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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41화 (141/250)

141화

멀어져 가는 김검천을 훔쳐보며 짧은 머리 남자가 다친 다리를 끌더니 신음을 흘렸다.

“큿, 아까 정강이를 맞아 뼈에 금이 가기라도 했나? 일어설 수가 없네.”

고통에 시달리는 짧은 머리 남자와 암흑가 조직원들에게 다가가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곳 빈민가에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수도에서 살았지만 어떤 계기로 망해서 수도 외곽 빈민가 구역으로 스며들게 돼버린 자들.

그들은 수도 안에서 먹고 살기 위해 암흑가 조직원들의 뒤처리 같은 일들을 맡아야 했다.

원래 수도 밖으로 쫓겨날 사람들이었으니 떳떳하게 일반 직업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

참가자들의 시체를 묻거나 은닉하는 것도 이들의 일 중 하나.

암흑가 조직원들에게 반항할 수 없기에 항상 수탈당해 괴로움을 당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칼이나 몽둥이 같은 흉기가 들려 있었다.

짧은 머리 남자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망설임 없이 고함을 쳤다.

“뭐해? 빨리 와서 우리들을 도와주지 않고! 이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빈민가 사람들은 그 말에 따르는 것처럼 지면에서 쓰러진 암흑가 조직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그들을 향해 내려쳤다.

쌓인 원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악!”

비명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곳은 원래 그런 지역이었기에 아무도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비명을 듣자 암흑가 조직원들을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한 빈민가 사람들이었다.

짧은 머리 남자가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왜 이래? 우리 이런 사이가 아니었잖아?”

흉기를 든 한 빈민가 사람이 눈에서 흉악한 빛을 담은 채 다가와 말했다.

“어떤 사이? 힘이 있는 자는 힘 없는 자를 괴롭히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 네가 얼마 전 부모님의 유품을 보고 가져가다가 방해된다고 때린 여동생이 어제 죽었어!”

다른 빈민가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비슷했다.

저항할 수 없는 사람 앞에서 암흑가 조직원은 그만큼 악랄하게 군 것이다.

짧은 머리 남자가 돈을 찾기 위해 품속을 뒤졌다.

“그… 그건 미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면 돼? 얼마면?”

“…필요 없어! 이 새끼야!”

분노를 담은 흉기가 허공을 날았다.

일이 다 끝나자 빈민가 사람들은 항상 하는 방식대로 암흑가 조직원들을 처리했다.

적어도 무술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들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그들 중 지도자 격인 사람이 널브러진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를 드러냈다.

“죽은 놈들은 파묻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은 수도 밖 그곳에다 넘겨줘.”

“거기 말입니까? 거기 가본 애들이 많이 불안해 하던데요.”

“높으신 분들이 비밀리에 지은 곳이 다 그렇지. 그러니 이놈들이 갈만한 곳이고.”

“그게 말입니다. 사실은 거기 갔다가 못 돌아온 얘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

“우리가 이곳에서 먹고살 만한 방법이 얼마나 있나? 아니면 수도를 떠나던가.”

“…하긴 방법이 있으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습니까. 일단 이놈들부터 처리하지요.”

“그리고 돈 받은 일 잘 진행하고 있겠지?”

“그거라면 다들 열심히 소문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들 엿먹이는 일 아닙니까.”

지도자 격인 사람이 텅 빈 눈동자로 황성을 바라보았다.

황실과 제국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수도를 떠날 수도 있을 정도의 돈을 받았기에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운명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느낌은 잘 들어맞는 법 아닌가.

***

- 툭툭.

황제는 앉아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두들기다 자신의 손가락과 손등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부터 손가락에 보일 듯 말듯 생겼던 주름이 이제는 팔의 피부마저 망쳐놓고 있었다.

- 투툭.

의자 팔걸이 위로 딱딱한 뭔가의 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황제는 자신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떨어진 조각은 그의 손가락 피부가 부서져 내린 것이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황제가 옆에 놓여 있는 상자에서 혈석 하나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혈석도 더 이상 소용이 없는 건가? 수십 년에 걸쳐 수도 밖에 그걸 세우고 워스덤의 연구결과를 제공했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그나마 혈석을 먹어치워서 그런지 피부가 부스러져 내리는 건 잠시 멈추었다.

조금 있어 다시 노화가 진행되면 다시 혈석을 먹어야겠지만.

황제가 늙지도 죽지도 않고 300년을 살아온 부작용.

그게 점차 속도를 높혀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을 향해서.

그리고 황제는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모든 권력자의 소망.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누리던 권력을 영원토록 누리는 것.

300년의 세월이라는 한참 모자랐다.

그렇기에 황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동원하는 중이었고.

그 방법 중 몇 가지가 왕국과의 전쟁, 그리고 이종족의 포획이었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다른 수단이 남아있어 그것을 진행 중이었고.

옆에서 호위를 서던 붉은 갑옷 기사의 시선이 황제의 떨리는 손에 닿았다.

약간의 즐거운 감정을 머금고.

***

김검천과 일행들이 황태자의 저택에 돌아오니 집사가 묘한 미소로 맞이했다.

“다들 무사히 돌아 오셨군요.”

김검천이 대꾸했다.

“그 얼굴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무술 대회 말이야.”

집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김검천이 지적한 걸 넘기려고 들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가려는 집사는 음흉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황태자의 곁에서 시중을 들 수 있는 것이겠지만.

거기다 황태자에게는 집사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황제의 후계자인 황태자라고 해도 제대로 된 권력자는 아니었다.

제국의 절대 권력자는 오직 황제 혼자뿐.

황제가 되기 전까지 황태자를 견제하려 드는 대귀족들이나 신하들은 넘쳐나기 마련이었다.

그런 자들의 중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이 황태자의 측근으로서의 집사인 것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자라면 유능하지는 않더라도 무능할 리 없었다.

알면서도 모른척 넘어가려는 연기만 보더라도 보통은 아닌 것이다.

“황태자의 집사쯤 되면 소문에도 어느정도 귀를 기울이고 있을 텐데. 무술 대회에 대해서.”

“아예 모르지는 않지요. 수십 년간 황태자를 모시다보면 별별일을 다 겪게 마련이니까요.”

여전히 말을 돌리는 집사였다.

그럴 때는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게 나았다.

“무술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참가자들을 습격하는 자들이 있는 걸 알았냐는 거다.”

“굳이 따지자면 알고 있었긴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안 해준 건가.”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깜빡하고 이야기를 못 드릴 수도 있는 노릇이지요. 저는 어디까지나 힘없는 노인 집사에 불과합니다.”

집사가 잘 관리된 콧수염을 슬쩍 어루만졌다.

멍하니 대화를 듣다가 겨우 이해가 간 샤칸이 집사를 향해 다가서더니 손을 뻗었다.

“너! 수염은 멋진데 하는 행동은 엉망이구나! 우리는 어찌 되든 간에 상관없는 것 같은데 잘 기른 수염에게 미안하지도 않느냐?”

집사가 이건 또 뭔가 하는 눈초리로 샤칸을 바라 보며 슬쩍 몸을 틀어 피해냈다.

몸에 드워프같은 이종족의 손이 닿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허공에 헛손질한 샤칸이 이상한 표정으로 자기 손을 내려다 보았다.

분명 집사를 붙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런데도 놓쳐버리다니 자신의 실력이 줄었나 걱정이 들어서였다.

“젠장, 여행을 한다고 마차 안에서만 있었더니 몸이 굳어지기라도 한 건가?”

김검천이 그 모습을 보고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상급 기사급의 샤칸의 손을 피한 집사에게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생긴 것이다.

루시엘이 샤칸의 수염을 힘껏 잡아당겼다.

“쿠퍼, 지금은 김검천님이 대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자가 되시지요.”

“아야야, 떨어져! 기껏 붙인 수염이 떨어진다고!”

루시엘이 샤칸을 데리고 물러섰다.

샤칸의 무례한 행동에 얼굴을 찌푸린 집사였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행동이 하나 둘 쌓인다면 황태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몰랐으니까.

그 전에 저들 스스로 이곳을 나가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일이었고.

“그런 말씀을 하시기 전에 먼저 손님으로서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부탁을 받아 데려오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내보내고 싶은 마음이라서요.”

집사도 황태자의 명령을 어길 생각은 없었기에 그동안 몇 군데 숙소를 물색해 둔 상태였다.

황태자의 명령을 따르면서도 집사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움직인 것이었다.

김검천 일행에게 도움이 되려고 행동한 게 아니긴 하지만.

“미리내. 13D 홀로그램 제한 발동.”

[허공에 투영 합니다. 각도는 45도. 시야각 조정.]

갑자기 김검천이 집사를 향해 한 걸음 걸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미리내가 집사만 보이도록 배경용 홀로그램을 띄웠다.

- 저벅.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걸음일 뿐.

실제로 집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김검천이 그저 한 걸음 걸어나간 것만 눈에 들어왔다.

김검천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집사는 전혀 다른 기분을 받았지만.

육식동물 앞을 굴러다니는 먹음직한 고기 덩어리가 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김검천 주변에 떠오르는 저 기괴하고 실감나는 환상들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자신의 착각인지 환각 마법에 당한 건지도 구별 할 수 없는 상태.

전신을 내달리는 본능의 경고에 집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단 한걸음에 뒤로 1미터를 이동하면서.

그런 몸놀림은 일반인이 보일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집사 또한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였던 것이다.

발을 옮겼던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걸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놀라지? 평범한 집사치고는 실력도, 감각도 놀랍군.”

김검천의 말대로 집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 것도 아니고 무기를 꺼내 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걸음 걸었을 뿐인데 집사의 몸이 먼저 반응해버렸으니까.

집사가 그동안 수련한 본능에 따라 저절로 위기 상황으로 판단해 움직인 것이다.

너무 어이없이 들켜버린 비밀에 집사는 낭패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비밀이 하나 들통나버린 것이다.

위험에 처했을 때 숨겨둔 힘이 있다면 목숨 하나를 더 가지는 셈이었다.

만약을 위해 기사 이상으로 단련된 몸이라는 걸 숨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들키다니.

샤칸이 이상한 표정으로 옆에 있던 루시엘에게 말했다.

“인간 집사라는 자는 다들 저런 실력자인 건가? 상급 기사와도 비교할 정도의 몸놀림인데?”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라면 방금 전 김검천님이 움직였을 때 저렇게 반응할리 없습니다. 당신처럼 눈만 굴리고 있겠지요.”

“뭐래?”

집사는 김검천 일행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펴며 갈등했다.

눈 앞의 모두를 죽이면서까지 숨겨야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었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드는 만큼 생각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손을 쓰고 싶었다.

김검천이 그런 집사를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자신 있으면 한 번 해보시던가.”

자신이 넘치는 김검천의 말에 집사가 한숨을 쉬었다.

잠시 생각해보니 상대는 이번 무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데려온 몸이었다.

집사가 강자라도 김검천보다 강하다는 자신은 없었다.

무엇보다 집사의 힘은 정면 대결에서 제대로 발휘될 만한 성질이 아니었다.

“휴우, 제가 졌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협조적으로 대해 드리도록 하지요. 대신…”

집사가 말꼬리를 흐리며 김검천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김검천은 집사가 원하는 바를 알았기에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대답했다.

“난 아무것도 본 게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보다 이제라도 협조해준다니 고마운 일이야. 앞으로 잘 부탁하지.”

배려 깊은 대답에 집사의 고개가 좀 더 숙여졌다.

집사의 기준표에 따라 김검천은 평가가 수직 상승했다.

황태자에게도 대드는 무례한 자에서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면 용건은 끝난 것 같으니 이제 숙소에 가도 되겠나? 꿈나라에 가려는 시간대거든.”

리에가 당장이라도 잘듯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꾸벅이고 있었다.

막 저택에 돌아왔을 때와는 다르게 집사가 공손히 입을 열었다.

“밤늦은 시각에 오래 붙들고 있어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침소는 준비되어 있으니 내일을 위해 편히 주무시기를.”

“고맙군.”

김검천은 쿠퍼에게 먼저 리에를 데리고 돌아가라고 손짓했다.

나중에 집사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샤칸이 옆에서 입을 열었다.

“저 인간을 이대로 그냥 보내? 알고 있는 정보도 안 알려준 나쁜 인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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