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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66화 (166/250)

166화

눈이 마주친 김검천과 황제는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점이 있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나 알게 모르게 사람을 위압하는 기운을 내뿜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던 둘의 대치 상태는 황제가 먼저 눈을 돌리는 것으로 끝났다.

황제는 김검천을 보면 이상하게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실제로 지금 황제의 몸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으음…”

“괜찮으십니까. 황제 폐하.”

“모두가 보는 데 도움은 필요 없다. 짐이 알아서 할 수 있느니라.”

붉은 갑옷의 호위 기사가 황제를 부축하려다 멈칫했다.

황제는 손을 내리고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좌석에 천천히 몸을 뉘었다.

의자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안개처럼 일렁거리더니 황제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다.

황제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붉은 갑옷 기사가 속삭였다.

“괜찮으십니까? 황제 폐하.”

“세상에 짐을 어찌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세월이나 초월 존재가 아니고서는.”

황제가 슬쩍 짜증을 냈다.

평상시에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황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육체가 병들고 죽어가니 그만큼 정신력이 약화 되어서 그런 것이니라.

황제는 답변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블러드 타워에서 보내오기로 한 것은?”

“무술대회가 끝난 후 오후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야겠지. 대회 본선 참가자들로도 모자라 사천왕마저 거기로 보내야 했지 않았는가?”

붉은 갑옷 호위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검천이 사천왕과 싸우지 않고 부전승으로 결승전에 올라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붉은 갑옷 호위 기사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오늘이면 끝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물론 끝나기 전까지는 맡은 임무는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었다.

“그보다 이렇게 결승전을 보러 나오실 필요가 있습니까?”

황제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황성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최선이었다.

황태자와 약속한 게 있다지만 그거야 황제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런데도 고집을 부려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혈석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혈석 같은 고체 형태가 아니라 연기처럼 사용했지만 열린 장소인 만큼 보는 눈이 많았다.

안 그래도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들이 황제를 훔쳐보고 있는 것이다.

황제라도 이런 행동은 마법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

혈석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마법사들에게 있어 금기로 정해진 일인 것이다.

제국 소속 마법사라면 몰라도 마법사들은 보통 혼자나 마탑에 속해있는 몸이었다.

물론 황제가 그런 것에 신경 쓸 사람 같으면 애초에 이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상관이더냐? 이 제국에서 짐이 못 할 일은 없고 말릴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 황제 폐하의 눈에 거슬리는 자들은 모두 죽었으니까요.”

그 말에 황제의 입가가 기이하게 비틀렸다.

미소 같기도 하고 비웃음 같기도 한 표정의 변화.

“당연하지 않나? 짐에게 대항하는 건 자유겠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무거우니까.”

“반역자를 오히려 장려하시는 분다우시군요. 그들을 응징하시는 걸 즐기시니까요.”

“그러지 않으면 300년의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아왔겠나? 아마 지루해서 죽었을걸세.”

황제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기른 반역자들을 직접 처리했을 때를 떠올린 것이다.

“여러 가지를 즐겨봤지만 그 순간이 가장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네.”

황제가 괜히 변경백을 포함해 다른 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놔두고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식으로 덤비든 처리할 자신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그때서야 그림자 부대 등에 의해 정보를 모아 움직일 준비를 한다.

그렇게 놔두다가 황제에게 직접 칼을 들이밀면 움직이는 것이다.

반역이라는 단어는 황제에게 있어 유희가 시작되었다는 말과 다름없었으니까.

붉은 갑옷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일부러 상대를 자극해 배신의 칼을 들게 하시다니. 악취미이십니다.”

“짐도 그렇게 생각하네. 다만 그런 작은 즐거움도 없다면 어찌 제국을 경영해 나가겠나?”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어딘가 인간이라는 것에서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대답이었다.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본성이 이랬을 수도 있었고.

이런 황제였으니 황태자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

황제는 황태자에게 흥미를 잃은 게 아니라 원래 관심이 없던 것이다.

황태자는 황제에게 있어 언제든지 대체할 인형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말씀대로 황제 폐하가 뭘 하시든지 제국에서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예전부터 그래왔고 지금 병으로 죽어가는 이 순간마저도 황제는 제국의 절대자였다.

무엇을 해도 자유롭고 어떤 의무에도 속박받지 않는 권력자.

그것이 과거가 될 것인지 아닐지는 오늘 이후로 결정 날 예정이었지만.

내일이 황제가 태어난 지 300년이 되는 날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황제만이 알 것이었다.

“지루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지. 어떤가? 미천한 자들이 짐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황제는 자신을 향해 열광하는 제국민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붉은 갑옷 기사가 슬쩍 훑어보았다.

“마치 제 고향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로군요.”

“제법 재미있는 곳이군. 그러고 보니 자네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짐의 곁을 떠나던가?”

“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쉽도다. 어떤가. 괜찮다면 좀 더 짐의 곁에 머무르는 것이?”

“그러고 싶긴 하지만 저도 나이가 있으니 죽기 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군요.”

“누구나 살아있으면 죽기 마련이지. 짐은 그 누구 나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을 테지만.”

애초에 300년을 살아왔으니 황제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황제는 심호흡을 하며 주위의 붉은 연기를 힘껏 빨아들였다.

연기가 살짝 색이 옅어지면서 황제의 눈이 그만큼 더 붉게 번들거렸다.

“그래도 가기 전에 좋은 구경은 할 수 있겠어. 괜히 짐이 여기까지 나온 게 아니지.”

“그 말씀은?”

“기다려보게나. 원래 흥미로운 부분은 몰라야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황제는 계약이 끝나더라도 가능하면 지켜보다가 떠나는 게 좋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자리에 치료사가 안 나타나는 게 안타깝다고 하면서.

치료사가 방금 전 A블록에 모습을 드러냈던 건 알지 못한 모양이었다.

황제는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기사에게 명령했다.

“가만히 있자니 지루하군. 어서 가서 결승전을 빨리 시작하라고 알려라.”

황제의 말은 대회 운영진에게 전달되었다.

대회 운영진들이 시합을 재개하기 위해 소리를 증폭했다.

- 모두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황제 폐하의 뜻에 의해 무술대회의 결승전이 지금 막….

“크와와왕---!!”

갑자기 비무대 위에서 인간이라기보다 괴물 같은 외침이 퍼져나갔다.

이성 보다는 본능에 충실하다는 존재라고 알리는 듯한 야성적인 고함.

시합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펠우테가 김검천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친 것이다.

분명 갑옷 외에는 다른 장비가 없었는데 어느새 양손에 하얀색의 칼을 쥔 채로.

미리내가 펠우테가 움직임과 동시에 경고했다.

[적, 정면에서 옵니다.]

“지건 실탄형.”

[안전장치 해제.]

- 챠킹.

손가락 부분이 총구가 되며 뾰족한 총탄이 머리를 내밀었다.

전투라면 언제든 준비가 된 상태.

김검천이 양팔을 들어 올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지건 발동!”

- 타타탁--!

김검천의 손가락 부위에서 발사된 총알이 펠우테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펠우테는 마나 보호막도 펼치지 않은 채 도를 눕혀 넓적한 옆면을 보이며 그저 휘둘렀다.

그러자 도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날아드는 탄환을 덮었다.

- 까까까까깡!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강한 힘에 짓눌러진 총탄이 펠우테의 주변으로 떨어져 내렸다.

칼. 한편으로는 도라고도 말하는 냉병기였다.

검보다 두껍고 넓기에 찌르기보다는 주로 베기에 좋은 무기.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김검천의 지건을 막기에는 유리한 면이 있긴 했다.

다만 마스터 나이트라도 지건에서 발사되는 무수한 탄환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펠우테는 그것을 눈앞에서 해낸 것이다.

물도 새어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칼 놀림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마나의 힘으로.

김검천이 펠우테의 실력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과연 사천왕을 이기고 결승까지 올라온 이유를 알 것 같군.”

[지금까지 본 자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신체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김검천의 지건은 펠우테에게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기껏해야 펠우테의 얼굴에 생채기 정도를 냈을 뿐이었다.

다만 펠우테도 양손의 칼을 휘둘러 방어에 전념해야 했기에 밀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본 대회 운영진들은 난리가 났다.

대회 운영진이 시합 개시를 알리기도 전에 먼저 공격을 시작했으니까.

“아니, 저자는 도대체 뭐요?”

“아무리 규칙이 없는 대회라고 해도 그건 선수들끼리 이야기지!”

“적어도 대회 운영진이 시합 개시를 알리는 것 정도는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아예 규칙 자체가 없다면 대회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을 터였다.

그냥 한 공간에 집어넣고 생존자 한 명만 추려내면 될 테니까.

대회 운영진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펠우테 선수를 당장 탈락시키도록 합시다! 황제 폐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요!”

“맞소! 당장이라도 김검천 출전자가 이겼다고 방송을 내보냅시다!”

막 펠우테를 탈락시키려는데 또 다른 친위 기사가 급히 달려와 황제의 말을 전달했다.

“황제 폐하께서 그대로 놔두라고 하십니다.”

“무슨 말이요? 무술대회의 규칙을 어긴 저자를 그냥 놔두자는 말이요?”

운영진들의 항의에 친위 기사가 턱을 치켜세웠다.

그게 뭐 어쨌냐는 듯이.

“황제 폐하의 말씀이요. 불만 있으면 황제 폐하께 가서 따지도록 길을 안내해 드릴까?”

황제의 직속 부하인 친위 기사들은 황제보다는 덜 했지만 역시 멀쩡한 편은 아니었다.

친위 기사가 알려주는 길이 곧 저승으로 가는 길이 될지도 모르는 일.

수십 년을 제국 관리로 구른 대회 운영진들이 이런 은근한 협박을 눈치 못챌리 없었다.

그들을 대표해 대회 책임자가 급히 나섰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두말할 거 없이 황제 폐하의 말씀에 따르도록 해야지요.”

“알아들었으니 다행이군요. 우리도 당신 정도의 피로 손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소.”

대놓고 만약 항의라도 했다면 죽을 거라고 알려준 친위 기사였다.

친위 기사가 황제에게로 돌아가자 그제야 대회 운영진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들 중 한 명이 소리를 낮춘 채 화를 냈다.

“젠장! 황제 폐하도 아니고 친위 기사한테까지 아부를 떨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지요. 우리는 친위 기사 한 명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몸이니까요.”

- 짝짝.

대회 책임자가 박수를 쳐서 주의를 환기했다.

“더 생각해서 뭐하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우리 일이나 열심히 합시다.”

“이제 더 할 게 뭐가 있단 말이요?”

“입 다물고 대회 구경하는 일 말이요. 대회가 끝나면 그거라도 알려야 할 거 아니요.”

“젠장, 더럽고 치사해서. 이번 대회가 끝나면 수도를 떠나 변경으로 떠나기라도 해야…”

큰 소리도 못 내고 욕을 하던 대회 운영진들을 이유 있는 굉음이 덮쳤다.

- 쾅!

서 있던 대회 운영진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비틀거릴 정도의 위력.

“뭐지? 지진인가?”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수도에 재해가 덮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데.”

“그런 재해가 아니라 인간 재해야. 저기를 봐!”

사람들의 시선이 대회 책임자가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비무대 위에서는 김검천의 주먹과 펠우테의 도가 격돌하고 있었다.

- 퍼펑! 쾅!

주먹의 푸른 기운과 도의 붉은 기운이 부딪힐 때마다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비무대가 움푹 파여 들어갔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 두 명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지진이 그들을 습격한 것이다.

칼 두 자루로 이런 광경을 만들어내는 펠우테의 실력은 놀라웠다.

그걸 은은하게 푸른 빛이 서린 주먹 하나로 받아내는 중인 김검천은 더 대단했고.

비무대의 광경에 경악하고 있는 건 대회 운영진뿐만이 아니었다.

관객석의 사람들도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껏 다른 시합 때는 야유와 환호를 내지르던 자들이 말이다.

관중들 중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이런 미친…도대체 우리는 뭘 보고 있는 거지?”

펠우테의 양손에서 피어오른 붉은 기운이 두 개의 칼에 화염처럼 타올랐다.

그리고는 불꽃이 얼음처럼 줄더니 정련된 보석같이 매끄러운 붉은 칼날을 만들어냈다.

펠우테 혼자의 몸으로 오러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크와왕! 김검천--!”

“내 이름을 그렇게나 목 놓아 부르고 싶었나? 허나 이건 널 위한 이름이 아니야.”

- 퍼억.

서로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 중 김검천이 발로 펠우테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펠우테는 칼을 십자가 형태로 모아 김검천의 발차기를 막아냈다.

막았다고 해도 발차기의 위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펠우테는 그대로 수십 미터를 공중에 떠 날아갔다.

거리를 벌린 김검천은 양손을 마주 잡았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펠우테에게 통할 정도의 공격을 위해서.

“결승전이니 어느 정도는 힘을 발휘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 변형 기능 개방.”

[기능 개방. 현재 에너지 95% 이상. 파워드슈츠 외장형 무기 가능.]

“실드 입자포 변형.”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파워드슈츠 전신으로부터 은빛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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