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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33화 (133/250)

133화

김검천이 그런 쿠퍼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내가 실드로 소리를 차단 중이라서 듣고 싶어도 못 들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길을 이동한 지 며칠이 지나자 길을 안내하던 기사가 김검천에게 말을 걸어왔다.

김검천이 성문을 날려버리는 걸 직접 목격한 기사였기에 적어도 태도는 공손하게.

“김검천님.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데 쉬었다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쿠퍼가 기사의 말을 반박하고 싶어서인지 김검천을 대신해 대답했다.

“네가 오늘 안에 수도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저기에 머무를 이유가 있을까?”

“지금 속도로 수도에 도착하면 한밤중이야. 그러면 수도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잘 곳을 못 찾을 거라고.”

상대가 김검천이 아니라서 그런지 편안하게 대답하는 기사였다.

쿠퍼는 그런 기사의 변화를 신경 쓰지 않고 대꾸했다.

“그럴 리가. 수도에 숙소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잘 자리 하나 없을까.”

“흥, 모르는 소리. 백작 각하에게 못 들었나? 이제 곧 황제 폐하의 탄신기념일이잖은가.”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김검천이 기사 대신 대답해 보았다.

“제국 외부 인원들도 참가하는 무술 대회도 열린다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겠지. 그러면 제대로 된 숙소를 구하기 어렵겠지?”

“아, 거기다 우리는 마차에다가 짐까지 많으니 거처할 곳을 찾기가 더 힘들겠네요.”

“그렇지. 상황이 똑같이 나쁘다고 해도 밤보다야 낮이 더 움직이기 쉬울 테고.”

수도에 변경백이 말한 후원자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만난 다음의 일이었다.

한밤중에 사람 찾는 게 쉬울 리도 없었고.

쿠퍼가 이해해서 별문제 없을 거 같자 기사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니 오늘 밤은 마을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하면 될 겁니다. 마을과 수도는 한나절 정도 거리니까요.”

“그러도록 하지.”

기사가 머뭇거리다가 김검천에 물었다.

“그런데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

“뭐지? “

“저 마을부터 수도까지는 이어진 길만 보고 따라가도 될 겁니다. 돌아가시는 길은 이미 아실 테고요. 그러니 수도에 도착하시면 저는 따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김검천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보았다.

기사의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검천의 눈에는 안 보일 정도로 거리가 있지만 미리내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었다.

멀리 있는 장소였지만 평지에다가 중계형 드론의 도움을 얻어서 확인이 가능했다.

김검천의 요청에 따라 지형 검색이 끝난 미리내가 대답했다.

[새로 얻은 정보대로 마을 외곽부근부터는 제대로 만들어진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건가. 수도에 도착한 순간 헤어져도 문제없겠군.”

김검천이 미리내의 말에 대답한 걸 기사가 자신에게 한 말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김검천 일행과 떨어져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마음에 기사가 기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쿠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대충했다는 말이네? 김검천님도 함께 있는데 임무 수행을 제대로 안 하다니. 제국 기사 식으로 한번 빡세게 굴려줘야 하나?”

기사는 쓸데없는 말을 내뱉은 자기 입을 원망한 채 마을까지 마차를 모는 데 열중했다.

열심히 마차를 몰았기에 저녁놀이 질 무렵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의 집 대부분이 진흙으로 지어진 듯했고 불이 켜진 집도 얼마 없었다.

제대로 된 집도 별로 없고 활기라고는 하나도 없기에 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뭔가 생각하던 쿠퍼가 고개를 내밀며 기사에게 물었다.

“이봐.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이 근처에는 마을 같은 게 없었을 텐데 언제 생긴 거지?”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을은 요 근래에 만들어졌지. 한 5년 전쯤에 수도에서 정리한다고 쫓겨난 하층민들이 만든 마을이라고.”

김검천 앞에서 면박을 줘서 그런지 기사는 쿠퍼에게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실력이나 제국 기사 기수만 따져도 한참 위였지만 쿠퍼는 넘어 가주기로 했다.

개인적 사정으로 제국 기사를 스스로 그만둔 건 쿠퍼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해.”

쿠퍼가 부드럽게 묻자 기사도 못 이긴 척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 뻗대는 것도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로 쿠퍼가 화를 내면 손해 보는 건 기사였으니까.

“흠흠. 그러니까 수도에서는 검증된 인원만 살게 되었다는 건 알 테지. 그러니 수도에서는 자격이 없는 자들을 쫓아낸 거라고.”

“그 대상은 제대로 된 자기 집도 없고 일도 없는 하층민일 테고.”

“현실적으로 계속 생겨나니 정기적으로 그러는 거지. 그렇다고 이것들의 필요성이 없어진 건 아니야. 수도에서 사람 쓸 일이 많이 있으면 이것들을 불러서 쓰는 것이지.”

기사는 이곳 마을 사람들을 물건처럼 대하는 듯했다.

수도에서 이곳 하층민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제국민보다는 소모품 취급인가. 자유는 있으니 노예보다는 좀 나은 것 같긴 하지만.”

기사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노예? 어쩌면 노예가 나을지도 모르지. 비싼 노예나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난 노예는 밥은 제대로 먹여 주잖아.”

“어딜 가든지 식량, 식수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군.”

“심지어 기사도 영지를 떠나면 굶을 수 있으니까.”

둘의 대화를 들으며 김검천이 마을을 다시 둘러보았다.

“그래서인가. 대부분의 집이 불도 못 켜고 있는 게. 식사 시간인데 밥을 짓거나 빵 굽는 냄새도 나지 않는군.”

그래도 오늘은 이곳에 머물기로 하지 않았는가.

김검천 일행이 마을 안으로 이동하고 있자니 마을 공터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루시엘이 뭔가 냄새를 맡은 듯했다.

맡은 냄새가 마음에 안 드는지 옷소매로 코를 가리면서 루시엘이 웅얼거렸다.

“저쪽에서 사람뿐만이 아니라 음식 냄새가 납니다.”

“저기에 왜 사람이 몰려 있는가 싶었는데 음식이라도 해 먹고 있는 건가?”

루시엘의 말을 들은 쿠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이, 기사. 저쪽으로 가보자고. 아차, 김검천님. 죄송합니다. 제 임의대로 가자고 해버렸습니다.”

“괜찮다. 어차피 이 마을에서 뭐가 있는지 물으려면 마을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게 나으니까. 그런데 나선 이유가 있나?”

“그게 말입니다. 루시엘이 냄새가 난다고 하기에 맡아보니 영지에서 먹었던 그 음식 향기가 나는 것 같아서요.”

옆에 있던 샤칸이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 쿠퍼, 이 몸에게는 음식 냄새 같은 게 안 난다! 귀쟁이처럼 원래 숲에 살다가 인간 세상에 나와 후각이 민감하지 않으면 잘 모를 거 같은데.”

“하여간 느껴지는데?”

“네가 무슨 괴물 코라도 되냐?”

냄새를 맡는 것도 아니고 느껴진다는 쿠퍼의 말이 김검천을 자극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거기다 평소처럼 마차에서 잘 게 아니라면 마을 사람을 만나서 부탁이라도 해야 했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그들은 하나같이 접시에 담긴 음식에 코를 박고 먹고 있었다.

마차를 몰던 기사가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이봐. 말 좀 묻겠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기사를 힐끗 쳐다보다 다시 음식에 집중했다.

기사가 발끈하며 검을 뽑으려고 했다.

김검천이 말보다 검이 먼저 나가려는 기사를 말렸다.

“음식 먹을 때는 동물도 안 건드린다고 하니 저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물어라.”

“큿,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주위에는 음식을 먹으려고 줄을 선 채 배식받으려고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로브를 뒤집어쓴 채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말로 들었던 초월교의 교도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김검천이 생각나는 바를 말했다.

“저건 변경백의 영지에서 본 무료 급식소 같은데. 이런 곳에도 음식을 나눠주는군.”

“이런 작은 마을이지만 수도 주변이라서 찾아온 모양입니다. 저한테는 잘 되었군요.”

쿠퍼가 입맛을 다셨다.

그때 맛본 황홀할 정도의 음식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고 먹고 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게 인연 아니겠습니까.”

쿠퍼가 마차에서 내려 음식을 나눠주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부석으로부터 기사가 먼저 뛰어내리더니 음식 배급하는 곳에 가서 소리쳤다.

“어이, 너희들! 빨리 음식을 내놔라!”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기사는 음식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마을에 대해 질문한다는 사실은 배고픔과 따끈한 음식 앞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기사를 노려보는데 초월교도가 상냥히 웃으며 음식 한 접시를 내밀었다.

“초월교에서는 모두가 형제. 기사 형제분께서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봅니다. 이걸 드시고…”

기사는 초월교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이 올라오는 접시를 낚아챘다.

확실히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었다.

하긴 노숙을 하는 동안 김검천 일행의 권유도 거절하고 지참한 전투식량만 먹어왔으니까.

기사는 순식간에 받은 음식을 먹어치웠다.

음식 자체는 그저 걸쭉한 죽 같은 데다가 정체불명의 고기가 떠다녀 맛은 없어 보였는데도.

한 그릇을 금방 먹어치운 기사가 다시 음식을 요구했다.

“오오, 이거 맛있는데! 한 그릇 더!”

“기사 형제분. 다른 형제분들도 아직 못 먹고 기다리고 계십니다만.”

초월교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과 주변에서 음식을 먹던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기사를 노려봤다.

기사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건지 김검천이 뭐라 하기 전에 손을 움직였다.

가지고 있던 돈주머니를 탁자 위로 집어 던진 것이다.

주머니 안에서 튀어나온 은색과 동색으로 반짝이는 실버와 브론즈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기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누가 공짜로 먹는데? 이 돈이면 충분하겠지. 수도의 고급 레스토랑에 가도 이거면 되니까.”

음식을 먹은 기사의 입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기사가 맛있는 음식이라도 된 듯한 모습이었다.

초월교도가 고개를 저으며 다른 로브를 쓴 동료들에게 입을 열었다.

“할 수 없지요. 기사 형제분을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기사가 안내해준 곳의 의자에 앉아 탁자를 두들겼다.

“돈을 줬으니 빨리 음식이나 내오라고!”

꼴을 보아하니 양껏 먹을 작정인 것 같았다.

음식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지 어느새 김검천 일행에 대한 일도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쿠퍼가 한숨을 쉬었다.

김검천이 물었다.

“쿠퍼, 너는 먹지 않을 거냐? 전에 저기서 나눠주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먹고 싶기는 하지만 기사의 저런 모습을 보니까 먹을 생각이 싹 가셨습니다. 끔찍하네요.”

“그러면 딴 곳을 찾아보도록 할까?”

“저 기사는요?”

“알아서 찾아오겠지. 저 녀석도 이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하고.”

그렇게 기사를 내버려 두고 마을 안에서 여관이나 숙소 같은 걸 찾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다.

마을에 왔으니 편한 잠자리를 기대한 샤칸이 한마디 했다.

“오늘도 마차 안에서 잘 생각이냐?”

루시엘이 그 말을 받아쳤다.

“무슨 상관입니까? 다리가 짧아서 난쟁이인 당신은 팔다리 쭉 피고 잘 수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쳇,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귀쟁이는 귀가 길어서 따라 못 한다고 질투하지 말라고.”

사람들은 그냥 평상시대로 휴대용 식량으로 식사를 마친 후 마차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숙소도 없는 마을인데 식당이라도 제대로 된 곳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그런 곳에서 굳이 먹을 바에는 차라리 함선에서 가져온 휴대용 식량이 더 나았다.

김검천 일행이 식사를 마친 후 잠자리를 정리할 때까지도 기사는 돌아오지 않았다.

쿠퍼가 아쉬운 듯 입술을 핥았다.

“음식이 그렇게도 맛있었던 걸까요?”

“늦어도 아침까지는 돌아오겠지. 일찍 자고 내일 수도에서 일이나 신경 쓰자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참이었다.

- 타타탁.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중이라서 그런지 먼 곳의 작은 소리라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직 잠이 들지 않은 루시엘이 먼저 마차에서 내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다.

김검천과 쿠퍼도 상황이 발생한 걸 알아챘기에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칸만이 귀찮은 듯이 눈을 감고 마차 안에 누워있었다.

“이런 밤중에 시끄럽게 뛰어다니다니.”

루시엘이 희미한 불빛 사이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해하던 기사였다.

그는 제대로 마갑도 못 걸친 채 엉망이 된 모습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뒤를 마을 사람들로 짐작되는 자들이 뒤쫓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 샤칸이 잠꼬대하듯이 중얼거렸다.

“무슨 일인데?”

루시엘이 대답했다.

“우리를 안내해온 기사가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군요.”

“그래? 음식에 식탐을 부리더니 꼴좋게 되었네. 음식을 다 먹어치워서 사람들이 화라도 난 건가.”

“잠시 조용히 해보겠습니까? 기사가 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기사는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사… 살려줘! 이놈들은 괴물이야! 마을 전체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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