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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64화 (164/250)

164화

루시엘은 김검천이 말한 걸 떠올렸다.

큰 소리를 내서 마법사를 방해하는 것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3명의 시선이 김검천을 향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붉은 선의 마법사는 그대로 눈을 돌렸다.

달리는 마차 쪽으로 눈길을 준 건 확실한데 마치 아무것도 못 본듯한 행동이었다.

오히려 수도와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비틀거리며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보이는 검은 로브 마법사들과 함께.

김검천이 루시엘에게 말했다.

“내가 괜찮다고 했지?”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저 마법사가 우리 편일 리는 없을 테고요.”

“같은 편일 리 없지. 미리내에게 말해 우리 주위의 빛을 조작한 게 통했을 뿐이야.”

예전 미리내가 홀로그램을 사용해 집사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점은 하늘에서 내려보는 건 주위 빛을 반사시켜 마차를 투명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눈을 속이는데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한 편으로는 빛을 굴절시켜 마차를 정반대 방향으로 나타나게 한 것이었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 오아시스를 찾던 자들이 신기루의 환상에 정신을 팔리는 것처럼.

심지어 이 마차의 환영은 바퀴가 달렸으니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가기까지 했고.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도 놓칠 텐데 심지어 소리로 방해까지 받았다.

마법사들이 속아 넘어가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김검천의 설명에 다른 사람은 이해가 간 듯했는데 샤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눈높이 답변은 중요했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저 마법사는 허상을 보고 있다는 거지. 우리는 투명해졌고.”

샤칸이 대답했다.

“아, 이해 갔어!”

아직 하나도 이해가 안 간 표정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김검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상에 남은 흔적도 시간상 완벽하게는 힘들지만 처리 중이야.”

그 말대로 다른 중계형 드론 몇 개가 마차가 지상에 남긴 흔적도 지우는 중이었다.

시간을 들여 완벽히 지울 필요는 없었다.

쿠퍼가 믿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러면 며칠 시간을 버는 건 문제 없겠습니다. 적어도 무술대회가 끝날 때까지는요.”

루시엘이 감탄하며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수도까지 찾아온다 해도 다시 우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테고요.”

샤칸은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드워프는 이거 알아. 이게 과학인가 뭔가 하는 거라고.”

루시엘이 샤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당신이 왜 자랑스러워 하는 겁니까? 김검천님이라면 또 몰라도.”

“그거야 김검천님이 드워프들에게 약간이나마 과학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준다고 했다고!”

수염을 당기던 루시엘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왜 당신에게만…”

“뭐래. 자연과 벗 삼아 뛰어노는 엘프인 너와 달라 과학의 진가를 알아 봐서 그런가 보지.”

그 말에 루시엘이 뭔가 충격받은 것 같았다.

샤칸이 그의 손에 벗어나는 것도 눈치 못 챌 정도였으니까.

결국 김검천이 탄 마차가 수도 근방까지 도달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거기다 제국 수도로 향하는 게 김검천 일행이 탄 마차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투명 상태를 해제한 마차는 곧 다른 마차들의 행렬에 슬쩍 끼어 들어 수도로 들어섰다.

***

그때 수도와는 반대 방향을 향하던 블러드 타워의 마법사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쫓아가던 마차가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마차가 하늘로 솟은 건지 땅으로 꺼진 건지?”

“도대체 우리 눈을 어떻게 벗어난거지?”

“탐색 마법이라도 써봐!”

“마법으로 찾아도 이 주위에 저 마차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검은 로브 마법사들의 시선이 붉은 선의 마법사로 향했다.

붉은 선의 마법사도 달리 남아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제는 요행을 바라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붉은 선의 마법사가 어딘가 힘이 빠진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오늘 일이 황제 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재수 없으면 우리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그 말씀은?”

“일단은 우리끼리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자는 거지.”

“저희들이 없으면 블러드 타워의 일도 정지됩니다. 그렇게까지야…”

“지금 당장은 그럴지 몰라도 나중에 문제가 되겠지. 그동안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아, 그건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붉은 선의 마법사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며칠 후면 블러드 타워를 공개할테니까.”

“그때까지만 비밀을 지키면 된다는 거군요. 황제 폐하께서 힘을 얻게 될테니까요.”

“음. 그 후라면 다른 나라나 마탑이 들고 일어나도 무섭지 않다. 블러드 타워만 멀쩡하면 모든 일은 해결될테니.”

검은 로브 마법사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블러드 타워의 방어력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그건 붉은 선의 마법사도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였다.

블러드 타워를 부수려면 초월 존재라도 데려와 공격해야 할 것이었다.

마나 보호막을 빼고도 블러드 타워는 주요 부분은 모두 3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난이도를 가졌기에 수십 년에 걸쳐 지어진 것이었고.

“다만 혹시 모르니 블러드 타워의 방어력을 좀 더 높혀야 겠군.”

“여기서 더욱 말입니까? 마석이 부족합니다.”

“마석이 부족하면 무술대회 출전자나 그들을 운반하는 하층민이라도 쓰면 되겠지.”

“그들이 아니면 저희들이 일처리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도…”

“아니면 마나를 가진 다른 자를 혈석의 재료로 쓰면 되려나? 효율도 더 높을 테니까.”

붉은 선의 마법사의 눈길이 검은 로브 마법사들을 흝었다.

새로운 혈석 재료를 찾는 것처럼.

그가 하면 한다는 걸 아는 마법사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개중에는 로브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의외로 담담한 상태의 마법사도 있었다.

경련이라도 난 듯 제멋대로 움직이는 얼굴을 감추느라 다른 자를 신경쓸 틈이 없었으니.

그건 김검천의 드론에 의한 큰 소리 의한 타격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라면 얼굴이 실시간으로 흔들리는 마법사를 보고 다르게 말할 것이다.

도플갱어.

그런 것이 여기 제국 마법사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이다.

블러드 타워 마법사들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기 얼굴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괴물.

자기와 같은 얼굴을 만나면 둘 중 한 명은 죽는다는 일화가 있었다.

실제로 도플갱어는 지금 얼굴의 주인을 죽인 후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어떤 집단이라도 스며들어 살아가는 것이 도플갱어인 것이다.

어떻게 도플갱어가 제국 마법사들 속에 섞여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알았다면 여기에 모여 있는 마법사들이 그냥 놔둘리 없었다.

자신도 언제 도플갱어에게 얼굴을 빼앗겨 죽을지 몰랐으니까.

역시 도플갱어가 자신들 사이에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붉은 선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블러드 타워로부터 시작해서 지면으로 이어진 흔적이 있는지 찾아봐라.”

“그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을까요?”

“지금 와서 다른 방도가 있나? 흔적이라도 남아있기를 빌어라. 우리는 아직 대놓고 활동할 수 있는 몸이 아니란 말이야!”

붉은 선의 마법사의 짜증어린 어조에 검은 로브 마법사들이 블러드 타워로 돌아갔다.

상급자가 화를 낼 때 옆에 있으면 불벼락을 맞을 수 있었다.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불벼락을 내릴 수 있는 게 상급 마법사였다.

***

수도의 저택에 돌아오자 집사가 신발로 안 신고 뛰어 나와 맞이했다.

그만큼 김검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내일은 대회 결승전이자 황태자가 수도에서 탈출하는 날인 것이었으니까.

어제부로 탈출 계획은 완성되었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낙서나 다름없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쉬는데 황태자가 찾아왔다.

기다린 건 황태자도 마찬가지였는지 김검천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내일 무술대회 결승전에 나설 자가 이렇게 함부로 밖을 돌아다녀도 되는가?”

“오늘 안 나갔다면 내일 더욱 곤란한 일을 겪었을걸.”

김검천은 오늘 겪은 블러드 타워의 일에 대해 황태자에게 알려주었다.

황태자가 깜짝 놀랐다.

“그게 그렇게 위험한 곳이었나? 거기다 확인된 중급 이상 마법사만 백여명이 넘다니.”

“블러드 타워라는 곳은 황제에게서 들었지? 황제가 관여했다면 불가능한 건 아닐 거다.”

“근래 들어 그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 건 그곳이 관련되어 있던 게 분명해.”

황태자의 표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것과 다르게 손은 떨리고 있었다.

만약 탈출할 때 이 정보를 몰랐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수도를 벗어난다 해도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 수색을 한다면 들킬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다행이로군. 블러드 타워가 있는 방향으로 피할 계획은 아니었으니까.”

김검천의 말에 황태자도 동의했다.

자칫했으면 탈출 계획을 오늘밤을 새서라도 모조리 바꿔야 할 뻔 했다.

황태자는 속이 타는지 집사가 가져온 뜨거운 차를 식히지도 않고 들이켰다.

그는 한모금 마시고 나서야 뜨겁다는 걸 느끼고 두 눈을 부릅떴다.

김검천 앞이라서 차를 뱉지도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도대체 황제는 도대체 블러드 타워를 이용해서 무슨 짓을 꾸미려는 것일까?”

질문 하는 척 하며 슬쩍 혀를 식히는 황태자를 보고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왕국의 대귀족이나 테우펠 공작 같은 자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일까.

인간적인 면이 없는 황제가 황태자를 싫어하는 원인이.

물론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이유 중 하나는 될 것이었다.

“황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짐작이 가긴해.”

황태자가 알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이었다.

벌써 300년을 살아온 황제지만 늙고 죽기를 두려워 한다.

태어나서 늙어가며 병이 들어 마침내 죽는 일.

생명체라면 당연히 겪는 일이었다.

김검천이 보기에는 황제는 사람을 제물로 받쳐 영생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필요한 제물은 이종족을 납치하든지 왕국과의 전쟁을 하든지간에 얻으려고 했고.

황태자에게 들은 정보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알고 있는 김검천은 이야기가 달랐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 계속 권력을 누리려고 드는 거겠지.”

마물의 숲, 왕국을 거쳐 제국으로 연결된 사건의 흐름을 생각하던 김검천이었다.

문득 혈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마석과 혈석.

김검천이 알기로는 이세계는 마나로 이루어져 마석의 힘으로 돌아간다.

근래 들어 마석이 부족해지자 금단의 물질인 혈석의 힘을 쓰고 있었고.

“뭔가 이상해.”

“뭐가?”

황태자의 물음에도 김검천은 침묵을 지켰다.

이세계는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은 마물의 숲에 있을 때부터 받았다.

이 세상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구조였다.

마석이 있기에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곳에 개입하기라도 하듯이.

다만 이건 김검천의 추측일 뿐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이야의 할아버지인 국왕은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알려주지는 않았다.

제국 황제라도 때려잡으면 속 시원하게 알 수 있을까.

지금 김검천이 확신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이것만은 너에게도 분명히 말해줄 수 있지.”

“뭔가?”

“내일, 무술대회 결승전의 승자가 결정되는 그 순간부터 황제가 움직일 거라는 걸.”

황태자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러니 그 전에 도망쳐야겠군.”

“그럴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

“만약을 대비해 탈출 계획마저 다 짜두었는데 그런 소리야?”

“최악의 일에 준비는 해야 하니까. 일단 마지막 순간을 위해 아껴두라고.”

“뭐, 어차피 너희들과 같이 갈 생각이니 네가 돌아온 후에나 생각하도록 하지.”

김검천은 내일을 위해 대비하기 위해 자리를 뜨는 황태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황제를 쓰러트리면 황태자는 굳이 도망갈 필요도 없을지 몰랐다.

잠시 혼란이 있는 동안 수도 밖으로 잠시 몸을 피신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고.

황태자를 죽이려는 건 황제가 비밀리에 행하려는 일.

황제가 먼저 죽으면 황태자의 목숨은 안전할 것이다.

공식적으로 황태자의 지위를 박탈당한 것도 아니니 제1순위 차기 제국 황제 아닌가.

그렇게 되면 수도를 떠나는 건 김검천 일행이면 충분했다.

김검천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3개의 달이 김검천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김검천도 달을 향해 답례라도 하듯 중얼거렸다.

“일단은 우승부터 해야 황제에게 한 방 먹여주든지 하겠지. 그때를 기대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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