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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36화 (136/250)

136화

“으아아! 오지 마! 이 더러운 것들아! 네 놈들의 창조주는 바로 이 몸이라고! 그런데 감히! 멈춰! 아니, 왜 안 멈추지? 그래. 마석. 마석이… 어디 있지?”

마법사는 품속을 뒤지다가 마석이 못 찾자 급히 허리를 숙여 지면을 더듬었다.

그를 노리고 다가오는 뮤턴트들을 눈치 못 챌 정도로 다급한 모습이었다.

실은 자신이 곧 어떻게 될지 알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마법사를 보는 김검천의 손에는 하급 마석이 들려 있었다.

“풀어준다고 했지 널 안전하게 보호해준다고는 안 했다. 마을 사람들도 가는 길에 마음이라도 편해져야지 않겠나?

***

뮤턴트들은 마법사가 흔적도 남지 않을 정도로 처리한 후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김검천은 거대한 무덤이 된 마을 자체를 모두 태우고 나서야 마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마을을 떠나 수도가 보이기 시작하자 김검천이 쿠퍼와 샤칸, 루시엘에게 말했다.

“마을에서의 일을 겪어 봐서 알겠지만 수도에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다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습니다.”

“알겠다.”

“조심하도록 하지요.”

안내하던 기사가 사라졌으니 수도에 들어가는 검문에 앞서 쿠퍼가 새롭게 마부석에 앉았다.

아무래도 마부 역할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하는 법이었다.

경력 있는 신입인 쿠퍼가 마차를 몰고 제국 수도의 관문으로 향했다.

수도라서 그런지 관문을 지키는 경비병도 지쳐 보이는데도 군기가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아니면 황제의 생일을 맞아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 그런지 경계를 엄중히 하는 중이든가.

어느 쪽이든 김검천 일행에게는 좋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걸 위해 변경백에게 받아 준비해 온 게 있지 않은가.

“다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긴장한 쿠퍼가 변경백에게 받은 증표를 내밀었다.

“음? 이건 처음 보는데. 수도 거주민 것도 아니고 평민용 신분증도 아닌 것 같고.”

경비병이 쿠퍼의 손에서 증표를 받고 한참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이 증표는? 기사님!”

뒤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으로 경계하던 경비 기사가 달려나왔다.

“뭐냐? 무슨 일이길래 부른 것이냐!”

경비병이 울상이 된 얼굴로 대답했다.

“기사님… 이 증표가 무슨 신분증인지 모르겠습니다.”

큰일이 발생한 줄 알고 달려온 기사가 인상을 구겼다.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기사가 경비병이 들고 있던 증표를 거칠게 낚아챘다.

“수도의 검문을 담당하는 경비병이 이거 하나 모르나? 널 담당하는 게 다른 사람이었다면 즉결 처분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제국의 귀족 가문만 수천 개가 넘어가는 데다가 길드처럼 특별히 쓰는 것도 많아서.”

“결국 기억 못 했다는 말 아닌가. 변명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아.”

기사가 빼앗은 증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증표는?”

“기사님. 무슨 증표입니까?”

“이건 나도 모르는데!”

이번에는 경비병이 있는 대로 얼굴을 구겼다.

잘난 척하더니 기사도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경백 가문의 증표를 보는 건 경비병뿐만 아니라 기사도 처음 겪는 일인 것이다.

변경백의 증표를 가진 자가 수도를 방문하는 건 몇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저번에 변경백이 황제 알현 때문에 수도에 왔을 때는 신분증이 보일 필요도 없었다.

윗선에서 이야기가 되어있기에 검문 총책임자가 변경백을 알아보고 그냥 통과시킨 것이다.

결국 마법 도구인 신분증 검사기까지 동원해서야 검증이 끝날 수 있었다.

기사는 증표를 공손하게 두 손을 사용해 김검천에게 돌려주었다.

“설마하니 그 백작 각하가 신분을 보장하시는 분들인지 몰라뵙고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수도를 방문하신 건지요?”

김검천이 증표를 받아 챙기며 대답했다.

“무술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지. 참석하는 김에 길드 쪽을 방문할 계획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마차에 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 때문에 그러신 거였군요.”

마차 안의 샤칸과 루시엘은 예전처럼 노예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제국에서는 드워프와 엘프는 그게 오히려 눈에 안 띄는 모습이었다.

샤칸은 아예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중이었다.

예전처럼 혹시 자신이 성질을 못 이겨 날뛸 수도 있었으니까.

경비병은 그사이 마차의 짐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쿠퍼가 김검천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러고 보니 변경백에게 짐 검사를 막아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짐에 딱히 이상한 게 있지는 않겠지만 괜히 트집 잡히면 수도 입성이 힘들지도 모를 텐데요.”

김검천이 검사를 하는 쪽을 힐끗 살펴보았다.

경비병은 마차 뒤에 실려 있던 천을 치우고 짐을 살폈다.

짐을 검사하는 것치고는 대충 눈으로 겉만 살피고 지나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변경백의 손길이 닿긴 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니 보는 눈이 많잖아. 그러니 아예 검사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모양이야.”

“검사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는 거군요.”

“검문하다 모르고 지나친 것과 아예 시작도 안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니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말했던 방법으로 쓰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조사하던 경비병들 중 한명은 들고 있던 창으로 대충 짐 여기저기를 치고 다녔다.

그렇게 지나가는데 짐이 쌓여 있던 한 곳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경비병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모른 척하고 기사에게로 돌아가서 보고했다.

“문제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비병은 살짝 고개를 돌려 마차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미 이야기가 된 상대인 만큼 윗선에 짐을 떠맡기는 게 현명했다.

뭔가 수상쩍은 점이 보이기는 했다는 표시였다.

그런 의미에서 기사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런 면에서는 경비병보다 기사가 한 수 위였다.

“네가 문제없다니 통과시켜도 되겠군. 하긴 백작 각하께서 신분을 보장한 일행이니 뭔가 있겠나?”

“그렇군요. 백작 각하께서 증표를 내주실 정도의 사람들이니까요.”

“하하하.”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높으신 분들께 해결책을 미룬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높으신 분은 다시 아래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제국이든 어디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벌어지는 일이었다.

어찌 되었든지 덕분에 김검천 일행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말이다.

제국 수도는 이제껏 보던 어떤 곳보다 사람이 많았다.

마차 5대는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도로 주변으로도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물론 황제의 생일을 맞아 일시적으로 외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수도 입성에 성공해서 그런지 마음이 느긋해진 쿠퍼가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길드에 들릴 작정이십니까? 짐이 많다고는 저도 생각했습니다만.”

“전에 프리에게 이야기 한 것도 있어서 상인 길드에 들릴 거야.”

“프리 녀석이 감히 김검천님에게 부탁한 겁니까?”

“내가 결정한 거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짐에는 상인 길드말고도 용병 길드 쪽에 넘길 분량도 있어.”

“용병 길드도요?

“데탈에게 선물했던 게 용병 길드 상층부에서 인기가 많아. 그래서 많이 챙겨온 거고.”

“하긴 함선 내 어떤 물건이라도 한번 접하면 그 매력에 벗어나기 힘들지요.”

“그런 김에 가져온 짐도 보관시킬 예정이야. 마차만 해도 둘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거든.”

“확실히 그 말씀이 맞군요.”

마차의 짐이 많아서 그런지 대로를 통과 중인데도 여기저기 걸리는 구석이 많았다.

가능하면 빨리 짐을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김검천이 주변에서 그나마 덜 복잡한 곳에 마차를 세우도록 했다.

쿠퍼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

“왜 그러십니까?”

김검천은 대답하는 대신 마차 뒤에 실린 짐꾸러미에 다가갔다.

그리고 천 일부를 치우더니 짐 상자 몇 개를 들어 올렸다.

짐 상자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 안에는 세이야와 리에가 등을 기대고 있었다.

둘은 그 속을 마치 비밀기지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어서 와. 수도는 처음이지? 요 작은 말썽꾸러기들아.”

세이야가 벌떡 일어서더니 급히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김검천님! 말리지 못한 제 잘못이니 얼마든지 화를 내셔도 됩니다!”

김검천은 화를 내지 않았다.

변경백의 영지쯤부터 상황을 짐작 가기도 했고.

시간이 충분했으면 돌려보냈을 텐데.

오히려 저런 짐 속에서 지금까지 잘 숨어 있었던 게 대단해 보였다.

“너희들. 답답하지도 않았냐?”

“다들 잘 때 나와서 몸 좀 풀고 생리현상도 해서 그런지 괜찮았습니다. 저희 둘이 누울 공간은 충분히 있었고요. 비밀기지 같아서 오히려 아늑하던데요.”

리에가 그 말을 받았다.

“낮에는 잤어요! 밤에는 깨어있었는데 하늘이 아름다웠어요! 별님이 반짝거렸어요.”

“그랬니? 그러고 보니 리에는 함선 안에 들어간 이후로 자주 밤하늘을 보지 못했으니까.”

정작 화를 내는 쪽은 김검천이 아니라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쿠퍼였다.

“리에는 그렇다 치고 세이야, 너는 여기까지 아이를 데리고 오면 안 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세이야가 고개를 숙였다.

위험한 곳에 리에를 데려왔는데 자신이 뭐라고 쿠퍼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화를 내는 쿠퍼에게 리에가 바짓자락을 잡고 흔들었다.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리에 슬퍼요. 그리고 오빠는 잘못 없어요. 리에가 고집부렸어요.”

쿠퍼가 한숨을 쉬더니 세이야에게 물었다.

리에가 고집을 부렸다면 세이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말을 잘 듣는 리에지만 어느 순간에는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았으니까.

“정말이냐? 그랬다면 진작에 이야기하지.”

“제가 리에를 제대로 못 돌본 것 사실이니까요. 여기에 데려오면 안 되는 거였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걸 어떻게 한다. 심지어 숙소도 아직 못 잡은 상황인데.”

그때 마차 한 대가 멈추더니 한 사람이 내렸다.

그는 손에 든 물건을 확인하더니 옆에 있던 쿠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머리가 하얗게 셌지만 아직 활기가 넘쳐 보이는 노인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당신들이 백작이 불러 무술 대회에 참석하려는 자들입니까?”

“우리 말인가요? 맞긴 합니다만.”

“그렇소. 어디 있나 찾아다녔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었군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용케도 찾아내셨군요.”

“증표가 있지 않습니까.”

“이걸로요?”

쿠퍼가 품속에 있는 증표를 만지작거렸다.

변경백이 내준 신분증이니 신분 확인을 위한 마법 말고 다른 마법도 걸려 있던 모양이었다.

그걸 눈치챈 노인이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증표에는 특정 마법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분이 일행의 대표분이신지?”

김검천이 앞으로 나섰다.

“김검천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누구신지 먼저 알려주었으면 합니다만.”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저는 어떤 분을 모시고 있는 평범한 집사입니다.”

나이에 비해 탄탄해 보이는 팔근육이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검천은 그건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분이라면… 혹시 변경백이 말했던 수도의 높으신 분이?”

“바로 그분이시지요. 실은 지금 김검천님 일행이 곤란에 빠지신 것 같아서 찾아왔답니다.”

“숙소 때문에 찾아오신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곧 접수가 끝나고 무술 대회가 시작될 텐데 숙소 찾는 것에 힘이 다 빼시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숙소를 제공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미 수도의 상황은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예. 지금은 대회 때문에 수도 어디를 가도 숙소를 구할 길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시지요. 주인님이 한번 얼굴을 뵙자고도 하셨고요.”

집사가 고개를 숙이면서 간청했다.

김검천은 집사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 주시지요.”

“가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까지 하시니 일단 안 가볼 수 없겠군요. 다만 숙소로 삼을지는 가서 결정할 겁니다.”

“결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른 귀족분들도 만족하시는 곳이니까요.”

집사를 따라가다 보니 북적이는 사람들은 점차 사라져갔다.

수도라고 해서 모든 곳이 번잡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집사가 안내한 곳은 수도 한적한 곳에 있는 어떤 저택이었다.

저택이라고 하지만 3층 높이에 공놀이를 해도 될만한 공간이 있는 넓이였다.

어떻게 보면 작은 성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얼핏 보기에는 거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저택의 문 앞에는 기사 2명이 경비를 서고 있는 중이었고.

준귀족에 해당하는 기사가 경비를 설 정도면 귀족 중에서도 보통 신분은 아닌 모양이었다.

기사 한 명이 아는 척했다.

“집사님. 돌아오셨군요. 이쪽은 데려오신다는 손님입니까?”

“그렇다네. 안쪽에 소식을 전해주겠나?”

“바로 신호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연락을 보내서 그런지 저택 내를 이동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집사는 목적지인 집무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똑똑.

“부르신 자들을 데려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별다른 대답이 들리지 않자 허락으로 받아들인 집사가 소리 없이 문을 열었다.

허무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던 중년 남자가 몸을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표정이 바뀌었지만 김검천은 첫인상을 놓치지 않았다.

집사가 공손히 중년 남자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소개를 했다.

“이분은 제국의 적통 후계자이신 황태자 전하십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자이시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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