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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1화 (111/250)

111화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에 샤칸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고블린 풀 뜯어 먹는 소리냐?”

드워프가 외부인들에게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샤칸만 해도 김검천과 처음 만났을 때는 분명히 거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종족도 아닌 같은 부족 드워프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이상할 일이었다.

거기에 드워프들의 손에 쥐어진 금속 망치들이라니.

샤칸이 눈을 추켜 올리며 고함을 쳤다.

“뭐라는 거야? 이 샤칸이 데려온 자들을 못 믿겠다는 것이야?”

“샤칸 너라면 몰라도, 아니 사실은 너도 의심스러워. 그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처럼 타락했는지 누가 알겠어?”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같은 부족원인 샤칸이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이 당할 취급은 안 봐도 뻔했다.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옆에 서있던 루시엘에게 물었다.

“여기는 손님을 원래 이렇게 대하나? 어찌 된 게 일단 머리에 금속 망치를 내려찍고 난 후에나 이야기를 해보자는 느낌인데.”

물론 그렇게 당하면 입을 열 수도 없는 몸이 될테니 드워프의 일방적인 대화가 될 테지만.

루시엘이 조용히 대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이곳은 처음 보는 사람들을 친절히 대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이정도는 아닙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그보다 우리는 그렇다 치고 샤칸을 저대로 놔둬도 되려나?”

김검천의 지적대로 샤칸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고생을 하며 데려온 일행 앞에서 도대체 무슨 치욕적인 일을 겪고 있단 말인가.

이 부족 마을에서 10명도 얻지 못한 망치라는 드워프다운 호칭을 가지고 있는 샤칸이었다.

부족장이 아닌 한 누구에게도 꿀릴 이유가 없었다.

샤칸이 들고 있던 금속 망치를 힘껏 지면에 내려찍었다.

- 쿵!

찍힌 돌바닥에 방사형으로 금이 갔다.

앞장서서 샤칸에게 대들던 드워프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샤칸이 이를 갈았다.

“이 몸이 데려온 자들에게 불만 있는 녀석들은 입만 놀리지 말고 나와라! 이 망치로 제대로 된 교훈을 내려주마! 한 방만 맞고 나면 그딴 소리는 못 하겠지!”

물러섰던 드워프는 뒤에 있는 다른 드워프들을 믿는지 자기 소매를 걷어붙였다.

“하라면 못할 거 같으냐? 너야말로 두들겨 맞아야 제정신을 차릴 모양이로군!”

이대로 가다가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김검천이 만약을 대비해 슬쩍 몸을 풀었다.

“엔진을 살리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는 드워프를 잡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이제 어떻게 합니까? 김검천님.”

“먼저 손을 쓸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상대가 죽이려고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죽이려고 든다면 자신도 죽을 각오가 되었을 테니 전력으로 받아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식의 노력은 해봐야겠지. 이렇게 말이야.”

김검천은 샤칸을 향해 막 달려들려는 드워프들을 향해 팔을 들었다.

“총탄 폭약형 선택. 암건 발동.”

발사된 총탄이 드워프들 앞의 지면 앞에 내리꽂혔다.

발사되는 소리는 미약했지만 터지는 총탄 소리는 마을 안 누구라도 들을 정도로 컸다.

- 퍼퍼펑!

“으악! 이게 뭐야?”

“마법인가?”

“좋은 물리적 대화 수단인 망치를 놔두고 비겁하게 마법을 쓰다니!”

“일단 뒤로 물러서라!”

드워프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

그래서인지 자욱한 연기가 걷히기 전까지는 돌격을 시도할 드워프는 없어 보였다.

일단 시간을 번 것 같자 쿠퍼가 속삭였다.

“김검천님. 녀석들이 멈추었습니다. 이대로 물러설까요?”

“그것보다 이 정도로 소란을 피웠으면 누군가 나와야 할 텐데.”

“이 상황에서 누구를 찾으시는 겁니까?”

“지금 사태를 책임질 수 있는 드워프지. 영지에는 영주가, 나라에는 국왕이 있으니 드워프도 그런 존재가 있지 않겠나?”

잠시 후 폭음과 연기가 다 사라지자 드워프들이 다시 무기를 들고 돌진하려는 참이었다.

드워프들의 뒤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를 쳤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네 녀석들 때문에 전설 급의 장비를 만들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불꽃 망치!”

“불꽃 망치 쟈칸이다!”

모여든 드워프들로 이루어진 벽이 갈라지며 한 드워프가 나섰다.

머리와 기르고 있는 수염이 붉은색이 인상적인 드워프였다.

술통 같은 몸이지만 근육질인 체격도 그랬고.

앞으로 나선 쟈칸이 샤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기어들어 온 거냐?”

“흥, 언제 돌아오든 그거야 내 마음 아니요?”

“하긴 우리가 언제 그런 걸 신경 쓰는 관계였나 싶냐만. 그래서 뭘 하고 있던 거냐?”

“보면 모르오? 외부인을 데려왔다고 죽일 듯이 덤벼들려는 저 녀석들에게 물어보시던가.”

쟈칸이 드워프들을 돌아보았다.

샤칸에게 대들던 드워프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불꽃 망치시여. 샤칸이 엘프는 물론이고 저기 있는 인간까지 데려오는 바람에 그만…”

“허 참. 네가 망치라도 되냐? 아무것도 아닌데 다른 드워프들을 선동해 공격하려고 들다니.”

“그치만….”

“그치만이고 하지만이고. 야! 너희들! 원래 하던 일이나 해!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에이, 오랜만에 난동을 좀 부려볼까 했는데.”

“불꽃 망치가 하는 말이니 일단은 듣도록 하자.”

“어쩔 수 없지. 우리 집 용광로에 넣어둔 장비나 보러 갈래? 살아 움직인다고.”

쟈칸의 말 한마디에 드워프들은 각자 볼일을 보러 물러섰다.

불만은 남아있는지 투덜거리면서도 가라는 말은 잘 듣는 게 드워프식인가 싶었다.

쟈칸이 샤칸을 향해 말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저 녀석들도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일이 벌어져서 그래.”

“일이라고요?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겁니까?”

“자세한 건 이동한 후 대화하도록 하지. 이런 곳에서 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샤칸은 드워프들이 한 일에 대해 화를 내려고 했지만 쟈칸의 말을 듣자 생각을 그만두었다.

쟈칸은 대범한 편이라서 별 것 아닌 일 가지고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예전 드워프끼리 싸우다 팔다리가 하나씩 아작 나는 일이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힐끗 보다가 배를 긁으며 웃기만 하던 쟈칸 아니던가.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면서.

그런 쟈칸을 향해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인간이라도 손님은 손님이라는 건가?”

“그렇지. 그것도 샤칸이 데려온 자라면 더욱 그렇고. 그런데 뭐하는 건가?”

따라오라고 했는데 따라오지는 않고 사람들이 마차에 몰려있는 걸 본 쟈칸이 물었다.

김검천이 말했다.

“우리를 손님으로 받아주었으니 가는 길에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 할 거 아닌가. 쿠퍼.”

“예. 드워프는 술을 좋아한다고 들었으니 다른 건 몰라도 그쪽은 잊지 않았습니다.”

샤칸은 마차 뒤에 연결되어 있는 짐을 잡아당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그가 요청해서 특별히 가져온 배틀 머신의 팔 부분이었다.

쟈칸의 집은 마차로 이동할 수가 없었기에 직접 옮겨야 해서였다.

샤칸이 루시엘에게 말했다.

“이봐, 좀 도와주라고.”

“그걸 여기까지 가져온 건 당신 고집 때문입니다. 자기 일은 알아서 해야지요.”

“쳇, 이건 모두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가져온 거라고.”

“그 대상에는 엘프인 저는 안 들어있으니 빼주시지요.”

결국 쟈칸에게 줄 것들은 루시엘이 들고 가기로 했고 쿠퍼가 샤칸을 도와주기로 했다.

김검천은 무식하게 배틀 머신의 팔을 끌고 가는 두 사람에게 다가섰다.

“샤칸, 그게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데 그걸 그냥 끌고 가려고? 쿠퍼, 너도 저번에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으니 무겁다는 건 잘 알고 있잖아.”

쿠퍼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알고는 있지만 혼자서는 힘들어 보이니까요.”

“사람은 도구를 써야 하는 법이지.”

김검천은 가져온 이동형 원반 두어 개를 배틀 머신을 싣고 온 상자 아래쪽에 붙였다.

그러자 배틀 머신이 지상에서 약간이지만 솟아올랐다.

“이제 공중에 떴으니 땅과 마찰력이 없어졌거든. 이제 끌어서 이동해도 힘이 덜 들 거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용한 다음 이동형 원반은 어떻게 할까요?”

“집 앞까지 이동하면 알아서 챙기도록 해. 네가 가져도 괜찮고.”

쟈칸이 열심히 짐을 옮기는 샤칸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냥 봐도 무거워 보이는데 바보같이 뭘 그리 열심히 옮기는 거냐.”

“흐흐. 나중에 이걸 보면 그런 소리 못할걸요. 밤중에 이불이나 차지 마시지요.”

“샤칸. 네가 망치라고 해도 내가 보기에는 애송이에 불과해. 그런 녀석이 자랑하는 물건 따위가 눈에 찰리가 없다.”

“그 말 기억해 둘 거라고요.”

쟈칸의 집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굴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집에 들어서자 쟈칸이 마실 것을 내왔다.

“자자, 쭉 들이켜라고. 여기서는 제일가는 음료거든.”

샤칸이 입맛을 다시며 먼저 내온 걸 마셨다.

“크흐! 오랜만에 맛보니 끝내주는군!”

갈증이 난 쿠퍼가 잔을 들어 마시다가 샤칸을 향해 뿜었다.

평범한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건 술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술과는 거리가 멀었고.

“쿨럭, 뭐가 이렇게 독하지?”

샤칸이 팔에 튄 술을 핥으며 대답했다.

“아깝게시리. 여긴 마실 게 귀하단 말이야. 온도도 다른 곳보다 높아서 그런지 나무통에 넣어둔 물이 변질되기가 쉬워서 오래 저장하려고 물을 독한 술로 바꾼 거야.”

“오다가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분출되는 간헐천도 보았는데?

“정기적으로 물이 솟구치기는 한데 거기 물은 마실 수는 없다고. 넌 흙탕물도 바로 먹니?”

“잠깐만. 오면서 그걸로 물을 해결한다고 했잖아? 그러면 식수는 어떻게 해결하는 거야?”

“간헐천 근처에 있는 슬라임 무리를 보았잖아. 그걸 이용하는 거지.”

“설마…”

“지금 네가 마시고 있는 술은 간헐천의 물을 잔뜩 마신 슬라임을 짜내서 만든 거라고. 식수도 마찬가지고.”

“우욱!”

쿠퍼가 급히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래도 속이 안 좋아진 모양이었다.

루시엘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손도 안 대고 있었고.

처음 마물의 숲을 헤맬 때는 이보다 더한 것도 먹었던 김검천에게는 꽤 마실만 했다.

잠시 후 입을 닦으며 들어온 쿠퍼가 가져온 짐을 뒤졌다.

선물로 들고 온 술병이 쿠퍼의 손에 들려 나왔다.

“차라리 이걸 마시고 말지.”

“쿠퍼. 마시는 건 좋은데 선물로 들고 온 거니 집주인에게 먼저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쿠퍼가 쟈칸에게 술병을 넘겨주는데 루시엘이 옆에 있다가 김검천에게 조용히 물었다.

“혹시 저도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목이 마른가? 넉넉히 가져왔으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아.”

쟈칸이 선물로 받은 술병을 보며 놀란 얼굴을 지었다.

나무로 만든 통이 아니라 유리로 된 술병은 처음 봐서였다.

“뭐지? 이건?”

쟈칸의 물음에 샤칸이 대답했다.

“보다시피 유리로 만든 술병인데?”

“유리로 만들었다는 건 보면 알아.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술병은 처음이라고.”

“크흐흐, 그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지.”

보아하니 가져온 선물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자 김검천이 쟈칸에게 물었다.

“괜찮으면 슬슬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해 줄 수 있겠소?”

“아 참, 내 정신 좀 봐라. 이참에 다시 한번 사과하지. 샤칸에게 초대받아 손님으로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죽을 뻔했으니까.”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싸웠다면 확실히 많이 죽어 나갔을 테지요. 공격을 받으면 참을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하하, 과연 샤칸이 여기까지 데려올 만한 인간이로군. 드워프 마을 한가운데서 그런 자신감을 내보이다니. 결론만 말하지. 현재 이 마을은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나 사람들에게 적대심을 내보이는 거 같던데 혹시 다른 인간들이 공격해 오기라도 한 건지요. 특히 제국의 인간이라든가.”

쟈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을에서 들은 몇 마디의 말만으로 그 사실을 추측해 낸 건가? 대단하군.”

“제국의 영토에서 오다 보니 드워프가 노예 취급을 받는 걸 보기도 했었으니까요.”

“잘 알고 있군. 그게 자칭 제국의 기사라는 자들이 하고 있는 짓이지. 여기서도 이미 끌려간 자도 있고 죽은 동료들도 있다네. 그것도 현재 진행 중인 것이야!”

- 파삭.

쟈칸의 손에 쥐어진 술과 술병이 박살 나 바닥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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