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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76화 (176/250)

176화

그 무렵 황태자는 지금이야말로 수도를 빠져나가야 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우왕!”

“쿠왕!”

사람이라면 일단 덮치고 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차에 타고 있던 세이야가 창문 너머로 상황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수도 치안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없어졌군요.”

“지금이라면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해도 없어져 버렸겠지.”

“김검천님의 말씀대로 마차를 타고 대기하고 있던 게 정말 잘한 일이었네요.”

- 덜컹덜컹.

붉은 눈의 사람들이 마차에 달라붙어 부수려고 공격하는 중이었다.

다행히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파도에 휩쓸린 듯 여기저기 밀려다니고 있었다.

현재 마차는 몰려든 사람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던 것이다.

리에가 지금 상황에서도 활짝 웃었다.

“마차가 움직이는 거 재밌어!”

다른 사람은 재미있기보다 죽을 맛이었지만.

세이야가 마차에 설치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고 줄을 잡아당기고 레버를 움직였다.

집사가 물었다.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쿠퍼 아저씨가 이렇게 하라고 하셨으니 곧 알게 되겠지요.”

- 지잉.

뭔가 마차 밖으로 밀려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세이야 앞으로 눌러 달라는 듯 붉은 버튼 하나가 튀어나왔다.

“에잇!”

세이야는 주저하지 않고 버튼을 눌렀다.

일단 버튼은 눌러보고 볼 일이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뭔가 쏘아지는 소리가 났다.

- 퉁, 투퉁.

창문 밖을 보며 경계하던 집사가 놀랐다.

날뛰던 사람들이 갑자기 날아든 녹색의 뭔가에 맞더니 얌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버렸으니 더 이상 기세 좋게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전하게 된 것 같자 집사는 창문을 열어 고개를 빼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마차를 보니 팔 길이만 한 막대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었다.

지붕 위에는 튀어나온 네모판 위에 금속 막대 하나가 회전하면서 뭔가를 쏘고 있었다.

거기서 튀어나온 녹색 탄에 맞은 사람들은 거미줄 같은 것에 걸려 꼼짝도 못하게 되었고.

마차 안의 사람들은 몰랐지만 그건 대인용으로 만들어진 무력화용 끈끈이 탄이었다.

맞으면 왠만한 힘으로는 특정 방법이나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었다.

“마차에서 뭔가 발사된 게 아까 붉은 버튼을 누른 것과 연관 있나 보군요.”

세이야가 말했다.

“글쎄요. 뭐, 그런 건 다시 눌러보면 알겠죠.”

버튼을 누르는 건 언제나 환영이었다.

- 퉁, 투퉁.

그리고 눌러보니 버튼은 정답이었고.

황태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수도를 빠져 나갈 수 있겠어. 나간 후 지정한 곳에서 만나도록 하지.”

리에가 갑자기 황태자 옆에 달라붙으며 외쳤다.

“아니예요. 우리는 황성으로 가야 해요.”

“리에야, 이건 장난이 아니야. 우리는 가보았자 별 도움도 안 될 테고.”

그 말을 하면서 황태자는 이를 악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 역할을 하는데 황태자 자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리에가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모두 서로 도와주며 살아요.”

“후우, 리에야. 네가 말하는 게 이 몸이 생각하는 것보다 낫구나. 하지만 안 된다.”

“왜요?”

“네가 말하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거기는 여기보다 더 위험해.”

“우리는 괜찮을 거예요!”

“우리는 몰라도 네가 위험해질지 몰라.”

“으응… 하지만 우리는 거리로 가야 해요. 그래야 해요.”

“미안하지만 안 돼.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수도 밖으로 갈 거라고.”

“고집쟁이.”

“뭐라고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거야.”

황태자도 마차를 움직이는 법 정도는 알았다.

이윽고 마음을 굳힌 황태자는 마차를 몰고 한 곳으로 향했다.

황성으로 향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집사가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황태자 전하. 혹시 잘못 길을 드신건지요? 원래 가려는 방향이 아닙니다.”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이렇게 된 이상 황성으로 간다.”

세이야가 끼어들었다.

“몸과 말이 솔직하지 않으신데요? 왜 리에의 말에 따르시는 건가요.”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지. 어쩌면 리에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고.”

“이건 감으로 결정할 일이 아닌데요. 김검천님이 화내실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상황인 만큼 김검천 옆에 있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아, 그렇겠네요!”

세이야가 손바닥 뒤집듯 자기 의견을 바꾸었다.

세이야에게는 김검천 이야기만 꺼내면 다 해결되는 모양이었다.

황태자는 한편으로는 김검천이 부러웠다.

김검천은 그만큼 리에나 세이야에게 믿음직한 대상일 테니까.

이제 세이야는 황태자를 말리기 보다 도와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마차의 바퀴로는 지나갈 수 없게 길이 장애물로 막힌 곳이 나왔다.

황성으로 가는 게 내키지 않던 집사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별 수 없이 돌아가야겠군요. 수도 밖으로 말이지요.”

- 탁!

세이야가 마차 벽을 두들기며 목소리를 높혔다.

“김검천님이 우리를 기다리실 텐데. 걸어서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김검천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지만.

황태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른 건 몰라도 마차를 버리고 가는 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야. 습격당할 거라고.”

“그런…”

그때였다.

마차 뒤에 달려있던 짐칸에서 금속음이 난 것은.

- 덜커덩. 철컥.

[함선 승무원 세이야, 목소리 지문 확인. 긴급 자동 합체. 자율 전투 모드 개시.]

- 키이잉. 쿠웅.

땅을 울리는 진동에 마차가 살짝 떴다가 떨어졌다.

리에가 손을 번쩍 들었다.

“마차가 스스로 뛰었어! 아하하!”

리에와는 달리 황태자는 긴장했다.

마차가 스스로 살아 움직일리 없었으니 방금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방금 그것은 뭐지?”

집사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다 깜짝 놀랐다.

“헉! 저것은?”

“집사! 뭐를 보았길래 그렇게 놀랬는가?”

황태자는 집사가 이렇게 놀라는 건 10년 만에 보았다.

“거대한 강철 골렘입니다! 그것도 현재 존재하는 골렘들보다도 2배는 더 큰 녀석입니다!”

“아니, 여기서 강철 골렘이 왜 나와?”

소란스러운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세이야는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이번 수도행에서도 배틀 머신을 마차 뒤에 짐으로 가져오지 않았는가.

황성에서 다른 마차로 김검천을 데리러 오는 바람에 여기에 놔두고 갔었고.

이제보니 김검천은 그냥 놔두고 간 게 아니라 이럴 때 사용하라고 한 건지도 몰랐다.

세이야가 마차에서 내렸다.

황태자가 세이야를 말렸다.

“마차 밖은 위험해!”

“괜찮아요. 리에의 말을 믿었듯이 저도 한번 믿어 보세요.”

세이야가 나와서 확인하니 확실히 함선에서 본 배틀 머신이 맞았다.

방금 전에 배틀 머신이 세이야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한 걸 떠올렸다.

세이야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배틀 머신? 혹시 마차를 장애물 너머로 옮겨 줄 수 있겠어? 끝나면 이 몸도 옮겨줘.”

[세이야 함선 등급 확인. 배틀 머신 임시 명령 가능. 자율 전투 모드 이행.]

배틀 머신이 세이야의 말에 따라 마차를 들어 올려 장애물 너머로 옮겼다.

이어 세이야도 손가락으로 집어서 마차 옆으로 내려놓았다.

세이야가 든든하다는 표정으로 배틀 머신에게 말했다.

“잘했어. 그러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마차를 호위해줘.”

[명령 추가 인식. 이행합니다.]

세이야가 마차를 타니 황태자와 집사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실감이 안 나던 집사가 세이야에게 물었다.

“방금 그건 도대체?”

“아, 김검천님이 타시던 강철 골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어때요? 참 쉽죠?”

“쉬우면 좋지. 하지만 좋으면 안 되잖아!”

집사가 바라는 건 원래 계획대로 수도 밖으로 도주하는 것이었으니까.

집사의 외침을 신호로 마차가 황성을 향해 움직였다.

땅에서 솟아난 듯한 배틀 머신과 함께.

- 쿵, 쿵, 쿵.

마차가 자리를 떠나자 잠시 후 변경백이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변경백이 수도에 투입했던 병력들도 같이.

사람들 중 몇 명이 놀란 목소리를 냈다.

“저게 뭐냐?”

“오래 살다보니 별 걸 다 보네.”

“마법사들이 보면 좋아하겠어.”

변경백 옆에 있던 가죽 갑옷의 남자가 질린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저게 대체 뭘까요? 어디서도 보지 못한 거대한 강철 골렘은?”

상상도 못한 걸 본 변경백 또한 당황한 상태였다.

그래도 알 수 있는 건 사람을 무작위로 공격하는 그런 괴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미쳐서 자신들을 습격하는 수도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지금 저들이 향하는 방면은 황성 쪽이었다.

저들은 자신들보다 앞서가고 있으니 가면서 적을 미리 해치울 걸로 보였다.

그러면 그만큼 자신들은 당할 확률이 낮아질 것이고.

“그게 중요한가? 저걸 따라가자고.”

“예? 미쳐… 천한 제가 생각하기에 그냥 따로 갈 길을 가는 게 나아 보이는데요.”

하마터면 변경백을 미친 사람 취급할 뻔했지만 급하게 말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변경백이 그걸 눈치 못 챌 리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냥 모른 척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절반이 죽었다. 황성까지 저걸 따라가면 가는 길이 쉬워지겠지.”

가죽 갑옷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원래 계획이라면 자신들이 수도에서 난리를 피울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친놈들이 대신 날뛰는 바람에 자신들 목숨을 지키는 것만 해도 힘든 상태였다.

저런 알 수 없는 걸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저걸 따라가면 황성까지는 싸울 일이 없어 보이는 게 마음에 들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모두 밤이니 대답은 하지 말고 경계 태세. 전원 속보로 이동한다!”

변경백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면서 잠시 계획을 다듬었다.

수도에서 번지는 소동은 제국 치안부대로도 못 막을 정도로 번져가는 중이었다.

변경백의 예상과는 좀 다르지만 계획대로 황성에 침입하는 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같이 온 자들은 어차피 버릴 생각으로 돈을 많이 주고 데려왔으니 뒤는 알 바 아니었고.

그러니 황성에만 도착하면 그 후에는 변경백은 알아서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다.

변경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황제는 반드시 네 곁으로 보내 주마. 외롭지 않도록. 아들아.”

***

황성에서는 김검천 말고도 쿠퍼와 샤칸, 루시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황성 내부가 여기저기 부서져 너덜거리는 환경 속에서.

붉은 갑옷 기사가 세 사람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호오, 이것도 피하다니? 제법 즐겁게 만들어 주는 구나.”

쿠퍼는 물론 샤칸, 루시엘마저 상처투성이로 겨우 서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여전히 투지를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샤칸이 붉은 갑옷 기사를 향해 소리쳤다.

“흥, 그런 말을 김검천님 앞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 그 친구 말이군. 하긴 그라면 이긴다고 자신있게 말할 지는 못하겠더군.”

“에헴. 그렇지?”

루시엘이 샤칸의 옆구리를 찔렀다.

“칭찬 받는 건 김검천님인데 왜 당신이 자랑스러워 하는 겁니까?”

“불만 있으면 나중에 드워프 마을로 찾아오십시오. 알겠습니까? 귀쟁이?”

붉은 갑옷 기사가 내심 감탄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저렇게 행동할 여유가 있다니.

김검천이라는 자가 저들에게 있어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손에서 살아남은 뒤의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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