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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34화 (134/250)

134화

쿠퍼가 별것 아니라는 듯 투덜거렸다.

“그거야 먹을 것도 없는 자들에게 음식을 뺏어 먹었으니 사람들이 괴물처럼 화가 날만도 하겠지. 안 그래? 루시엘.”

“먹을 것에 대한 원한은 확실히 그냥 넘어가기 힘든 일이나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엘프는 인간에 비해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쿠퍼가 못 본 것을 지금 보고 있는 중이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쿠퍼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 저 기사 녀석 말대로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괴물이 되었다고?”

“예. 마을 사람들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괴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군요.”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저녁에 보았을 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 모두 멀쩡히 보이던데?”

“지금은 전혀 안 괜찮아 보입니다.”

늦은 밤이었기에 쿠퍼는 마을 사람들이 유령처럼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와 달리 루시엘의 눈에 비친 마을 사람들은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까지 보였다.

그들의 입가는 삐쭉하게 늘어져 있었고 제대로 된 언어를 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몸이 가려운지 계속해 피부를 거칠게 긁는데 거기서는 피 대신 털이 뿜어져 나왔다.

말 그대로 두 발 달린 짐승이라는 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신체 능력도 달라졌는지 하급이라지만 기사와의 거리도 점차 줄어드는 중이었고.

기사는 온몸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 그냥 놔둬도 과다출혈로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어떻게 해야겠군요. 저런!”

루시엘이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마을 사람들이 기사를 향해 도약했다.

달빛마저 가려져 갑자기 어두워지자 머리 위를 쳐다본 기사의 두 눈은 커다랗게 떠졌다.

자신의 최후를 예상한 것이다.

“안 돼!”

“크아아!”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기사를 덮쳤다.

김검천이 마차에서 내려왔을 무렵에는 마을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입을 검붉은 색으로 물들인 채로.

이제와서는 마을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이 나는 장면이었다.

기사의 말대로 저게 괴물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

지켜보던 쿠퍼가 눈앞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멍하니 중얼거렸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저 괴물들은 뭐고?”

쿠퍼가 작은 소리로 말한 것이 괴물들에게 들린 모양이었다.

밤이라서 소리가 잘 들린 건지 아니면 저런 모습이 되니 귀가 밝아진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기사를 해치운 두 발 달린 괴물들이 이제는 김검천 일행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샤칸이 마차에서 내리며 투덜거렸다.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자 루시엘이 샤칸을 강제로 깨운 것이다.

“아,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왜 일어나라는 거야? 얼래? 저것들은 또 뭐야?”

“흐흐흐, 그것이 알고 싶나?”

근처에 있는 2층 건물 지붕 위에서 로브를 입고 있던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로브를 벗어 드러난 얼굴은 어딘가 낯이 익어 보였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마을에서 무료로 음식을 배급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군. 초월교도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초월교도이기도 한 마법사이기도 하지.”

“마법사가 왜 여기에?”

“이것들을 부리려면 마나가 강할수록 편하거든. 뭐, 없으면 없는 대로 못 할 것도 없지만.”

마법사가 들고 있던 하급 마석 조각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공중에 떠오른 하급 마석 조각을 향해 잠시 괴물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급 마석 조각이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괴물들도 있었고.

“과연. 저들을 조정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마나를 이용하면 된다는 거군.”

김검천이 마차를 벗어나 달빛 아래에 파워드슈츠를 드러냈다.

장난치는 듯한 마법사를 향해 김검천이 물었다.

“모습을 드러낸 걸 보니 우리들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는가 보군.”

“햐, 굉장히 침착하네. 보통 이런 것들에게 둘러싸이면 무서워해야 하지 않나? 너희들을 보호하고 온 기사가 당하는 모습을 보았을 텐데. 아, 아직 직접 당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

마법사는 김검천이 입고 있는 마갑을 보면서도 무시하는 듯한 말투였다.

마갑은 보통 기사가 입긴 했지만 귀족이 장착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전투용 마갑이 아니라 일반 갑옷에 마법을 걸어 무게만 줄인 장식용 마갑도 있는 것이다.

거기다 김검천은 그 혼자만 마갑을 입고 있을 뿐 쿠퍼는 검도 없는 맨 몸이었다.

샤칸과 루시엘은 제국에서 노예 취급을 당하는 이종족 아인이었고.

마법사가 김검천을 위협적인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다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법사는 자신이 부리는 괴물들의 숫자를 믿었다.

김검천이 주변을 둘러싼 괴물들을 보며 말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데 맞나?”

“이 뮤턴트들 말이냐? 지금 상황에서 그게 궁금하다니 확실히 겁이 없는 녀석이로군. 어쩌면 호기심이 왕성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안타까워.”

기특한 마음이 든 마법사가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호기심이 많은 존재를 앞에 두었으니 마법사가 된 몸으로 어찌 설명을 안 해줄 수 있겠는가.

해야 할 일만 없다면 밤새도록 뮤턴트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법사가 잠시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있기도 했고.

“그렇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이었던 것들이지.”

“과거형이군.”

“흐흐, 이제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뮤턴트가 되었으니까.”

“되돌릴 방법은 없는가?”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년에 걸쳐 수십 번이나 우리가 나눠주는 음식을 먹었거든.”

우리라고 하는 걸 보니 초월교도나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제국과도 관련 있는지도 몰랐다.

제국 내에서 대놓고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아예 연관이 없는 건 아닐 테니까.

김검천은 상대가 질문에 대답해주는 김에 몇 가지 더 물어보기로 했다.

받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얻어내는 게 나쁠 리 없었다.

무엇보다 적에 관한 정보라면 김검천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으니까.

“너희들이 나눠주는 음식 안에 뭐가 섞였길래 사람들을 괴물, 그러니까 뮤턴트로 만드는 거지?”

“잘도 알아챘구나. 배급한 요리 안에는 특별히 공급된 마법의 하얀 가루를 섞었지. 하여간 너희들도 안 되었어.”

“우리가 너희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안 먹은 게 말인가?”

“물론이지. 그놈의 기사만 아니었다면 이런 위험도 없었을 텐데.”

“우리가 그런 음식을 먹었다면 더 위험한 상태에 빠졌을 거야.”

김검천은 이미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뮤턴트들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원래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괴물이 된 사람들이었다.

마법사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저들을 부러워하지 말라고. 너희는 이제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거든.”

“우리가 너희들의 가루에 면역이라도 가지기라도 한 건가?”

마법사가 인상을 구겼다.

이미 죽어 버린 기사지만 생각하니 다시 한번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면역이라면 면역이지. 너희들과 같이 온 기사, 그놈이 남아있던 음식들을 다 먹어치웠던 말이지. 예비용으로 챙겨온 가루가 없었다면 마을 녀석들에게 나눠줄 몫도 없을 뻔했다고.”

“그래서 이렇게 냄새가 나는 거였나?”

“좋은 향기가 풍기지? 기사 녀석이 얼마나 먹어치웠으면 그의 피에서 가루 냄새가 다 날까.”

“기사가 당했다고 우리들을 다 잡은 먹이 취급을 하는 건 곤란할걸.”

“너희들이 곤란한 게 이 몸과 무슨 상관이냐?”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곤란하게 된 건 우리가 아니라 너거든.”

“하하하! 웃기는군. 지금 상황을 봐라. 이 몸이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죽을 녀석들은 너희들이란 말이야!”

마법사의 위협이 섞인 말에도 김검천은 태연한 모습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네 말이 맞나 한번 보도록 하지. 관통형 탄환으로. 암건 발사.”

- 타타탕.

“억? 이게 뭐냐!”

갑자기 마법사의 발밑의 지붕이 터져나갔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은 마법사는 춤을 추듯이 급히 뒤로 발걸음을 옮기며 몸을 숨겼다.

김검천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확히 조준했는데 총탄이 빗나간 것이다.

“내가 실수한 건 아닐 테고.”

[그렇습니다. 표적에 닿기도 전에 총알이 휘어졌습니다.]

“마법사라고 했으니 마법이라도 쓴 모양이로군. 재미있는 힘이야.”

암건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김검천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이렇게 된 사람들은 정말로 원래대로 못 돌아가는 건가.”

“사람이 말하는 데 공격하는 건 위험하잖아! 방금 전에 뭘 한 거냐!”

“잘난 척하는 게 짜증 났거든. 그러니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는 게 네 신상에 좋을 텐데.”

“되돌리는 건 불가능 하다고! 뭐, 네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몰라도 그게 마지막 시도였겠지. 이 몸이 시간을 버는 동안에 말이야.”

- 그아앗!

“캬아악!”

마법사의 말에 맞춰 김검천의 뒤쪽에서 멀리서 분노한 뮤턴트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김검천의 앞에서 대치하고 있던 뮤턴트가 맞받았다.

마법사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끈 사이 부리는 뮤턴트들에 의한 포위망이 완성된 것이다.

곧 망가질 장난감을 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마법사가 외쳤다.

“들리느냐! 너희들을 안식으로 안내할 죽음의 목소리가?”

“목소리라. 나도 제법 큰 소리를 낼 수 있는데. 미리내. 음성 확대 모드 실행. 300배 확대로. 음파 방향은 전면으로 조정해 줘.”

[알겠습니다. 5초 후 자동 조정이 끝납니다. 지속 시간은 3초로 설정.]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지금입니다.]

김검천이 심호흡을 하면서 입을 벌리며 함성을 질렀다.

“하압!”

- 콰드득.

마법사가 올라가 있던 나무집이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흔들리는 건 집뿐만이 아니었다.

뮤턴트들도 귀는 달려있는만큼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가장 괴로워하는 건 음파가 집중된 방향에 있던 잘난 척하던 마법사였다.

귀에서 피까지 나는 마법사를 향해 김검천이 또박또박 말을 했다.

“몸을 꼬일 정도로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더 듣고 싶으면 말만 하라고.”

“바… 방금 그건 뭐냐?”

김검천은 고막에 문제가 생긴듯한 마법사를 위해 약간 목소리를 높여 대답해주었다.

“원래는 지휘관이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추가된 기능이지만 쓰기에 따라 이런 활용도 할 수 있었거든. 출력을 더 높이면 일종의 음파 병기처럼 쓸 수도 있고.”

“크흐흑. 여기서 더 큰 소리가 난다고?”

이제는 김검천의 말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고막이 터져도 아예 못 듣는 건 아니었으니까.

정작 문제가 생긴 건 마법사 자신이었다.

“바보는 당신인 것 같군요. 적을 앞에 두고 정신을 딴 곳에 팔다니요?”

루시엘이 마법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태어날 때부터 숲과 친숙해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엘프였다.

2층 높이의 집 정도는 가볍게 올라탈 수 있었다.

마법사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루시엘을 보고도 침착하게 손을 움직였다.

“날아오르라! 날짐승처럼!”

“비행 주문입니까?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루시엘이 빈 활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활시위를 당기자 마나로 만들어진 화살이 마법사를 노렸다.

허공에서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않기에 피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마법사는 콧웃음을 쳤다.

“엘프의 마나 애로우인가? 하지만 위력이 어떻든 그것도 어디까지나 화살일 뿐!”

마법사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손바닥으로 쳤다.

그러자 목걸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원형으로 막을 쳤다.

마나 애로우는 그 막을 뚫지 못한 채 도로 튕겨 루시엘에게 돌아갔다.

“화살을 막는 마법 도구인가?”

“그렇다! 마나 보호막으로는 못 막을지 몰라도 화살 종류라면 실체가 아닌 마나의 힘이라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 어떠냐? 이것이 마법의 위대한 힘이다! 그러면 잘 있거라!”

마법사가 몸을 돌려 하늘로 사라지려는 참이었다.

그런 마법사의 앞에 김검천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늘을 날던 마법사가 생각하지도 못한 김검천의 출현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설마하니 김검천이 공중에서 자신을 막아설 거라는 상상도 못 한 것이다.

“헉! 어느새 먼저 비행마법을 사용한 이 몸의 앞에?”

“그런 걸 비행이라니 날개 달린 것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무엇보다 인사도 없이 그냥 가면 섭섭하잖아.”

김검천이 마법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다가오는 손을 보던 마법사의 눈에는 절망의 감정이 떠올랐다.

파멸은 피하려고 들어도 결국 피할 수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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