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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45화 (145/250)

145화

시합이 끝나자 신원 확인용 구슬을 돌려받고 대화장을 나서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세이야가 김검천을 향해 환호했다.

“역시 김검천님이세요! 본선도 오늘처럼 문제없이 이기실 거예요!”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예? 오늘만 해도 쉽게 이기시지 않으셨나요?”

“파워드슈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껏 날뛰기가 힘들거든. 여러 가지 생각해둔 방법이 있긴 한데 완벽하지는 않고. 미리내. 어때?”

[영관급 파워드슈츠라면 어느 정도 에너지 소비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에너지를 너무 과하게 사용하지는 말라는 거지?”

[오늘 소모 에너지는 10%도 되지 않습니다만 시합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황제와 만날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겠지. 도움이 되는 조언 매번 고맙네.”

[저는 김검천 함장님의 것이니 당연한 행동입니다.]

***

저택으로 돌아온 김검천 일행들의 신분 확인이 끝나자 경비 기사가 문을 열어 주었다.

황태자의 거처라서 그런지 얼굴만으로는 통과가 안 되는 것이다.

- 끼익.

관리가 되는 곳일 텐데 생각보다 무거운지 문 여는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다.

문이 살짝 열렸을 뿐인데 몸을 비집고 리에가 문 안쪽으로 급히 달려 나왔다.

문이 좀 더 열리며 그 뒤를 이어 쿠퍼와 집사가 따라나섰다.

“다녀오셨어요!”

몸을 날리듯이 안겨 온 리에를 김검천은 높이 들어 올렸다.

허공에 높이 나는 듯한 자유로운 느낌에 행복해진 리에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잘 있었니? 리에야.”

“응! 이제 걱정하지 말고 에너지 충전은 리에에게 맡겨요!”

“그게 무슨…”

리에가 도와준다면 에너지 충전이 완벽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물론 리에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도 그랬다.

다만 김검천은 그런 걸 리에에게 말한 적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할 텐데 바로 그 이야기를 꺼낸 리에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물으려고 했다.

그런데 리에는 김검천이 질문할 틈을 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늘어놓았다.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게 좋은 나이인 것이다.

“아, 있는 동안 신기한 거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잘생긴 아저씨가 같이 놀아줬어요!”

“잘생긴 아저씨?”

당장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거 같지 않았기에 나중을 기약한 김검천은 쿠퍼를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길을 돌아갈 만한 얼굴에 넘쳐나는 근육질 덩치.

그동안 세이야와 함께 하던 리에의 행동을 봐도 쿠퍼를 가리키는 건 아닐 것이었다.

집사는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머리가 하얀 사람을 리에가 아저씨라고 할 리도 없었고.

가만히 지켜보던 집사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예의 있게 말을 건네었다.

“모두 밝은 표정인 걸 보니 좋은 결과가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끼익.

집사의 축사에 참견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문이 더 열리며 그 너머로부터 황태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추천받을 만큼의 실력은 있었을 테니 당연한 일. 그러니 다들 저놈을 칭찬하지 말 거라.”

집사가 김검천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말은 저렇게 하셔도 만약을 대비해 의사나 치료사 등 저희 선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실력자들을 준비해 두신 상태입니다.”

“크흠, 집사. 다 들린다.”

불쾌한 듯한 황태자의 목소리를 듣자 김검천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리에가 그렇게 부를만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오, 잘생긴 아저씨!”

“누구보고 아저씨라는 거냐! 이 무례한 자가!”

황태자가 황태자답지 않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태자보다 먼저 화를 내야 할 집사는 조용히 있었고.

얼마 전 일이 있기도 했고 그사이 김검천의 말투에 적응이 된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리에가 김검천에게 안겨들었다.

“리에, 화내는 사람은 싫어…”

그 모습을 본 황태자가 바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크흠, 화를 낸 게 아니라 말을 하다 보면 크게 말할 수도 있는 거란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잘생긴 아저씨의 말에 동의해.”

“그러니까 아저씨가 아니라는…거다.”

황태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려고 하다가 리에가 울먹이려는 표정을 보자 다시 낮아졌다.

김검천이 미소를 지었다.

황태자가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는 요상한 표정은.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하거라.”

“잘생긴 아저씨라는 건 리에가 말한 거야. 내가 없는 사이 네가 리에와 같이 놀아준 건가.”

“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아이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야.”

리에가 그런 황태자에게 다가가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황태자가 소매를 떨치려고 하자 리에가 고개를 들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생긴 아저씨는 리에가 싫어? 정말?”

“…아니, 너는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모습이라니.

김검천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야말로 헤어진 가족이라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듯한 모습 아닌가.

“황태자 전하께서도 우리 리에에게는 어쩔 수 없군.”

“너, 이럴 때만 전하라고 존칭을 붙이지…마라.”

이번에도 화를 내려던 황태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대꾸했다.

리에가 슬퍼하는 걸 피하기 위해 감정을 다스릴 정도다.

그만큼 둘의 사이가 가깝다고 생각되는 장면이었다.

세이야가 중얼거렸다.

“저걸 보니 의외로 쓸쓸해지는 기분인데요?”

쿠퍼가 세이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쓸쓸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냐?”

“쿠퍼 아저씨!”

“세이야!”

쿠퍼와 세이야가 두 손을 꾹 맞잡았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우정이 단단해지는 모습이었다.

그 우정은 리에가 황태자를 떠나자 평상시처럼 세이야의 곁에 붙는 걸로 바로 깨졌지만.

“에잇, 역시 너와는 사이가 좋아질 수 없을 거 같군!”

“쿠퍼 아저씨. 리에의 일이면 항상 속이 좁아지시는 거 같아요.”

“너 같으면 관대해지겠냐?”

“전 딸을 낳으면 쿠퍼 아저씨처럼 안 굴 건데요.”

“흥, 그건 두고볼 일이지. 넌 분명 더 할 거라고.”

둘은 투닥거리면서 잠이 오는 리에를 데리고 자신들의 방으로 향했다.

김검천이 황태자에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도 이만 가보도록 하지. 마중 나온 건 고마웠다.”

“누가 마중 같은 걸 나왔다는 거냐?”

“아니면 말고.”

김검천 뒤로 샤칸이 따라붙고 마지막으로 루시엘이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떴다.

황태자가 집사와 둘만 남자 조용히 말을 걸었다.

“집사여.”

“예. 황태자 전하.”

“아이라는 존재가 시끄럽고 귀찮은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구나.”

“그 말씀은? 이 집사, 당장이라도 황태자 전하의 상대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앞서가지는 마라.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의 정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황태자 전하…”

“후, 괜히 쓰잘 데 없는 말까지 한 것 같구나. 잊어라.”

집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제국 황제에 대한 정보는 비밀에 속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절대라는 법은 없었다.

그 죽지도 늙지도 않은 황제를 생각한다면 황태자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물러가라. 아니, 잠깐. 김검천이라는 자가 본선 진출이 결정된 것이 맞느냐?”

“그렇습니다. 예선이 오늘 끝났으니 대회 운영진들에 의해 내일이나 결정되겠지요.

“그래. 그 본선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가봐야겠다.”

김검천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또한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것과 별개로 자존심이 상한 걸 떠올리면 한 방 먹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황태자의 입가에 나쁜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옆에서 황태자를 모시는 집사도 그가 어릴 적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집사는 우선 명을 받들기로 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대회 본부로 이용하려고 임시로 친 대형 천막.

대회 책임자와 부책임자, 32개 예선장에서 모인 31명의 예선 심사관들이 모여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그들이 실질적으로 대회를 책임지는 자들인 것이다.

그들 외에도 접수관처럼 대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많았다.

대회 책임자가 자리를 둘러보다 예선 심사관들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모인 사람이 왜 32명이 아니라 31명이요? 한 명은 어디 아프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예선에서 참가자들을 확인하다 마법 결계에도 불구하고 날아온 공격에 맞아 그만…”

“헉, 설마 죽은 거요?”

“차라리 속 시원하게 죽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엉덩이에 맞아 그게 4조각이 돼버렸다더군요.”

결국 의자에 앉지도 두 다리로 서기도 힘든 부상이라 회의에 못 참가 했다는 말이었다.

조각난 엉덩이에 꽃이 피는 병은 사회생활을 하는 자로서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책임자가 웃음을 참기 위해서인지 어이가 없어서인지 알 수 없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부상은 입었다지만 안 죽었다니 다행이오. 무서운 실력자라도 있던 모양입니다.”

“공격이 예선장에 설치된 마법 결계를 박살 내고 심사관에게 맞을 정도니 알만 하지요.”

“A블록 출전자로군요. 그 정도면 마스터 나이트급은 충분히 될 듯합니다.”

“이번 대회가 확실히 수준이 높네요. 그래 보았자 우리 제국 사천왕에게는 안 되겠지요.”

“하하하, 당연한 말을. 제국 사천왕은 마스터 나이트 중에서도 강한 자 아니겠소?”

“그런 의미에서 그 두 분은 각각 A조와 B조로 떨어트려 놓기로 하지요.”

“당연한 말씀을. 사천왕 정도 되는 강자는 서로 결승전에서 만나야 하지 않겠소?”

“사천왕은 그렇다 치고 다른 자들이 문제요. 시드에 배정할 사람을 정해야 하니 더 그렇고.”

이번 무술 대회는 한편으로는 황제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기회이기도 했다.

황제가 사천왕에 버금가는 강자를 찾기 위해 대회를 열었다는 소문도 있던 것이다.

소문이라고 해도 의외로 진실과 사실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기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괜히 황태자가 이번 대회를 위해 김검천을 데려온 게 아닌 것이다.

황태자는 황제에게 어떤 식으로든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높으신 분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인지 시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어떤 심사관이 나섰다.

그는 어떤 대귀족으로부터 한 본선 출전자를 시드에 배정하도록 돈을 받았다.

“본선 1차전을 싸우지 않고 부전승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드 배정은 누구나 탐낼만 하지요.”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회니 만큼 적게 싸우고 약한 자와 겨루는 게 좋을 테지요.”

“맞습니다. 우승까지 노릴만한 자라 해도 중간에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만큼 약해지니까요.”

“제국의 우수한 의사와 치료사, 마법사들이 대기 중이라고 하나 다쳐서 좋을 건 없지요.”

“그러면 어차피 우승해야 할 자들이 편하게 가야 하는 게 낫지 않겠소?”

그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주제였다.

마스터 나이트가 1회전부터 마스터 나이트와 붙는 경우 잘못하면 둘 다 죽을 수도 있었다.

비슷한 경지의 사람끼리의 싸움은 그만한 위험성이 뒤따르는 것이다.

만약 살아 남는다 해도 중상을 입은 마스터 나이트는 상급 기사에게도 당할 수가 있었다.

평상시라면 오러의 일격에 단번에 조각날 상대에게 당하다니.

아무리 마지막에 살아있는 자가 강한 자라고 해도 그건 좀 너무 하지 않는가.

“결승전도 아니고 1회전에서 우승 후보가 탈락하는 일은 막아야지요.”

“이거야말로 최대한 공평하고 평등하게 대진표를 짜는 셈이지요.”

“제국 사천왕은 실력이나 명성을 보아 우승 후보니 제외. 나머지 사람들이 문제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제국 밖에서 모인 자들이 대부분이라 실력이 어떤지 잘 모르니.”

“소문만으로 판단하기도 그렇고요.”

그렇기에 이 자리에 예선 심사관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이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낀 본선 진출자들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했으니까.

불행히 못 나오게 된 예선 심사관에게는 따로 사람을 보내서 물을 것이었고.

그래야 제대로 된 본선 대전표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 사는 곳은 어쩔 수 없이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

그래서 심사관들 중 일부는 대귀족에게 뇌물을 받고 특정 인물을 시드에 올리려는 거였고.

이들 중에는 사이에서 우승자를 맞추는 도박에 관련된 사람도 있었다.

그렇기에 29명의 출전자들 중에서 시드 배정자는 빨리 정해지지 않았다.

출전자가 32명이 아니라 29명인 이유는 간단했다.

예선 도중 탈락자 외 전원 사망하거나 중상으로 출전을 못 하게 된 것이었다.

“일단 여기 김검천같이 제국 출신이 아닌 자들은 시드에서 빼는 게 어떨까요.”

“출전한 사천왕은 2명인데 한 사람만 시드를 줄 수는 없으니 그것도 안 되겠고…”

“사천왕 중 한 사람만 시드를 주면 다른 사천왕이 우리 목을 날려버릴 테니 말이요.”

“그러면 이자를 시드로 하는 게 어떻겠소?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대귀족이 후원하는 자요.”

“그보다는 여기 마법사가 나을 거 같은데.”

“어허, 마법사보다는 대세는 전사지. 관객들도 좋아할 거라고.”

“네가 전사를 알아?”

“넌 마법사를 알고?”

놔두면 서로 가족의 안부를 묻고 뜨거운 주먹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대회 본부 운영진들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걱정하지 말도록. 실력 있는 자라면 한 명 알고 있다.”

“오, 그런 정보는 환영이요. 그게 누구요?”

대회 책임자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책임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방금 누가 말했다는 거요?”

“자네는 자신의 주변말고도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주위를 살필 줄도 알아야겠군.”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집사를 앞세운 황태자가 천막의 입구 사이로 천천히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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