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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53화 (153/250)

153화

동료 기사는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마침내 기억난 것이다.

“저희들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황태자 전하!”

“헉! 아니, 왜 여기서 황태자 전하가?”

황태자가 기사들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황태자라는 권력자의 미소에 기사들은 얼어붙었고.

“그래서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까 전부터 잘도 입을 놀리더구나.”

“헉! 그게 아니라 호위 기사도 없고 황실 문양도 없는 일반 마차를 타고 계시는 바람에…”

“그래야만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면 너희들은 쓸만한 눈을 달고 다니는 건 아니구나.”

기사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가리며 황태자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말실수 한 번으로 장님이 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부디 용서를!”

“앞으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황태자는 아무 소리도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황태자가 그러고 있는데 기사들이 마음대로 행동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사이 주변을 다 둘러본 샤칸과 루시엘이 황태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제야 황태자가 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 놈들 때문에 이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하지.”

황태자가 금지 구역을 떠나며 얼어붙어 있는 기사들을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그대들은 앞으로는 사람을 보는 눈을 좀 더 기르도록 하여라.”

황태자가 탄 마차가 사라지자 겨우 허리를 펼 수 있었던 기사들이 투덜거렸다.

“아니, 무슨 재주로 마차 안에 탄 사람을 알아맞히라는 거야? 우리가 무슨 마법사냐?”

“거기다 이런 곳에 뭐가 볼 게 있다고? 이래서 높으신 분이란.”

“이제 어떻게 하지?”

금지 구역을 침범한 자라면 죽이거나, 죽이기 힘들면 잡아둔 후 처분을 기다려야 했다.

상대가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짓을 하려고 시늉이라도 한다면 죽거나 처분을 기다릴 자들은 자신들일 것이다.

“우리 선에서 처리할 일은 아니야. 일단 위에 보고는 올리자고. 그러면 알아서들 하겠지.”

“아예 모르는 척하는 건 어때?”

“누가 들어온 흔적까지 다 지우지 않은 한 알려질지도 몰라. 그러면 더 귀찮아진다고.”

“네 말이 맞아. 우리는 시키는 대로 따르면 그만이잖아? 윗선에서 처리하라고 넘기자.”

***

샤칸과 루시엘만으로는 사람을 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테니 쿠퍼도 동행한 참이었다.

전직 제국 기사인 만큼 모르는 걸 빼고는 제국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것이다.

- 기이잉. 철컥.

마차 천장에 박혀 있는 중급 마석이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어 쿠퍼가 마차 내부에 있는 버튼과 막대기, 그리고 늘어진 선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마차 안에서 나온 은빛 액체가 바퀴에 묻더니 부풀어 올라 흔들림이 줄었다.

함선을 출발하기 전 마차를 개조한 기능 중 일부를 사용한 것이다.

방금 전까지는 달리 엉덩이가 편안해진 느낌에 황태자가 쿠퍼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과학의 힘이라는 건가. 신기한 장치군.”

“저도 아직까지 신기합니다.”

“어떻게 한 건가?”

“미리내와 샤칸의 도움으로 마차를 개조한 것뿐이라서 잘은 모릅니다.”

“샤칸은 저기에 있지만 미리내는 또 누군가? 혹시 김검천의 여자 친구라도 되나?”

“뭐, 상상 속의 동물 정도는 되겠군요. 곁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존재니까요.”

쿠퍼도 미리내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초월 존재 같아 보이는 김검천이라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는 분명 있었다.

그런데 미리내는 필요에 따라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었다.

평상시에는 목소리로나 접할 수 있었고.

그러니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태자는 미리내에 대해 알기를 포기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

“어떤 것 말입니까?”

기사들에게 약간의 훈계만 내린 채 금지 구역을 빠져나온 황태자였다.

황태자가 죽음을 기다린다는 경비를 서는 기사들이 알만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황태자로서의 권위가 통했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랐다.

황태자는 그게 김검천의 계획 중 일부가 아니었다면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황제의 귀에 들어가기에도 충분할 만한 행동이기도 했고.

김검천이 하라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알겠다고 해버린 것이다.

“가능한 한 일부러 소동을 일으키라니. 생각 같아서는 죽은 듯 조용히 지내고 싶네만.”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띈다면 그만큼 손대기가 어려워질 테니까요. 무술 대회가 끝난 후에는 소용없겠지만요.”

황태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거 같았다.

황제는 무술 대회 이후에나 황태자의 목숨을 가져갈 거라고 했다.

그건 죽이지만 않으면 뭐든지 할 수도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만약 황태자를 적대하는 자들에게 그 정보가 들어간다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황태자가 저택에만 숨어 있다면 말이다.

오늘처럼 황태자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이는 한 쉽게 손댈 수는 없는 것이다.

황태자를 대놓고 적대하는 대귀족을 제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대귀족은 황제 같은 절대 권력자가 아닌 것이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명쾌한 대답을 내놓은 쿠퍼에게 황태자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수도에서 탈출할 경로를 찾으라는 부탁을 받기는 했지만 이런 곳까지 확인해야 하는 건가?”

“많이 알아서 손해 볼 게 있겠습니까? 만약을 대비하는 방법은 많을수록 좋은 겁니다.”

며칠 전 다른 사람들도 김검천과 함께 수도 주변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은 일이 커질까 봐 살펴보지 못했다.

오늘은 황태자가 참여했기에 황성을 제외한 수도 전역을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황제와의 일이 끝난 후 비밀리에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가 완벽해질 예정이었다.

황태자는 이게 김검천 일행이 아니라 자신이 탈출하기 위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쿠퍼가 어젯밤 집사가 가져온 제국 수도 지도의 일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의외로 둘러볼 곳은 몇 군데 안 되는군요. 잘하면 내일 일찍 끝나겠습니다.”

황태자가 별생각 없이 말했다.

“수도가 넓다고 해도 금지 구역이 이 안에 얼마나 되겠나? 수도 밖이라면 몰라도.”

제국군이 은폐한 지역같이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 그리 많을 리 없었다.

그때 샤칸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면 이렇게 된 거 제국 수도 밖도 나가서 주변을 구경하자고!”

루시엘이 샤칸의 말에 반박했다.

“놀고 있는 게 아니니까 방해할 거면 당신은 당신답게 바닥이나 기시지요.”

샤칸이 그 말에 반색을 했다.

“맞아. 마차 좌석보다는 바닥이 멀미가 덜한 거 같더라고. 귀쟁이도 가끔 맞는 소리를 한다니까?”

루시엘이 이마에 손을 댔다.

드워프족이 이런 성향이기는 하나 샤칸이라는 드워프는 너무 긍정적이었다.

루시엘과는 반대로 황태자는 샤칸의 말이 그럴듯한 의견으로 들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시엘이 몸에 스친 것만으로 화를 내던 그였다.

그런 황태자가 이종족인 샤칸의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황태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놀라운 변화인 것이다.

황태자가 쿠퍼에게 말을 했다.

“그렇군. 기왕 해야 한다면 대담하게 나설 필요가 있겠지. 마차를 수도 밖으로 향하도록.”

운이 좋아 수도를 벗어났다고 해도 제국을 벗어날 때까지는 안심하기 힘들었다.

상황에 따라 도주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숨어 있을 만한 은신처가 필요할지도 몰랐고.

그러니 수도 근처를 살피는 것도 확실히 해볼 만한 일이긴 했다.

황태자의 말은 다 좋은 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쿠퍼가 중얼거렸다.

“김검천님의 시합이 지금쯤 한창일 텐데 이 일을 하기 위해 보러 갈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

대회 본선 출전자를 위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김검천은 귀를 긁고 있었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귀가 간지러운걸.”

대기실에서는 김검천 말고도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도 있었다.

예선 때와는 다르게 본선은 각 선수마다 시중을 들어줄 사람을 붙인 것이다.

그가 시합장과 연결되는 통로를 쳐다보더니 김검천에게 말했다.

“김검천님. 슬슬 시합 시간입니다.”

제법 오랫동안 대기실에 있어야 했지만 이것저것 편의를 봐주었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안내에 따라 김검천은 통로를 지나 경기장으로 나섰다.

- 그리고 B블록 마지막 시합은 첫 시드 배정을 받은 참가자가 출전합니다!

“우와와와!!”

대회 운영진의 소개와 함께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가 김검천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아마도 곧 이어질 전투가 그들의 갈증을 씻어 내릴 거라는 기대에.

호기심에 김검천은 미리내의 도움으로 잠시 관중들이 뭐라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다.

“자자, 이제 곧 종료됩니다! 아직 돈 못 건 사람 있으면 빨리 거세요!”

“단돈 1실버로도 100배가 넘는 1골드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

“이번 출전자는 시드를 배정받아 실력을 아직 모릅니다! 그만큼 걸린 배율도 높아요!”

이 환성 속에는 출전자를 제물 삼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울 욕심도 섞여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경기장에 설치된 2개의 비무대 중 하나에 발을 올렸다.

예선 때는 시간 절약을 위해 출전자들이 한 번에 승부를 냈었다.

듣자 하니 본선 1차전은 4개의 시합이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했다.

2차전은 2개의 시합이 같이 시작되는 것이었고.

그리고 3차전, 즉 준준결승이라고 할 수 있는 8강부터는 시합을 한 번에 하나만 진행했다.

[8명만 남는 시점부터 진정한 대회가 시작되는 셈이로군요.]

“그런 의미에서 일단 저 마법사부터 해결해야겠군.”

먼저 비무대에 올라와 있던 마법사가 그 말에 대꾸했다.

“뭘 그리 중얼거리고 있는 것인가?”

“별거 아니야. 너라는 마법사를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 중이었거든.”

마법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딘가의 도련님처럼 보이는 자가 자기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였다.

기분이 나빠진 마법사가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툭툭 치더니 대답했다.

“어린 얼굴과 상처 하나 없는 마갑을 보니 실력은 있지만 경험은 없는 것 같군.”

“실력과 경험 모두 넘쳐나는데. 거짓말 같이 들린다면 곧 알게 되겠지.”

“흥, 무지한 자여. 오늘 너는 마법의 위대한 힘을 깨달을 것이다.”

“해보던가.”

“뭐라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네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이지. 시간이라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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