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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72화 (172/250)

172화

보통은 부름을 받은 사람이 황제가 있는 알현의 방으로 가야 했다.

황제가 굳이 김검천 일행을 찾아올 필요는 없었다.

전직 제국 기사였기에 제국 황실을 어느 정도 알았던 쿠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 오신다고요?”

친위 기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생각해도 이해 안 가는 일이었다.

무술 대회 우승자라고 해도 황제가 직접 움직일 만한 사안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황제를 만나러 온 손님이니 친위 기사는 대충 듣기 좋게 대답했다.

“뭐, 황제 폐하의 관대하신 배려라고 생각하시지요. 이런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샤칸이 콧방귀를 꼈다.

그런 자가 드워프를 잡아가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인가.

죽여도 상관없다는 듯이 드워프를 대하면서.

“흥, 두번만 관대하면 인간들도 다 죽어 나가겠네.”

친위 기사가 무서운 눈초리로 샤칸을 바라보았다.

드워프나 엘프같은 이종족이 자유인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있다니.

노예로만 생각되던 자들이 황제를 모욕하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말을 조심하는 게 좋을거다. 황제 폐하는 너 같은 난쟁이가 입에 담을 만한 분이 아니다.”

“그는 너같은 인간들의 황제지 우리 드워프들의 황제는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현명함이 그 미천한 목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텐데.”

“그건 현명함이 아니라 비굴함이야. 인간아.”

“너… 너 이 새끼가!”

친위 기사가 옆에 찬 검을 뽑기라도 할 듯이 칼자루를 꽉 주었다.

굳게 움켜쥔 손으로부터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걸 본 루시엘이 옆에서 끼어들며 한마디 했다.

“할 말이 없으면 화를 낸다는 게 인간들의 격언이던데 그 말대로군요.”

“뭐라고?”

황제에 이어 자신마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친위 기사가 검을 뽑아 들려고 했다.

그리고 검을 쥔 팔을 잡은 다른 손이 있었다.

김검천이 손을 쓴 것이었다.

친위 기사가 검을 뽑기도 전에 누를 정도로 정확하고 빠르게.

“이익!”

전력을 다해 검을 뽑아들려고 한 친위 기사지만 김검천의 힘을 이겨낼리 없었다.

김검천보다 강하게 육체를 강화할 능력이 있다면 친위 기사단장은 진작에 그였을 것이다.

김검천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 검 안 뽑는 게 좋을거야.”

“황제 폐하를 만나러 온 무술 대회 우승자라고 해도 친위 기사에게 이럴 수는 없다!”

“친위 기사면 친위 기사답게 굴던가. 내 손에 붙들려 아기처럼 우는 게 친위 기사인가?”

- 끼이익.

김검천이 붙잡은 친위 기사 팔 부분의 마갑이 비명을 질렀다.

친위 기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빨리 팔을 놔줘!”

“아직 이야기를 들을 자세가 안 되었어.”

“제발 팔을 놔주십시오!”

“이제야 대화를 할 상태가 된 모양인데? 대화는 서로 존중해야 이루어지는 거라고.”

김검천이 놔주자 친위 기사는 다른 것에 앞서 자기 팔부터 살폈다.

마갑으로 보호된 팔 부분에 김검천의 손자국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었다.

친위 기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입고 있는 마갑은 장난감이 아니었다.

제국의 마갑들 중에서 상급 기사 이상을 위한 걸 친위 기사들이 장착하고 다니는 것이다.

김검천은 그런 마갑을 순수하게 손아귀 힘만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다.

땀으로 목욕을 한 친위 기사가 김검천을 향해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소.”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사과할 대상은 내가 아니야.”

친위 기사는 샤칸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내키지 않은 듯했지만 사과를 하기는 했다.

“미안하게 되었다.”

상대가 잘못을 인정했으니 샤칸은 팔짱을 낀 채로 호쾌하게 대답했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뒷 끝은 없는 게 이 샤칸님이라고! 하하하!”

샤칸의 일이 해결된 듯하자 친위 기사는 김검천을 향해 급히 입을 열었다.

여기에 오래 있어보았자 좋은 꼴을 못 볼듯 했으니까.

“아시겠지만 원래 황제 폐하가 만나고자 하셨던 분은 김검천님 혼자입니다.”

“그 이야기는 들었지.”

“다만 예외라는 게 있으니 한 사람 정도는 동행할 수 있습니다. 기사가 종자를 거느리는 것처럼요.”

친위 기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쿠퍼를 힐끗 쳐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종족은 노예와 시종이 아니고서는 동행이 안 됩니다. 이건 이곳의 규칙입니다.”

“규칙이 잘못된 것 같으니 고쳐야겠군.”

“그건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윗선에다가 알리든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바로 알리고 오겠습니다!”

친위 기사가 급히 몸을 돌려 황성 안으로 뛰어갔다.

마치 김검천이 그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든 듯이.

쿠퍼가 황당하다는 듯이 김검천에게 물었다.

“규칙에 대해서 말하기만 하고 그냥 놔두고 가는데요?”

“할 건 다했으니 이후 일은 자기 알 바 아니라는 거겠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일단 윗선에다가 보고할 작정이군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김검천이 연회장을 들어서며 걱정스러워 보이는 쿠퍼에게 물었다.

“뭐가 말이지?”

“황성 안에서 친위 기사를 그렇게 다루신 것 말입니다. 귀찮게 될지도 몰라서요.”

“친위 기사가 문제일까? 우리는 황제를 상대하러 왔는데.”

“하핫, 하긴 그렇네요.”

연회장을 들어서니 공을 차고 놀아도 될만한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받치기 위해서 연회장 이곳저곳에는 사람 몸통보다도 큰 기둥이 버티고 있었다.

연회장의 한구석에는 식탁 위에 각종 음식과 음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식사를 위해 준비된 대형 테이블이 있었고.

약간 떨어진 곳에는 연회장을 찾아온 손님의 시중을 위해 대기 중인 시종들이 서 있었다.

인간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종들은 엘프나 드워프같은 이종족이었다.

샤칸은 주변의 먹을 것에 잠시 정신이 팔렸다가 루시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귀쟁이가 아까는 무슨 일로 편을 들어 준거지?”

루시엘이 샤칸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바보 취급할 수 있는 김검천님이나 본인 정도 밖에 없으니까요. 당연한 겁니다.”

“으…응? 그거 칭찬하는 거 맞지? 맞는 거지?”

“그것보다 잠시 자세를 바꿔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자세를 교정하던 루시엘이 그대로 샤칸의 등 위에 앉았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종들이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샤칸이 부들부들 떨면서 물었다.

“루시엘? 지금 뭐하는 거지?”

“아, 마차에서 내려서 걷다 보니 다리가 아파서요.”

“그러면 저기 있는 의자에나 앉을 것이지!”

“샤칸, 전 당신을 의자 취급 한 게 아닙니다.”

“으응? 그러면?”

“가구 취급을 했을 뿐입니다. 의자는 아니라고요?”

“의자가 가구잖아!”

샤칸이 벌떡 일어서자 루시엘은 공중제비를 넘으며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루시엘을 들이박을까 고민하던 샤칸의 눈앞으로 음식이 담긴 접시 하나가 나타났다.

“배가 고프면 화를 내기 쉽다더군요. 이것 좀 드셔보시지요.”

지켜보고 있던 엘프 시종 한 명이 다가와 샤칸에게 내민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대처를 취한 것이다.

드워프는 호탕하게 먹고 마시는 것

샤칸은 화를 가라앉히고 음식 접시에 손을 대었다.

“먹고 죽은 드워프가 체형도 좋다고 하니 일단 먹고 마셔야지. 루시엘, 넌 나중에 보자고.”

루시엘은 어느새 차 한잔을 따라 마시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샤칸과 루시엘이 음식에 손을 대는 걸 본 쿠퍼가 김검천을 향해 조용히 물었다.

“그 마법의 하얀 가루가 섞여 있는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김검천도 쿠키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대답했다.

“문제 없다. 살펴본 바에 의하면 마나를 많이 지닌 자에게는 효과가 없는 모양이더군.”

실제로 대회장에서 조종당한 자들 중에서는 기사나 마법사가 없었다.

쿠퍼도 소량이지만 하얀 마법 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지만 별일 없었다.

식탐이 강해진 것 외에는.

하급 기사나 마법사 이상의 마나를 지닌 자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몇번 복용 한 정도로는 말이다.

“그래도 좀 꺼림직하긴 합니다. 몸에 나쁘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김검천이 쿠퍼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다는 표시를 보냈다.

“그래도 여기 음식에는 안 들어 있는 것 같으니 안심하고 먹어둬. 안 그래? 미리내.”

[그렇습니다. 적어도 이 범위 안에 있는 음식에는 그 가루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곧 싸울테니까 든든하게 먹고 마셔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쿠퍼도 쿠키와 과자를 한 손에 가득 집어 입속에 털어 넣었다.

김검천이 저택으로 돌아오면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못 먹고 지금껏 굶었으니까.

쿠퍼가 우물거리면서 물었다.

“김검천님. 그런데 그 하얀 마법 가루 때문에 오늘 오면서 그 소동이 일어난 겁니까?”

“그럴 거다. 다만 생각 외로 수도 내 소란이 심한 것 같더군.”

“수도 밖에서 본 그 하얀 마법 가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것도 있겠지만 황제가 개입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아.”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일까요? 자신이 다스리는 제국민을 향해 이런 짓을 하다니.”

“황제를 잡게 되면 한번 물어보도록 하자고.”

***

- 후으읍.

황제는 알현의 방에서 맴돌고 있는 붉은 연기를 힘껏 들여 마셨다.

그리고 검게 보일 정도로 색이 진한 시뻘건 혈석을 입 속에 털어 넣었다.

블러드 타워에서 방금 공수해온 신선하고 따끈한 물건이었다.

- 꿀꺽.

어린아이 주먹만한 혈석이 황제의 목울대를 타고 뱃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황제는 몇 번 심호흡을 하며 얼굴을 어루만지더니 붉은 갑옷 기사에게 물었다.

“어떤가? 오늘 자네가 본 짐의 모습은?”

붉은 갑옷 기사가 본 황제의 얼굴은 과거 가장 생명력이 충만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얼마 전 노화되어 제대로 거동도 못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주름 같은 건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는 피부의 탄력이란.

붉은 갑옷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완벽하십니다. 예전과 똑같을 정도로.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가장 빛나고 계실 지도요.”

“후후, 자네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이번 혈석은 쓸만하군.”

“효과가 오래 못 간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만.”

“더 좋은 혈석의 재료가 생겼으니 오늘 정도만 버텨도 충분하다. 그래서?”

“김검천이라면 연회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일행들과 함께 말입니다.”

“일행이 같이 온 것인가. 그것도 좋겠지. 메인 디시를 먹은 후에는 입가심이 필요할 테니.”

그렇게 일시적으로 젊음을 되찾은 황제가 알현의 방을 떠났다.

김검천이 있는 연회장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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