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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8화 (118/250)

118화

록웜 따위보다는 쿠퍼와 샤칸의 목숨이 더 소중했으니 망설일 것 없었다.

그저 록웜이 처리되었는지는 확실히 확인 못 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연기 속을 뚫고 나오자 쿠퍼와 샤칸이 글래셔와 대치중인 모습이 보였다.

생각대로 남은 자들 중 가장 무력이 강한 쿠퍼와 샤칸이 나선 것이었다.

쟈칸은 둘러싼 드워프들이 만들어 낸 원진 안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로군. 역시 글래셔에게 패배한 건가. 그래도 내가 록웜을 잡을 때까지는 잘 버텨주었어.”

쿠퍼와 샤칸은 아직 마나만큼은 충만한지 연신 푸른 빛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래도 제대로 무기를 글래셔와 맞부딪히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마스터 나이트가 쓰는 오러는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 중 하나였으니까.

그 증거로 쿠퍼의 금속 망치는 너덜너덜해져 무기 역할도 제대로 못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 쿠퍼를 향해 글래셔가 다시 오러 소드를 내려쳤다.

쿠퍼의 눈에 절망감이 서렸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로 글래셔의 오러 소드를 막을 수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쿠퍼!”

동굴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검천이 달려가면서 미리내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증폭해 외친 것이었다.

단순하게 소리친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실드를 벽처럼 만들어 증폭된 소리가 대부분 글래셔에게 향하도록 했으니까.

임시적이지만 일종의 음파 병기처럼 사용한 것이다.

글래셔가 인상을 찌푸린 채 뒤로 물러선 걸 보니 생각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였다.

“김검천님! 오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쿠퍼는 죽기 일보 직전에도 김검천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글래셔같은 건 김검천이 온 순간 박살 날 거라는 기대로 여태까지 버틴 것이다.

계속 물러나던 쿠퍼의 양팔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글래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김검천? 그 녀석은 록웜이 상대하고 있었을 텐데? 아니, 셋 다 상대해 주면 그만이야.”

“웃기는군. 네 녀석 따위가 김검천님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넌 이거나 먹어라!”

쿠퍼가 글래셔가 말하는 틈을 타 그의 머리를 향해 금속 망치를 힘껏 내려쳤다.

금속 망치에는 푸른빛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김검천 덕분에 쿠퍼는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까 밀릴 때와는 다르게 예상외의 강한 공격에 글래셔가 뒷걸음을 칠 정도였다.

그 이상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하하,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공격이로군. 하지만 이 정도로 사천왕인 이 몸에게 스치기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으냐!”

글래셔는 김검천에 의해 집중이 흔들린 상태였지만 쿠퍼의 공격정도는 피해 낼 수 있었다.

오히려 쿠퍼를 금속 망치채로 베어버리려 오러 소드를 뿜어 반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 파직.

불길한 소리와 함께 금속 망치가 폭발하듯이 터져나갔다.

안 그래도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쿠퍼가 마나까지 집중했으니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물건에는 내구력의 한계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글래셔가 기겁을 했다.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막았지만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는지 파편이 얼굴을 스쳤다.

무기를 잃어버린 쿠퍼가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 글래셔를 향해 턱을 치켜세웠다.

타격은 제대로 못 주었지만 한 방 먹인 셈이니 글래셔의 자만심만큼은 꺾은 셈이었다.

“아까 뭐라고 했지. 스치지도 못한다고? 사천왕 중 한 분께서 이렇게 당하셔야 되겠나!”

글래셔는 쿠퍼가 뭐라고 말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뺨을 만졌다.

쿠퍼의 공격에 스친 뺨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글래셔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놈이.”

“뭐라는지 안 들리는데?”

“이 하찮은 놈이 감히 이 몸에게 피를 흘리게 만들어 내다니! 오러참!”

글래셔가 검을 휘둘러 오러를 날리자 쿠퍼가 몸을 피하려고 하다가 움찔했다.

글래셔가 오러를 날린 곳은 쿠퍼가 있는 방향이 아니라 쟈칸과 드워프들이 모인 장소였다.

글래셔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흐하하! 네가 저지른 잘못이 네 놈의 죽음으로 용서될 거 같았느냐!”

“이 자식이!”

오러참이 드워프들을 반 토막 내려는 순간 김검천이 앞을 가로막았다.

발 부분에 실드를 응집시켜 힘으로 오러를 밀어붙이면서.

- 쿠웅!

김검천의 발차기에 오러참은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오러의 힘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글래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도 오러가 박살 난 게 현실인지 고민할 정도였으니까.

“오러를 그냥 밟아서 막아내다니? 저게 가능한 일이던가?”

글래셔가 고뇌하는 사이 김검천은 드워프들에게 손짓을 했다.

“이제부터 더 위험해질 테니 너희들은 멀리 몸을 피해있어.”

“알… 알겠소!”

샤칸이 말하지 않아도 드워프들은 김검천의 말에 잘 따르고 있었다.

눈앞에서 오러가 박살나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한 탓인 것 같았다.

피부가 괴사해 죽어가던 쟈칸이 겨우 눈을 뜨며 김검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 조심. 놈의 오러는 단순한 오러가 아니라…큭.”

“말 안 해도 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 모습만 봐도 알 거 같으니까요. 그러면 샤칸. 쟈칸을 부탁한다.”

“알겠어. 미안하지만 우리는 방해만 될 거 같으니 자리를 피할게. 대신 쟈칸의 일은 맡겨둬!

샤칸이 드워프들을 통솔해 동굴 너머로 자리를 피했다.

김검천은 쿠퍼의 어깨를 두들겼다.

“내가 없는 동안 잘해주었다. 역시 쿠퍼야.”

“별말씀을요. 글래셔라는 녀석을 제 손으로 끝장내지 못해서 죄송할 뿐입니다.”

쿠퍼가 무리하게 반격한 것은 김검천이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따로 김검천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최선의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다.

“고생했다. 그러면 쿠퍼도 샤칸을 도와 드워프 쪽을 부탁하지.”

쿠퍼가 물러나기 전 글래셔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한 마디를 남겼다.

“이제 넌 죽었다.”

다들 물러서니 루시엘도 뒤에서 보조를 맞춰 이동하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을 물린 김검천이 글래셔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혼란한 표정의 글래셔는 김검천을 향해 검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방금 전 오러를 무슨 재주로 처리한 거냐? 마법이냐? 아니면 마갑의 힘이더냐?”

“그거는 실드를 이용한 거지.”

“실드?”

“너희 식으로 말하자면 마나 보호막이겠군. 몸의 일부에 그걸 몇 겹씩 집중시켜 오러를 밀어낸 거지.”

글래셔가 흠칫했다.

김검천이 순순히 이야기를 해준 것도 그렇지만 막아낸 방법도 놀라워서였다.

“마나 보호막을 그렇게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건 몸 주변에만 생성되는 것인데.”

“마갑은 그런 모양이더군. 이 파워드슈츠를 쓰면 몸 일부에만 생성도 가능하지.”

“네가 입고 있는 건 마갑 이상의 마갑이라는 건가? 이거 흥미롭군.”

글래셔가 탐욕스러운 시선을 파워드슈츠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에 비해 자신감이 생긴 표정이었다.

김검천이 파워드슈츠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표정이 훨씬 좋아졌는데. 파워드슈츠가 네 마갑보다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욕심이라도 생겼나?”

“네 실력을 대충 파악했으니까.”

“척 봐도 실력을 알 정도로 대단한 능력자였나? 그런 자만심은 네게 있어 독이 될 거야.”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해야겠지. 제국 사천왕 중 한 명이며 블루라는 칭호를 받은 마스터 나이트가 이 몸이니까.”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네가 날 이길 수 있다면 자신감이라 불리겠지만 못하면 자만심인 것이야.”

“위대하신 제국의 황제 폐하의 가호를 받는 이 몸을 이길 수 있다는 게 더 웃기는군.”

“그 가호라는 게 혈석을 말하는 거 같은데 돌멩이 따위를 믿다니 한심하군.”

글래셔가 혈석이 박힌 곳을 저도 모르게 가렸다.

김검천이 혈석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해서였다.

혈석에 대한 일은 제국에서도 연관된 사람들 중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혈석에 대해 언급하다니.

“네 녀석,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별로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아. 그게 인간의 피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 같고 사용자의 힘을 늘려주는 것 같다는 정도?”

“그러면 우리들이 드워프를 납치한 것도 새로운 혈석을 만들려는 황제 폐하의 뜻이라는 정도는 짐작하겠지? 그런데도 막아설 생각을 하다니 불경한 자로다!”

저 모습을 보니 제국 황제를 마치 살아있는 신처럼 여기고 있지 않은가.

글래셔와는 다르게 제국 황제 같은 건 김검천에게 있어서 별 의미도 없었다.

그보다 혈석에 대해 아는 듯한 모습을 보였더니 다른 비밀을 털어놓다니 쉬운 녀석이었다.

“역시 그 정도 인물이 뒤를 봐주니 이런 일도 벌일 수 있는 거군. 그런데 대놓고 이야기할만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어차피 이야기를 들은 건 너뿐이니 이 자리에서 죽이면 그만이니까.”

“그럴 수 있나 어디 한번 나한테 실력을 증명해 보이던가.”

김검천이 글래셔를 향해 팔을 겨누었다.

“뭘 할 작정이냐?”

“귀여운 녀석을 선물할 거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총탄 폭발형. 암건 발동.”

- 타타탕.

김검천은 일부러 관통형이 아닌 폭발형을 선택했다.

어차피 마스터 나이트라면 암건 정도에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이 없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암건을 쏴 확인을 해볼 작정이었다.

김검천의 생각대로 글래셔가 날아오는 총탄을 향해 검을 휘둘러 막아섰다.

마나의 극에 달해 오러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되니 가능한 모습이었다.

- 펑.

물도 새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검의 움직임.

검에 서려 있는 오러는 스치기만 해도 탄환의 존재를 소멸시켜 나갔다.

다만 검을 휘두를 때마다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데도 글래셔는 연신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터져나가는 탄환의 폭발음이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김검천은 글래셔를 향해 점차 거리를 좁혀가다가 다른 팔을 내밀었다.

파워드슈츠 손목 부근에서 가는 금속 채찍이 튀어나오며 글래셔의 손을 후려쳤다.

“헉?”

기습적인 공격에 하마터면 글래셔는 손목에 금속 채찍을 얻어맞을 뻔했다.

채찍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니었지만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 있기에 당할 뻔한 것이었다.

역시 오러라는 강한 힘을 쓰는 만큼 죽음을 맞이할만한 치열한 전투 경험은 없어 보였다.

김검천이 채찍을 회수한 후 암건을 멈추었다.

“과연 허둥거리는 실력만큼은 대단한데? 나는 흉내도 못 내겠어.”

글래셔의 눈가에 붉은 기가 서렸다.

아까 큰소리쳤을 때를 떠올리면 부끄러울 만도 했다.

“으드득. 지금 누구를 물로 보는 건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오러여!”

글래셔가 들고 있던 검에 어려 있던 푸른빛의 오러가 하얗고 파란색으로 변해갔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에 김검천이 아까와는 다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저게 마스터 나이트도 상대할 수 있다며 자부하던 쟈칸을 패배시킨 정체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 테이룬과 상대할 때도 저런 식의 힘을 한번 겪었지 않은가.

“오러를 얼음으로 만든 건가?”

“그렇다! 오러의 속성을 변화시킨 것이지!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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