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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5화 (115/250)

115화

이미 충분한 피해를 입은 거 같은데 멈추지 않고 다른 기사들을 더 때려잡겠다니.

눈치 빠른 제국 기사들은 동료 기사들의 뒤로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김검천의 눈이 제국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남아있던 제국 기사들 중에서는 가장 지위가 높은 자가 입을 열었다.

“에잇! 다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제국에서도 실력 있기로 유명한 근위 기사… 켁!”

- 퍽.

기세 좋게 외치던 기사가 동굴 벽에 박혀 있는 상급 기사 옆으로 날아갔다.

숨 몇 번 쉴 동안 제국 기사들 중 가장 실력 좋은 자와 지위가 높은 사람이 박살난 것이다.

사이가 좋은 두 기사를 보던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유명하다는 것에 동감해. 생각보다 더 잘 날아가는 걸로 이름이 알려진 게 맞지?”

남아있는 제국 기사들 중 그나마 용기 있는 자가 두려움을 참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뭐… 뭐냐? 무엇 때문에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저분들을 저렇게 만든 거냐?”

“응? 당연히 기선 제압을 위해서지. 머리가 있으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잖아.”

“머리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너희를 처리할 우리의 손발이 고생할 거라는 이야기지. 그런 의미에서 명령을 내리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중이니 다음은 너로 정했다.”

“아… 안 돼!”

“안 되면 되도록 해야지. 기사답게 굴라고.”

- 퍽. 쿵.

이제는 벽에 새겨진 장식품이 3명으로 늘었다.

제국 기사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모인 제국 기사들 중 지시를 내릴 만한 사람들은 모두 벽에 가서 처박힌 상태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살육을 수행하던 기사들이었다.

드워프들을 죽이면서도 약간의 흔들림도 없이 명령만을 따르는 자들.

그런 집단이 김검천의 주먹질 몇 번에 겁에 질린 아이들처럼 변해 버린 것이다.

“드워프들만 있는 곳에 왜 저런 강자가?”

“계획과는 다르잖아.”

“혹시 함정인 건가?”

기사들은 검이 들고 김검천과 대치하는 것마저 힘들어져 갔다.

집단 전투에서 유지되어야 할 사기가 바닥을 뚫고 추락한 것이다.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드워프들은 제국 기사들을 놔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검에서 진득히 붙어 있는 동족들의 피가 아직 마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좋게 말로 할 시기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간 것이다.

샤칸도 금속 망치를 들고 다가가는 순간 김검천이 손을 들어 막았다.

샤칸이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김검천님. 이것만큼은 막아도 소용없어! 저놈들의 머리를 모조리 박살 내고 말 거니까!”

“아니, 뭔가 이상해서 그래. 다른 드워프들도 놈들로부터 멀어지라고 해!”

샤칸이 급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김검천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동안 보고 들은 게 있었으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봐! 다들 일단 멈춰! 멈추라고!”

김검천과 샤칸의 말을 무시하고 제국 기사들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드워프들과는 다르게.

그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 쿠르릉.

김검천과 드워프, 제국 기사들 사이의 바닥이 흔들리더니 지면에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으아악!”

“이게 뭐지?”

“살려줘!”

갑자기 발밑에 생겨난 구멍에 피하지도 못하고 그곳으로 떨어지는 드워프들이었다.

잠시 후 갈색 원통형 구멍처럼 생긴 입으로부터 글래셔가 천천히 솟아 나왔다.

그 뒤를 이어 다른 제국 기사들이 튀어 나왔다.

그들 중 일부는 피투성이가 된 드워프를 끌고나와 바닥에 내팽개쳤다.

“글래셔님!”

“제국 사천왕, 블루 마스터 나이트 글래셔님이 오셨어!”

“이제 우리는 살았다!”

글래셔가 주변의 드워프들을 보다가 환호하는 제국 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지금 휴가라도 즐기는 중인가? 아직까지도 이곳의 드워프들을 처리 못 하다니.”

기사 한 명이 급히 대답했다.

“생각보다 저항이 강해 상급 기사를 포함한 희생자들이 생긴 상태입니다.”

기사가 김검천의 손에 날아간 기사들을 가리켰다.

거기에 이곳 기사들의 책임자인 상급 기사 모습이 보이자 글래셔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심하군. 제국 기사라는 자가 저런 꼴이라니.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기사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다른 방향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네 놈이냐! 이곳에 온 제국 기사들의 수장이라는 놈이!”

“이번에는 또 뭐하는 녀석이냐?”

글래셔가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는 거대한 붉은 전투용 도끼를 들고 있는 쟈칸이 서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여기까지 끌고 온 제국 상급 기사의 그을린 머리카락이 잡혀있었다.

쟈칸이 있는 쪽으로 보냈던 제국 기사들도 임무에 실패한 것이었다.

결국 글래셔가 담당한 곳만 공격에 성공한 것이었다.

쟈칸이 끌고 온 상급 기사를 자신의 앞으로 내던졌다.

“난 이곳 드워프 부족의 치프, 불꽃 망치 쟈칸이다! 지금이라도 데려간 모든 드워프들을 돌려주고 잘못을 빌면 네 목숨 하나로 끝내주겠다!”

포로로 잡힌 상급 기사가 글래셔를 보며 애원했다.

“글래셔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같은 편이지 않습니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제국 기사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너는 거기서 놈과 같이 죽어라.”

글래셔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글래셔의 검은 제국 표준 검보다 좀 더 긴 대신 폭이 얇았다.

그의 검에서 푸른빛이 번뜩였다.

“오러섬인가!”

쟈칸이 급히 들고 있던 전투 도끼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하지만 글래셔가 노린 건 쟈칸이 아니었다.

“컥!”

글래셔의 목표가 된 상급 기사가 짧은 비명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이마에 피 한 방울 안 흐르는 구멍만 남긴 채.

쟈칸이 무의미하게 죽어버린 상급 기사를 보다 글래셔에게 말했다.

“네 놈.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자기 부하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다니?”

“살려달라고 하는 자는 제국 기사가 아니다. 그러니 문제 될 것이 없지. 너는 적이 줄었으니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글래셔의 냉혹한 말에 제국 기사들은 딱딱한 표정을 지을뿐 어떤 대꾸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말에 분노한 건 쟈칸이었다.

“네 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너는 같은 동족의 목숨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드워프라는 것들은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같은 인간이라도 목숨의 가치는 다르다. 물론 너희들의 값어치는 그보다도 형편없고.”

그것이 제국에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 계급 사회에서 가장 위에 존재하는 자는 바로 황제였고.

쟈칸이 이를 드러냈다.

“너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간이군.”

“쓸만한 도구에 불과한 드워프에게 들을 말은 아니지.”

글래셔를 노려보던 쟈칸이 돌아보지도 않고 김검천에게 부탁했다.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이 몸에게 맡겨주지 않겠나? 버릇을 고쳐주고 싶소.”

“성격은 저래도 마스터 나이트인 것 같은데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마스터 나이트와는 전에도 싸워 본 적이 있으니 걱정 말게. 실력에는 나름 자신이 있거든.”

- 화르륵.

쟈칸이 들고 있던 전투 도끼가 손잡이부터 시작해 날까지 불이 붙었다.

불이 닿는데도 뜨거움을 느끼지 않는 듯한 쟈칸이었다.

괜히 쟈칸에게 불꽃 망치라는 별호가 붙은 게 아니었다.

화염 정령의 소환자인 쟈칸은 자연계의 근원 요소인 불을 자유롭게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대답을 망설이는 김검천의 옆에 있던 샤칸이 말했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양보해 주라고. 저런 모드에 들어간 쟈칸은 고집을 순순히 안 꺾거든.”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겠군. 아쉬워. 심심풀이로 처리하기 좋은 녀석 같았는데.”

그런 모욕적인 말은 살아오면서 처음 듣게 된 글래셔가 김검천을 노려보았다.

김검천도 글래셔를 마주 응시했다.

“크, 제국 사천왕 중 한 명이자 블루 마스터 나이트인 이 몸을 심심풀이라고 했나?”

“시간을 죽이기에는 딱 좋은 상대로 보였거든. 혹시라도 쟈칸을 이긴다면 다음은 내가 상대해 주도록 하지. 감사히 여기라고.”

“흥…”

김검천을 바라볼수록 이상할 정도의 압박감이 느낀 글래셔가 시선을 먼저 돌렸다.

황제를 알현할 때와도 같은 기분이라니.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감인지도 몰랐다.

글래셔는 불경한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 힘껏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알지도 못하는 녀석을 어떻게 위대한 황제 폐하와 비교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감정이 든 건 황제를 신봉하던 글래셔에게 자신이 모욕당한 것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그가 발작하듯이 외쳤다.

“김검천이라고 했나? 그러면 그동안 심심하지 않게 해주지. 록웜! 저놈을 먹어치워라!”

검으로 지면을 내려찍자 글래셔의 몸의 한구석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그러자 제국 기사들을 운반해 온 생명체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며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일직선의 뭉툭한 몸통에 거대한 입을 지닌 지렁이 같은 괴물이 지면 위로 나타난 것이다.

바닥의 구멍처럼 보였던 건 록웜이 원통형의 입을 벌리고 있던 것이었다.

록웜.

암석층으로 이루어진 지하를 주로 다니기에 피부가 바위보다도 더 단단한 괴물.

눈과 다리는 퇴화되어 없거나 쓰이지 않았지만 그만큼 다른 부분이 발달하기도 했다.

벌레 같은 외모와 달리 입에는 암석도 가볍게 씹어 먹는 바늘 같은 이빨이 잔뜩 나 있었다.

입 크기만 3미터에 넘어가는 덩치는 사람 수십 명 정도는 삼켜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고.

글래셔는 그런 록웜을 혈석으로 지배해 자신들의 수송용 도구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상급 기사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기에 전투에도 충분히 쓸만했다.

그런 록웜이 김검천을 향해 거대한 입을 벌리며 덮쳐왔다.

동시에 글래셔도 김검천을 향해 공격을 하려고 들었다.

- 화르륵. 치이익.

글래셔 앞의 돌이 화염의 열기에 녹아들며 중간에 방해만 없었다면 말이다.

글래셔가 고개를 돌리니 쟈칸이 불이 붙은 전투 도끼를 내뻗고 있었다.

글래셔의 검으로부터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하얀 서리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이봐. 제국 놈. 어디를 보는 거지? 우리들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니겠나.”

“더러운 드워프 놈이 방해를? 그렇게 먼저 죽고 싶다면 소원을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쟈칸과 글래셔가 서로 오러와 정령의 힘을 뿜어내며 한구석에서 전투를 시작했다.

김검천의 옆에서는 눈을 부릅뜬 샤칸이 록웜을 향해 곡괭이를 휘두르며 돌격하려고 했다.

“으아아, 이 드워프님께서 벌레 따위에게 잡아 먹힐 거 같으냐!”

“샤칸, 벌레에게 너무 열 내지 말라고.”

김검천은 샤칸의 목덜미를 집으며 쿠퍼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쿠엉!

지면에 록웜의 입이 내리꽂혔다.

록웜이 고개로 추정되는 부분을 들자 입을 박은 돌로 된 지면이 움푹 파여 있는 게 보였다.

돌바닥인데도 팔꿈치까지 들어가고도 남아 보일 큰 구덩이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김검천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지만.

“아무래도 편식은 안 하는 녀석인가 보군. 돌도 소화시킬 정도니 속을 안 봐도 건강하겠는데. 어디를 가도 굶어 죽지도 않을 거 같네.”

김검천이 샤칸을 쿠퍼 옆에 내려놓았다.

샤칸이 거칠게 항의했다.

“김검천님! 저런 녀석쯤은 이 몸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다고! 괜히 안 도와줘도 되었는데!”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보다 먼저 주변 상황을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록웜의 공격에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던 샤칸이 그제야 주변을 살펴보았다.

“으아악!”

“죽여! 더러운 제국 놈들!”

“놈들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어!”

글래셔와 록웜 분만이 아니라 드워프들과 제국 기사들도 전투를 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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