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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50화 (150/250)

150화

쿠퍼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김검천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김검천은 쿠퍼를 배려하는 말을 해주었다.

“네가 날 믿는 한 상대가 누구라도 해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쿠퍼.”

“하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저기, 실례합니다. 마법사 분들.”

한쪽에서 심각하게 토론을 하는 마법사들에게 다가간 쿠퍼가 예의바르게 질문을 던졌다.

출전하는 김검천보다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쿠퍼가 더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마법사들은 자신들끼리 이야기하느라고 쿠퍼의 질문은 듣지도 못한 것 같았다.

쳐다도 보지도 않는 마법사들을 향해 쿠퍼가 조금 더 목소리를 높혔지만 마찬가지.

결국 쿠퍼는 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마법사 분들!”

그제야 마법사들 중 한 명이 귀를 막으며 대답했다.

“아, 시끄럽게. 무식하게 목소리만 크면 다야? 다냐고?”

“그거야 묻는데 대답을 안 하니 그렇지요.”

“뭐가 궁금하길래 이런 식으로 묻는거요?”

“방금 전 시합에서 마법사가 수십 개의 마법 화살을 만들어 낸 게 그리 대단한 건가 해서요.”

쿠퍼의 질문은 마법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김검천도 궁금하게 생각하던 부분이었다.

에너지가 소비되서 잘 쓰지는 않았지만 에너지형 암건과 마법 화살은 비슷해 보였다.

위력이 높지는 않지만 그만큼 연사 기능은 좋아서 견제용으로는 최고였다.

수만 많은 약한 적을 처리하기에도 좋았고.

지식을 뽐내고 싶어하던 마법사가 쿠퍼를 향해 잘난 척했다.

“아무렴 대단하고 말고! 이래서 마법을 모르는 자들이란. 무식하기 짝이 없다니까.”

“하. 하. 하. 그러면 그게 왜 대단한지도 알려주실 수 있겠군요?”

이래서 마법사들이란.

쿠퍼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의문을 푸는 게 먼저였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저렇게 나오는데도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해준다면 그때가서 화를 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서로를 위해 다행스럽게도 마법사는 바로 대답해주었다.

“무지해도 마법사의 약점은 주문을 영창하는데 따른 대기 시간이 길다는 건 알고 있지?”

“그렇지요. 그래서 쿨타임을 막기 위해 마법사들이 마법 도구를 쓰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오늘은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을 본 것이야.”

“마법사들은 이미 약점을 보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고안한 상태 아닙니까?”

“그러니 놀란 거라고. 쿨타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주문을 여러번 발사 가능하게 만든 마법 도구의 구현이니까.”

“그렇게 들으니 대단해 보이네요. 그런데 같은 마법사가 만들어 낸건데 처음 듣는 것처럼 구시네요.”

마법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둘러보다 웃었다.

“크큿, 이거 정말 웃기는군.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군.”

“정식 마법사가 된 뒤로 저런 소리는 처음 들었어. “

“나중에 한번 써먹어 봐야겠는데.”

마법사들이 자신의 말에 웃자 쿠퍼가 무안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아니, 마법사가 같은 마법사가 발명한 것도 모른다해서 물은 것도 죄입니까?”

한 마법사가 쿠퍼에게 대답했다.

“모르는 건 죄 맞아. 아, 이건 마법사들로부터 내려오는 속담이지만.”

“왜요?”

“공유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비전의 지식은 목숨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게 마법사야. 그래서 마법 계열이나 분파 등에 따라 부모를 죽인 자보다도 사이가 나쁠 수 있어.”

“그 정도였습니까?”

“그러니 다시는 마법사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게나. 대답을 들었으면 가보고.”

쿠퍼에게 흥미를 사라진 마법사들은 다시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오늘 시합에서 본 마법 도구를 자신들도 구현해 내기 위해서.

***

그 무렵 제국 수도의 산 근처에 새워진 블러드 타워에서 비밀스러운 일이 진행 중이었다.

붉은 선이 하나 그어진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다른 검은 로브의 마법사에게 손짓했다.

아무 표시도 없는 검은 로브를 입은 쪽보다 붉은 선이 있는 쪽이 높은 계급인 것이다.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처음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비슷하니 제대로 진행 중입니다.”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빛을 잃은 눈동자를 가진 채 멍하니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붉은 선의 마법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런 것들로는 좋은 품질의 물건이 안 나올텐데. 저번에 불려간 마법사의 이야기 들었지?”

“시간과 제물이 한정되어 있는데 결과를 내라니. 그건 누가봐도 불가능 하지 않습니까?”

“맞는 소리야. 그걸 요구하는 자가 황제 폐하만 아니라면 말이지.”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인상을 구겼다.

제대로 된 결과가 안 나오면 다음 희생양은 자신이 아니라는 법은 없었다.

그럴 바에는 마법사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나았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들어온 것들로 다시 시도해볼까 합니다.”

무술 대회 예선전이 끝난 후 일반인이 아닌 잘 단련된 마나로 충만한 소재가 들어왔으니까.

이 마법사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물건 취급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 안에는 제국 용병 길드 본부의 부길드장도 있었다.

무술 대회 출전자들중 탈락한 자들이 대거 끌려온 것이다.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음험하게 웃었다.

“두 다리로 걸어 시합장을 빠져나갔다면 몰라도 다친 자를 데려 오는 건 쉬운 일이지요.”

“대회 주최측에서 무료로 상처를 고쳐 준다고 하는데 누가 거절하겠나? 그것도 최고의 시설에서 최상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는데.”

“최고의 시설에서 최상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건 맞지 않습니까? 곧 죽을 테니 상처도 더이상 걱정할 필요없고요.”

수십 년에 걸쳐 막강한 제국의 지원에 힘입어 지어진 블러드 타워는 최고의 시설.

어떤 마법 공격이나 심지어는 오러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이른바 절대로 부서지지 않은 요새와 같은 곳인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지식 방면에서는 누구 못지않은 마법사들은 최상의 의료진인 셈이었다.

마법사라고 하지만 의료 방면에도 누구 못지않은 자들도 포진해 있었으니까.

다만 이곳에서 그들은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정반대의 일을 할 뿐이었다.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자네 말이 맞구만.”

“저들은 이렇게라도 자신들이 제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겁니다.”

사람들을 둘러보던 붉은 선의 마법사가 아쉬운 듯 말했다.

“상급 기사 수준도 나쁘지는 않지만 황제 폐하가 원하는 결과를 내려면 더 좋은 게 필요해.”

“성질도 급하시긴. 대회 본선이 진행되고 있으니 원하시는 품질의 소재도 들어올 겁니다.”

“그런가. 오늘로 본선 1차전이 끝났다고 했으니 내일쯤이면 들어오겠지?”

“일단 형식적이나마 치료하는 흉내는 내야하거든요. 빠르면 오늘 밤늦게 가져올 지도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도록 하지. 당장 오늘도 보내야 하니 저것들부터 시작해.”

“바로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쓸만한 걸 보낼 수 있겠군요.”

붉은 선의 마법사의 말에 검은 로브 마법사가 턱 짓을 했다.

마비되어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듣고 볼 수는 있던 부길드장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치료를 위해 이송된다고 하면서 대회 운영 측에서 준 음식과 음료를 먹고 기절했다.

그 후 정신이 든 여기는 절대로 평범한 장소일 리가 없었다.

가슴에 고블린 머리도 달린 트롤이라든지 머리가 셋 달린 오우거라니.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런 괴물들이 잔뜩 있는 것이었다.

마법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들.

그런 괴물들에게 장난감처럼 다뤄지는 건 이곳에 끌려온 자신들이었다.

부길드장은 꿈틀거리는 블러드 트리 앞으로 점점 끌려가는 걸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절하지 않는 자신을 원망하며.

그런데 붉은 선의 마법사가 손짓을 하더니 부길드장을 든 트롤을 불렀다.

부길드장에게 용무가 있는 것 같았다.

부길드장은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부위인 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자신만큼은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몰랐다.

어쩌면 제국 용병 본부 부길드장인 자신은 실수로 잡혀 왔는지도 몰랐다.

자기가 살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이야 어찌 되든가 무슨 상관인가.

붉은 선의 마법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부길드장을 보고 음산하게 말했다.

“크크크,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한 눈이로군. 하지만 이걸 어쩌나? 널 부른 건 아무 일도 아니야.”

부길드장의 눈동자가 원을 그리며 열심히 굴렀다.

붉은 선의 마법사가 이를 드러냈다.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살기 위해 발악하는 자의 모습이란.

언제보아도 흥미로웠기에 이 일이 끝나면 이런 쪽으로 마법 연구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이제 다시 데려가라. 아, 절망적인 표정을 짓다니. 그런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크크크크크크.”

부길드장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더욱 절망스러웠다.

붉은 선의 마법사은 그게 더욱 만족스러웠고.

오늘도 인간에 대해 학문적인 탐구를 마친 붉은 선의 마법사가 먼저 구호를 외쳤다.

“제국을 위하여.”

“황제 폐하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진리를 탐구하는 마법사들을 위하여!”

마법사들은 맡은 임무를 재개했다.

그건 블러드 타워에 잡혀 온 무술 대회 출전자들의 절망이 시작되었다는 말이었다.

***

황태자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활력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시합을 보고 온 김검천으로부터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부전승으로 2차전을 진출했기에 아직 시합 한번 제대로 안 치룬 김검천의 말이긴 했다.

그런데도 왠지 알게 모르게 신뢰가 가다니.

황태자가 겪어온 김검천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이런 기분이라면 지금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그 사람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를 각인 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고.

아닌 밤중에 자신감이 넘치게 된 황태자가 집사에게 말했다.

“집사, 황궁으로 갈 준비를.”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그러면 내일 입궁을 하신다고 미리 연락을 해두겠습니다.”

“아니다. 당장이라도 황제 폐하를 만나고 오고 싶은 것이니 그냥 출발 준비나 하도록.”

집사는 깜짝 놀랐다.

황제가 부르거나 공적인 일로 황궁에 가는 게 아니라 기분이 내켜서 간다는 말이라니.

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입을 열었다.

“이런 시각에 사전 통보도 없이 무작정 가시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황태자도 그 말을 듣자 자신이 너무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 게 아닌가 싶었다.

집사가 다음 말만 덧붙히지 않았다면 실제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좋아하시지 않을 겁니다.”

집사의 말에 황태자는 괜히 오기가 생겼다.

그런 지 안 그런지는 해봐야 알 것 아닌가.

“집사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황제 폐하와는 피를 나눈 혈족에다가 본인은 황태자다. 그런데도 알현하는 것마저 마음대로 못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상식적인 관계라면 황태자의 말이 맞았다.

다만 황제와 황태자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황태자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황제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황제는 황제, 황태자는 황태자라는 거리를 두는 편이 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황태자가 선택할 문제였다.

집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

“오늘 따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황궁에 들어선 황태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친위 기사들의 얼굴이 굳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더해 황궁 안 친위 기사들의 수는 줄었지만 경계는 좀 더 삼엄해진 느낌이었고.

“왠 놈… 헉, 황태자 전하!”

“어떤 자라도 들어가지 못한…켁, 황태자 전하!”

어디선가 친위 기사들이 검을 들고 튀어나왔다 도로 물러나는 상황극이 이어졌다.

자신이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목숨이 수십 개가 있어도 모자랐을 것이다.

영광의 홀을 지나 알현의 방에 가까이 다가선 황태자였다.

입구가 아니라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친위 기사의 상급자들이 경계 중인게 눈에 들어왔다.

일직선의 길이라 침입자가 침투할 경로는 뻔하다고 해도 확실히 수상한 일이었다.

그들이 먼저 황태자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무슨 일이길래 너희들마저 이렇게 떨어져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인가?”

“저희들은 아무도 들여놓지 말라는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윗선의 명령이라는 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인지. 아무튼 수고하게나.”

황태자가 알현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데 친위 기사들이 슬쩍 앞을 가로 막았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알현의 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말도 들었다.

명령을 할 때 구체적인 대상은 정해주지 않았어도 알아서 거르는 중이었고.

“황송합니다만 누구도 이 이상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아무도 말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황태자가 노기를 띤 채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설마 그 누구라든지 아무도라는 대상에 본 태자도 포함이 되는 건가?”

친위 기사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저 안의 자세한 사정을 아는 건 아니었으니까.

또 아무도 들여놓지 말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법 아니겠는가.

지금 화를 내는 존재는 공식적으로 황제의 후계자인 황태자인 것이다.

친위 기사에 뽑혀 살다보면 권력 구조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법이었다.

대충 황실 내 돌아가는 구조를 안다고 해도 자신들은 대귀족같이 권력자가 아니었다.

거기다 친위 기사에게 명령을 내린 자는 황제를 옆에서 지키는 정체 불명의 호위 기사였다.

그렇기에 귀족 자제로 구성된 친위 기사들은 그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미천한 계급으로 보이는 호위 기사에게 고귀한 친위 기사들이 명령을 받다니.

친위 기사들 중 한 명이 옆으로 슬쩍 몸을 돌려 비켜섰다.

“저희가 감히 그럴리 있겠습니까?”

상대가 상대인만큼 친위 기사들은 모르는 척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상 황제의 호위 기사에게 이 문제를 떠 넘긴 것이다.

지나치는 황태자의 등을 보면서 친위 기사들이 서로 한 마디씩 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일이 생기면 황태자도 못 들어오게 막으라는 명령을 안 한 그 자가 잘못 한 거겠지.”

친위 기사들은 자신들의 전신을 휘감은 끈적거리는 불쾌한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마침내 알현의 방 앞까지 온 황태자는 옷 매무새를 고치기 위해 잠시 발을 멈추었다.

그런 와중에 이대로 황제의 얼굴을 보고 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고.

“으아악!”

알현의 방 안에서부터 나직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태자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살짝 얼어붙었다가 급히 방 안에 몸을 들여 놓았다.

거기서 황태자는 이제까지 한 번도 상상조차 못 해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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