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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19화 (119/250)

119화

공격을 대비하던 김검천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패배가 확정된 것 같은 대사네. 과연 네 뜻대로 되려나 되려 궁금해지니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해주마! 울면서 애걸하지나 말라고!”

김검천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 울면서 애걸하게 만든다고?”

“뭐냐? 갑자기 무서워지기라도 한 거냐?”

“그게 아니라 아기 때 이후로 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재주로 날 울릴지 궁금해졌거든.”

“뭐라고?”

“그런 기술이 있다면 어디 가서 재롱이라도 피우는 게 좋지 않을까? 요즘같이 감정이 메마른 세상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능력이거든.”

- 뿌드득.

글래셔가 이를 갈았다.

김검천이 그 모습에 대해 상냥하게 조언해주었다.

“이빨을 가는 건 치아와 턱 건강에 안 좋다 하니 그만둬라. 무려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누가 그딴 걸 알고 싶다고 했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해!”

“나중이 있을지 모르니 건강은 당장 챙겨야지. 아, 넌 곧 죽을 예정이니 관계없구나.”

“흐흐흐, 정말 말은 잘하는구나. 누가 죽을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고.”

검을 양손에 쥔 글래셔가 무기를 오른 귀 쪽으로 들어 올렸다.

오러가 일렁거리던 검에 하얀빛이 서리더니 검의 끝부분에 서리가 내렸다,

김검천이 새로운 형태의 공격에 대비해 실드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러치고는 반짝이는 게 예쁜걸? 무도회 같은 곳에서 보여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어.”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맞아보면 너도 몸을 떨 정도로 좋아하겠지! 빙하섬!”

짧은 기술명과 함께 하얀빛이 하얀 꼬리를 남기며 김검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빠른 것만큼은 확실한 기술이었기에 피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김검천은 먼저 실드로 어떤 위력을 지녔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실드도 무적의 방어력을 지닌 건 아니지만 장갑으로 바로 막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김검천은 눈앞의 허공에 실드를 생성했다.

- 파칵.

전면에 생성된 푸른빛의 실드에 차가운 하얀 빛이 불길한 소리와 함께 박혀 들었다.

그러더니 박힌 자리로부터 점점 얼음의 오러가 실드로 퍼져나갔다.

김검천은 바로 실드를 해제하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곧이어 실드는 제어에서 벗어나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흩어졌다.

김검천이 눈을 반짝였다.

“실드가 저런 식으로 얼어붙다니? 마나와 오러라는 건 확실히 흥미로운 힘이군.”

[저런 식으로 얼어붙는 힘이라면 파워드슈츠의 장갑도 결국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저 녀석이 제국 사천왕이라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긴 하네. 미리내. 근처 지형 좀 분석해 주겠어?”

[이곳 지형을 전투에 이용하실 작정이시군요.]

김검천은 근처 용암이 고여 있는 장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글래셔는 김검천의 행동에 다시 빙하섬을 날렸던 자세로 돌아갔다.

언제든지 김검천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상태로 글래셔가 입을 열었다.

“어떠냐. 얼음 속성의 오러의 맛이. 짜릿하던가?”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짜릿한 게 아니라 오싹거렸는지 물어야지. 물론 제법 재미는 있더군.”

“요즘은 무섭다는 말을 재밌다고 하는 건가? 마나의 극에 달한 오러가 다시 얼음의 성질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직 모르는 것 같군.”

“아, 그거?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건 이미 겪어보았는데.”

“마스터 나이트라고 해도 오러를 변화시키는 건 우리 제국 사천왕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 그걸 겪었다고?”

“제국을 벗어나 생각해 보라고. 다른 나라에도 네 수준의 마스터 나이트가 있을 수 있잖아.”

그런 일이 있을리 없다는 듯이 글래셔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냥 마스터 나이트도 아니고 사천왕 수준의 기사가 다른 왕국에 있을 리가.”

“있던데? 내가 처음으로 만나본 마스터 나이트가 바로 그랬지. 테이룬이라고 들어봤나?”

“왕국 최강의 기사라고 불리는 그 테이룬 말인가? 그럴 리가. 몇 년 전 만났을 때는 오러 유저에 불과했다.”

“아, 오러를 쓰는 마스터 나이트를 오러 유저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로군.”

실제로 마스터 나이트들은 다시 유저, 익스퍼트, 마스터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설에는 오러 마스터만이 진정한 오러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렇다. 같은 마스터 나이트라고 불리긴 해도 그사이에도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니까.”

“오러 유저 다음은 오러를 다시 여러 가지 속성으로 변화시키는 걸 말하는 거네.”

“그 벽은 마나 사용자가 오러에 입문하는 것만큼이나 험난하다. 그러니 어떤 마법을 오러라고 착각한 거겠지.”

“테이룬이 오러를 화염으로 변화시킨 건 내 몸으로 겪은 일이거든?”

“정말이라면 널 죽인 후 테이룬도 처리하는 방향으로 다른 사천왕과 의논해 봐야겠군.”

그 말에 김검천이 가운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글래셔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끼며 물었다.

“뭐냐? 그 괴상한 손짓은?”

“잔말 말고 덤비기나 하라는 거지. 곧 죽을 녀석이 테이룬을 볼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대화한다고 잠시 목숨을 붙여주었더니 기가 살았구나! 빙하섬!”

다시 한번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하얀 빛덩어리가 김검천을 덮쳐갔다.

김검천도 빙하섬을 향해 암건을 쏘아붙이며 글래셔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냥 방어하는 건 김검천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받은 게 있으면 몇 배로 돌려줘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총탄은 빙하섬에 닿기도 전에 속도가 느려진다 싶더니 그대로 얼어붙어 떨어져 내렸다.

암건은 그렇게 빙하섬의 공격 범위를 살필 수 있는 것만 해도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김검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실드.”

허공에 생성된 실드가 다시 빙하섬을 막아냈다.

빙하섬이 실드와 부딪힌 순간 글래셔가 다시 검을 연달아 뻗어냈다.

“네가 그걸 사용하기를 기다렸다. 빙하섬, 3연발!”

3개의 하얀 빛줄기가 김검천을 향해 날아갔다.

빙하섬을 뻗어낸 글래셔가 무방비 상태의 김검천을 보며 입가를 들어 올렸다.

김검천이 실드인지 뭔지 하는 마나 보호막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건 대단했다.

다만 그걸 무한으로 생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마갑의 경우 그랬다.

실제로도 김검천은 새로 실드를 전개하지 않았다.

무리하면 만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에너지는 몇 배나 소모되었으니까.

“실드를 소모하기 위해 일부러 유인한 건 제법이네. 하지만 빠르다고는 해도 똑같은 방위로 공격하는 이상 못 피할 정도는 아니야.”

김검천이 돌바닥을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반중력장치와 압축 공기를 이용한 움직임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단순 이동을 제외한 전투를 위한 동작은 김검천이 직접 취하는 게 나았다.

빙하섬은 그대로 김검천을 스쳐 지나가며 동굴 여기저기에 적중했다.

빗나갔다지만 빙하섬은 주변으로 얼음을 증식시켜 김검천의 움직임을 방해해나갔다.

글래셔가 히죽 웃었다.

“오러의 얼음이 단순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움직이기 힘들어지지 않았나?”

“확실히 방해가 되는군. 하지만 이쪽도 원거리 공격은 가능해. 숄더 캐논을 쓰면 어떨까?”

[숄더 캐논 모드 기동.]

김검천의 어깨 위로 작은 포탑이 나타났다.

포탑은 김검천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글래셔를 향해 포신을 겨누었다.

“모드 완료되는 대로 발사. 포탄은 감지 형태의 폭발형으로.”

[발사합니다.]

- 쾅!

맞으면 인간 같은 건 인간이었던 걸로 바뀔 위력의 포탄이 글래셔를 향했다.

글래셔는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검을 어지럽게 내지르며 그물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빙하망!”

거미줄같이 어지럽게 꼬여있는 얼음 덩어리가 포탄을 향해 날아들었다.

빙하섬이 대인 공격이라면 빙하망은 넓은 범위를 처리할 수 있는 범위 기술이었다.

넓은 범위를 덮는 공격인 만큼 방어용으로도 응용 가능한 것이다.

글래셔가 소리쳤다.

“아까 네 공격이 얼음 오러에 힘을 잃고 떨어진 것을 벌써 잊었느냐?”

“아니, 잊을 리가 없지. 그래서 뭔가에 닿으려고 한다면 폭발하도록 설정했지.”

글래셔는 김검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방 무슨 뜻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 퍼펑!

빙하망과 충돌하려는 순간 포탄이 폭발한 것이다.

아까 암건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폭발에도 글래셔가 흠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러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이 주특기인 만큼 방어하는 건 약한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연속 발사!”

- 쾅! 쾅!

숄더 캐논이 포탑에서 불을 토했다.

마스터 나이트라도 여기에 직격당하면 가족도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눈앞에서 숄더 캐논의 위력을 목격한 글래셔가 이를 악물더니 마구 검을 휘둘렀다.

“빙하섬! 빙하망!”

검에 하얀빛이 번뜩이더니 무수한 냉기 덩어리가 포탄과 김검천을 향해 날아갔다.

- 퍼펑!

포탄은 아까와 같이 공격에 부딪히기도 전에 터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래셔는 연속해서 차가운 오러를 뿜어냈다.

숄더 캐논으로 공격하는 도중에도 김검천이 계속 몸을 피해야 할 정도로.

마침내 오러 공격이 멈췄을 때는 마치 한겨울에 맨몸으로 있는 것 같이 얼음이 넘쳐났다.

“이상하군.”

김검천은 주의를 기울였다.

제국 사천왕이라고 나름대로 큰소리치던 글래셔였다.

그런 그가 공격을 받았다고 겁에 질린 채 아무렇게나 검을 휘두른 건 아닐 것이다.

김검천은 언제든지 실드를 발동할 준비를 해둔 채 글래셔를 한번 떠보았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네 다음 공격이 기대가 되는 걸.”

“눈치챈 건가? 하긴 상관없지. 피하려고 들어도 의미 없는 공격이니까. 빗나가면 빗나가는 대로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거든!”

그 순간 김검천은 숨을 쉬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아챘다.

안 그래도 한겨울 같았는데 더한 온도 하강에 의해 주변 공기가 얼어붙고 있던 것이다.

“오러의 얼음이여! 벽이 되어 내 적을 가둬라!”

글래셔가 외치자마자 동굴 곳곳에 깔린 얼음이 날카로운 송곳같이 변했다.

뭔가 달라붙기라도 한 듯 글래셔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검을 힘겹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송곳같이 변한 얼음이 모든 방위에서 김검천을 덮쳤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도망갈 틈새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방위 공격이었다.

대비하고 있던 김검천도 급히 입을 열었다.

“실드!”

김검천이 순간적으로 실드를 주변 공간에 뻗었다.

얼음송곳은 실드를 뚫지는 못했지만 아까와 같이 얼리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졌다.

김검천은 얼굴에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급격한 온도 하강으로 인해 얼음에 닿지도 않는 상태인데도 1도 동상에 걸린 것이다.

점차 통증이 감소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오히려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이었다.

[상태 이상 경고. 피부에 피가 돌지 않아 2도 동상으로 변합니다.]

이어 피부가 점차 괴사를 일으키는지 회색으로 변해가며 몸 자체가 얼어붙어 갔다.

그걸 본 글래셔가 승리를 확신한 모양인지 두꺼운 얼음벽 안으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한 얼음이 아니라 오러가 변화되어 구성된 얼음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으하하! 물리적인 방어로는 한계가 있는 법! 혹한의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거라!”

“…거절하도록 하지. 아직 죽기에는 젊거든.”

“애초에 동굴 밖이었다면 이런 공격 수단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다 황제 폐하의 가호 덕분일터! 너는 그 속에서 마지막 유언이나 읊어라.”

“거절한다. 그보다는 생산적인 행동을 할 테니까.”

김검천은 서서히 손을 들어 올리자 손등에서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1차 문양 강제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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