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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06화 (106/250)

106화

김검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위를 살피던 쿠퍼는 의자에서 미끄러졌고.

멀미에 시달리던 샤칸이 그런 건 어떻게 들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이 망할 놈의 귀쟁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내 이럴 줄 알았다.”

루시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칸이 왜 저리 화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짧은 다리를 가져 슬픈 아인이여.”

“에잇! 다리가 짧은 건 어디까지나 대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종족 특성이야!”

“그렇군요. 키가 크지 못한 자여.”

“키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무슨 생각으로 노예가 되겠다고 말했는지 이야기나 해!”

김검천도 샤칸의 말을 거들었다.

“나도 이유가 궁금하다. 특히 루시엘, 너 자신만이라면 몰라도 샤칸까지 같이 노예로 삼아달라는 부분이 특히 알고 싶군.”

루시엘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으로서는 뭔가 정당한 요구를 했는데 상대가 들어주지 않은 얼굴이었다.

“노예가 될 필요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그러니까 앞뒤 다 잘라먹고 이야기를 하지 말고 그 말을 꺼낸 이유를 설명하라는 거야.”

“이종족에 대한 제국의 태도에 대한 건 이미 말했습니다만.”

“같은 이종족인 샤칸도 이해 못 한 얼굴인데?”

루시엘이 샤칸을 쳐다보았다.

샤칸은 당장이라도 루시엘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중이었다.

루시엘이 샤칸을 향해 한심한 동료라는 듯 한숨을 쉬어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제국 영토를 통과하기 전까지만 저희들이 노예인 척하겠다는 겁니다.”

“그런 거였나. 깜짝 놀랐군. 그런 위장을 한다면 굳이 나에게 부탁할 필요가 있을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일 테니까요.”

루시엘이 품속에서 검은 목걸이 2개를 꺼내 들었다.

언뜻 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목걸이였다.

다만 샤칸의 수염이 부르르 떨리는 걸 보면 평범한 장식용은 아닌 듯싶었다.

“루시엘! 그건 노예가 장착하는 마법 물품이잖아! 정말로 노예라도 될 생각이냐?”

“인간도 마찬가지지만 제국을 통과하는 이종족은 특히 검사가 까다롭지요. 그러니 확실히 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정말 노예가 된다고! 저걸 차면 소유주에 대해서 반항을 못 하잖아!”

“그러니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하지요.”

루시엘이 김검천을 쳐다보았다.

“김검천님. 당신은 우리들을 노예로 삼을 생각이 있으신지요?”

“필요하면 못 삼을 것도 없겠지.”

샤칸이 성급하게 소리쳤다.

“그것 봐! 우리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데 거부할 인간이 어디 있겠어?”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보면 좋겠군. 어디까지나 너희들도 원한다면 그럴 수 있다는 거야. 내가 너희들을 강제로 노예로 삼아서 뭐 좋을 게 있다고. 부탁만 해도 들어줄 거 같은데.”

“들었습니까? 샤칸. 그는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엘프는 사람의 말에 대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종족 특성이 있었다.

드워프도 엘프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을 대하는데 더욱 민감하게 구는 편이기도 했지만.

김검천의 말을 들은 샤칸이 한풀 누그러진 어조로 루시엘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노예가 되어 관문을 통과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거냐?”

“그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니면 자유의 몸으로 돌아다니다가 주인 없는 이종족이라고 덮쳐오는 자들과 매번 싸울 생각입니까?”

“흥! 못 싸울 것도 없지. 덤벼드는 놈들은 금속 해머로 머리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테다!”

“그렇게 해서 당신의 부족까지 놈들을 데리고 갈 생각입니까? 축하합니다. 이종족 사냥꾼들을 달고 자기 부족까지 데려간 드워프로서 후대에 이름을 높이 떨치겠군요.”

루시엘의 이성적인 말에 샤칸의 말문이 막혔다.

김검천이 중재에 나섰다.

“샤칸. 날 믿나?”

“김검천님을 못 믿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드워프가 스스로 노예 목걸이를 찬다는 말인가.”

“이상하군. 드워프는 노예 목걸이를 차면 마음까지 노예가 되는가?”

“그럴 리가!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항상 드워프라는 자긍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 노예 목걸이를 잠시 착용하는 게 무슨 상관이지? 네 부족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잠시나마 치욕을 겪을 수도 없다는 건가.”

“그… 그건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드워프니까.”

우물쭈물 하던 샤칸이 못 이기는 척하면서 동의하였다.

누가 봐도 생각은 있었는데 행동은 못 하는 사람의 등을 떠미는 모습이었다.

샤칸 혼자만 못 느꼈을 뿐이고.

김검천이 루시엘로부터 노예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그냥 직접 채워주신 후 목걸이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주시면 됩니다. 참 쉽죠?”

김검천이 샤칸의 목에 목걸이를 채우려고 했다.

샤칸은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는 거부감을 느끼는지 슬쩍 몸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검천이 한마디 했다.

“샤칸.”

“왜 그런가.”

“조심해라. 수염이 떨어질 것처럼 보이더라고.”

“헉! 정말인가?”

샤칸이 급히 수염에 양손을 가져갔다.

그 틈을 노려 김검천이 샤칸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수염에 정신이 쏠려있었기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샤칸이 외쳤다.

“날 속였구나! 김검천님!”

“속인 게 아니라 어차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네가 하자고 해놓고 거절할 생각이었나?”

“그건 아니다. 드워프는 약속을 잘 지킨다고.”

“그러면 루시엘의 차례니까 좀 비켜주겠어? 마차 안에도 짐이 많으니 움직이기 힘들어.”

샤칸이 자리를 옮기자 루시엘이 김검천에게 다가왔다.

키가 작지만 그만큼 어깨나 목이 두꺼운 샤칸에 비해 루시엘은 몸의 선이 가늘어 보였다.

엘프는 주로 나무 위에서 살기 때문에 그만큼 몸이 가볍게 진화해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체중이 가볍다고 해서 엘프의 전투력마저 낮은 건 아니었다.

김검천이 루시엘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말했다.

“노예가 된 기분이 어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군요.”

“취향이니 존중해 줘야 하나?”

“당신이 주인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니까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군요. 그런데 목걸이의 힘을 발동하기 위한 인증용 피는 안 바르십니까?”

그때 옆에서 자신의 목걸이를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던 샤칸이 끼어들었다.

노예의 목걸이라는 건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이것 봐라! 루시엘. 이 목걸이가 더 크고 더 튼튼해 보이지? 부럽지?”

“샤칸. 그런 것 가지고 부러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흥, 네 목걸이보다 이게 더 좋으니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김검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노예가 노예로서 익숙해지면 자신이 묶인 쇠사슬을 자랑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샤칸은 어쩌면 노예로서 재능이 뛰어난지도 몰랐다.

“드워프 종족 자체가 둔한 건지, 아니면 긍정적인 건지. 드워프 마을에 가보면 알겠지.”

둘이 다투는 바람에 피를 발라 종속시키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게 되었다.

어차피 김검천도 굳이 목걸이의 힘을 발동시킬 생각은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

샤칸과 루시엘에게 노예 목걸이를 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는 제국 변경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2층 저택보다도 더 높은 돌로 된 성벽이 국경선을 따라 쭉 서 있었다.

왕국의 변두리 영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차는 따로 마부가 필요 없었지만 쿠퍼가 마부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데탈이 마부 역할을 자처하며 수도로 따라갔던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높으신 분이 검소하게 다니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있으니까요.”

“뭐, 제국에 대해서라면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제국 기사 출신이라는 쿠퍼였으니 제국의 일은 맡기는 게 나을 것이다.

잠시 후 사람들을 검문하던 경비병이 마차를 향해 다가왔다.

별생각 없이 다가오던 경비병은 마부석에 있는 쿠퍼를 보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평범한 사람의 다리 두께를 가진 팔과 근육질의 가진 쿠퍼였다.

겉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보통 사람은 아닌 것이다.

마부석에 놓여있는 2개의 금속 망치 또한 위협적으로 다가왔고.

마부뿐만이 아니었다.

마차 안에 있는 노예로 보이는 드워프와 엘프도 보통은 아닌 듯이 보였다.

샤칸이 경비병을 향해 대뜸 입을 열었다.

“뭘 보냐! 인간이!”

노예에게 한 소리 듣자 경비병이 발끈하며 소리를 치려다가 문뜩 정신을 차렸다.

마부석에서 쿠퍼가 경비병을 보며 그의 손이 금속 망치를 더듬고 있어서였다.

분노 조절 잘하는 경비병은 샤칸을 상대할 생각을 바로 버렸다.

자신의 목숨은 소중했으니까.

경비병에게도 망설임없이 망치를 날릴 상대라면 모시는 분의 신분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괜히 화를 냈다가 죽으면 자신만 손해였다.

실제로 김검천이 가진 대공 작위라면 경비병 머리 정도는 날려버려도 별문제가 없었다.

“검문을 위해 신분증을 주시겠습니까?”

앞서 사람들을 검문할 때는 반말로 대하던 경비병이 공손하게 말을 걸어왔다.

쿠퍼가 김검천과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었다.

김검천의 것은 이번에 왕국에서 들고 온 귀족 신분증이었다.

대공의 신분증은 세이야의 요청에 의해 정성을 들여 새로 만들어지는 중이라 아직 없었다.

이어 쿠퍼의 신분증을 확인한 경비병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라? 제국의 기사시군요. 그런데 모시는 분은 제국이 아닌 왕국의 귀족이신가요?”

“그런 개인적인 이유까지 너에게 모두 털어놓아야 하는 건가?”

쿠퍼가 일부러 고압적으로 나갔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상대에게는 이게 효과적이었으니까.

생각대로 경비병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저 드문 일이라서 호기심이 생겨서요.”

“이런 일을 한다면 보고 들은 것도 잊는 게 오래 사는 데 좋다는 걸 모르나?”

“아닙니다!”

“여기가 밖이지 안이냐?”

뭔가 입장이 반대가 된 모습이었다.

검문받는 쪽이 검문하는 쪽을 닦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지휘관인 기사 신분의 쿠퍼에게 일반 병사인 경비병이 대들 수 있을 리 없었다.

심지어 경비 책임자인 기사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만 지켜만 보고만 있는 중이었다.

쿠퍼의 갈굼에 당황하는 경비병의 모습에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어느 세상에서도 군대는 군대인 모양이었다.

경비병이 애원했다.

“기사님. 제발 그냥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검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뒤에 있으니 제발…”

“흠. 어쩔 수 없군. 원래는 좀 더 굴려야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그냥 가주는 줄 알아라.”

“감사합니다!”

경비병은 마차를 보내자 식은땀을 닦았다.

“황제 폐하를 모신다는 전직 근위 기사 출신이 겨우 마부라니. 마차 안에 누가 있는지 몰라도 잊는 게 낫겠군. 어이! 거기 줄 똑바로 못 써!”

쿠퍼가 사라지자 다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며 본색을 드러내는 경비병이었다.

그때 뭔가를 생각하던 경비 책임자인 기사가 다급히 김검천의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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