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55화 (155/250)

155화

- 화르륵!

김검천의 말에 화가 나기라도 한 듯 폭화염구의 노란 불꽃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폭발적으로 덩치를 불리던 폭화염구가 김검천이 비스듬히 뻗은 두 손안에 잡혔다.

- 쿠우우우…

김검천의 푸르게 빛나는 손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발버둥 치던 폭화염구였다.

김검천이 힘을 주어 두 손을 가운데로 모으자 점점 크기가 줄어들더니 결국 붙잡혀버렸다.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손안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이걸로 끝인가? 실망이로군.”

마법사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마법사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도, 가지도 않은 상황.

“말도 안 돼! 오러의 위력과도 비교할 수 있는 폭화염구를 맨손으로 잡다니?”

“맨손은 아니지. 실드로 보호한 거라고.”

“실드? 마갑의 마나 보호막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 리 없다고!”

“누가 어떻게 사용하냐에 달라지는 거지. 나같이 말이야.”

세상의 어떤 기사도 김검천처럼 마나 보호막을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마법사는 실드의 조작이 가능할지 몰랐지만 김검천처럼 몸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김검천이 팔을 휘두르자 잡혀있던 폭화염구가 마법사를 향해 뛰쳐나갔다.

“이런 젠장!”

마법사가 기겁을 하며 폭화염구로부터 가능한 거리를 벌렸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도 그 속에 품고 있는 위력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이동용 및 방어용 마법 도구가 제 역할을 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 쿠우왕!

폭음과 함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 한 명은 들어갈 만한 커다란 웅덩이가 파였다.

그대로 거기에 서 있었다면 마법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직격은 피했다고 해도 범위 마법인 만큼 마법사에게도 후폭풍이 밀어닥쳤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밀어닥친 충격파는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위력.

“크흑…! 어디지? 놈은 어디냐?”

마나 보호막 때문에 겨우 살아나기는 했지만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마나 보호막이 없었다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마법사는 힘이 안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겨우 든 채 앞과 옆을 살폈다.

그의 뒤에서 김검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를 보는 거지? 넌 후방 주의라는 말도 모르나?”

“네 이놈!”

“입이 험하군. 나쁜 아이도 이제는 잘 시간이라고.”

- 쩡-!

유리가 깨지는 파열음과 동시에 마법사의 마지막 보루였던 마나 보호막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고도 힘이 남은 김검천의 주먹이 마법사를 가격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가리던 연기도 걷혔다.

연기에 가려 시합을 제대로 못 봐 대부분의 관중은 다른 시합을 보는 중이었다.

계속 지켜보던 관객들은 마법사가 한 마리의 새처럼 공중을 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날개가 없는 마법사가 추락해 곧바로 바닥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해가 아직 높이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마법사였다.

자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

대낮이었다.

“악!”

마법사는 그대로 날아간 채로 지면에 꼬꾸라지며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기절했다.

팔과 다리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이다.

마나 보호막이 주먹의 힘을 줄이지 않았다면 기절로 끝이 아니라 몸이 관통당할 뻔했다.

김검천이 마법사를 때려눕히는 모습을 본 주변의 관중들은 충격을 받았는지 조용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 침묵을 깬 건 대회 운영진의 방송이었다.

- B블록 마지막 시합 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3차전 진출자는 시드 배정을 받은 김검천!

김검천의 승리를 알린 대회 운영진은 남몰래 가슴을 쓰다듬어 내렸다.

시드 배정을 받고도 2차전에서 바로 탈락한다면 무슨 망신이겠는가.

망신으로 끝나면 다행이고 능력 없다고 다음 대회에서는 쫓겨날지도 몰랐다.

황태자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아서 김검천을 시드 배정했다는 말도 못할 테니까.

운영진들 중 몇 명은 숫자가 기입된 표를 땅바닥에 던지면서 발로 짓밟고 있었다.

다른 몇 명은 그 표를 들고 실실 웃고 있었다.

“흐흐, 대박이다. 대박이야.”

“그러게. 이게 도대체 몇 배야?”

“마지막에 누가 큰돈을 김검천 쪽에 걸지만 않았다면 수십 배는 딸 수 있었을 텐데.”

“시드 배정이었으니 누가 김검천의 실력을 알 리도 없었을 텐데.”

“쳇, 운이 좋은 녀석이었나 봐.”

“아무튼 김검천 만세다.”

“다음번에도 걸어볼까?”

그 운이 좋다는 사람은 황태자의 집사였다.

김검천 일행들에게 부탁을 받고 돈을 건 것이었다.

특히 세이야는 가방에 가득 찬 골드를 부탁했으니 배당률이 낮아질 만 했다.

운영진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는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좀 심했나? 자장가라도 불러줄걸.”

김검천이 마법사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기절한 마법사를 데려가려고 나온 대회 측 사람이 기겁을 했다.

“뭐하시는 겁니까! 시합이 끝났는데 사람을 죽이려고 손을…”

김검천의 손은 마법사를 지나 떨어져 있는 지팡이에 닿았다.

김검천이 물었다.

“넌 이게 사람으로 보이니?”

“아하하, 그럴 리가요. 그런데 그거 마법사의 지팡이 아닙니까?”

“그가 정신이 들어서 따지면 살려둔 보답으로 가져갔다고 해. 시합 전 약속도 했었고.”

대회 측 사람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죽으면 지팡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내기도 했다니 문제가 생기면 대회 운영진이 아니라 당사자들끼리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쳐다본 김검천의 얼굴이 안개가 서린 듯 흐리게 보이는 것 같았다.

대회 측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뭐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건 미리내가 홀로그램을 이용해 김검천 주변의 빛을 왜곡시킨 결과였다.

특정 각도로 보면 김검천의 얼굴이 잘 안 보이도록 말이다.

이건 김검천이 시킨 게 아니라 미리내가 알아서 한 것이었다.

[김검천 함장님의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이 반하면 안 되니까요.]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김검천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에 미리내가 욕심을 부린 것이었다.

김검천의 좋은 점은 미리내만 알면 되었으니까.

마치 질투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군 것이다.

물론 김검천의 얼굴은 보통 정도였기에 보인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점은 없었다.

김검천의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미리내가 제멋대로 나선 것이었다.

“응? 미리내. 무슨 말 했어?”

[별 것 아닙니다.]

대회 측 사람들이 마법사를 들것에 싣고 나가는 데 옆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 쿠콰쾅!

그에 맞춰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와! 최고다!”

“흐흐흐, 저 정도면 죽었겠군!”

“역시 저 모습을 봐야지 속이 풀린다니까!”

연기로 잘 보이지 않은 김검천의 시합을 뒤로하고 다른 시합을 보던 관중들의 소리였다.

옆 비무대에서도 시합이 끝난 모양이었다.

- 쿵!

김검천의 등 뒤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헉!”

“으악!”

“이게 뭐야!”

비무대 위에서 정리 중이던 대회 쪽 사람들과 마법사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마법사가 들것에서 떨어진 옆에 붉은색으로 뒤섞인 무언가가 보였다.

한때 인간이라고 불렸을지도 모르는 뭔가가.

그걸 보면서도 관중들은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눈과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저건 예전 이야기 들은 그 마법 가루에 중독되어 일어난 반응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단순히 피와 폭력에 취한 상태일 수도 있었고.

이세계는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김검천이 땅을 기면서도 거기로부터 떨어지려고 하는 마법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나마 안 부러진 팔이 있는 쪽으로.

“괜찮나?”

“저… 저리 가라! 괜찮기는? 이 몸을 이렇게 만든 건 네가 아닌가?”

“그거야 날 죽여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공격했으니까 거기에 맞는 대가를 치른 거지.”

마법사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하긴 자신도 누가 죽이려고 들면 화끈하게 화염구로 태우지 않는가.

힘의 격차가 있다면 상대를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일도 흔한 것이다.

시합이라지만 죽이려는 들었는데 김검천처럼 살려주는 게 이곳에서는 드문 일이었고.

김검천이 그런 마법사의 마음을 읽듯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뭐든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이야. 자기가 한 것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마법사의 눈이 활짝 떠졌다.

“등가교환의 법칙인가. 뭔가를 얻으려면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칙.”

“꼭 그런 법칙이 아니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긴 하지.”

마법사가 아까와 달리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이제보니 자네는 무식하게 사람 잡는 칼질이나 하는 기사가 아니라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우리 같은 부류 같기도 해.”

호의적인 답변이 돌아온 걸 보니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말이 호감을 산 모양이었다.

공감까지 할 수 있는 주제를 논하니 단순히 힘만 강한 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찌 생각하든지 그쪽 자유지만. 그런데 계속 누워있을 생각인가? 내민 손이 무안한걸.”

“미안하게 되었군.”

마법사가 손을 내밀어 김검천의 손을 마주 잡았다.

김검천이 씨익 웃었다.

“대신 시합 전 말한 것처럼 이 지팡이를 전리품으로 획득했으니까. 문제 있나?”

마법사가 김검천이 흔들어 보이는 지팡이를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크흑, 비싼 돈 주고 개인용으로 만든 수제 지팡이가…”

“날 죽이려고 들었으니 합의금이라고 생각하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방금 전까지 죽이려고 했는데 살려주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지.”

“뭐, 호기심이 생겨서 살펴보려고 가져가는 거니 운이 좋다면 언젠가 돌려줄지도 몰라.”

“아니, 슬슬 지팡이를 바꿀 생각이었으니 마음대로 하던가. 그보다 저기 있는 자나 신경 쓰라고.”

“그를 알고 있나?”

“약간은. 널 이겼다면 준준결승에서 상대할 출전자가 저 녀석이었으니까.”

마법사가 말한 자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 얼굴에 검은 물감으로 문양을 그린 출전자였다.

방금 전 사람을 날리는 것으로 본선 시합에서 승리를 거둔 자이기도 했고.

“며칠 전에도 이런 식으로 사람이 추락한 적이 있었다. 이제보니 저자가 한 일이었군.”

“그게 그의 수법이지.”

“어떤 능력이라는 건가?”

마법사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운이 나쁜 사람을 보는 얼굴이었다.

“시합 때 겪었지만 넌 원거리 공격도 할 수 있지만 근거리 타입인 거 같더군.”

“굳이 너희 식으로 말하자면 기사인데 마법사 같은 공격도 가능하다고 할까.”

“기사라. 그러면 너는 그의 능력을 알든 말든 결과는 같을 거다.”

“말을 안 해주겠다는 건가?”

“말을 해보았자 기사같이 싸우는 너에게는 소용없다는 것이야. 충고라면 해줄 수 있지만.”

“조언이라면 감사히 받아들이지.”

마법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음 시합은 포기해라. 그게 네가 유일하게 살길이야.”

“말 몇 마디에 시합을 포기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후우, 너 정도로 강한 자라면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겠지.”

마법사의 시선이 옆에 놓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라고 불렸던 시체를 향했다.

마치 김검천도 그렇게 될 거 같다는 듯이.

“마법사라면 그나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사라면…”

마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김검천이 그 몸짓에 대해 대답했다.

“난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을 잘하거든. 특히 적을 상대로는. 뭐, 나도 바쁜 몸이니 이만 가봐야겠어.”

김검천이 반대편 시합장에 남아있는 출전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잔인한 미소를 지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전자가 김검천을 바라보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실력은 몰라도 성격은 별로군. 어차피 다음 시합에서 볼 테니 답례는 그때 해주지.”

“잠깐.”

사람들에 의해 들것에 다시 올라타게 된 마법사가 김검천을 불러세웠다.

“뭔가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라도 들었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