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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67화 (167/250)

167화

둔탁한 금속의 빛은 파워드슈츠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손등으로 스며들었다.

이어 은색 광채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며 양손을 덮어나갔다.

은빛의 정체는 파워드슈츠 틈새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 금속이었다.

액체 금속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며 맞잡은 김검천의 두 손을 대포 포신처럼 만들었다.

김검천의 손끝은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포구가 되어 펠우테를 노렸다.

김검천은 스스로 인간 크기의 대포가 된 셈이었다.

그것도 사람 하나쯤은 가볍게 증발시킬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제7세대 에너지형 무기인 실드 입자포.

방어용의 실드 에너지를 공격용으로 돌린 에너지 포가 구현된 것이다.

액체 금속을 타고 전달된 에너지가 포구 쪽으로 몰려갔다.

포구 앞에서 응집된 에너지는 번개 구름처럼 점점 덩치를 불려 나갔다.

거기서 튕겨져 나온 가느다란 뇌전의 실이 스친 것만으로 비무대의 돌바닥이 파였다.

- 파칙, 파지직.

[지지대 구현 준비.]

“이번에는 넘어가.”

정직하게 달려오는 펠우테라는 과녁이라면 굳이 지지대가 필요 없었다.

액체 금속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회수가 힘들기도 했고.

영관급 파워드슈츠라고 해도 내부 장갑의 액체 금속 용량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대신 반중력장치로 반동을 줄이고 압축공기를 이용해 균형을 잡을 생각이었다.

압축공기를 만들어내는데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재료가 될 공기는 주위에 널렸으니까.

[경고. 이대로 공격하시면 실드 입자포가 관중석을 직격할 겁니다.]

“알아. 그래서 발사 각도를 바꿔볼까 했지!”

김검천은 포신으로 변한 두 팔을 휘둘러 펠우테가 휘두르는 2개의 칼날을 향했다.

칼날이 어떻게 휘둘러지든지 간에 결국 노리는 건 김검천이었다.

각도를 잘 맞춘 포신이 반대 방향을 파고 드는 2개의 칼날을 막는 데 성공했다.

- 서걱.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이 서린 하얀 칼날들이 포신의 장갑 부분을 파고들었다.

거의 절반이나 박힐 정도라 자칫 잘못했으면 포신 자체가 잘려나갈 뻔했다.

다양한 용도를 위한 액체 금속이라 방어력이 외부 장갑보다 약한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정도로 공격을 한 자는 여태까지 없었으니 놀라운 위력이기는 해.”

“크르르륵!”

김검천은 위에서 찍어 누르는 바람에 부들거리는 팔에 힘을 주는 대신 발을 차올렸다.

“칭찬을 바라는가? 이걸 맞고도 살아남는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로 하지!”

“캐르륵!”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던 펠우테는 대답 대신 칼을 밀면서 손을 뗐다.

빠른 판단에서 비롯된 민첩한 몸놀림은 김검천의 발차기를 피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김검천에게 얻어맞기 전까지는.

원래 계획과 현실은 다른 법인 것이다.

“그것도 내 예상 범위 안이다!”

- 푸싱. 퍽!

김검천의 발이 생각하지도 못한 속도로 움직이며 펠우테를 공중으로 차올렸다.

파워드슈츠에서 나온 노즐로부터 압축공기가 분사된 결과였다.

예상치 못한 발놀림에 배를 적중당한 펠우테는 지독한 통증에 그만 몸이 굳었다.

김검천은 비스듬히 몸을 뉜 채로 포신을 하늘로 향했다.

허공에 떠오른 펠우테라는 이름의 크고 아름다운 과녁을 향해서.

[에너지 충전 완료. 명령을!]

“실드 입자포 발사!”

- 투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검천 밑의 비무대 돌바닥이 후폭풍으로 인해 꺼졌다.

몸을 눕힌 김검천의 몸이 공처럼 튕겨 허공에 뜰 정도의 충격파가 발출된 것이다.

포신 앞에 모여 있던 하얀 빛의 덩어리는 점멸하면서 표적을 향해 공간을 거슬러 갔다.

펠우테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고 생각된 순간 실드 입자포가 그를 덮쳤다.

- 그오옹--!

일순간 일그러졌던 공간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갔다.

펠우테의 모습은 흔적도 없어진 상태.

하지만 반중력 장치로 몸을 일으켜 세운 김검천은 시선을 비무대 위로 던졌다.

그 방향에는 펠우테가 한 손으로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용케도 실드 입자포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모양이었다.

“공격을 받기 전 몸이 흐려지던 게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나?”

[피했다고 해도 강력한 공격이었으니 그 여파만으로도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입니다.]

김검천은 마무리 공격을 가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내가 봐도 더 이상의 전투는 힘들 정도의 모습이야.”

그때 미리내가 신호를 보냈다.

[경고. 상대의 몸의 생체 신호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당장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인데 회복되는 중이라고?”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 펠우테를 살피던 김검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펠우테의 몸에서 거품 같은 것이 일어나 상처를 가린다 싶더니 팔이 멀쩡해지고 있었다.

김검천은 그 모습을 보자 하나 더 알게 되었다.

결승전에 진출한 펠우페가 상처 하나 없던 이유를.

“저 녀석, 사천왕을 상대로 상처를 입지 않은 게 아니라 저렇게 재생이라도 한 모양이야.”

[이상합니다. 그런 회복 능력을 사람이라는 종이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만약 저게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면 난 인간이라는 걸 포기하겠어.”

평범한 사람의 재생력이면 몇 달은 걸릴 상처를 실시간으로 수복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그러고 보니 영관급 파워드 슈츠를 장착한 김검천과도 힘을 겨룰 정도였다.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해도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능력.

그때 펠우테는 다시 저돌적으로 돌진해 왔다.

방금 김검천에게 죽을 뻔했다는 걸 잊기라도 한 듯.

그가 입었던 상처는 이제 전투하는 데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 짧은 사이 적어도 붉은 오러가 서린 칼을 김검천에게 휘두를 힘은 생긴 것이다.

거기다 그의 양손에는 분명히 없었던 하얀 칼이 어느새 다시 들려 있었다.

경기 시작할 때 펠우테의 손에 무기가 들리지 않은 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실드 입자포를 피한 것처럼 신기한 일이 다시 벌어진 것이다.

“마법이 걸린 무기인가? 아니면 다른 수단을 쓴 건가. 뭐, 이번에는 무기뿐만 아니라 무기 주인마저 베어주면 되겠지.”

김검천은 일격에 끝을 내기 위해 광선검을 사출한 후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

뽑아내기 전 마찰력을 이용해 발검술처럼 단번에 벨 생각이었다.

죽을 정도의 중상이라면 상처가 재생한다 해도 판정이 내려지기에는 충분할 터.

달려들던 펠우테가 김검천과 부딪히기 전 갑자기 짐승처럼 크게 울부짖었다.

“크와왕!”

“이건?”

- 치이익.

붉은 오러가 맺힌 칼날 하나가 김검천의 배 부분에 정통으로 꽂혔다.

김검천이 방심한 건 아니었다.

펠우테의 고함 소리와 동시에 갑자기 김검천의 몸이 무거워진 것이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마치 중병에 걸려 병석에 누웠을 때의 육체처럼.

이건 미리내에게도 통용된 공격이었던 것 같았다.

긴급 회피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나노 머신 가동. 몸 상태 정상화. 긴급 개입에 의한 통제권 해제.]

“고마워. 미리내. 이번 건 제법 위험했거든.”

그렇기에 미리내는 다른 방법을 썼다.

김검천의 배 쪽에는 미리내가 따로 전개한 실드가 몇 겹이나 중첩되어 있던 것이다.

김검천은 그대로 자신의 배 쪽에 오른손을 가져가 붉은 오러의 칼날을 쥐었다.

-치치직.

타는 냄새와 함께 회색 연기가 김검천의 오른손으로부터 피어올랐다.

- 우지직.

김검천은 붉은 오러의 칼날을 손에 쥔 채로 그대로 뭉개버렸다.

펠우테가 다른 한 손에 들린 칼날을 움직이려고 하자 다시 왼 주먹을 날렸다.

광선검보다도 이쪽이 더 묵직한 맛이 있었다.

“손은 나도 2개야.”

- 퍽!

펠우테의 얼굴로부터 작별 인사를 고한 하얀 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비틀거리는 펠우테를 향해 다시 한번 김검천의 오른 주먹이 작렬했다.

- 뻑!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펠우테가 10여 미터는 날아 지면에 쓰러졌다.

김검천은 자신의 주먹이 은근히 아파져 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재생만 되는 줄 알았더니 몸 자체도 단단한걸.”

김검천은 펠우테의 움직임을 신경 쓰는 동시에 자신의 배 부분의 장갑을 살폈다.

크지는 않았지만 장갑이 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붉은 오러의 칼날은 다중 실드를 그대로 꿰뚫고 장갑마저 관통할 뻔했다.

만약 미리내가 펼친 실드가 없었다면 그대로 배가 뚫렸을 것이다.

나노 머신이 있어서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배에 구멍이 나는 건 좋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긴급 수복.”

[수복 모드. 액체 금속 활성화.]

파워드슈츠의 외부 장갑 복구를 위해 내부의 액체 금속이 틈새를 막았다.

김검천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펠우테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주먹으로 쳤다고 하나 바위도 부술 정도의 힘을 담아 쳤다.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오우거 같은 중형 괴물의 머리도 단숨에 박살 낼 정도로.

그런데도 다시 전투 준비를 갖추다니 정말 끈질긴 생명력이었다.

“미리내. 방금 녀석이 소리 질렀을 때 말이야. 저주였나?”

[여태까지 얻은 정보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이 90% 이상입니다.]

“2개의 붉은 오러에 재생에다가 저주까지. 이렇게 개성 있는 녀석이라면 한 번만 만났다 해도 내가 기억 못 할 리 없을 텐데.”

“쿠르르륵!”

상처 입은 짐승을 보고 싶으면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눈 앞의 펠우테가 으르렁 거리는 것만 봐도 충분했으니까.

그런 펠우테를 보며 김검천은 뭔가를 움켜쥐듯이 손을 들어 올렸다.

추억을 돌아보는 건 나중으로 미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힘으로라도 다스려야 할 차례가 왔으니까.

“1차 인증 개방.”

김검천의 손등에서 빛의 인장이 떠오른다 싶더니 다시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손안에서 눈이 멀듯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워드슈츠의 에너지 반응로의 빛을 먹어 치우는 양만큼이나 더 강렬히.

김검천이 굳게 움켜쥔 손을 폈다.

그 손바닥 위로 맑고 투명한 빛의 육각형의 큐브가 보였다.

반입자 큐브.

전력을 다해 덤비던 마스터 나이트인 테이룬을 단번에 전투 불능에 빠트린 힘의 결정.

그 힘이 다시 반입자 큐브라는 이름으로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이성 보다는 생존 본능이 뛰어난 펠우테를 신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때였다.

펠우테에게 치료사의 말이 전해진 것은.

- 대충이라도 상대의 힘을 느꼈겠지. 이제 돌아와라. 본인의 곁으로.

공격과 도주, 어느 걸 택할지 망설이던 펠우테에게 있어 선택하기 쉽게 만드는 말이었다.

펠우테는 김검천을 알고 있었다.

김검천은 펠우테라는 존재를 여기서 처음 보고 알았겠지만.

펠우테 또한 김검천을 머리로 기억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몸속 깊숙이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김검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이었다.

“크와왕! 김검천--!”

펠우테는 망설임 끝에 그 말을 마지막으로 관중석을 향해 뛰어올랐다.

대회장의 푸른 마나 보호막이 펠우테의 앞길을 가로막았지만 몇 초 견디지 못했다.

- 서걱!

다시 나타난 하얀 칼에 서린 붉은 오러가 마나 보호막을 종이처럼 갈라버린 것이다.

펠우테는 발에 밟히는 게 좌석이든 사람이든 신경 쓰지 않고 힘껏 뛰어올랐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뒤로 한 채 펠우테는 그렇게 콜로세움을 벗어났다.

김검천이 두렵기라도 하듯이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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