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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0화 (110/250)

110화

제국 변경백의 영지에서 벗어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김검천이 여전히 마부석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쿠퍼에게 말했다.

“힘들지 않나? 몇 번 이야기했지만 이제 마차 안으로 들어와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추적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을 위해 좀 더 거리를 벌려야 합니다.”

“그랬다면 진작 쫓아오기라도 했겠지. 이런 평야에서는 모습을 감출 곳도 없잖아.”

이곳은 평야 지대라서 멀리 있는 산같은 걸 제외하면 다 평지였다.

특히 제국의 영지 쪽으로는 나무 몇 그루 정도를 제외하고 지평선이 보일 지경이었다.

기사들이 떼를 지어 추적 중이라면 들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제야 쿠퍼도 납득했는지 마부석에서 바로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멀미에 시달리던 샤칸이 쿠퍼를 보자마자 토하는 시늉을 했다.

“쿠엑…”

“남의 얼굴을 보고 토하는 건 실례거든?”

“속이 울렁거리는데 어쩌라고. 네 얼굴도 아니라 마차 때문인데. 너, 쿠퍼라고 했나?”

“그렇다. 이제야 사람 이름을 제대로 부르게 된 건가.”

“너도 상당히 실력이 있는 것 같네. 이런 속도로 달리는 마차 안으로 쉽게 들어서다니.”

“그러는 너야말로 제법이던데. 호위 기사들도 하나같이 실력자던데 변경백의 코앞까지 맨손만으로 다가가다니. 비록 당하기는 했지만.”

“너, 제법 드워프 보는 눈이 있구나.”

“너도 제법 사람 보는 눈이 있는데?”

쿠퍼와 샤칸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손을 굳게 쥐어 잡았다.

마주 잡은 둘의 팔 근육이 인사라도 하듯 꿈틀거렸다.

“샤칸!”

“쿠퍼!”

같은 대장장이인 데다가 체격도, 하는 행동도 비슷한 자들끼리 만났으니 친해질 만했다.

루시엘이 샤칸과 쿠퍼를 향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근육 바보가 2배로 증가한 느낌입니다. 뭔가 2배로 괴로워졌군요.”

“루시엘 너 같은 엘프는 이 뜨거운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냐?”

“샤칸의 말대로 근육의 멋짐을 모르는 건 불쌍하다고!”

“차라리 불쌍하게 여겨주어 딴 데 가서 하셨으면 합니다.”

김검천은 그런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못 들은 척하며 입을 열었다.

“미리내. 여기서 함선과 연락이 가능해? 중계형 드론을 사용하면 어떨까.”

[이상합니다. 이곳에서는 중간에 전자기파가 차단되는 모양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연락이 끊기는 게 아니라?”

[거리가 거리인 만큼 가능성도 있으나 다른 요인의 문제 같습니다.]

“언젠가 그거랑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마물의 숲에서였나.”

[예. 심할 경우에는 저와도 연락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거리가 확실히 거리 문제는 아니네. 그런 말썽거리는 싫은데.”

[어쩌면 이 행성 자체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세계라서 그런 건가. 아직도 우리도 모르는 비밀이 남아있는 셈이네.”

김검천이 중얼거림에 루시엘이 끼어들었다.

“알 수 없는 현상이라면 초월 존재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뭔지는 모르지만 초월 존재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왔었지. 그게 뭔지 이야기 좀 부탁해.”

“초월 존재라는 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창조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그중에서는 저런 것도 있고요.”

루시엘은 김검천이 멀리 있는 작은 산이라고 생각하던 걸 가리켰다.

작다고 해도 산은 산이었다.

“수백 미터는 될만한데 저게 초월 존재라는 생명체라는 말인가?”

“그게 생명체인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저희들도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로 들었을 뿐이니까요.”

“그런 식이라면 초월 존재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겠네?”

김검천으로서는 반쯤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루시엘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일족의 설화에 따르면 하늘에서 강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곳 생명체들이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전해주었다는 말도 있고요.”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쳐 전해주었다는 프로메테우스 같네.”

“그런 식의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군요. 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전의 이야기니 진위는 알 수 없지만요. 적어도 이종족들의 이야기로는 그렇습니다.”

“흥미롭네. 인간들에게 있어서 초월 존재는 또 다른 느낌이려나.”

아니면 같은 행동을 해도 인간과 이종족의 관점에 따라 초월 존재가 달리 느껴지는 건가.

어쩌면 초월 존재라는 걸 이곳 생명체들은 이해하기 힘든 건지도 몰랐다.

김검천도 지구에 있을 때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몰랐으니까.

“글쎄요. 인간들이라고 해도 귀족, 아니 왕족 정도나 되어야 초월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와는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건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도 될 수 있기에 지금까지도 세상의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면 어떤 것도 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지.”

김검천이 중얼거리며 함선 엔진실에서의 자신을 지켜보던 그 눈을 떠올렸다.

언젠가 한 번쯤 국왕에게 물어볼 생각이 든 김검천이었다.

단순한 궁금증이었기에 국왕에게 군용폰까지 쓰며 묻고 싶지는 않았지만.

루시엘이 말을 이었다.

“초월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 보이시는군요.”

“새로운 지식이라면 뭐든지 환영일 뿐이야. 특히 이런 곳에 대한 지식이라면 더욱 그렇고.”

“하하, 마치 마법사같이 말하시는군요. 그들 정도로 지식에 굶주리지는 않으실 테지만요.”

김검천은 자유의 마을에서 만났던 워스덤을 떠올렸다.

워스덤을 생각해 기준을 잡는다면 마법사가 새로운 지식에 목숨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법사라면 그럴만하지.”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 곳을 기점으로 주변 풍경이 거칠고 황폐해진 곳으로 들어섰다.

처음 그걸 느낀 건 지표면의 일부가 검은색의 암석으로 뒤덮여 있는 걸 본 후였다.

평범한 대지라면 검은색과는 어울리지 않는 법이었다.

미리내도 김검천이 보고 있는 걸 확인한 모양이었다.

[저건 용암이 굳어서 생긴 암석입니다.]

“이 근처에도 화산이라도 있는 모양이야. 저건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흔적일 테고.”

[영지도, 마물의 숲 주위도 그렇고 이세계는 이런 곳이 눈에 많이 띄는군요.]

김검천이 이제는 확연히 보이는 주변의 산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나무 같은 식물은 마물의 숲에 비해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보니 예전에 화산재가 날려 하늘을 가려서 주변 식물이 말라 죽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좀 떨어진 지면에는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마차가 순식간에 지나쳐서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구멍 안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 같았고.

미리내가 김검천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알려주었다.

[현재 주시하고 있는 건 얼음입니다.]

“이런 곳에 얼음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아직 눈이 내릴 계절도 아니고 얼음이 얼만 한 기온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저렇게 구멍 안에 얼음이 서려 있다니.

김검천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굳이 마차를 세우고 살피러 가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돌아와서인지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는 샤칸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어디였더라? 분명 이 근처였는데.”

“샤칸. 당신은 몸만 근육이 아니라 뇌도 근육인 겁니까?”

“후후. 이 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

“쳐 웃지 마십시오. 샤칸. 칭찬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말이 험해졌다고! 잠깐만! 조금만 있으면 기억날 거 같거든.”

루시엘의 험악한 조언에 힘입어서인지 샤칸은 제대로 기억을 떠올린 것 같았다.

“여기다.”

마차는 샤칸의 말대로 주변에 있는 어떤 동굴 앞으로 이동했다.

제법 널찍한 동굴 입구였기에 마차도 충분히 들어갈 정도였다.

쿠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드워프들은 동굴 안에서 사는 건가? 혹시 겨울잠이라도 자나?”

“드워프가 리저드맨인 줄 아나? 일단 들어가 보면 알 거다. 내릴 필요 없이 그냥 들어가면 된다.”

샤칸의 조언에 따라 마차는 그대로 동굴 안에 진입했다.

동굴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뜻했다.

쿠퍼가 샤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동굴은 이상한 것 같은데.”

“뭐가 말이지?”

“낮에 동굴에 들어서면 보통은 싸늘하잖아.”

“네가 쌀쌀하다고 느끼는 건 동굴 속은 기온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서 그런 거다. 그래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것이지. 동굴 주변의 두꺼운 암석층이 외부로부터 열을 차단하는 효과를 내니까.”

“바로 그거야. 지금 이 동굴 안은 오히려 바깥보다 따스한 느낌이 들잖아. 낮이니 추워야 할 거 아니냐고.”

루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퍼라는 사람도 겉보기와는 달리 특정 분야에서 눈치가 빠른 점이 있었다.

샤칸이 턱을 추켜올리며 잘난 척했다.

“그건 조금 더 가다 보면 알게 될 거다. 괜히 우리가 이런 곳에 사는 게 아니라고.”

그 말대로 동굴을 지나가다 보니 곳곳에 증기가 솟아오르는 장소가 보였다.

증기의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온천인 간헐천이라는 증거였다.

쿠퍼는 이제야 이해가 간 듯했다.

“아하, 저런 게 있어서 동굴 안이 따뜻한 거였군.”

“덕분에 식수나 금속을 물에 담가 식히는 일도 할 수 있는 거지.”

“하긴 대장장이 일에 담금질할 수 있는 물이 없으면 말이 안 되지. 조금 마셔볼까나?”

“동작 멈춰!”

“왜 그러지. 목이 마르다니까.”

샤칸이 간헐천 주변을 가리켰다.

“저 뼈를 잘 봐. 이런 곳이라도 동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러면 괴물도 마찬가지겠지.”

쿠퍼가 자세히 간헐천 주위를 살펴보니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널려있는 뼈 위에 올라타 있는 건 슬라임이었다.

원래 반투명한 데다 동굴 안이라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기에 눈치 못 챈 것이었다.

“저런 걸 식수 근처에 있게 놔둔다고?”

“그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얼마 안 걸리니 어서 가자고. 물은 마을에 가서 마시면 되잖아.”

잠시 후 동굴 밖을 벗어나자 보이는 건 평지 위에 세워진 아담하게 생긴 건물들이 보였다.

건물 한 층은 높아도 150CM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아 보였다.

수많은 드워프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샤칸이 김검천과 다른 일행보다 먼저 마차에서 내려 달려나갔다.

샤칸이 양손을 펼치며 소리쳤다.

“부족장이여! 당신의 망치가 돌아왔소!”

망치라는 건 드워프 부족들 중에서도 인정받은 일부만이 얻는 호칭이었다.

드워프들이 샤칸의 외침에 동작을 멈추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루시엘을 거쳐 김검천과 쿠퍼를 보더니 얼굴이 구겨졌다.

그들 중 한 드워프가 나서더니 물었다.

“샤칸! 네가 저들을 데리고 마을로 온 것인가?”

“그렇다네. 왜 그러지?”

“부족의 망치가 배신자가 되어 자신의 부족을 망치려고 돌아온 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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