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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3화 (113/250)

113화

제국 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자 김검천은 쿠퍼의 상태를 살폈다.

쿠퍼도 한때는 제국 기사였었다.

혹시 예전에 알고 있던 동료와 싸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경이 쓰일지도 몰랐다.

쿠퍼가 김검천의 그런 마음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김검천님. 제 친구라고 할 만한 녀석들은 이미 죽거나 은퇴한 지 오래입니다.”

“혹시 사정이 있어 남아있을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일에 참가하는 녀석이라면 이미 제 동료라고 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김검천님의 일을 방해한다면 제 적일 뿐입니다.”

쿠퍼는 각오를 다진 상태인 것 같았다.

지금의 쿠퍼라면 김검천의 말이 우선인 것이다.

쿠퍼가 문제없어 보이자 김검천은 쟈칸을 불렀다.

“알겠지만 우리는 오리하르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건 채광을 하다가 우연히 수염에 붙는 걸 쓸 정도 구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말을 돌릴 필요는 없네. 결국 우리 드워프가 필요하다는 말 아닌가?”

“위험을 무릅써야 할 상황인데 협력해줄 드워프가 있다는 겁니까?”

“하하, 바로 눈앞만 해도 벌써 둘이나 있지 않은가?”

쟈칸이 자신과 샤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가 잠시 멈칫했다.

샤칸은 벌써부터 광석을 캐러 나갈 생각인지 곡괭이를 짊어지고 있었다.

샤칸이 멀뚱멀뚱 쟈칸을 바라보았다.

“뭘 봐요? 안 갈 겁니까?”

“나도 드워프지만 너만큼 성격 급한 드워프도 드물 거다.”

“어차피 갈 거 아닙니까? 입 아프게 떠들면 시간만 손해지요. 그리고 빨리 캐야 배틀 머신도 더 만질 거 아닙니까?”

배틀 머신에 꿀이라도 바른 듯이 입가에 침을 흘리며 보던 드워프들이 급히 손을 들었다.

“우리도 참여한다!”

“오리하르콘을 캐면 이것과 오붓하게 하룻밤 보내게 해줘!”

“어딜 감히 더러운 손을 대? 내가 먼저 침 발라 놓았다고!”

쟈칸이 이마를 짚었다.

특정 방면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자들이니 손을 못 쓰고 방치해두기는 했다.

그래도 이건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장면 아닌가.

쟈칸도 그 무리에 끼어서 배틀 머신의 팔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럴 바에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이 배틀 머신을 지켜야 한다는 각오가 섰다.

“아, 이 자리에서 정상적인 드워프는 나밖에 없는 건가? 너무 슬픈 일이군.”

그 소리를 들은 드워프들이 어이가 없는지 입을 모아 말했다.

“당신이 우리들 중에서 가장 드워프같은 녀석이잖아!”

괜히 쟈칸이 드워프들의 추대를 받아 화염 망치의 칭호를 받은 게 아니었다.

드워프다운 드워프만이 그런 칭호를 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드워프들은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마을에만 있자니 몸이 근질거린다고!”

“그러게. 드워프는 뭔가를 두들겨야 제 맛이지!”

“너 그런 취향이었냐?”

거기다 이번에는 망치의 칭호를 가진 드워프들 여러 명도 자원 채취에 참가하기로 했다.

망치의 칭호를 가질 정도라면 전투 실력도 상급 기사 수준에 도달해야 했다.

그런 드워프들이 제국 기사가 상대라고 순순히 당할 리가 없었다.

반대로 때려잡으면 몰라도.

설령 마스터 나이트가 상대라고 해도 시간을 버는 정도는 가능했다.

동굴에 들어가는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배틀 머신을 보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겼다.

쿠퍼가 그런 드워프들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앞둔 것처럼 보이는데요.”

“매번 접하는 게 저런 것이니 애인보다 더 밀접한 관계인지도 모르잖아. 우리도 가보자고.”

오리하르콘을 채굴하려면 어느 정도 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가능한 많은 인원들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무작정 나눌 수도 없었다.

제국 기사라는 자들이 언제 자원 채취 중인 드워프들을 덮칠지 몰라서였다.

그렇기에 드워프들을 잘 아는 쟈칸의 의견에 따라 무리를 나누기로 했다.

동굴 왼쪽은 망치 셋이 담당하기로 했고 오른쪽은 쟈칸이 맡기로 했다.

중앙 부근은 김검천과 쿠퍼, 샤칸과 루시엘이 맡았다.

분류가 끝나자 쟈칸이 이동 중에 간단하게 주의를 주었다.

“제국 기사든 뭐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라. 목숨을 걸라는 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불꽃 망치시여.”

***

그렇게 김검천과 드워프들이 각자 맡은 구역으로 이동을 시작한 무렵이었다.

드워프들을 습격한 범인인 제국 기사들도 다시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번 일에는 제국 사천왕 중 한 사람도 투입되어 있었다.

제국 사천왕.

그것은 제국의 마스터 나이트 중에서도 상위 4명에게만 주어진 칭호였다.

그들 중 한 사람.

푸른색의 별호를 받아 블루 마스터 나이트라고 불리는 글래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발밑에 피투성이로 놓여있는 드워프를 향해서.

“더럽구나. 피투성이 드워프라니.”

피투성이가 된 드워프 주변에는 다른 드워프들도 묶인 채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사천왕의 앞인 만큼 제국 기사들 중 한 명이 긴장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드워프가 하도 말을 듣지 않아서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피로 더러워졌다는 건 아직도 오리하르콘 채광 장소를 말하지 않았다는 거냐?”

“드워프가 고집이 센 종족이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녀석은 특히 그런 거 같습니다.”

- 후우.

글래셔가 눈앞의 드워프를 향해 입김을 불었다.

따듯함이라고는 하나도 담겨있지 않는 차가운 바람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냉기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드워프의 피부 일부에 서리가 하얗게 내리기도 했고.

글래셔가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눈으로 드워프를 향해 말했다.

“이 몸이 누구인 줄 아나?”

“잡놈이지.”

“아직 입은 살았군. 이런 곳에서 너희 따위나 상대하고 있자니 짜증이 난 놈이 되었네.”

“그거 불쌍하게 되었군. 네 놈에게 이딴 곳에 오라고 시킨 자한테 가서 따져라.”

-퍽.

글래셔가 들고 있던 검집이 드워프의 얼굴을 가격했다.

드워프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글래셔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피가 묻은 검을 바닥에 문질렸다.

돌로 된 바닥이라서 피가 잘 닦이지 않는 게 더욱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명령을 따르는 건 불만 없다. 너희들을 상대하고 있는 게 짜증 난 것이지. 순순히 말하지 않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야.”

“크크크. 죽일 테면 죽여라! 더러운 제국 놈들!”

“죽는다는 소리를 쉽게 내뱉는군.”

“당연하다! 네 놈들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속 편하지.”

“그런 말을 쉽게 하면 안 될 텐데? 네가 아니라 네 옆의 드워프가 죽을 테니까.”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보던가. 죽여줄까? 네 소원대로.”

글래셔의 말에 주변의 제국 기사들이 검을 다른 드워프의 어깨 위로 올려놓았다.

반항한 행동에 대한 벌을 다른 자가 받게 되는 것이다.

묶여 있는 드워프들은 반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피투성이 드워프가 동료 드워프들의 죽은 눈을 보다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려줘.”

“안 들리는군. 좀 크게 말해주겠나?”

“살려줘! 살려달라고! 다 말해 줄 테니까! 오리하르콘 채굴장소도! 다른 것도 뭐든지!”

“흐음. 이제야 말을 잘 듣게 되었군. 진작 그랬으면 모두 좋았잖아.”

결국 드워프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토해냈다.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글래셔가 죽어가던 어떤 드워프 앞에 섰다.

그리고는 얇고 날카로운 검을 그대로 드워프의 가슴에 쑤셔 박았다.

“크헉…”

드워프는 짧은 비명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글래셔에게 협박받던 드워프가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손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 제국 놈아!”

옆에 있던 기사 한 명이 드워프를 마구 발로 걷어찼다.

“이종족 따위가 감히 누구에게?”

“컥, 그래도 오러를 쓸 정도의 마스터 나이트라면 자기 말에 무게가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드워프의 항의에도 글래셔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한 녀석만 처분한 것이다. 원래는 모두 죽일까 고민도 했거든.”

기사들이 드워프를 비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게 다 글래셔님이 자비로우신 덕이라고.”

“괜찮으면 너도 죽여줄까?”

글래셔가 기사들을 말렸다.

“그만둬라. 이제 녀석들은 황제 폐하를 위한 특별한 혈석의 재료가 되어야 하니까.”

알고 보니 드워프와의 약속을 위해서 살려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말로 황제 폐하가 내리신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었다.

글래셔가 들고 있던 가늘고 뾰족한 검을 힘껏 지면에 내려찍었다.

지면이 흔들린다 싶더니 뭔가에 의해 지면에 구멍 하나가 생겨났다.

- 쿠릉.

“이번에는 조금 괜찮은 걸 낚을 수 있다면 좋겠군. 손맛을 느끼고 싶거든.”

드워프를 감시하거나 이송할 몇 명의 기사들만 놔둔 채 다른 기사들이 움직였다.

죽어가던 종족을 보던 드워프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소리 높여 외쳤다.

“네가 제국 사천왕이든 마스터 나이트든 불꽃 망치께서 복수해주실 것이다! 우리의 초월 존재께서도!”

“드워프 따위에게 초월 존재의 가호가 있다면 네가 조롱을 받고 있지는 않겠지. 가자!”

명을 받은 기사들이 지면에서 약간 튀어나와 있던 커다란 구멍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사들을 받아들인 때마다 마치 먹이라도 삼킨 듯 구멍이 꿈틀거렸다.

마지막으로 글래셔가 구멍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거대한 구멍은 그대로 닫힌 채로 지하로 파고들었다.

***

샤칸도 자신이 맡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아까 전의 일에 대해 김검천에게 불평했다.

“김검천님. 혹시 쟈칸은 나만 미워하는 것 같지 않은가?”

“미워한다기보다 친근함의 표시 같으니 괜찮아. 그보다 네가 말한 표시라는 게 이건가.”

김검천은 동굴 바닥에 파여 있는 배수로를 보며 물었다.

원래 용도는 물이 빠져나가기 위해 파여져야 했는데 이건 달랐다.

아무리 봐도 용암으로 보이는 붉게 빛나고 뜨거운 점성 있는 액체가 흐르고 있어서였다.

동굴 안이라 어두워야 하는데 용암 때문에 횃불 없이도 주변이 보일 정도였다.

샤칸이 히죽 웃었다.

“처음 보면 다들 신기해하더라고.”

“이건?”

“대장장이 일을 하려면 금속을 제련해야 하는데 불꽃을 다뤄야 하잖아. 그런데 이 근방은 나무가 별로 없지.”

“나무 대신 용암을 이용한다는 건가. 하긴 작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군.”

“와! 알아주는구나! 그런데 다른 종족 녀석들은 위험하다면서 말이 많더라고.”

“위험한 걸 사실이지. 여기에 빠지면 뼈째로 녹을 테니까.”

“하하하! 그건 주의를 안 기울이는 쪽이 잘못이야. 우리들은 이제껏 아무 문제 없었다고.”

“그런데 채굴한 광석 중에는 용암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녹는 것들도 있지? 그러면 저것만으로 제련하는 걸 아닐 텐데.”

김검천이 있던 곳에는 상식이지만 이쪽에서는 특정 분야의 사람만 아는 지식이었다.

샤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연 김검천님이야. 그런 것도 알고 있다니. 그래도 그 해결법이 정령이라는 건 몰랐을걸.”

“그러고 보니 너는 불이 아니라 금속의 정령을 다루었잖지. 드워프마다 다른 건가?”

“그 말대로 보통은 땅의 정령을 부려. 금속 정령을 다루는 자는 없다고 봐야지. 불의 정령을 다루는 것보다도 더 숫자가 적거든.”

샤칸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금속 정령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샤칸을 루시엘이 위로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샤칸. 금속 정령은 당신과 닮아서 대지 친화적으로 생기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금속 정령을 불러낸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거냐? 이 귀쟁이가!”

루시엘의 위로에 힘입은 샤칸의 기운이 넘치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점점 동굴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용암이 고여 있는 구덩이가 보였다.

여기까지 이어진 배수로와의 용암 공급처인 모양이었다.

용암 구덩이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는 뿌연 증기가 올라오는 간헐천도 보였다.

오다가 본 슬라임이 몰려있었고.

이 근처에서 오리하르콘을 채광할거라고 했기에 쿠퍼가 걱정이 되어 샤칸에게 물었다.

예전 인간 사냥꾼을 상대할 때 슬라임에게 크게 당하기도 했으니까.

“슬라임이 저렇게 모여 있는데 작업하다가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작업 중에 기습이라도 당해 근처 용암이라도 빠지면 즉사할 게 뻔했다.

쿠퍼가 신경 쓰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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