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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39화 (139/250)

139화

김검천을 향한 건방진 말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쿠퍼였다.

“아앙? 누구보고 하는 소리더냐? 설마 여기 계시는 김검천님에게 한 소리는 아니겠지?”

얼굴 무서운 순서로 따지자면 이 자리에서 제일가는 게 쿠퍼였다.

말을 건넨 짧은 머리의 남자는 물론 그 일행들도 움찔할 정도로 박력 넘치는 얼굴인 것이다.

그래도 짧은 머리의 남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자신은 제국 수도 암흑가에서 잘나가는 조직의 간부였으니까.

자신 있게 나선 것도 20명은 넘는 수적 우위를 믿고 나선 터였다.

그렇기에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좋은 말로 할 때 구슬을 내놓고 제국 수도에서 꺼져. 그러면 몸은 멀쩡할 테니까. 촌놈들아.”

“수도의 제국인이 아니라고 시골 취급하는 건 차별이야. 그런데 이런 짓을 하다니 수도의 치안이 걱정이로군.”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이곳은 빈민가라 수도에서 위험 지역인데 제 발로 찾아온 네가 잘못인 거야.”

“그런 자들은 수도 밖으로 쫓겨 난 게 아니었나? 아, 그러고 보니 계속 생겨난다고 했지.”

“누구나 몰락하면 빈민이 되는 거지. 결국 이런 곳으로 숨어들어 올 수밖에 없거든.”

“하긴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누구나 대대로 부자일 수는 없을 테고.”

“말이 길어졌군. 빨리 구슬이나 넘겨라.”

사람들의 시선이 김검천을 향했다.

구슬이라고 생각나는 건 무술 대회 접수 때 받은 그것밖에 없었다.

김검천이 파워드슈츠로부터 구슬을 꺼내 들었다.

“이것 말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구슬에 쏠렸다.

짧은 머리의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 그것 말이야. 눈치는 빠르군.”

김검천이 구슬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어어?”

짧은 머리 남자가 입을 벌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구슬은 신기하게도 김검천의 손으로 정확히 착지했다.

짧은 머리 남자가 무사한 구슬의 안위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젠장, 사람 놀라게 하지 말라고.”

“이런 작은 구슬 때문에 놀라다니. 그리 겁이 많아서야 일상생활 가능할까?”

“구슬이 겁나는 게 아니라 그걸 못 얻을까 봐 겁내는 거다!”

“이게 필요한 이유가 듣고 싶군. 그래야 주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김검천의 여유 있는 태도에 짧은 머리 남자가 망설였다.

김검천이 마갑을 입었다지만 일행 수가 얼마 안 되어 구슬을 강탈하러 나선 것이다.

기사라도 병사 수십 명 정도라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으니까.

아직 어린 세이야나 리에, 노예로 보이는 샤칸과 루시엘은 아예 전투원으로 세지도 않았고.

그런데 이제보니 무시무시한 인상의 쿠퍼는 물론이고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만만하지 않은 상대로 보였기에 바로 덤벼드는 건 잠시 미루기로 했다.

말로 안 되면 또 모를 일이었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알려진 암흑가 조직 보스의 명령에 따라 구슬을 회수하러 온 거다.”

“제국 수도에도 암흑가는 있군. 그래서 무술 대회 참가자의 구슬은 왜 필요한 건가?”

“하, 그런 것까지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여기까지 말해준 것만 해도 고맙게 여겨라!”

“네 말이 맞다. 확실히 네가 여기까지 말해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지.”

김검천이 순순히 짧은 머리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

김검천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으… 응? 알면 됐다. 그러면 그 대가로 구슬이나 내놓으면….”

“아니, 왜 내가 내 걸 너에게 줘야지?”

“네가 이야기를 들으면 결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너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라는 거야.”

김검천의 몸이 살짝 지면에서 뜨는가 싶더니 어느새 짧은 머리 남자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 준비 동작 없이도 순간 가속을 해 간격을 좁힌 것이었다.

짧은 머리 남자가 입을 뻐금거리며 김검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어?”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예의가 없는 거라고 주변에서 말 안 하던가?”

“이 자식이!”

주위의 암흑가 조직원들이 각자 칼과 단검을 꼬나 들고 김검천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김검천은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려 공격해 오는 무기들을 향해 그대로 찔러 넣었다.

- 푸푸푹!

“엑?”

“저게 뭐야?”

날아들던 무기들이 곡선 궤도를 그리던 김검천의 손가락에 관통당해 버린 것이다.

이번에 얻은 영관급 파워드슈츠의 힘과 손가락에 집중된 실드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김검천은 손가락에 꽂힌 채 힘없이 덜렁거리는 무기들을 멀리 던져 버리며 말했다.

“사람 손가락에도 관통되는 병장기라니. 무기는 좀 더 좋은 걸 쓰라고.”

멍하니 지켜보던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그건 몇 배나 비싼 돈 주고 산 잘 정련된 강철제 무기라고….”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암흑가 조직원들 중 한 명이 칼을 들어 자기 팔을 힘껏 그어 보았다.

“악!”

당연히 날카로운 칼로 베었으니 팔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그는 옆에 있던 동료 조직원이 어이없는 얼굴로 쳐다보자 머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니, 손가락으로도 뚫리니까 정말로 연약한 무기인지 실험해 보려고 했지.”

“바보냐? 그걸 해봐야 알게? 그냥 저 김검천이라는 녀석이 괴물인 거라고.”

“뭐래. 똑똑했으면 암흑가에서 일개 조직원이나 하고 있겠냐?”

“그런 걸 알다니 충분히 똑똑하잖아.”

“이 새끼가?”

강적을 앞에 둔 이런 와중에도 둘이 싸우려는데 갑자기 그들 앞에 김검천이 나타났다.

김검천은 양손에 두 사람의 머리를 잡은 채 힘껏 부딪혔다.

정신을 잃은 그들을 보며 김검천이 한마디 했다.

“동료끼리 싸워서 되겠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기절이나 하고 있으라고.”

“으아아!”

동료가 당하는 모습에 다른 조직원이 단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김검천은 손을 쓰지도 않고 어깨를 이용해 그대로 조직원의 가슴을 들어 박았다.

어깨도 조직원들에게는 분에 넘칠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었다.

- 우드득.

좌우의 갈비뼈가 사이좋게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직원이 공중에 떠서 날아갔다.

이럴 때는 같은 편이 많은 게 오히려 재난이 되는 셈이었다.

날아간 조직원이 다른 동료들을 덮쳤으니까.

김검천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돌린 걸 본 짧은 머리 남자가 슬그머니 도주하려 들었다.

그가 얻은 간부의 직책은 그냥 운 좋게 딴 것이 아니었다.

조직 보스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아부한 끝에 얻어낸 지위였다.

그런 만큼 짧은 머리 남자의 상황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김검천의 뒤로부터 루시엘과 샤칸, 쿠퍼가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도주에 성공했을 것이다.

뒤에서는 세이야만이 남아 리에를 보호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달려온 쿠퍼가 놀라는 짧은 머리 남자의 정강이를 발로 갈기며 지나쳤다.

“헉!”

“이건 네가 김검천님에게 내키는 대로 입을 놀린 대가다.”

쿠퍼 다음으로 다가온 루시엘이 정강이를 부여잡은 짧은 머리 남자의 배를 후려 팼다.

“켁!”

“이것은 김검천님께 불손한 행위를 한 답례입니다.”

다리가 짧기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달려온 샤칸이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키가 작은 드워프도 때리기 좋게 허리를 굽히고 있는 참이었으니까.

힘차게 몸을 날린 샤칸이 짧은 머리 남자의 턱을 주먹으로 갈겼다.

“흡!”

“으하하! 작은 드워프의 주먹맛이 어떠냐? 김검천님을 따라 다니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군!”

턱을 제대로 맞은 짧은 머리 남자는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른 채 바닥에 쓰러졌다.

김검천이 도주를 포기한 채 달려드는 다른 조직원들에게 주먹을 날리며 그에게 조언했다.

“그러게 네가 말한 대로 좋은 말로 할 때 이야기를 들었어야지.”

짧은 머리 남자가 했던 말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 셈인 것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고 하지 않은가.

험한 말을 한 대가로 폭력을 선물 받은 셈이었다.

곧이어 비명 소리가 잦아들자 자리에서 멀쩡하게 두 발로 서 있는 조직원들은 없었다.

신음 소리를 흘리며 지면에서 뒹구는 조직원들만 있을 뿐.

- 쿵!

샤칸이 겨우 정신을 차린 짧은 머리 남자 옆으로 둔중한 금속 해머를 내려찍었다.

“어이, 인간. 순순히 대답을 하지 않으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이야!”

차라리 정신을 잃고 있었을 때가 행복하게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느껴진 둔중한 충격에 짧은 머리 남자가 시퍼렇게 질린 채 바로 입을 열었다.

“전 나쁘지 않습니다! 나쁜 건 보스라고요! 용병 부길드장이 무술 대회에 참가하거든요!”

샤칸이 루시엘을 향해 뭐가 그리 불만인지 투덜거렸다.

“겁을 주긴 했지만 너무 쉽게 입을 여는데?”

“입을 열었으니 불쌍한 인간을 더 팰 생각은 하지 마시지요.”

“흥, 몇 대 더 맞은 후 말해도 될 텐데. 그런데 여기서 용병 길드가 왜 나와?”

이해가 가지 않은 답변에 지면을 파고든 금속 해머를 뽑으려 드는 샤칸이었다.

뽑고 난 후에 취할 행동이야 뻔했기에 짧은 머리 남자가 급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곳 용병 부길드장이 저희 조직 보스에게 명령했다는 겁니다!”

“제국 수도의 용병 길드라면 제국 전체 용병을 통솔하는 본부 아냐?”

“예. 그런 곳의 부길드장이니 암흑가 조직은 그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요.”

“용병이라면 인간 사냥꾼들과도 협력하는 자이니 암흑가와 연관이 있다 해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

샤칸이 아는 척하는데 지켜보던 김검천이 질문을 던졌다.

“그자가 너희들을 이용한 건 자신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군.”

“헉! 그걸 어떻게?”

“네가 말한 정보가 있다면 다른 사람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거다.”

샤칸이 멀뚱멀뚱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가?”

옆에 있던 루시엘이 조용히 대꾸했다.

“그거 압니까?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중간은 간답니다.”

“넌 많이 알아서 좋겠다! 이 귀쟁이가!”

“당신은 대지 친화적이라서 지능도 저 아래에 위치한 겁니까?”

투닥거리는 둘을 뒤로하고 김검천은 눈짓으로 이야기를 재촉했다.

배신이 일상인 암흑가 조직원에게 제대로 된 충성심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짧은 머리 남자는 김검천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늘어놓았다.

“용병 부길드장은 상급 기사급 실력입니다. 그 정도면 우승은 몰라도 본선 정도는 노릴 실력은 되지요. 지금 사태는 그것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실력이 있다는데 굳이 무슬 대회 참가자들을 습격한다고? 구슬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무술 대회는 다른 때와 다르게 특별하니까요.”

“특별하다라. 하긴 이번 무술 대회 이후는 어느 때보다도 대단할 것 같긴 해.”

무술 대회가 끝나면 황제가 죽을 테니까.

물론 김검천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짧은 머리 남자였다.

그저 지금은 어떤 정보를 말해야 무사히 살아남을까 고민할 뿐이었다.

덕분에 그는 그럴듯한 정보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특별한지는 모르시겠지요?”

“뭔가 아는 정보가 있는 모양이지?”

“그럼요. 이번 대회에는 무려 제국 사천왕이 참가한다는 소문마저 있으니까요.”

“사천왕이면 마스터 나이트들 중에서도 실력자로 알려진 자들 아닌가? 그런 자들이 무술 대회에 참가한다면 황제의 귀에 안 들어갈 리가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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