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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26화 (126/250)

126화

이번에 얻은 영관급 파워드슈츠는 위관급 파워드슈츠보다 여러 면에서 강했다.

같은 장교용 파워드슈츠라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힘과 속력 증가는 기본.

에너지원으로 쓰는 에너지 팩도 기존보다 더 큰 용량을 가졌다.

무엇보다 장갑 안쪽에 사용된 액체 금속을 외부 장갑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액체 금속은 파워드슈츠의 기동 목적에 따라 자신의 모양을 바꿀 수 있었다.

일부라지만 파워드슈츠의 변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변형 기능을 반중력 장치와 병행하면 단거리지만 빠르게 하늘을 비행할 수도 있었다.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는 건 영관급 파워드슈츠의 보관 장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위관급 파워드슈츠의 무기고는 집도 들어갈 만한 커다란 장소였다.

이번의 영관급 무기고는 거기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크기였다.

하지만 김검천은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마음 놓고 쓰기 위해서는 이 정도 크기면 된 거지. 위관급 무기고는 여럿이서 쓰잖아.”

[100평 정도 되니 개인용 공간치고는 넓은 편이지요.]

“이 함선에서는 장교 중에서도 10% 안에 들어가니 이런 대접이 가능한 거지. 어디 볼까?”

김검천이 아무것도 없는 지면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 행동에 따라 손등에서 인장이 빛나더니 손가락 끝에 빛 망울이 맺혔다.

영관급 무기고에서는 사용자에 따라 이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손가락 끝에서 발사된 빛 덩어리가 지면에 내려꽂혔다.

[1차 인장을 인증. 파워드슈츠 개방.]

딱딱한 기계음에 이어 지면으로부터 돌기둥같이 생긴 장비 보관고가 올라왔다.

- 위이잉.

올라온 장비 보관고의 전면이 넓게 개방되더니 그 안에서 파워드슈츠가 나타났다.

각 부위별로 분리되어 있는 장비였다.

김검천은 그대로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분해되어 있는 각 파츠가 동작을 인식하고 김검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손으로 하는 수동 장착도 여전히 가능하지만 이렇게 자동으로 착용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행동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되었지만 충전이 가능한 함선 안에서 못쓸 정도는 아니었다.

- 철컥. 철컥.

파워드슈츠 파츠는 김검천의 몸에 해당되는 부분에 맞게 결합되었다.

장착 시 미세하게 나 있던 틈새는 결합 부분에서 액체 금속이 뿜어져 나와 메꾸어졌다.

김검천은 자신의 파워드슈츠를 입은 채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다.

“역시 이 녀석이 가장 몸에 맞는다니까.”

[그거야 김검천 함장님 체형에 맞추어 제작된 물건이니까요.]

“그것도 있지만 가장 오래 사용한 게 이 녀석이니 느낌이 다르지.”

[다음 구역을 개방하다 보면 그것도 바꾸셔야 할 겁니다.]

“그건 그때 가서 봐야겠지. 파워드슈츠 상태는?”

[장시간 방치 상태에 놓여있었기에 보유 에너지가 15% 미만입니다.]

“그 정도면 함선 내에서는 잠시 사용하기에는 문제없네. 변경백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미리 100%로 충전해두자고.”

15% 미만이라도 격렬한 전투가 아니라 평범히 보낸다면 1주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오랜만에 파워드슈츠를 변형시켜 본 김검천은 무기고를 빠져나가 식당 쪽으로 향했다.

도중에 만난 샤칸은 누군가를 찾는 듯이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그는 김검천을 보는 순간 입을 크게 뜬 채로 목이 떨어져 나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헉? 김검천님이 난다요?”

샤칸의 말대로 김검천은 지금 허공에 떠서 천천히 이동하는 중이었다.

마차나 뛰어서 이동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급격한 행동이라 비상시나 전투 시에나 쓰이겠지만.

지금은 그냥 천천히 움직이는 중이라 그다지 에너지 소모가 없었다.

샤칸이 소란을 피우자 다른 사람들도 몰려와 김검천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뭔가 기분이 묘해진 김검천이 바닥에 발을 딛자 리에가 쪼르르 달려와 다리를 부여잡았다.

“리에도 하늘을 날고 싶어!”

“그래?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자, 리에야. 높다, 높다.”

김검천이 리에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 함선의 천장까지 올라갔다.

리에가 양손을 들고 웃었다.

“와! 높아! 리에, 아빠보다 키가 커졌어!”

쿠퍼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리에가 어느새 저렇게 자랐담.”

세이야가 고개를 흔들었다.

“쿠퍼 아저씨. 리에의 장단에 맞춰주시는 것도 정도껏 하셔야지요. 그냥 김검천님이 안고 계신 거잖아요.”

“리에가 저런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데도 안 무서워한다는 성장한 모습이 안 보인단 말이냐? 그렇군! 네 놈은 리에의 귀여움을 질투하는 거구나!”

“누가 리에랑 귀여움으로 겨룬 답니까?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앞으로 리에에게 쿠퍼 아저씨를 신경 써달라고 말 안 해줄 거예요.”

“아니, 네가 언제부터 그런 기특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거냐?”

쿠퍼와 세이야가 투닥거리는 와중에 루시엘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있는 샤칸에게 다가갔다.

“뭐하는 겁니까. 샤칸. 아무리 김검천님이라고 해도 그런 모습까지 보이다니요.”

“너야말로 저 대단한 모습에 감동 받지 않은 거냐? 분명 마법도, 정령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공중에 떠 있잖아! 저거야말로 드워프들이 추구하는 기술의 극에 달한 모습이라고!”

그 말에 루시엘의 표정이 약간 달라지긴 했다.

놀다가 질린 리에를 내려다 주기 위해 지면에 착륙하는 김검천을 본 루시엘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대단하긴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마나 없이도 저럴 수가 있다니요.”

“저게 과학이라는 힘이라고 했었지.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 몸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어.”

샤칸의 말을 들었는지 지나치던 김검천이 대답해주었다.

“필요하다면 적당한 수준의 지식은 알려주도록 하지. 샤칸.”

“저… 정말인가?”

“그래. 나나 쿠퍼를 도와주고 있는데 약간의 보답은 있어야겠지.”

“김검천님을 도와주는 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뿐인데?”

김검천의 말에 샤칸은 도리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샤칸 자신이 수염을 잘라 오리하르콘을 넘겨준 건 어디까지나 내기에 져서였다.

일을 도와주는 건 쟈칸의 말도 있지만 김검천이 드워프 마을을 구원해 줘서 보답 중인 거고.

김검천이 샤칸에게 뭔가를 대가로 지불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곳은 몰라도 양심만큼은 털이 나지 않은 샤칸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김검천이 샤칸을 일으켜 세우며 미소 지어 보였다.

“호의를 베푸는 것에 무슨 이유가 있었어? 그냥 받아 주었으면 해.”

물론 호의를 베푼다고 해도 자신이 받기 싫어하는 거라면 거절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건 보물을 그냥 주겠다는 것 아닌가.

드워프로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걸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샤칸은 앞으로 김검천이 무슨 일을 시킨다고 해도 목숨 바쳐 따르겠다고 맹세했다.

불꽃과 금속, 그리고 그것에 관한 기술에 목숨을 건 게 드워프라는 종족이었으니까.

마음 깊숙한 곳부터 감동한 샤칸이 아무 말 없이 김검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함선 통로를 지나 샤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미리내가 말을 걸었다.

[김검천 함장님. 드워프라는 종족의 행성 원주민에게 그런 약속을 해도 되겠습니까?]

“적당한 수준의 지식을 알려준다는 게 문제 될 건 없잖아. 세이야에게도 그랬고.”

[그게 어느 정도까지 할지는 김검천 함장님이 결정하시는 거니까요.]

“너무 걱정하지마. 세이야에게 사용한 지식 주입기 수준 이상은 안 알려줄 거야. 아마도?”

[드워프들이 노력하면 단서를 잡을 정도의 선까지의 지식만 알려주시겠다는 말이시군요.]

아마도라는 게 걸리긴 하지만 미리내가 알고 있는 김검천이라면 선을 지킬 것이었다.

아마도 말이다.

“맞아. 지금의 드워프들도 계기가 있다면 도달할 수 있을 수준까지만. 나라도 드워프들에게 핵무기 만드는 법이라도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아마도.”

[…사람 마음이라는 건 모를 일이지요. 그런데 샤칸을 이런 의도로 잘 대해주신 겁니까?]

“그건 누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것보다 일단 밥이나 먹을까?”

사이가 좋은 동료끼리 웃고 떠들며 먹는 밥은 그만큼 더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샤칸과 루시엘은 함선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음식의 맛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모습이었고.

그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쿠퍼는 뭔가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김검천이 쿠퍼에게 물었다.

“쿠퍼, 오늘따라 뭔가 음식이라도 이상한가?”

“아닙니다. 함선의 음식은 항상 맛있지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최고는 아닌 듯한데. 그보다 맛있는 거라도 떠올리는 모습이야.”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쿠퍼에게 집중되었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지금까지 그들이 먹어온 어떤 음식이라도 함선의 보존식보다 맛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은 방금 만들어진 따끈한 요리라서 더욱 맛있게 먹는 참이었고.

쿠퍼가 멋쩍은 듯이 입을 열었다.

“이상하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변경백의 영지에서 맛을 보았던 음식이 생각나서요.”

기대는 배신해야 제맛인 모양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샤칸과 루시엘은 쿠퍼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쿠퍼가 말하는 음식을 떠올리기도 힘든 둘이 저마다 그 발언을 반박했다.

“이봐, 쿠퍼. 무엇보다 우리는 거기서 음식 따위를 사 먹은 적 없다고.”

“그게 다 저 난쟁이가 짧은 팔다리를 휘둘러 변경백을 위협한 덕분이지요.”

“이 귀쟁이가 움직이기 좋은 팔다리를 놔두고 입을 놀리다니. 자, 덤벼라!”

“먹고 나서 싸우도록 하지요. 치즈 샐러드는 최고라서 입맛을 더럽히고 싶지 않거든요…”

“흥, 당연한 말을. 네 녀석을 혼내는 것보다는 이 끝내주게 매운 음식을 먹는 게 먼저라고.”

흥미가 가신 샤칸과 루시엘과는 다르게 김검천은 생각나는 게 있었다.

무료 배급소에 대한 정보 제공자가 먹던 접시에 손을 떼지 못하던 쿠퍼의 모습이.

“샤칸이 변경백을 덮치기 전에 무료 배급소에서 나눠준 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긴 했지. 그때 쿠퍼는 혀로 핥아서 전부 먹어치우려고도 했었어.”

“예? 제가 그런 짓까지 했었습니까? 이거 부끄럽네요.”

쿠퍼는 자신의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일부러가 아닌 정말로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상해 보이긴 했지만 김검천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기억 한 구석에 밀어두기로 했다.

“함선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비교될 정도의 요리인 것 같으니 나도 흥미가 끌리긴 하네.”

그 말에 샤칸이 쿠퍼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었길래 여기 음식과 비교를 할 정도인지 궁금하다. 무슨 맛이었는데?”

쿠퍼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대답했다.

“글쎄. 맛을 보기는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는 걸. 그저 더 먹고 싶다는 것만 생각난다고. 제대로 먹은 것도 아니어서 그런가.”

“그런가. 언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함선의 음식이 아닌 게 그렇게나 맛있다니.”

샤칸이 입맛을 다시며 흥미를 보였다.

여기서 쿠퍼와 대장장이 일하는 것 외에 즐길만한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뿐이었으니까.

루시엘이 입을 열었다.

“마치 드워프생의 대부분을 손해라도 본 듯한 말이로군요.”

“당연해!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이제 뭔지 가슴에 와 닿거든.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확실히 샐러드에 상큼한 과일 소스나 깊은 맛을 내는 소스에는 감동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웬일로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루시엘을 보며 샤칸이 턱을 세웠다.

“그것 보라고. 살면서 먹는 건 그렇게나 중요하다니까?”

이러다가는 출발하기도 전까지도 끝이 나지 않을 거 같아 김검천이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변경백과 만나러 가면서 시간이 난다면 거기에 한 번 들려보도록 하지. 다들 출발 전까지 준비는 확실히 해두고.”

이윽고 김검천과 쿠퍼, 샤칸과 루시엘은 다시 변경백의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리에가 같이 가고 싶다고 하는 걸 세이야의 도움으로 겨우 떼놓은 채로.

그냥 두었다가는 그대로 마차에 타고 같이 갈 판국이었으니까.

화가 나서인지 마차가 출발할 때 리에와 세이야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쿠퍼와 샤칸의 손에 임시로 개조된 마차가 함선을 떠났다.

개조되어서 그런지 마차 내 승차감은 예전보다 훨씬 편했다.

미리내의 도움을 받아 다른 부분도 개조했다는데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놔두었다.

미리내는 김검천을 위해서라면 명령 없이도 알아서 잘 할 테니까.

***

김검천 일행이 떠난 후 함선 미르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함선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보조 엔진 일부 에너지만으로 동작했기에 인간으로 치면 뒤척이는 수준이었지만.

스텔스 모드를 이용한 채 하루에 짧은 시간만 움직인다면 들킬 가능성도 별로 없었고.

이건 김검천을 위해 만약의 대비를 하고 싶었던 미리내가 함선 시스템에 관여한 결과였다.

미리내 멋대로 움직인 일이라 김검천은 아직 몰랐다.

함선 미르의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다면 알 필요가 없다고 미리내가 알아서 판단한 것이다.

함선 미르는 그렇게 조용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붙잡혀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 쿠오오오옹.

“키에에엑--!”

“꾸엑…!”

함선 미르의 기지개를 접한 주변의 괴물들에게는 재난 그 자체지만.

산만한 함선이 잠시 이륙했다가 착륙하는 것만으로도 근처 괴물들이 쓸려나간 것이다.

마물의 숲이라는 알 수 없는 세상의 균형을 바꿀만한 힘이 새로 출현한 것이다.

마물의 숲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미지의 괴물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

여행길을 떠나 마침내 제국 영지의 관문이 가까워지자 루시엘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이게 변경백의 함정이 아닌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들은 스스로 함정 속으로 들어서는 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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