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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84화 (184/250)

184화

[2차 인증 개방. 에너지 반응로 에너지 집중.]

김검천의 한쪽 눈에서 새어 나온 빛 입자가 너울거리며 가슴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다시 가슴의 에너지 반응로에서 뿜어진 빛과 마주쳤다.

빛과 빛이 마주치자 불꽃같이 기세를 불리며 파워드슈츠 전체로 번져나갔다.

[2차 인증 개방에 따른 에너지 풀차지 중. 파워드슈츠 각 파츠 형태 조정 중.]

“얼마나 걸리지?”

[약 600초가량입니다.]

“수도 내 생존자들이 3단계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은?”

[개체마다 차이가 많아서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 표본에 대해 최대한의 시간을 계산하면?”

[정상적인 경우 2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입니다.]

김검천이 맡아야 할 범위를 흝어 보았다.

수도는 수십 만명이 살 정도로 넓은 지역.

황성을 포함한 3단계 범위는 수도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게 김검천이 무리해서 막을 수 있는 범위였고.

“그 정도 시간으로 남은 사람들이 모두 3단계 범위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니.”

[생존자들의 분포도를 보니 모두 5단계 범위에 집중되어 있어서입니다.]

“황제가 명령을 내렸을 때 생존자들을 황성 쪽으로 모이라고 암시라도 주었던 건가.”

[가능성은 높습니다. 대회장에서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은 후 능력을 사용했으니까요.]

“뭐, 한 명씩 이야기하는 것보다야 다 모아놓고 말하는 게 편하긴 하겠지.”

김검천과 미리내의 말대로 황제는 황성으로 수도 사람들을 다 모아놓으려고 했다.

황성에 모여들면 명령을 내려서 블러드 타워에서 다루기 쉽게 만들어 보낼 작정이었다.

그만한 사람들이니 혈석으로 만드는데 반항이라고 하면 곤란할 테니까.

그렇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와서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쉽게 돼버린 것이다.

[황제가 잘한 일도 있군요. 김검천 함장님이 하시려는 행동에 마지막 도움이 되었네요.]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네. 황제가 스스로 모순적인 행동을 보인 것처럼.”

황제는 세상과 인간을 위한다며 움직였다.

정작 그가 행한 것들은 사람들을 죽이려고 드는 것뿐이었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수도의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황제는 단순히 미쳐서 이런 일을 벌일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그거는 황제가 알겠지요. 그것보다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김검천은 타의로 인해 서서히 밝아져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메테오 스웜이 본격적으로 발동되려는가 보군. 당장 움직일 수 없는 건 답답한데.”

[에너지 풀차지 중에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공격이 임박한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걸 감수하고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2차 인증에 이어 에너지 풀차지는 급속한 이동을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었다.

수도가 넓은 만큼 그 범위를 포함하려면 일반적인 이동 속도로는 불가능 한 것이다.

그리고 김검천은 잠깐이라면 움직이지는 못해도 그 간격을 메울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김검천은 침착하게 물었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것 어쩔 수 없지. 다른 무기 시스템은?”

[에너지 충전 중이라 에너지 관련 무기 외에는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잠시 방어하는 데는 그걸로도 충분해. 파워드슈츠 전방위 개방. 실탄 위주로.”

- 타타타탁탁.

김검천의 어깨 위로 은빛 광채가 서리더니 숄더 캐논이 형성되었다.

다른 어깨로는 미사일이 튀어 나왔다.

김검천이 들어 올린 양팔에서는 손가락 끝쪽이 개방되면서 지건이 발사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워드슈츠의 팔 부근 장갑이 뾰족한 가시처럼 일어났다.

장갑 안으로는 양쪽 모두 주먹만 한 구슬이 6개씩, 총 12개가 들어가 있었다.

[안전장치 해제. 미사일 사정거리까지 앞으로 10,9,….]

미리내가 굳이 안 알려줘도 될 것 같았다.

검고 어두운 구름을 뚫고 운석 하나가 붉게 타오르며 떨어져 내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수십 개의 운석이 앞을 다투어 수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제까지 수도에 떨어진 운석은 고작해야 10개도 안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건 미리내와 연계한 김검천이 더 잘 알았다.

저 운석 뒤로 다시 수백 개의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에 존재하는 건 생명체뿐만 아니라 피어나는 꽃 한 송이마저도 다 불태워 버릴 듯이.

“경로 예측! 떨어져 내리는 운석과 떨어져 내릴 운석 전부 다!”

- 지잉, 지잉, 지잉.

김검천은 눈 앞에 펼쳐진 홀로그램에 잡힌 운석 덩어리를 빠르게 눈으로 훑으며 외쳤다.

“전탄 발사!”

-푸슁, 콰콰쾅! 타타타타타탁! 위이잉.

실탄 무기 중에서는 사정거리가 가장 긴 미사일이 먼저 발사되었다.

그 뒤를 이어 중거리를 담당하는 숄더 캐논이 쉴 사이 없이 포문에서 불을 뿜었다.

미사일과 폭탄의 세례를 벗어나 근거리에 접어든 운석이나 파편들은 지건 담당이었다.

운석 하나 정도는 원거리 무기 3종 세트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수십 개의 운석부터는 한둘씩 그 포위망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막아낼 무기도 이미 배치되어 있었다.

같이 쏘아진 팔부근 장갑 속에 잠들어 있던 주먹만 한 구슬이 수도 상공에 떠 있는 것이다.

12개의 구슬만으로는 그 넓은 범위를 다 막아낼 수 없는 듯 보였지만.

구슬 사이로 운석이 그대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허공의 홀로그램에 비친 운석들을 보며 김검천은 담담하게 지시를 내렸다.

“천뢰 발동.”

[초소형 관통 전술핵 천뢰天雷. 발사.]

천뢰라고 불린 구슬로부터 길고 가는 금속 드릴 모양의 피뢰침이 뻗어져 나왔다.

이어 운석의 예상 추락 경로를 향해 그 길고 가는 피뢰침을 무수히 발사했다.

피뢰침은 드릴처럼 생긴 외형답게 떨어지는 운석 안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운석의 중간 지점에 다다랐을 때 핵폭발을 일으켰다.

- 고오오옹.

핵폭발로 부서진 운석 잔해들은 지건에서 발사된 무수한 탄환의 그물에 걸려 사라졌다.

천뢰는 그러고도 잔탄이 남아 아직 하늘에서 그 위세를 뽐내고 있었다.

[천뢰의 발동으로 수십 개의 운석은 이미 다 처리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수백 개의 운석일 뿐인가?”

[그게 지금까지 떨어진 것보다 더 많이 남았지만요.]

에너지 풀차지까지 앞으로 60초가량.

천뢰가 남은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어 줄 걸로 보였다.

미리내가 새로 보고한 내용만 아니라면.

[김검천 함장님.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3단계 범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직까지 못 들어온 자들이 있다니?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 그 집단 내에 서로 다툼이 벌어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는 건가.”

[문제가 되는 한쪽의 대화 내용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부탁해.”

미리내가 대화 내용을 간단히 정리했다.

[한쪽이 여기서 죽는 게 초월 존재를 위한 일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중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이라 초월 존재를 찾는 건 그렇다 치고 왜 죽겠다는 거지?”

[이번 사태로 재산 등을 모두 잃어서 살아갈 희망이 없어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겠다는 건가. 다른 쪽은?”

[같은 처지에 놓였지만 살아남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똑같은 처지에 놓였더라도 사람들은 각각 다르지. 마지막에 가서 의견이 달라진 거였군.”

[그냥 버리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생명체는 무엇보다도 자기 생명이 중요할 텐데.”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미리내의 말이 정론이긴 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일도 사람이라는 존재 앞에서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나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야.”

[그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래서는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냥 놔두자는 건가?”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건 그래. 죽을 작정을 한 사람들에게 그냥 설득하는 건 바보짓이겠지.”

멈춰 있는 사람들은 수백 명에 달했다.

김검천이 한명 씩 데려다 옮기다가는 수도에 운석이 떨어지는 걸 막지 못할 것이었다.

수백 명을 살리려다 수십 만 명을 죽이게 생길지도 몰랐다.

그리고 김검천은 무엇보다도 일행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평범하게 설득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미리내.”

[예. 김검천 함장님. 명령을.]

“네가 초월 존재 역할을 좀 해줘야겠다.”

[네?]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당황하는 미리내의 얼굴이 김검천의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다.

“너도 놀랄 줄 아네.”

[사고 패턴을 벗어난 명령이라 그렇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미리내의 말에 김검천이 빠르게 답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저러고 있는 자들이야. 힘으로는 강제하는 건 별 의미 없지.”

[김검천님이 원하시는 바와도 맞지 않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검천이 미리내가 해야 할 일을 간단히 알려주었다.

“어때?”

[그런 걸로 저들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저들만 이해되면 그만이니까. 일단 해보면 알겠지.”

[에너지 소모가 아깝긴 합니다만 명령에 따라 13D 홀로그램 기동. 배경 효과 추가합니다.]

“음향도 부탁해. 레퀴엠 같은 걸로.”

- 두둥.

냉혹한 별만이 떨어져 내리던 하늘로부터 중계형 드론에 의해 진혼곡이 울려 퍼졌다.

죽느니 사느니 다투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 보았다.

작은 소음만 들려도 경계하는 판국인데 음악 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온다니.

주의를 끈 게 확실해지자 김검천의 등 뒤로부터 빛의 입자가 모였다.

그 빛은 미리내가 되어 그녀의 모습을 점차 뚜렷하게 만들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가 밤하늘을 가리었다.

그리고 인간을 초월한 그녀의 외모.

이마와 눈에 빛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기에 누가 봐도 평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

하늘을 올려 본 모든 사람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미리내를 바라보았다.

미리내의 모습은 점점 커져 수도를 덮을 정도로 거대화되었다.

- 딱.

김검천이 손가락을 튕겼다.

미리내의 주변으로 검은 밤하늘이 아닌 광활한 푸른 대지의 모습이 펼쳐졌다.

혼이 나간 듯 멍하니 보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미리내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오오, 초월 존재시여! 불쌍한 저희들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셨나이까!”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가 끝내줬다.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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