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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61화 (161/250)

161화

그건 김검천을 찾아온 집사도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었다.

그래서 집사는 연락을 가져온 자를 닦달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사천왕이 기권한 건 황제 폐하가 직접 개입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정은 어찌 되었든 간에 이건 나에게는 좋은 일이긴 해.”

“결승전 상대가 사천왕보다 더 강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그 자와는 싸워야 하니까.”

싸우지 않고 다음 단계로 진출한 게 좋으면 좋았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집사가 동의했다.

“하긴 그렇긴 합니다. 아, 혹시 상대를 관찰하기 위해 준결승전을 보려 가시려면 제게 말씀해주시지요.”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준결승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사양하도록 하지. 마음은 고맙군.”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게 제 일이니까요.”

집사가 떠나자 김검천이 쿠퍼에게 말했다.

“원래는 준결승전을 보러갈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리에 때문입니까?”

김검천이 쿠퍼에게 손에 든 그림을 내밀었다.

리에가 준 그림에는 블러드 타워가 그려져 있었다.

리에는 김검천에게 그림을 넘겨준 직후 바로 잠이 들었다.

리에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그 나이에 피곤할 만도 했다.

“리에의 이 그림을 봐봐. 어떻게 생각해?”

“붉고… 불길하군요. 하지만 그림은 그림일 뿐이지 않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저주에 가까운 마법에 당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나았는데.”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리에가 그린 그림은 한 장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이걸 살펴보니 이렇더군.”

김검천은 다른 손에 들린 그림들도 보여주었다.

같은 블러드 타워였지만 그림에 그려져 있는 모습은 각각 다른 느낌을 주었다.

쿠퍼는 김검천이 차례로 넘기는 그림을 보더니 뭐가 이상한지 발견할 수 있었다.

리에가 맨 처음 그린 블러드 타워는 그래도 평범한 탑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그린 블러드 타워일수록 주변에 붉은 기운이 더 많이 서려 있는 것이다.

하얀 종이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이 점차 번져 종이 한 부위가 붉어져 버리듯이.

김검천이 쿠퍼에게 그림을 넘겨주며 말했다.

“황태자가 얼마 전 말한 게 마음에 걸려서 한번쯤 가볼 생각이기도 했고.”

“사천왕보다 더 강한 자가 결승 상대인데 궁금하지도 않으십니까?”

“내 생각이지만 오늘 준결승은 열리지 않을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요?”

“생각해봐. 사천왕만 해도 마스터 나이트 중에서 강자라고 하잖아. 하물며 사천왕도 이긴 자가 상대로 출현한다면 어떨까?”

“한 번쯤 꼭 붙어보고 싶은 강적이군요! 오늘 대회는 볼 만 하겠는데요?”

쿠퍼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김검천이 미소를 지었다.

“쿠퍼, 너라면 그렇겠지. 그런데 네가 아니라 다른 평범한 상급 기사라면 어떨까.”

쿠퍼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싸울 필요가 없겠지요. 당연히 질 테니.”

“그런 거지. 그러니 오늘은 시합장에 가보았자 헛수고일걸? 시합 자체가 없을 테니.”

김검천의 말대로 오늘 무술대회는 성사되지 않았다.

A블록 출전자가 출전하기 전 기권하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은 괜히 무술대회장까지 오게 된 셈이었다.

덕분에 대회 운영진들은 관중들에게 여태까지 들은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듣게 되었다.

“B블록의 시합은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지 A블록은 방금 기권했는데 우리보고 어쩌라고?”

대회 운영진은 억울했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캐르릉.

산길을 달리는 마차의 소리는 배신자의 그것처럼 거칠었다.

사람의 손으로 잘 관리된 도로도 아니고 돌이 넘쳐나는 길이었다.

그냥은 산길을 오르기 힘들어 바닥을 다질 정도로 변형된 바퀴로 바꿔 이동 중이었다.

그나마 흙먼지가 일지 않는 게 좋은 점이라고 봐야 했다.

나쁜 점은 그 외의 모든 것이었고.

마차 안에서 쿠퍼가 잘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검천에게 이야기 했다.

“죄송합니다. 좀 더 편하게 모셔야 할 텐데 여행을 위한 마차 개조는 이게 전부라서요.”

“이 마차로 마물의 숲에서 여기까지 온 몸인데 이 정도 거리를 못 참을까? 괜찮아.”

멀미가 나 마차 좌석에 누워있던 샤칸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 중얼거렸다.

“아니, 미안하다고 사죄할 거라면 이쪽 먼저 해주라고. 우웁…”

샤칸이 벌떡 일어나더니 입을 부여잡았다.

옆에 있던 루시엘이 급히 통 하나를 내밀며 샤칸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샤칸. 멀미가 심합니까?”

“보면 모르냐. 이 귀쟁이야.”

“그러면 마차에 타지 말고 뛰어서 우리를 따라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난쟁이답게.”

샤칸을 위하는 건 아닌 듯 한 말이었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고민에 빠졌다.

“그… 그럴까? 역시 우리 귀쟁이가 똑똑하긴 똑똑해.”

창밖으로 주위를 살피던 쿠퍼가 그런 샤칸에게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말을 했다.

“그럴 필요는 없겠어. 이쯤에서 내려야 할 테니까. 그보다 준비는?”

“우햐!”

샤칸이 쿠퍼의 말을 듣자마자 굴러 떨어지듯 달리던 마차에서 뛰어 내렸다.

어찌되든지 간에 마차를 더 타는 건 사양이었다.

마차는 샤칸을 떨어뜨리고 나서 좀 지나 멈추었다.

루시엘이 느긋이 내리더니 품속에서 마법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블러드 타워의 저주 마법을 막기 위해 챙겨온 물품이었다.

여기에 상태이상 방어 마법이 봉인되어 있는 것이었다.

모든 상태이상 마법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블러드 타워의 저주 마법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가까운 생명체를 대상으로 자동 발동하는 마법이라면 중급 수준을 넘지는 못 할 테니까.

루시엘이 먼저 김검천에게 물었다.

“김검천님은 정말 이게 필요 없으십니까?”

“음, 난 그런 쪽에는 강한 것 같더라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가지고는 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걱정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거절하기에도 그랬다.

김검천은 마법 양피지를 받아 들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비록 자신은 안 쓰더라도 있으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루시엘은 김검천에게 나눠준 후에야 쿠퍼와 샤칸에게도 마법 양피지를 넘겨주었다.

그리고서 루시엘이 김검천에게 요청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앞장서서 살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엘프는 이런 쪽에 특화되어 있다고 들었거든. 한번 보도록 할까?”

그렇게 나무 위를 이동하며 일행들보다 앞서서 살펴나가던 루시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나무 가지 사이로 블러드 타워를 발견했다.

숲 속에서 살며 나무 위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엘프라서 발견할 수 있던 것이다.

루시엘의 이야기를 들은 김검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서는 미리내의 탐색 능력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찾았다고 하기 전에 루시엘이 먼저 발견한 것이다.

김검천이 확인차 미리내에게 물었다.

“미리내. 혹시 문제라도 생긴 거야?”

[…상태는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인간으로 따지면 귀를 막고 눈이 가려진 정도입니다.]

“루시엘이 너보다 더 빨리 발견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 저 곳에 다른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건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마법에 의한 파장이 제 탐색 기능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군요.]

그래도 블러드 타워를 발견한 이상 해당 위치를 파악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블러드 타워 자체를 좌표로 지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법에 걸린 곳을 파악하기 힘들면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은 구역을 기록하면 되니까.

블러드 타워가 있는 구역을 삼각형으로 분할해 그 안에 블러드 타워를 두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측정하기 힘든 좌표와 거리를 삼각측량법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김검천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런 건 미리내에게 맡겨두면 되는 일이다.

그때 쿠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마법마저 걸려 있는데 사람들 눈에 보이다니. 안 보이게도 할 수 있지 않나요?”

이 자리에서 마법에 가장 잘 아는 루시엘이 대답했다.

“어떤 마법사라도 물건에 걸 수 있는 마법은 한계가 있어서 그럴 겁니다.”

저주, 인식 저해,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붉은 안개같이 시야를 방해하는 마법마저.

그 말을 들은 쿠퍼가 뭔가를 깨달은 듯이 어이없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정말 나쁜 놈들이네.”

샤칸이 물었다.

“뭐가?”

“생각해봐. 저 탑을 보면 본 기억을 잃고 재수 없으면 죽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들었지.”

“다른 마법을 걸었다면 모습을 안 보이게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런데 대신 저주 마법을 걸었어.”

“아하, 저 곳에는 사람들이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녀석들이 모여 있다는 거네.”

그러고 보니 블러드 타워 주변에 하얀 뼈다귀가 제법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곳에 도달한 사람은 김검천 일행만이 아닌 것이다.

살아서 돌아간 자들은 김검천 일행이 처음이겠지만.

블러드 타워에 있어 그런 자들이 된 건지 그런 자들이 모여 블러드 타워를 만든 것인지.

어찌되었든 이런 건물이 세워진 건 절대로 좋은 목적을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일단 블러드 타워를 찾았기에 김검천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마법 양피지를 사용했다.

- 우웅.

마법 양피지를 찢자 사용자 주위로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샤칸이 푸른 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도 마나를 써서 정령을 부리기는 하지만 마법 쪽이 좀 더 사용법이 다양하네.”

루시엘이 대꾸했다.

“아무래도 정령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재능에 가까워서 그럴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마법도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재능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잖아?”

샤칸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드워프답게 자기 분야가 아닌 것은 좀 둔한 곳이 있었으나 가끔 이런 놀라운 면도 있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는 종족이라 그런 건지도 몰랐고.

루시엘은 샤칸에게 남은 마법 양피지를 들어 보였다.

“마법은 재능이 없어도 마법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시지요.”

“정령은 그게 불가능 하다는 건가?”

마법은 마나를 다루는 자들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학문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마법사가 아닌 자들도 마석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흉내를 낼 수 있었고.

루시엘이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정령은 우리같은 아인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오래 살지요.”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너희들은 오래 사는 만큼 지식을 알려줄 기회가 많으니 글로 접근할 필요가 없겠지.”

인간이 수많은 지식을 책 같은 기록으로 남기는 건 짧은 수명 때문일 것이다.

엘프나 드워프는 살면서 자신들의 모든 지식을 알려주는 게 가능한 것이고.

잠시 후 블러드 타워의 입구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쿠퍼가 누가 들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저번에 보았을 때보다 타워 주변의 붉은 기운이 짙어졌습니다.”

“리에가 그린 그림처럼 말인가.”

“아! 그러고 보니 말씀대로입니다.”

김검천이 꿈틀거리는 붉은 기운을 응시했다.

“아무래도 저 안에서 뭔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인가 보군.”

쿠퍼가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좀 더 다가가거나 저 안에 침투할까요?”

“아니, 오늘은 그냥 살펴보러 나온 것이니까. 일단 뒤로 물러서도록 하지.”

쿠퍼는 여기까지 왔지만 물러나자니 아쉬웠지만 김검천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대신 샤칸이 투덜거렸다.

“물러서는 것보다는 돌진하는 게 취향인데.”

루시엘이 샤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

“취향이니 존중해 줄 수는 있는데 혼자 하십시오. 김검천님은 다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요.”

맨 처음 블러드 타워를 발견한 거리까지 물러났다.

김검천의 눈에는 나무에 가려서 블러드 타워가 보이지도 않았다.

약 1킬로 정도 되는 거리에 나무로 가려져 있으니 그럴 만 했다.

샤칸이 투덜거렸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야 하다니.”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돌아가다니?”

김검천은 그냥 넘어갈 생각으로 이곳을 방문한 게 아니었다.

쿠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러나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무 것도 안하고 돌아가자는 말도 안 했지.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 아닐까?”

“…뭔가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드는데요?”

“원래 그런 느낌은 잘 들어맞는 법이지. 미리내. 미사일, 폭발형으로.”

[폭발형 미사일. 목표 블러드 타워. 조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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