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44화 (144/250)

144화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부길드장이 김검천에게 소리쳤다.

“설마 너냐? 방금 전 우리 발밑을 띄운 자가?”

용병 부길드장이 소리치자 입을 다문 용병들의 시선이 모두 김검천에게 쏠렸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야 조용히 대화할 상황을 만들어졌네.”

“대화라. 지금 와서 살려달라고 용서라도 빌 생각이냐? 혹시 네 발로 바닥을 기며 혓바닥으로 발바닥을 핥으면 살려줄지도 모르지.”

방금 김검천이 보인 행동이 어떤 실력을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다른 출전자들은 물론이고 부길드장 마저도.

아무래도 직접적인 실력 행사가 필요해 보였다.

부길드장의 뱀과 같은 속삭임에 대한 응징에 대해서도.

“살려주는 게 아니라 살려줄지도 모른다는 건가. 재미있는 녀석이야.”

“크크, 들켰나. 눈치가 빠른 녀석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러는 넌 둔하기 짝이 없어 마음에 드는군.”

“무슨 소리냐?”

용병 부길드장은 김검천이 방금 전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다.

발을 구르는 것만으로는 마스터 나이트라도 사람들을 띄우지 못할 것이었다.

하긴 그런 눈치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도망칠 준비하지 싸우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한 행동을 후회하는 자가 있다면 항복하고 안전지대로 가라는 거다.”

김검천은 그들에게 살아남을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었다.

용병들 중에서도 부길드장의 명령이니까 어쩔 수 없이 따른 자가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용병들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바보 아냐? 이곳에서 누가 살지 죽을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들이야!”

“맞아, 맞아. 마갑을 입어서 그런지 마치 기사같이 구는 녀석인데?”

“정말로 기사인지도 모르지. 여기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만. 여긴 강한 자가 정의라고!”

이제 죽을 자와 살아야 하는 자가 모두 판별난 셈이었다.

피가 묻은 무기를 치켜든 용병들이 달려들었다.

“죽을 자는 네 놈이다!”

“죽여라!”

“아니, 죽이지는 마! 부길드장님이 녀석의 목숨을 손수 끊어 주실 거라고!”

“죽는 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김검천이 천천히 한팔을 들었다.

이제 저들을 위해 답변을 줄 시간이었다.

“안전장치 해제. 총탄 관통형 선택. 암건 발동.”

- 타타타타타탕.

“으아악!”

“커헉!”

“켁!”

총알만큼이나 빠른 비명 소리가 용병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달려오던 용병들은 자신들이 뭔가에 맞았다고 생각한 순간 여기저기에 쓰러져 갔고.

알 수 없는 공격에 다른 용병들은 이를 악물고 김검천과의 거리를 좁혔다.

“뭐지? 엄청 빠른 원거리 무기인가? 마법?”

“아무렴 어때! 일단 검으로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내로 들어가!”

“움직여! 가만히 있어 보았자 원거리에서 공격을 계속 받을 거라고!”

생전 처음 겪는 무기에 동료들이 당했지만 엄선된 용병들다운 빠른 대처였다.

적어도 멍하니 당하지는 않고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용병 부길드장은 먼저 달려나간 용병들을 방패삼아 김검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도 상급 기사 이상의 실력자인 것이다.

강자라고 해도 김검천 앞에서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약자가 되는 것은 문제였지만.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실드.”

김검천의 주위로 엷은 푸른 빛이 구처럼 생성된다 싶더니 네모난 벽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용병 부길드장을 향해 날아갔다.

다가오는 자들을 막으려고 실드를 생성한 게 아니라 공격하려고 만들어 낸 것이었다.

영관급 파워드슈츠의 교체로 실드에 좀 더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용병 부길드장이 깜짝 놀랐다.

“마나 보호막을 벽처럼 만들어 날리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경악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가 손에 들린 검에 어느새 마나 플레임 소드가 형성되고 있었다.

부길드장은 마갑에 의해 생성된 실드 정도는 벨 자신이 있었다.

정말 재수가 없는 건 김검천과 용병 부길드장 사이에 서 있던 용병들이었다.

잘해야 중급 기사 이하의 실력을 가진 용병들이었다.

그들은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한 채 날아오는 벽 형태의 실드에 부딪혔다.

“커헉!”

“마나 보호막이 던질 수 있는 거였냐! 그런 거냐고! 어억!”

“입 놀리지 말고 피하기나 해! 으악!”

실드는 부딪힌 용병들을 그대로 민 채로 용병 부길드장을 향해 날아갔다.

용병 부길드장의 주변으로 용병들이 포진해 있어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면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비켜! 비키라고!”

“큿, 차라리 죽여라.”

“전 살려주십시오! 부길드장님!”

냉혹한 표정으로 용병 부길드장은 날아드는 실드를 향해 마나 플레임 소드를 휘둘렀다.

실드를 공격했다지만 실드에 붙어 있는 용병들의 생명은 무시한 처사였다.

“용병이면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원망하지나 마라! 마기술! 마나참!”

날아드는 마나참을 보면서도 실드에 잡혀있는 용병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입은 놀릴 수 있기에 용병들이 욕을 퍼부었다.

“부길드장 이 자식이?”

“아… 안 돼! 이번 일 끝나면 보상 많이 준다며!”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자기 손으로 우리를 죽일 작정이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마나참이 욕대신 비명을 토하는 용병들을 베며 실드와 부딪혔다.

- 서걱.

마나참은 용병들을 베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목표로 한 실드는 멀쩡했다.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부길드장 주변에서 슬금슬금 멀어져 갔다.

나중에 받을 두둑한 보수도 좋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부길드장은 허리춤에 찬 다른 검에 손을 대며 이를 악물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났다는 것인지.

부길드장은 본선 진출을 위해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둔 검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무기 강화! 절삭력 증가!”

- 부우웅.

새로 뽑아 든 검 주변으로 푸른빛이 번뜩이더니 서리가 생겨나듯 검신에 빛이 내렸다.

이어 마나 플레임 소드를 시전한 부길드장이 다가온 실드를 향해 검을 아래로 힘껏 그었다.

- 스윽.

칼로 종이를 자르는 듯한 절삭음과 함께 실드가 두 조각 났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오러도 막아 낼 수 있는 실드였다.

그걸 무작정 밀어붙였다지만 단번에 베다니.

김검천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드가 약해진 건 아닐 테니 저 부길드장 실력이 생각보다 강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김검천의 시선이 불꽃처럼 타오르면서도 얼음처럼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검으로 향했다.

미리내가 김검천의 질문을 받았다.

[저 검에서부터 다른 마나의 힘이 느껴집니다. 마법이라고 불리는 종류인 것 같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뭐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했었지. 그래서 저런 마법검도 들고 나온 건가.”

물론 방어용을 원거리 형 공격으로 사용했기에 실드의 위력이 약해진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검천은 부길드장의 마법검에도 흥미 이상을 느끼지는 않았다.

상대가 비장의 수를 내보였다면 김검천은 이제 막 몸을 푸는 참이었으니까.

다만 주변의 용병들이 부길드장이 든 검을 보자 얼굴에 활기가 돌아왔다.

“저 검, 마법 도구다!”

“마탑의 마법사들이나 만들어 낸다는 그 마법 물품 말이야? 비싸다며.”

“그런 만큼 마나를 쓰는 A급 이상 용병들도 가진 자가 드물다고 하던데. 과연 부길드장이야.”

“더군다나 마나 보호막을 저렇게 잘라내다니 보통 마법 장비가 아닌 거 같은데?”

“무기 강화와 절삭력 증가, 이 2개 마법이 동시에 걸렸으니 그렇겠지.”

“수도의 좋은 위치에 3층 저택은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비싼 무기라고.”

용병들의 동요가 줄어들었다.

저런 무기를 가진 부길드장이라면 김검천을 상대로도 충분히 이길 것 같아보여서였다.

용병들을 죽인 부길드장은 믿을 수 없었지만 승리 후 지급 받을 돈은 중요한 문제였다.

태도가 바뀐 용병들을 보며 부길드장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실드를 가른 충격으로 손이 아파 왔기 때문이었다.

못 참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었다.

부길드장은 다시 검을 고쳐 잡으며 김검천을 향해 아무렇지 않은 척 소리쳤다.

“크크크, 대기실에서 제법 건방지게 구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넌…”

“말이 길면 뭐다? 실드.”

실드가 베이긴 했지만 그거야 또다시 만들어 날리면 그만이었다.

김검천이 재차 실드를 날리자 부길드장이 주변의 용병을 밀치며 달려나갔다.

자신이 들고 있는 마법 무기는 근접전에 특화된 무기였다.

마나 플레임 소드에 마법 도구의 힘까지 합치면 오러도 몇 번은 막아낼 정도였고.

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칼날이 목표에 닿아야 했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거리를 좁혀 단숨에 덮치려고 했다.

그런데 김검천이 먼저 공격한 것이다.

“사람 말 좀 들어라!”

“사람이 사람 같지 않으면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이놈이! 이렇게 된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

“안 그래도 죽인다며?”

부길드장은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양손으로 마법검을 치켜세웠다.

실드를 던지는 무식한 공격을 연속으로 할 수는 없을 터였다.

이번 한 번만 실드를 잘라내면 그 다음은 김검천을 벨 차례였다.

“하압!”

부길드장의 기합과 동시에 예기를 품은 푸른 빛이 실드를 향했다.

김검천은 그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실드를 공격으로 돌리는 형태는 던지는 것만으로 끝이 아닌 것이다.

“미리내. 100… 아니, 10만볼트!”

[10만볼트. 특수형 전기 실드 발동.]

- 파치치치칙.

김검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날아가던 실드로부터 기묘한 소음이 들려왔다.

실드의 겉표면으로부터 강력한 전기 스파크가 발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휘어지던 전기는 부길드장이 들고 있는 검으로 몰려들었다.

막 실드를 가르려던 부길드장은 빛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으갸갸갸갸갹.”

- 푸시식.

부길드장은 망가진 장난감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대로 바닥에 코를 박았다.

머리카락이 선 채 몸에서 살짝 탄 내가 나는 부길드장은 눈을 하얗게 뒤집은 상태였다.

10만 볼트의 전압이었지만 전류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었기에 죽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전기 실드에 오래 닿았다면 또 몰라도.

마나를 쓴다면 육체가 강화된 만큼 다른 것에 대한 내성도 높은 것이다.

김검천이 의식이 없는 부길드장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말했지? 짜릿할 거라고. 이건 물리적이지만 말이야.”

김검천은 남아있는 용병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면 에너지도 아까우니 나머지는 이걸로 처리하도록 할까. 총탄 관통형 선택. 암건…”

- 땡그랑.

저 말이 끝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못하면 그게 이상할 것이다.

용병들 중 눈치 빠른 자가 급히 무기를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졌습니다! 졌다고요!”

“살려만 주십시오!”

“비켜! 이쪽이 먼저 항복했다고!”

용병들이 앞다퉈서 대회장의 안전지대로 달려갔다.

이미 안전지대에 대기하던 참가자들이 그런 용병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병들은 뻔뻔한 시선으로 그들을 마주 보았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건 김검천이었지 이미 탈락한 참가자들이 아니었으니까.

“뭐, 어쩔?”

“네 놈들… 두고 보자고.”

대회가 끝나면 살아남은 자들끼리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지도 몰랐다.

그 여파는 부길드장이 먼저 받아내야 할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