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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79화 (179/250)

179화

말이 끝나자마자 김검천의 오른쪽 눈에서는 빛의 입자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오른쪽 눈에서부터 피어오르던 빛의 입자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불타던 입자는 재처럼 허공을 날아 너울거리다가 파워드슈츠에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눈에서부터 뿜어지던 불꽃은 점차 파워드슈츠로 옮겨붙었다.

황제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지 주춤거리다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먼저 사과부터 하지. 넌 곧 후회하게 될 테니까.”

“무엇을 말이더냐?”

“네 육체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거. 그런 신체라면 널 아프게 다룰 수 밖에 없거든.”

황제가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니까 짐을 처리하기 쉽게 이제와서 본신 능력을 발휘할테니 미안하다는 거냐?”

“두렵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덤비라고 하더니.”

무시당한 느낌을 받은 황제가 고함을 쳤다.

“짐은 이 제국의 지배자이자 절대 권력자! 누가 감히 짐을 두렵게 만들겠는가!”

“날 찾았나?”

김검천이 천천히 한 발을 내디뎠다.

- 쿵.

방금 전까지만 해도 김검천을 으깨버릴 기세였던 황제가 움찔하며 한발 물러섰다.

김검천이 말했다.

“입은 솔직하지 않아도 육체는 솔직하군. 이성 보다는 본능 쪽이 위험한 걸 잘 느껴서일까.”

“짐의 육체가 너를 무서워한다고? 그럴 리가! 짐은 지금 이 세상 최강의 인간이로다!”

“뭐, 생명체의 범위 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난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거든.”

미리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김검천 함장님, 2차 인증 모드는 유지에도 에너지 소모가 많아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김검천이 손을 뻗었다.

파워드슈츠 중앙의 에너지 반응로에서 작은 빛 여러 개가 톡톡 튀어나왔다.

“잠시 잡담할 시간 정도는 있다고 해줘. 대화 없는 세상이라니. 너무 삭막하잖아?”

김검천이 손을 꽉 쥐었다 다시 폈다.

손안에서 날뛰던 작은 빛들은 희미한 모습의 큐브가 되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약식 반입자 큐브.

2차 인증 모드에서 쓸 수 있는 무기 중 하나였다.

위력만큼은 반입자 큐브보다 약하지만 그만큼 빠른 발동과 연속 사용이 가능했다.

김검천이 황제를 향해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우선은 약식 반입자 큐브 맛을 좀 즐겨보도록 하라고. 이른바 전채 요리라는 거지.”

김검천은 약식 반입자 큐브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 팍!

손가락에 한 귀퉁이가 부서지며 약식 반입자 큐브가 황제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황제가 호탕하게 외쳤다.

“하하하!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약하고 느려터진 공격이 짐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 억?”

황제는 중간쯤부터 갑자기 가속을 시작한 약식 반입자 큐브의 돌진에 당황했다.

약식 반입자 큐브가 날아오는 모습은 마치 굶주린 짐승과 같았다.

폭주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던 약식 반입자 큐브는 점점 덩치를 불렸나갔다.

약식 반입자 큐브가 약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

황제는 산도 날려버릴 듯한 가공할 압력을 받는 중이었다.

- 쿠오오오!

약식 반입자 큐브의 압력에 저항하던 황제는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얼굴로 김검천을 보았다.

김검천은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마주 보았고.

황제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짐을! 우습게 보지 마라!”

- 우득.

황제의 육체가 한층 더 크기를 불리며 근육에 핏줄이 섰다.

양팔을 활짝 편 황제가 그보다 훨씬 더 커진 약식 반입자 큐브를 꼭 끌어안았다.

“으오오오!”

황제가 약식 반입자 큐브를 힘껏 짓눌렀다.

약식 반입자 큐브도 지지않고 그대로 황제를 밀어붙였다.

-카카칵!

황제의 발이 약식 반입자 큐브의 힘에 못 이겨 바닥에 박혀 들어갔다.

황제의 두 다리는 바닥에 뚜렷하게 선을 그으며 점차 밀려 나갔다.

황제의 팔과 다리의 근육이 터질 듯이 팽창했다.

약식 반입자 큐브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등은 벌써 바깥쪽 성벽에 닿았다.

이대로는 약식 반입자 큐브가 아니라 떨어져 죽을 판국이었다.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면 김검천의 공격에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황제가 몸을 활처럼 젖히며 약식 반입자 큐브를 죽을힘을 다해 밀어 올렸다.

“짐이 이대로 죽을 것 같으냐! 으아아!”

- 투웅.

약식 반입자 큐브가 하늘 높이 튕겨져 날아갔다.

얼핏 보면 지상에서 떠오르는 유성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황제가 몸을 바로 펴며 크게 웃었다.

“으하하! 보았나? 짐의 육체는 그야말로 초월 존재의 정수나 다름없도다! 억!”

어느새 김검천이 웃고 있는 황제 앞에 나타나 주먹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러게.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그래야 내가 마무리를 짓겠지.”

- 퍽!

김검천이 주먹으로 황제의 머리를 후려쳤다.

황제는 하마터면 바닥에 머리 채로 박힐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그 대가로 다가온 건 김검천이 차올린 발이었다.

- 퍼억!

- 쾅!

복부를 맞은 황제는 그대로 공중에 떠올라 천정에 상체 전부가 박혀버렸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김검천은 황제의 두 발을 다시 잡고 끄집어내리면서 동시에 무릎으로 내려찍었다.

- 텅!

황제가 양손으로 김검천의 무릎을 막아냈다.

막아낸 충격에 두 팔을 부들거리던 황제가 어눌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마… 마갔다!”

“축하해. 넌 나의 다음 공격을 받을 자격이 있어.”

“그…그런 자격 필요 없도다!”

“겸손하기는. 내 성의를 거절하지 마.”

황제가 더 말을 잇기도 전 김검천은 다시 왼쪽 주먹을 날렸다.

더 두들겨 맞을 생각이 없던 황제는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집중했다.

김검천의 힘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건 방금 맞은 걸로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끌다 보면 무슨 방도가 생길지도 몰랐다.

물론 그럴 시간이 있다면 말이다.

공격을 겨우 피해낸 황제였지만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듯 굴었다.

“이 정도로는 어림 없는 것이다!”

“아, 더 세게 맞고 싶었다면 미리 이야기를 하지. 난 상대의 취미를 존중할 줄 알거든?”

황제는 밀려오는 불안한 느낌에 절대 아니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황제의 나쁜 느낌은 정확했다.

김검천은 이제껏 증폭된 파워드 슈츠의 순수한 힘으로 두들겨 팼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김검천은 파워드 슈츠의 기능을 사용할 작정이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김검천은 주먹을 날리면서 짧게 말했다.

“부스터.”

황제는 어떻게든 방어를 하려고 머리는 낮게 숙이고 양팔은 겹쳐서 공격에 대비했다.

- 위잉. 쿠오옹!

김검천의 오른팔에서 노즐이 튀어나오며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고압공기를 가스처럼 점화시켜 폭발시킨 불길이 노즐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불길의 추진력을 얻은 오른팔은 순간적으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였다.

황제는 그것을 보며 후회했다.

그냥 때리는 대로 맞을걸.

- 쾅!

주먹이 생명체의 육체에 부딪혔는데 폭발음이 들려왔다.

턱을 두들겨 맞은 황제가 배를 부여잡은 채 공중에 둥실 떴다.

김검천이 살짝 몸을 띄우며 황제의 머리를 향해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끝부분의 장갑이 활짝 열리며 총구가 나타났다.

“지건.”

- 타타타타타탁!

손가락 끝에서 발사된 무수한 탄환이 황제의 얼굴을 뒤덮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자잘한 고통이 끊임없이 머리를 엄습했다.

모기 무리가 1초당 100번 이상 무는 느낌.

“으아앙아악!”

황제가 어떻게든 고통의 파도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비 꼬는데 김검천이 얼굴을 잡았다.

얼굴을 잡고 있는 손은 빛나고 있었다.

“영거리 실드 입자포.”

- 치치칙--! 쾅!

실드 에너지를 응축한 실드 입자포가 아낌없이 황제를 향해 쏘아져 내렸다.

제대로 공격당한 황제는 김검천의 손안에 잡힌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검천은 경련을 일으키는 황제를 살펴보았다.

“이게 끝인가. 섭섭한데.”

“으아악! 김검천!”

황제가 고개를 쳐들더니 그 입으로부터 음파 공격이 터져 나왔다.

실드를 치기에도 애매한 거리였기에 김검천은 그대로 황제를 집어 던졌다.

지면을 파고 들며 구르던 황제는 비틀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살이 뭉개진 상태지만 아직 움직일 힘이 남아 있는 것이다.

김검천이 조금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끈질긴 것 하나는 인정해야겠네. 능력으로 생명력이 강화된 건가.”

황제는 한때는 자랑스러웠던 단단한 몸이 지금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이런 고통까지 겪으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황제가 원하는 삶은 남의 고통과 비명으로 채워져야 했다.

그건 자신이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황제가 생각한 건 실제로 이루어져야 했던 일이었다.

상대가 김검천이라는 게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 되버렸을 뿐.

황제가 김검천을 보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오지 마, 오지 마라!”

“네가 그러니 더 하고 싶은데?”

황제는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만 벗어난다면 그 뒤는 친위 기사들과 제국군들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평상시의 황제라면 이런 생각은 하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어떻게든 김검천으로부터 살아남고 싶었다.

제국민들은 물론 다른 종족의 생명까지 제물로 바치면서 더 살고 싶었던 황제 아닌가.

이대로 당하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게 아닌 것이다.

현재 황제가 있는 곳은 10여 미터 높이의 계층.

뛰어 내려서 도망을 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다가는 죽기에 딱 좋을 거 같았다.

육체가 강화된만큼 떨어져 죽을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

뛰어내리면 잠시나마 황제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김검천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몸이 되는 것이다.

전력으로 방어했을 때도 죽을 뻔했는데 공중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죽고 싶다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래서 아까 전에도 추락하는 것만큼은 결사적으로 막아낸 것이었고.

- 위잉.

황제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김검천은 광선검을 꺼내 들었다.

광선검의 손잡이로 해방된 에너지 반응로의 에너지가 밀려들었다.

광선검도 2차 인증 모드 시 개방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마무리 시간이야.”

“기다려라! 짐은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되는 몸이다! 인간은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

“거기서 너 같은 자는 제외해야 한다는 말을 잊은 것 같은데.”

“아니, 넌 모른다. 이 세상의 진실을!”

“그 진실이라는 게 뭐지?”

“사람이라고 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가짜에 불과해. 짐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인 것이지!”

“너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잘못된 거 같은데?”

광선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칼날이 점차 크고 두꺼워져 갔다.

황제는 도망가지도 싸우지도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김검천의 시야에 리에와 세이야, 황태자가 들어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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