡겨도 되겠나? 그냥 필요한 재료만 찾으면 네가 해도 될 거 같은데.”

분한 표정을 지은 쿠퍼가 한숨을 쉬었다.

결국 실력이 모자라서 자기 일을 남에게 맡기게 된 셈이었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면 오히려 김검천님에게 폐가 되겠지요.”

“하긴 네가 요즘 그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지. 그렇군.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너도 드워프 마을에 가는 길에 동행하는 거지. 거기서 뭔가 배워 실력을 늘릴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닐까.”

“김검천님…. 저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오히려 너한테 무거운 짐을 계속 지워주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싶군.”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도 샤칸의 마을에 가기로 결정하자 쿠퍼에게 출발 전 준비할 것을 알려줬다.

김검천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엔진실에 들어간 김검천이 미리내를 호출했다.

“계기판 수리한 것 외에도 동작 가능한 수리용 구슬은 얼마나 남아있지?”

[10개 이상 동작을 확인했습니다. 엔진의 에너지를 수리용 구슬에 주입도 가능합니다.]

“왕복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그것들을 먼저 보조 엔진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쓰도록 해. 혹시 모르니 주엔진 주변 에너지는 모두 차단하고 나서.”

[그리고 좀 느려도 최우선적으로 안전을 생각해 수리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하겠습니다.]

“안정성 위주로 수리한다면 효율이 나쁘긴 하지만 위험성은 낮아지니까. 함선이나 행성이 날아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또한 수리용 구슬 외에 사용 가능하게 된 것에 대한 보고를 들으시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엔진이 가동되었으니 뭐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게 늘었겠지. 말해봐.”

[당연한 이야기지만 엔진이 기동됨에 따라 제한적이나마 함선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제한적이라면?”

[5% 미만의 엔진 가동률로는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는 못하지만요.]

“수리하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어찌 되었든지 움직일 수는 있다는 거니 그게 어디야.”

[계산에 따르면 수리 하지 않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하루에 100미터 정도는 가능합니다.]

미리내의 말에 김검천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한쪽 방향만 해도 1,000미터가 넘는 함선이 기껏해야 100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니.

사람으로 치면 누운 자리에서 한 바퀴 구른 것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이만한 덩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힘이긴 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함포도 한계가 있지만 이제 사용 가능하기는 합니다.]

“함포라도 그런 식이라면 방어용 목적으로 설치된 부포인 소형 입자포 정도를 쓸 수 있다는 거겠지. 공격용인 주포는 락이 걸려 있으니 엔진실을 개방한 정도로는 못 쓸 테고.”

[소형 입자포도 10% 정도로 위력이 감소했지만요. 엔진 출력의 한계입니다.]

“적어도 50% 이상 출력이 가능하게 수리돼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가. 1/10의 위력이라면 파워드슈츠의 무기와도 별 차이 없을 정도야.”

[그래도 마스터 나이트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화된 겁니다.]

“그건 그렇지. 원래 위력보다 상대적으로 약화된 게 아쉬워서 그래. 사실 함포라는 건 사람 상대로 쏠만한 물건은 아니기도 하고.”

[그런 김검천 함장님을 위해 다른 것도 찾았습니다. 발사 가능한 미사일 말입니다.]

“파워드슈츠에 사용되는 소형 미사일은 아닐 테고. 설마 반물질 미사일은 아니겠지?”

반물질이라도 극소량을 탑재한 미사일이니 행성을 날려버리는 주포 위력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지만 대륙에 지각 변동 정도는 일으킬만한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었다.

이 세계의 작은 나라 정도면 한 방으로도 절반 이상이 날아갈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물질 미사일은 아니었기에 미리내가 대답했다.

[그저 평범한 전술형 급 핵융합 미사일이라 작은 도시 정도를 파멸시킬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약하군. 표준치보다 낮은 위력인데. 특이 상황이 있는 종류인가?”

[노후화되어 해체 예정인 미사일이라 방사능 피폭 범위가 1킬로 내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그랬었군. 방사능 같은 폭발 외 피해가 최소화된 건 마음에 드네. 발사 거리는?”

[사정거리가 1000킬로 전후입니다. 지금 미사일 상태로는 그게 최선입니다.]

“차라리 좋은데. 너무 위력이 강하면 오히려 쓰기 힘드니까.”

[이 정도로 억제된 무기라면 필요할 때 사용해도 그리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사용할 때는 주의하라고 들리는데.”

[이곳 기준으로는 초월 존재의 힘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를 위력이 아닐까 싶어서입니다.]

“걱정하지마. 내가 문제가 될만한 일을 만들겠어?”

[역시 김검천 함장님이십니다.]

“이걸 사용해 적을 먼저 죽이면 애초에 공격받을 일이 없을 테니까.”

[가능하면 지구연합우주방위군 규범을 준수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만약의 일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이 생긴 셈이었다.

영관급 파워드슈츠는 다음으로 미뤄진 게 아쉽긴 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조치는 끝낸 김검천이 엔진실을 나섰다.

그 사이 쿠퍼와 세이야가 마차의 짐 준비가 끝낸 모양이었다.

쿠퍼가 먼저 마차를 이동해 함선을 나섰다.

이번에는 세이야를 함선에 남기기로 결정한 김검천이 그를 불렀다.

“세이야, 이번에는 쿠퍼를 데리고 다녀야 할 거 같으니 네가 함선에서 리에와 함께 있어야겠다.”

“저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래도 왕국 일도 있고 하니 당분간은 네가 여기에 있는 게 나을 거야.”

테우펠 공작의 세뇌에 당한 국왕에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런 경우 세이야가 바로 왕위를 계승하지 않는다면 내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러니 언제든 수도로 향할 수 있게 세이야는 함선 내에서 자리를 지키는 게 최선이었다.

세이야도 김검천이 하는 말귀를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김검천을 따라가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툭툭 쳤다.

“거기다 넌 수행해야 할 임무가 또 있으니까. 설마 리에를 혼자 놔둘 생각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그랬다가는 쿠퍼 아저씨가 절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고요.”

“리에도 우리가 떠난 사이에 세이야 말 잘 듣고 있을 거지?”

“응. 리에, 세이야 오빠 말 잘 듣고 있을게!”

마차 출발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 쿠퍼는 마지막으로 리에를 안고 작별인사를 마쳤다.

쿠퍼는 세이야의 어깨에 양손을 짚었다.

“쿠퍼 아저씨. 어깨가 아픈데요? 힘 좀 빼주세요.”

“일부러 한 거다. 너, 혹시 리에에게 떠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각오해라.”

“쿠퍼 아저씨도 참. 저만 믿으세요. 아니면 함선에 설치된 방어 장치를 믿던가요.”

“뭐, 이제는 네가 왕자님인 걸 알았으니 이렇게 대하면 안 되겠지?”

“쿠퍼 아저씨와 저 사이니까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편하게 대하세요. 신분이 달라졌다지만 저라는 사람이 달라진 건 아니잖아요?”

“우리 왕자님께서는 말도 잘해요.”

김검천과 쿠퍼, 그리고 샤칸과 루시엘 일행이 함선을 나서 분화구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놔둬도 올라갈 마차를 샤칸이 뒤에서 힘껏 밀면서 소리쳤다.

“왜 이렇게 다들 느린 거냐? 빨리 위로 올라가라고.”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샤칸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마차가 분화구 위에 도착하자 샤칸이 몸을 돌려 함선 미르가 있는 방향을 향했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으며 절을 했다.

“오오오, 처음 보았을 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저 웅장하고 거대한 존재감이라니. “

샤칸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산과 같은 함선을 그 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샤칸 같은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이 모시는 초월 존재나 다름없는 게 함선인 것이다.

그런 함선을 지배하는 사람은 바로 김검천이었고.

콧대 높던 샤칸이 김검천에게 존중하는 자세를 취한 건 함선 미르의 영향도 있었다.

마차에 올라탄 루시엘이 아직도 감동의 여운에 젖은 샤칸에게 물었다.

“뭐가 좋아서 그런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감복하는지 모르겠군요.”

“너같이 풀떼기나 좋아하는 귀쟁이가 어찌 알겠나? 금속의 멋짐을 모르는 네가 불쌍하네!”

“몰라도 좋으니 빨리 타기나 하지요. 아니면 혼자 걸어가던가요.”

“함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동으로 움직이는 마차도 마음에 드니 탑승하기로 하지.”

쿠퍼가 미리내의 도움을 받아 개조했다는 마차는 탑승감이 확실히 달라진 상태였다.

마차로 이동하는 길에 나오는 괴물들은 김검천이 직접 나설 것도 없었다.

탑승한 3명만으로도 괴물들이 두 조각이 나기에는 충분했으니까.

그렇게 마차로 이동하던 중 제국의 영토에 들어서자 루시엘이 김검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고 계십니까? 샤칸의 부족이 사는 곳으로 가기 전 제국의 영토를 지나야 합니다.”

“바로 샤칸이 사는 곳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었나.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이유는 뭐지?”

“당신은 이곳 왕국에서 대공이라고 불리는 높은 작위를 지닌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적어도 제국에서도 문제가 없을 신분이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저희들을 당신의 노예로 삼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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