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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65화 (165/250)

165화

다음날.

김검천은 결승전을 위해 대회장으로 출발하려고 나섰다.

김검천이 막 저택 문을 지나치는 데 따라 나온 황태자가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뭐가? 밑도 끝도 없이 그러면 나라고 해도 모르지.”

“이거 미안하군. 실은 어젯밤 리에가 파워드슈츠라는 걸 만지고 있기에 물어보았다.”

“혹시?”

황태자는 리에가 마석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리에는 황태자의 물음에 뭘 하는지 숨기지 않고 말한 모양이었고.

이 말을 들은 쿠퍼가 놀란 얼굴을 짓는 걸 보니 리에 혼자 있을 때였나 보다.

황태자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리에가 마석을 충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고의는 아니었다.”

리에가 마석을 충전할 수 있는 건 누구나 탐내는 능력이었다.

마석이야말로 이세계의 근본이 되는 마나를 물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쿠퍼가 리에를 데리고 김검천에게 몸을 의지하려고 했었고.

탐욕스러운 자가 알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기니 쿠퍼가 당황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의 황태자는 김검천의 일행이나 다름없는 사람.

쿠퍼가 당황하는 건 황태자와 관련된 다른 원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에게도 아직 말 못 한 이유가.

그래도 쿠퍼는 언제나 그랬듯이 때가 되면 김검천에게 털어놓을 것이다.

우선 김검천은 황태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까부터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망설이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상관없어. 너라면 알아도 문제 생기지는 않을 테고.”

윗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황태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김검천은 이제 그에게 있어 친구 이상의 존재였으니까.

지금은 김검천보다 더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었고.

리에 말이다.

“…너도 시간이 없을 테니 간단히 말하지. 제국의 초대 황제는 마석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쿠퍼가 황태자의 등 뒤에서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과연 쿠퍼가 김검천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고민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설마 황태자의 입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다니.

“혹시 지금 황제도 그런가?”

“그래. 그런 능력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유이기도 해. 제국 황실에서 태어난 능력자는 제국의 힘으로 보호받거든.”

마석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마석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능력.

그것이 제국이 제국으로 설 수 있던 힘의 근본이었던 것이다.

제국의 황실이 여태까지 다른 혈통으로 바뀌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황태자 자신이 황제에게 선택 못 받은 이유도 마석을 충전하는 힘이 없어서였다.

제국 황실의 혈통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희귀하기 짝이 없는 능력인 것이다.

황제의 300년 재위 기간 동안 그 능력을 보여준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일 정도로.

“제국 황실의 혈통에 마석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능력자가 가끔 태어난다는 거군.”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에는 말이지…”

김검천과 동행하기 위해서 나온 갑자기 쿠퍼가 대화 중에 끼어들었다.

상대가 황태자인 만큼 무례한 행동인 줄을 알면서도.

“그것 신기한 일입니다. 우연의 일치로군요.”

황태자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쿠퍼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우연일 겁니다.

“그런가. 우연인가 보네. 그러면 갈 길이 바빠서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김검천이 자리를 뜨자 쿠퍼도 급히 따라갔다.

가면서도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몇 번이고 리에를 돌아보면서.

황태자가 자신의 손을 잡는 리에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정말 우연일까?”

***

김검천의 뒤를 쿠퍼가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쫓아가고 있었다.

김검천은 그런 쿠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쿠퍼, 그만 돌아가라.”

“무슨 말씀이신지요. 오늘은 제가 김검천님의 옆에 있기로 한 날입니다.”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돌아오면 그때부터 내 곁에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지.”

“김검천님…”

“쿠퍼, 네가 아직 다 말하지 않은 게 있다는 정도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지금 쿠퍼가 보이는 모습은 아까 황태자가 말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김검천은 쿠퍼가 자기 입으로는 리에의 아버지라고 밝힌 적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

아마도 리에는 쿠퍼의 친딸이 아닌지도 몰랐다.

황태자의 짐작대로 무슨 이유에서든 제국 황실 혈통을 이어받은 몸일 수도 있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리에가 쿠퍼를 아버지로 여기고 쿠퍼가 리에를 딸로 생각한다면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쿠퍼가 쭈뼛거렸다.

“정말 돌아가 봐도 될까요?”

“지금은 리에에게로 돌아가. 아무래도 아이의 옆에는 부모가 있어 주는 게 좋지.”

“제가 부모라고요?”

“네가 아니면 누가 리에의 부모겠나?”

“알겠습니다…!”

“아, 쿠퍼.”

“예. 김검천님!”

“리에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일이 끝나고 말해도 된다. 아이의 안전이 먼저니까.”

“감사합니다!”

마물의 숲에는 정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다양한 신분을 가진 자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왕국의 왕자라든지 제국의 황녀로 추정되는 사람이라든지.

이제 그들은 김검천의 함선에 같이 하고 있지만.

김검천은 쿠퍼가 뛰어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하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길거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그런 둘을 향해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이 무술대회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어서였다.

무엇보다도 거리 곳곳에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조미료로 하얀 마법 가루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가지고.

수도 근처 마을에서 본 초월교와 마법사의 복장을 한 자들이.

그것도 제국 기사와 병사들의 협조를 받으면서.

“자자, 줄을 서시오!”

“오늘로 마지막이니 다들 많이 드시지요.”

“형제여, 모든 것이 부족한 시기지만 이 음식을 먹고 힘을 내시구려.”

“한 사람당 음식은 한 번만 나눠드립니다!”

“거기! 새치기하지 마세요!”

만족스러운 표정의 사람들이 따끈한 김이 나는 음식 접시를 들고 김검천을 지나쳤다.

그리고는 길 가장자리에 붙어 음식에 손을 가져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게 다 황제 폐하의 은총 덕이야.”

“그러게. 다른 곳은 먹을 것이 부족하다던데 우리는 이렇게 무료로 맛있는 걸 먹잖아.”

어느새 음식을 다 먹은 한 사람이 이제 막 음식에 입을 대려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음식 혹시 1실버에 팔 생각 없나?”

1실버라는 소리에 욕심이 생긴 모양이지만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흥, 이렇게 맛있는 걸 단돈 1실버에? 그 백 배를 줘도 안 팔겠다.”

“어이, 그러지 말고.”

“안 줘. 저리 안 가?”

“쳇, 친구라는 놈이. 좀 줘봐!”

“이 자식이! 악!”

방금 전까지 사이 좋아 보이던 둘이었다.

남은 음식을 빼앗기 위해 서로 주먹다짐을 하다가 그만 음식 접시가 땅에 떨어졌다.

그들을 말리기 위해 병사들이 달려왔다.

다투다가 떨어진 접시의 음식은 누군가가 몰래 집어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

수도 밖 마을에서 본 사람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 보이기는 했다.

주먹다짐과 음식을 빼앗는 정도로 그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무료 급식을 먹은 사람들의 수가 눈에 들어온 것만 해도 그 몇 배는 되어 보였다.

수도 인구를 생각하면 저런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수가 얼마나 될지도 몰랐다.

“황제는 뭘 생각하는 것일까. 자기를 위한 희생양을 준비하는 것이기라도 하는가?”

김검천은 고개를 저었다.

김검천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몸은 하나뿐이었다.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고.

현재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도출하는 대답은 결국 황제였다.

그가 사라지면 이런 문제가 깔끔히 해결되지는 않아도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김검천은 사람들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변경백을 본 것 같았다.

변경백은 사람들의 파도 속으로 금방 사라졌기에 착각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미리내가 김검천이 잘못 본 게 아니라고 확신시켜 주었지만.

하긴 황제와 황태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변경백이 떠올랐지 않은가.

그도 손을 놓고 구경만 할 자는 아니었으니까.

아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니 변경백이 수도에 있어도 이상한 건 아니지. 다들 끝을 볼 때가 다가왔다는 거군.”

***

“시합 시간입니다. 김검천님.”

대기실에서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리자 김검천은 자리에서 벗어나 비무대로 나섰다.

곧이어 A블록 통로에서도 상대가 모습을 나타냈다.

붉은 선이 그어져 있는 검은 색 전신 갑옷을 입은 짐승같이 헝클어진 머리의 남자였다.

그는 이마부터 목 부근까지 날카로운 칼에 베인듯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갑옷을 벗기면 목 아래에도 일직선으로 베인 흉터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조각이 난 사람을 강제로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를 주시하던 김검천은 몸속 나노 머신이 반응하는 느낌에 A블록 통로 너머를 보았다.

치료사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사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김검천 함장님. 방금 미약한 나노 머신의 반응이 탐지 되었습니다.]

“나도 느꼈어. 테우펠 공작을 잡을 때 본 치료사라는 녀석이 A블록 통로에 있었거든.”

테우펠 공작 때 치료사에게 뿌려두었던 나노 머신이 반응한 것이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유효 범위라니 아쉬운데?”

[에너지원이 없는 극소량의 나노 머신이 치료사에게 묻은 정도니 그게 한계입니다.]

“하긴 근처에 있다는 걸 알려주긴 했으니 없는 것보다는 낫긴 했지만.”

김검천은 자신의 결승전 상대를 바라보았다.

치료사는 A블록 통로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는 출전자의 대기실과 연결되어 있으니 저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상하게 김검천의 시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분 탓인가?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데.”

[이상 징후 확인. 확실히 상대의 생체 신호가 정상은 아닙니다.]

“사천왕을 상대로도 크게 다친 곳 없이 이겼다는 자가 갑자기 겁이라도 난 건 아닐 테고.”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둘 다 감정 변화가 심하니까요.]

“어느 쪽이든 이상하거든. 난 저 녀석과 만난 적응은커녕 보는 것도 처음이라고.”

김검천은 인사라도 건네면서 상대에게 치료사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대회 운영진은 김검천의 소개가 끝났으니 A블록의 출전자를 소개하려는 참이기도 했고.

- 이어 A블록 마도왕국 출신의 펠우테 선수…헉!

대회 운영진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기겁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느닷없이 말을 중단한 대회 운영진을 향해 사람들이 욕을 퍼부었다.

“뭐하는데 말을 하다 마냐?”

“빨리 진행이나 하라고!”

- 모두 조용히! 황제 폐하께서 오늘 결승전을 맞아 특별히 왕림하셨다고 합니다!

고함을 지르고 야유를 퍼붓던 관객들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황제의 이름이 나왔는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항의할 자는 없는 것이다.

“우우, 아무래도 좋으니…크헉!”

“이게 미쳤나? 죽으려면 혼자 죽던가.”

“이 자식이 좀 누가 패봐.”

물론 그런 자도 있었지만 몇 명 없었으니 바로 근처 관중들에게 두들겨 맞고 제압당했다.

약간의 소동이 끝나자 대회 운영진이 말을 이었다.

- 관중석의 여러분들은 모두 일어서서 황제 폐하를 맞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회 운영진의 말이 아니더라도 황제가 왔다는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이어 황제가 대회장 가장 높은 곳에 마련된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는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와와!!!”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베풀어 주신 음식과 음료, 거기다 무술대회까지!”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국이여! 영원하라!”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듯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황제와 제국을 칭송했다.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어느새 눈이 충혈되어 핏줄이 올라와 있었다.

평범한 사람과는 달리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그나마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돌아보던 황제는 어느 순간 가만히 한 곳을 응시했다.

김검천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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