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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4화 (114/250)

114화

샤칸이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올 때도 봤지만 먼저 공격은 안 했잖아. 가만 놔두면 간헐천 주변을 벗어나지 않으니 괜찮을 거야.”

“여기 슬라임은 충격만 없다면 비선공형 괴물이라는 건가.”

“만지는 정도라면 얌전히 있을걸. 그래서 물을 얻는 용도로도 쓰일 정도니까.”

“우웁. 슬라임 액체 마신 거 기억에서 겨우 삭제했었는데. 빨리 곡괭이나 줘!”

곡괭이 하나를 넘겨받은 쿠퍼가 급히 벽으로 달려갔다.

슬라임의 부산물을 마신 무서운 경험을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걸로 잊으려는 모양이었다.

샤칸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변 드워프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질 수는 없지. 여기서부터 각자 흩어져서 채광을 개시하자.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각자 주의해!”

따라온 드워프들이 제각각 흩어져 채굴에 나섰다.

개중에는 자기 마음대로 일하려고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지는 드워프도 있었다.

김검천이 샤칸에게 알려주었다.

“저렇게 멀리 보내도 되는 건가?”

“따로 근처에 봐둔 광맥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인간도 아니고 드워프인데 알아서 할 거야.”

“그러고 보니 망치라고 해도 강제적으로 저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했었지.”

하긴 자원해서 들어온 드워프니 김검천이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몇몇 드워프는 열심히 곡괭이를 휘두르는 쿠퍼 옆으로 가 주었다.

채굴 중 오리하르콘이 허공에 날리면 옆에 드워프가 같이 있어 줘야 수염에 붙을 테니까.

샤칸은 들고 온 자기 전용 곡괭이를 들고 벽으로 돌진했다.

“으하하! 이 곡괭이 MK2라면 누구보다도 빠르게 광물을 캘 수 있지!”

루시엘이 고개를 흔들며 김검천에게 물었다.

“전 저게 보이지 않을 곳에서 작업하겠습니다. 저런 바보 옆에서 채광하다가는 같은 바보가 될 거 같으니까요. 김검천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역시 세상은 넓군. 그런 무서운 전염병이 있다니. 하지만 나는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전 바보 전염을 피하기 위해 이만 물러납니다.”

루시엘은 엘프만의 다른 채굴 방도가 있는지 샤칸으로부터 멀어졌다.

김검천은 엘프가 아니었으니 수염이 있는 샤칸 옆에서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샤칸이 곡괭이를 휘두를 때마다 벽의 조각이 한 무더기씩 떨어져 나왔다.

확실히 스스로 이름을 붙일 정도의 곡괭이는 뭔가 다르긴 한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다가와 근처에 서 있자 샤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김검천은 곡괭이도 없이 맨손으로 벽 앞에 서있던 것이다.

샤칸이 잠시 망설이다가 곡괭이 MK2를 내밀었다.

“김검천님. 작업 도구가 없으면 이거라도 줄까? 주는 건 아니고 빌려주는 거지만.”

“아니, 나는 곡괭이보다는 이걸로 하지. 더 빠르다고.”

- 부우웅.

김검천이 파워드슈츠에서 광선검을 뽑았다.

푸른 빛줄기가 원통형 막대를 타고 칼날을 형성했다.

샤칸이 멍하니 김검천이 만들어낸 빛의 궤적을 눈으로 좇았다.

- 치이익.

뜨겁게 달아오른 빛의 칼날이 벽을 녹였다.

파워드슈츠의 힘과 초고온의 칼날이 벽에 커다란 자국을 만들었다.

샤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김검천님. 방금 그건 설마 오러인가?”

“오러가 아니라 광선검을 이용한 거야. 내 파워드슈츠의 기본 무장 중 하나지.”

“돌벽을 저렇게 가볍게 자르는 무기가 기본 장비라고? 대단하긴 한데 그걸 쓰면 안 돼.”

“어째서?”

“그 정도 위력이면 오리하르콘마저 날려버릴 테니까.”

[거기다 광선검에 의한 채광은 에너지 효율도 나쁩니다.]

“별수 없네. 그러면 오랜만에 손이나 놀려볼까?”

- 퍽!

김검천이 돌로 된 벽에 주먹을 날렸다.

돌벽을 파고 들어간 주먹은 손이 안 보일 정도로 깊게 박혔다.

전력으로 치면 더 강한 위력을 보일 수도 있었다.

힘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고 광석을 캐려는 것이니 적당하게 친 것이었다.

광석 캐는 건 숨 쉬는 것처럼 해왔던 샤칸이 허무한 표정으로 곡괭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그냥 주먹으로 치는데 이 몸의 곡괭이 MK2보다 더 낫다는 말인가!”

“이게 다 파워드슈츠 덕이지. 자,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곡괭이를 휘두르자고.”

샤칸의 생각에도 빨리 작업을 마치고 배틀 머신이나 보러 가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누구보다 빠른 채광 속도에 돌벽을 파고든 둘은 어느덧 모습이 안 보이게 되었다.

곧이어 찾아올 불청객인 제국 기사들의 눈에도 안 뜨일 정도로 말이다.

***

- 드드득.

바닥이 진동하더니 돌로 된 지면이 흙으로 만든 집이라도 된 듯 무너져 내렸다.

이어 갈색 원통형 구멍이 살짝 튀어나오더니 거기서 기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구멍이 꿈틀거리는 걸 보니 구멍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의 입으로 보였다.

그 입으로부터 가장 먼저 나온 건 글래셔였다.

주변을 살피던 제국 기사들 중 한 명이 투덜거렸다.

“이동하는 내내 저 속에 있자니 침에 젖어서 축축하고 냄새가 나쁘군.”

“쉿, 조용히 해. 드워프들에게 들키고 싶나?”

“이 정도로 들킬 것 같으면 입도 안 열었지. 이렇게 시끄러운데 들킬 리가.”

- 캉캉캉!

기사의 말대로 오리하르콘을 채광하는 소리가 주위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창 작업 중이기에 드워프들은 제국 기사들의 출현을 눈치 못 채고 있었고.

글래셔가 제국 기사들 중 상급 기사 두 명을 지목하며 말했다.

“여기는 이 몸이 맡을 테니 너희 둘은 나머지 기사들을 데리고 다른 장소로 이동해라.”

“일이 끝나시면 중앙 채굴 장소로 이동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렇다. 이런 더러운 곳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임무는 완수해야 하니까.”

명령에 따라 기사들이 한 명씩 나왔던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지면의 거대한 입은 기사가 모두 들어가자 서서히 닫히며 지면 밑으로 사라졌다.

다른 기사들이 떠나자 글래셔는 드워프들 앞으로 나섰다.

드워프들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글래셔를 발견하고 작업을 중지한 채 곡괭이를 움켜쥐었다.

“인간! 인간이다!”

“꽃이 새겨져 있는 마갑이야!”

“그런 문양이라면 제국의 마갑일 터. 역시 제국의 인간 놈들이 범인이었어!”

드워프들 중에서도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망치 드워프가 다짜고짜 글래셔를 향해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런 와중에도 망치 드워프의 곡괭이로부터는 마나가 확실히 생성되어 있었다.

과연 상급 기사 못지않다는 망치 호칭을 받을 만한 실력이었다.

검같이 예리한 무기가 아닌 도구에는 마나를 생성하는 게 힘들었다.

실력자가 아니면 망치나 곡괭이 같은 것에 마나 생성이 불가능한 것이다.

글래셔는 그런 실력을 가진 드워프를 향해 짜증스럽게 검을 내지를 뿐이었다.

푸른 빛줄기가 한기를 머금고 허공을 질주했다.

“억!”

빛줄기가 망치 드워프에게 적중하자 상처로부터 얼음이 자라나며 전신을 덮어나갔다.

“망치인 내가 이렇게 간단히? 으아악!”

그 말을 끝으로 망치 드워프는 얼음 동상이 되어 버렸다.

남아있던 다른 2명의 망치 드워프가 굳은 얼굴로 곡괭이 대신 금속 망치를 들어 올렸다.

글래셔가 단번에 망치 드워프를 해치운 걸 보니 아무래도 좋게 넘어갈 것 같지 않아서였다.

주변에 있던 드워프들도 이미 다른 제국 기사들에게 당하는 중이었고.

글래셔가 차갑게 웃었다.

이곳은 장소든 드워프든 뭔가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지겨우니 빨리 끝내도록 하지.”

글래셔의 검이 번뜩였다.

***

-으악!

김검천은 어디선가 울려 퍼진 드워프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평상시라면 들을 수 없는 소리겠지만 적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던 김검천이었다.

미리내에 의해 주변의 소리를 선별해 소음을 없애고 음성만 증폭해 듣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샤칸은 아무것도 못 들었을 테니 여전히 곡괭이로 돌벽을 내려찍고 있었다.

“미리내, 음성 모드 기동.”

[알겠습니다. 샤칸을 대상으로 기동합니다.]

시끄러운 작업 중이라도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부의 침입자도 들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렇게 음성 모드를 사용해 샤칸에게만 들리도록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했다.

[샤칸, 김검천이다. 일단 내 이야기를 듣고 대답만 해. 시끄러워도 난 들리니까.]

김검천의 말에 샤칸이 흠칫하더니 작업을 계속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건다는 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져서 그런 것일 테니까.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았는가.

[다른 드워프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은 동굴 안에 들어오기 전 이미 구상해 두었지?]

“정령탄이 있어. 이걸 터트리면 정령만이 알아챌 수 있지만 드워프는 정령의 소유자니까 알 수 있다고.”

[좋아. 저기 있는 쿠퍼에게는 내가 말해두면 되겠지. 루시엘은?]

“녀석도 정령을 쓰니까 알아챌 거다. 상급 기사 이상으로 강하니 단번에 당하지도 않을 테고.”

샤칸이 가슴을 두들겼다.

루시엘의 실력을 신뢰하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샤칸이 품속에서 막대기 같은 걸 꺼내들며 반으로 부러뜨렸다.

그게 정령탄인 모양이었다.

- 파삭.

정령탄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데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향기가 풍겨왔다.

김검천이 샤칸에게 물었다.

“꽤 신기한 냄새인데. 이게 정령들에게 신호라는 걸 알리는 작용을 하나 보네.”

샤칸이 경악한 눈으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오늘만 해도 김검천에게 몇 번이나 놀라는지 몰랐다.

정령을 사용하는 샤칸도 정령탄을 사용하면 냄새가 난다는 건 처음 알았으니까.

알면 알수록 놀라운 사람이 김검천이었다.

“정령탄에서 냄새가 난다니?”

“그게 이상한 건가? 난 괜찮은 향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네.”

붉은 꽃이 새겨진 마갑을 입은 기사들이 동굴 한쪽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였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검에는 이미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이미 당한 드워프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샤칸은 더 기다리고 할 것 없이 일단 벽에서 튀어나와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네 녀석들이 나타난 방향에 있던 드워프들은 어떻게 되었지?”

“이 검을 보고도 모르겠나? 하여튼 드워프들은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켁!”

샤칸을 비웃던 기사의 머리가 어디선가 날아온 금속 망치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이 금속 망치가 날아온 방향을 보니 쿠퍼가 금속 망치를 치켜들고 있었다.

“누가 내 드워프 친구인 샤칸을 비웃느냐!”

“쿠퍼! 내 인간 친구여!”

허무하게 기사 한 명을 잃은 상급 기사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갔다.

아직 드워프와 검 한번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입만 벙긋거리다 죽은 기사라니.

머리에 열이 오른 상급 기사가 샤칸과 쿠퍼를 향해 돌진하며 소리쳤다.

“글래셔님에게는 이 몸이 책임지고 말하겠다! 저 두 놈만큼은 확실히 죽여라!”

“예!”

- 퍽!

명령을 내리던 상급 기사가 갑자기 허공을 난다 싶더니 동굴 벽에 처박혔다.

상황을 지켜보던 김검천이 앞장 선 상급 기사를 때려잡고 본 것이었다.

그것도 주먹 한 방만으로.

김검천이 다들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보자 입을 열었다.

“아, 이 녀석이 책임자인 거 같아서 먼저 처리했는데 내가 사람 잘 못 본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다른 녀석을 다시 잡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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