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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54화 (154/250)

154화

마법사는 김검천의 수상한 발언에 의심부터 들었다.

마법사는 원거리에 강했다.

즉 시간을 줄수록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는 것이다.

마법사에게 준비하는 자라는 말이 괜히 붙어있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 김검천은 전신을 가리는 금속으로 보이는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다.

마법으로 갑옷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다지만 아예 무게를 없앨 수는 없는 법.

원거리보다는 근접전에 특화되어 보이는 자가 마법사에게 시간을 주다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사가 손해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잘난 척을 하고 싶어서인가? 곧 닥쳐올 죽음을 보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후회 같은 걸 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더 낫다고.”

“마치 죽어보기라도 한 것 같이 이야기하는군.”

“아니, 어떻게 알았지?”

“…누구 놀리는 거냐?”

“사람 말을 못 믿는 세상이라니 슬퍼지는데.”

언데드도 아닌데 죽은 자가 어떻게 움직인다는 말인가.

세상의 어떤 마법사도 죽었다 살아난 방면에 대한 지식은 없을 것이다.

마법사는 접할 수 없는 금단의 지식을 가지고 놀림 받은 것 같아 화가 났다.

때마침 운영진이 시합을 알렸다.

- B블록 마지막 시합 시작!

“마법사도 아닌 자가 말하는 지식 따위를 어찌 믿을까! 마나여!”

운영진의 선언과 동시에 은밀하게 거리를 두던 마법사가 마법을 발동했다.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마법사 주위에 나타난 마법 화살 하나가 김검천에게 발사되었다.

김검천은 고개만 살짝 눕히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하얀 마법 화살을 피해냈다.

“어때? 견제용 정도로는 쓸만해 보이긴 한데.”

[마나참이라는 마기술보다는 약하지만 충분한 힘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 발을 맞는다면 당할 수도 있다는 거네. 상대가 상급 기사 수준이라면.”

김검천이 마법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걸로 끝인가? 기회를 줬는데도 이 정도가 끝이라면 섭섭하다고.”

“그럴 리가 없지! 자, 받아 보거라! 네가 원하던 마법사의 힘을!”

어느새 주문의 영창이 끝났는지 마법사가 마법을 발동했다.

“마법의 빛이여! 화살의 형태가 될지어다!”

아까 마법사가 만졌던 몸 부위에서 푸른 빛이 반짝거린다 싶더니 주위로 퍼져나갔다.

빛이 허공에서 뭉치면서 수많은 하얀 마법 화살이 되었다.

거의 100여 발은 될듯한 마법 화살들이었다.

마법사가 1차전에서 보여주었던 마법 화살의 2배는 될듯한 숫자였다.

아까 마법사가 몸을 두드릴 때 발동한 마법 도구와 마법력을 이용해 만들어 낸 것이다.

관객석에서 주시하던 마법사들 몇 명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짧은 시간 내에 이만큼의 마법 화살을 만들어 낸 게 믿기지 않은 것이다.

“오오!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게 말이야. 경기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많은 마법 화살을 구현하다니!”

“1차전 때 본 수십 발의 마법 화살은 이걸 위한 준비에 불과했던 건가 보오.”

“마법 학계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군.”

“이제 근접 전투 방면에서도 마법사의 세상이 오는 것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마법 화살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알고 싶군.”

그사이 또 다른 주문을 영창하면서도 마법사가 김검천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재밌게도 마법사로부터 말소리는 그의 배 쪽에서 들려왔다.

마법 영창을 하면서도 대화하기 위해 복화술이라도 배운 모양이었다.

“후후후, 어떠냐. 네가 준 기회를 이 몸께서 아주 잘 사용한 결과가?”

“공짜는 아니야. 내가 이기면 네 지팡이를 가져갈 생각이거든?”

“크크크, 제법 보는 눈이 있군. 하지만 그런 기회가 올까 싶은데.”

“시간을 줬는데도 이 정도라면 문제없지.”

김검천의 대답에 마법사의 인상이 구겨졌다.

자신의 주변에 전개 중인 마법 화살을 보면서도 태연한 모습이라니.

상관없긴 했다.

마법 화살이 이런 숫자로 발동된 이상 자신의 안전과 승리는 보장된 셈이다.

다만 승리가 확실한 이상 가지고 놀아줄까 했는데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어느 정도인지는 네 몸으로 느껴 보거라! 가라! 마법 화살!”

100여 발에 가까운 마법 화살이 김검천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김검천은 날아드는 마법 화살을 향해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이 양팔을 들어 올렸다.

마법사는 벌써부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혹시 몰라 새로운 마법을 준비한 게 아까울 지경이었다.

마갑에 마나 보호막이 있다지만 저 숫자의 마법 화살은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어차피 김검천은 방어할 생각도 없었다.

김검천에게는 암건이 있었으니까.

저런 수의 마법 화살과는 한 번쯤 정면에서 겨뤄보고 싶었던 참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처음 사용하는 무기의 위력도 확인해보고 싶었고.

“안전장치 해제. 총탄 에너지형 선택. 암건을 지건으로.”

[에너지를 양팔에 집중. 지건 에너지 형으로 변환.]

- 위이잉.

파워드 슈츠로부터 두 팔의 암건에 에너지가 공급되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팔의 총구가 변환된 게 아니라 손가락 부분이 총구가 된 것이다.

즉 예전보다 더 많은 총탄을 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구성과 속도의 문제가 있어 5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전보다 2배 이상은 가능했다.

김검천이 양팔을 들어 올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지건 발동.”

입을 떼는 순간 하얗게 빛나는 탄환이 손가락 총구로부터 무수히 튀어 나갔다.

빛의 총알은 날아오는 마법 화살을 작은 우박처럼 몸으로 부딪쳐갔다.

- 타다다--탁.

100여 발에 가까운 마법 화살은 수백 발을 넘는 빛의 총알에 의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을 넘어서는 모습이기도 했다.

100여 발의 마법 화살에도 놀라던 관중석의 마법사들 아닌가.

지켜보던 마법사들 중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다 턱이 빠진 자들도 있었다.

김검천을 직접 상대하는 마법사가 경악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저게 뭐지? 이 몸의 마법 화살보다 더 많고 더 빠르게 만들어 내다니?”

“아아, 이건 암건이라고 하지. 약한 적을 상대로 좋은 무기지.”

“누구보고 약하다는 거냐!”

“너 말고 누가 있겠어?”

김검천의 솔직한 대답은 주춤거리던 마법사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분노한 마법사는 김검천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은 채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 화살 같은 하급 마법으로 안 된다면 중급 마법으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작렬하라! 주변을 태우는 불꽃의 공, 화염구여!”

마법사의 지팡이 위로 사람 머리만 한 불꽃이 생겨났다.

불꽃의 공은 그대로 김검천을 덮쳐갔다.

화염구로부터 생각보다 강렬한 열기가 느껴지자 김검천은 회피 기동을 시전했다.

- 쿠왕!

화염구가 직격한 지면이 폭발하며 비무대의 부서진 돌파편이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움푹 파인 구덩이와 녹아 눌어붙어 이글거리는 지면이 화염구의 위력을 알려주었다.

- 까깡.

후끈거리는 열기의 바람이 느껴진다 싶더니 돌파편이 김검천의 파워드슈츠를 두들겼다.

맞은 게 파워드슈츠가 아니라 맨몸이었다면 몸속을 파고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화염구가 떨어진 곳부터 5미터는 떨어졌는데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력.

화염구는 마법 화살처럼 대인 마법이 아니라 범위 공격이 가능한 광역 마법인 것이다.

그 위력 또한 마법 화살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다음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가 잘난 척했다.

“하하하! 어떠냐? 이 몸의 화염구 위력이!”

“하지만 빗나갔죠?”

상냥한 태도로 김검천이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해 주자 마법사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 부웅, 부웅, 부웅.

이번에는 화염구가 하나도 아니라 3개가 만들어졌다.

마나를 끌어 올린 마법사가 자신이 생성 가능한 최대한의 화염구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방금 김검천의 모습을 보니 마법 화살보다는 화염구가 보다 효과가 있어 보였으니까.

마법사가 흔드는 지팡이의 움직임에 따라 화염구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움직였다.

이중 영창이 가능한 마법사가 마법 도구의 힘까지 빌려서 만들어 낸 화염구.

그렇게 대부분의 마나를 공격으로 돌린 탓일까.

마법사로부터 빈틈을 보였다.

김검천은 에너지형 지건을 다시 한번 마법사에게 발사했다.

- 타타탁.

하지만 에너지 탄환은 닿기도 전에 마법사 주변의 일렁이는 푸른 빛에 막혀 사라졌다.

상급 이상의 마법사의 마나 보호막은 마갑의 그것보다도 훨씬 강력한 것이다.

무의미한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 김검천은 지건 발사를 중지했다.

마법사를 상대로는 에너지형 암건보다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으로 보였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예전에도 상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 방어력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마갑의 마나 보호막을 마법사가 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에도 마나를 많이 소모한 마법사가 수척한 얼굴로 대꾸했다.

기사의 마갑은 어디까지나 마법사의 손길이 닿아야 완성되는 물품이었다.

그런 마갑의 마나 보호막이 마법사의 그것보다 방어력이 강할 리 없었다.

기사는 마나로 육체를 강화할 수 있기에 전체적으로 방어력이 높은 것이다.

“그러면 이것도 견디나 어디 볼까? 숄더 캐논 모드로.”

[숄더 캐논 모드 이행.]

- 키이잉. 촤르륵.

김검천의 어깨에서 은빛 물결이 움직이더니 2개의 숄더 캐논이 만들어졌다.

영관급 파워드슈츠에서는 장갑 내부 액체 금속을 변형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말은 좀 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파워드슈츠가 변형하는 모습을 본 마법사의 안색이 변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방금 전 빛의 구체를 막는데 제법 마나가 많이 소모되었다.

그것 대신 공격하려는 게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할 리 없었다.

마법사는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화염구여!”

화염구 3개가 김검천의 주변으로 삼각형 형태를 이룬 채 날아들었다.

상급 기사라도 1개면 몰라도 3개면 광역 공격 마법인 화염구를 피하기 어려웠다.

김검천은 상급 기사가 아니었기에 다른 대처 방법이 있었다.

“전방으로 연속 발사.”

[각 숄더 캐논 연속 발사.]

- 콰콰콰쾅.

숄더 캐논으로부터 각각 2발의 포탄이 튀어 나갔다.

앞서 나간 2발의 포탄은 덮쳐 오는 화염구 2개와 격돌했다.

- 쿠아앙!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젠장, 잘 안 보이잖아.”

포탄과 화염구가 부딪힌 충격으로 피어난 연기가 일반 관객들의 시선을 가렸다.

대충이나마 상황을 확인 가능한 사람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나 마법사 정도였다.

이제 남은 건 2발의 포탄과 1개의 화염구.

화염구에 주입된 마나가 끊겨 상황을 알게 된 마법사였다.

김검천이 화염구를 무시한 채 자신을 향해 돌격할 자세를 취하는 것도 눈에 들어왔고.

그는 이를 악물고 지팡이를 화염구로 향했다.

아직 마법사에게는 비장의 수단이 남아있었다.

마법사가 자신의 마나를 쥐어짜며 피를 토하는 듯이 외쳤다.

“마력 증폭--!! 폭화염구!”

- 화르륵.

사람 머리만 한 붉은 화염구가 거의 사람 크기만큼이나 덩치를 불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불의 온도도 높아졌는지 화염구가 노랗게 변했다.

중급 마법인 화염구가 일시적으로 상급 마법인 폭화염구의 위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마법사가 마나를 다루는 힘을 뜻하는 마력.

기사와는 달리 마법사는 몸 밖의 마나를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상급 마법사 중에서도 이렇게 마법을 사용 가능한 자는 적었다.

가능하다고 해도 별로 쓸 일도 없었고.

이런 행동을 하면 나중에 마나를 무리하게 쓴 후유증으로 며칠은 누워있어야 했으니까.

다만 자신하던 마법 화살의 방어가 깨진 이상 김검천이 다가오게 하는 건 패배 그 자체.

마법사는 이번 공격을 마지막으로 승부에 나선 셈이었다.

폭화염구는 나머지 포탄을 먹어치운 후 아직 배가 고프다는 듯 김검천을 향했다.

마나가 빠져나간 마법사는 현기증으로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자신 있게 웃었다.

“마력으로 증폭된 저 폭화염구는 마스터 나이트의 오러참과도 비교할 수 있다!”

김검천이 양손을 뻗었다.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폭화염구를 향해서.

“그래? 오러와 비슷할 정도의 위력이라는 건가.”

김검천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어디 한번 나에게 그 힘을 보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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