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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88화 (188/250)

188화

마도왕국에서 온 마법사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자리에서 워스덤을 볼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워스덤? 제국을 떠난 게 아니었나?”

워스덤이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물론 황제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었지.”

“그런데 어째서 이 자리에?”

“고르바 탑주가 이 몸을 죽이기 위해 손을 쓰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도플갱어의 보고에 의해 고르바 탑주는 워스덤이 황제에게 불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황제의 적이라면 같은 마법사인 자신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한 탑주였다.

그 와중에 다른 마법사들처럼 워스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제안했다.

마도 왕국과 고대 대마법, 메테오 스웜이나 세계의 진리 같은 금단의 지식들에 관련해서.

자신들은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듯이.

워스덤은 마도왕국이 뭘 하려는지 알게 되었다.

마도왕국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마법사인 워스덤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제국인으로서의 워스덤에게 있어서는 나쁜 일이었다.

워스덤은 자기 자신의 욕심만 챙기는 마도왕국의 마법사들과 달랐다.

예전 황제의 권유도 거절한 적도 있는 워스덤인 것이다.

워스덤의 말을 들은 마법사들이 깜짝 놀랐다.

“마법사가 마법사를 죽이려 들다니? 말도 안 돼!”

워스덤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를 보듯이 그들을 응시했다.

“마법사를 죽이는 건 이상한데 마법사가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건 아무렇지도 않나?”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었다.

그들을 외면한 워스덤이 움직였다.

먼저 김검천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황태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 제가 있는데 저들에게 굳이 정보를 더 들으실 필요가 있으신지요?”

“자네를 믿기는 하지만 이런 중요한 건에 대해서 정보를 교차 검증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얼마 전 저택에 비밀리에 방문한 워스덤의 말과 오늘 방문한 마법사들의 말은 일치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거기에 모순이 발생하는 법.

죽이려는 자와 죽임을 당할 뻔한 자의 말이 같다면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약간이라도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황태자가 싸늘한 눈초리로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마법사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불길한 느낌이 든 뾰족코 마법사가 소리쳤다.

“우… 우리들은 마도왕국의 마법사들이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마도왕국과 전쟁이다!”

“전쟁이라.”

황태자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정보를 듣기 위해 잠시 이들을 만나 준 것뿐이었다.

순순히 제국을 들어다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마도 왕국의 기습 공격에 이유도 모른 채 죽을 뻔한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자들은 아직까지 무슨 낯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황태자가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우리는 전쟁중이지 않은가? 심지어 선전포고도 없이 먼저 건드렸고.”

“그건 높으신 분들이 저지른 거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관계 없는 일이야!”

“아까 전 위협 할 때만 해도 그런 기색은 전혀 안 보이더군. 여봐라! 누구 없느냐!”

기다리던 친위 기사들이 들어와 마법사들을 포위한 채 명령을 기다렸다.

“예! 황태자 전하!”

“이들을 황성 지하 진실의 방에 흐르는 적계천으로 데려가라. 이들이 거짓 정보를 말하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면 무사히 살아남겠지.”

황성은 지금 붕괴된 상태.

그래도 기반 자체는 날아가지는 않아 지하 시설 쪽은 아직 사용 가능한 곳이 남아 있었다.

특히 음습하고 불유쾌하기 짝이 없는 목적을 위한 것들은.

여기 있는 마법사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덩치가 큰 근육질의 친위 기사 한명이 떨고 있는 마법사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정보를 토해내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죽여 달라고만 하지 말라고.”

제국이 흘린 피의 일부는 이들의 것으로 갚을 예정인 것이다.

마법사들 중 한 명이 친위 기사의 살인적 미소를 보고 눈을 뒤집고 기절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그를 보고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으니까.

황태자의 명령은 비정한 것이었다.

황태자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할 뿐.

마법사들이 친위 기사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가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허나 황태자는 끌려나가는 마법사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사라지자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머리를 짚던 황태자가 워스덤에게 말했다.

“워스덤. 기껏 왔는데 미안하지만 좀 쉬고 싶군.”

“괜찮습니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들과 급한 정보는 이미 말해 드렸으니까요.”

“혹시 본인이 모르는 부분은 김검천에게 말해도 된다. 나중에 김검천에게 들으면 될테니.”

김검천이 피곤해 보이는 황태자의 어깨를 슬쩍 주물러 주었다.

“내가 요점만 간추려 들려줘야 하나?”

“으어어, 시원하다. 음… 그때는 1줄 요약으로 부탁하지.”

“뭐, 이번만큼은 봐주도록 하지. 너도 피곤할 테니. 나도 워스덤에게 물을 것이 있고.”

김검천이 워스덤을 바라보았다.

워스덤은 처음 김검천을 만난 것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이렇게 마주 보고 있자니 쿠퍼와 같이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황제를 독대할 때보다도 더한 위압감과 함께.

김검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국 삼현자라고 할 정도니 많이 알고 있을 것 같군요.”

황태자와도 격의 없이 지내는 김검천이었다.

워스덤은 과거와 달리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

“편하게 이야기 해주지요. 그게 저에게 좋습니다.”

“그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지요. 이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모르겠군.”

“굳이 말하자면 이 세상에 대해서 가장 알고 싶은 자들이 바로 마법사이긴 합니다.”

“어떤 식으로?”

“마법에 대해 깊이 파고들수록 세상과 세상에 대한 진리에 대해 알아야 하거든요.”

김검천이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답은 나왔소?”

“사람의 한계가 정해져 있으니 불가능한 일. 마법사는 그걸 알면서도 달려들 정도로 지식 탐구에 탐욕스러운 면이 있고요.”

“듣다 보니 예전에 본 드워프들이 생각나는군.”

워스덤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차이는 있습니다. 드워프는 존재하는 걸 다루니까요.”

“그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을 상대한다는 건가. 마법사와는 달리.”

“세계의 진리에는 한계가 없거든요. 마법사라는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클 정도로.”

크기가 정해져 있는 용기에 더 큰 것을 집어넣는다면.

마법사라는 이름의 그릇은 금이 갈 테고 날이 갈수록 부서져나가다 결국 망가질 것이다.

“자기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미쳐 버린다고 들리는군.”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고위 마법사일수록 정신세계가 이상한 자들이 많기는 합니다.”

워스덤을 살펴보고 싶은 욕구가 피어오를 만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대답한 워스덤도 마스터 매지션에 도달한 고위 마법사였으니까.

워스덤도 그런 김검천의 의문을 느낀 모양이었다.

“저는 어떨까 생각이 드시는 겁니까?”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그러면 이러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제가 김검천님 일행에 합류해도 되겠습니까?”

“위험한 자는 멀리 두는 것보다 곁에 두고 관찰하는 게 좋다는 말인가.”

“바로 그겁니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원하시는 대로 부리셔도 좋습니다.”

마스터 매지션이 김검천의 말대로 따르겠다는 건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워스덤은 제국 삼현자라고 불릴 정도의 인물.

만일을 위해 황태자의 옆에 있는 게 나을지 몰랐다.

그런 망설임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황태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미 이야기한 사항이야. 네 마음대로 해.”

“그래도 되나?”

“워스덤은 너와 동행하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까. 고대의 대마법을 막으려면.”

이건 황태자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마도왕국이란 국가 명칭마저도 방금 전 마법사들에게 처음 들었다.

적들의 마탑은커녕 아직 마도왕국의 위치마저 제대로 파악 못 한 상황.

이런 상황에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제국군을 밀어 넣을 수도 없었다.

언제 제국 수도가 다시 공격받을지 모른다면 더더욱.

이미 수도를 복구하는 데도 사람과 돈은 물론 시간마저 갈려나가고 있었다.

황태자라고 해도 제국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믿을만한 건 김검천과 그 일행밖에 없었다.

황태자의 말을 들은 김검천이 손을 내밀었다.

황태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황태자의 신임을 얻은 자여.”

“이제 일을 시키려면 그만한 보답이 있어야겠지?”

“후, 물론 그건 아니지. 무료 봉사는 드높은 제국법에 어긋난다고.”

“황태자가 법을 따지다니. 옳게 된 제국이군.”

“예전에는 그걸로 이 몸도 다른 대귀족들을 상대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거든. 여기.”

황태자가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동그란 패 하나를 김검천 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황태자의 증표지. 제국 내에서는 뭘하든 이거 하나면 된다.”

“이걸 사용해 제국민들을 뜯어 먹으라는 건 아니겠지.”

“오히려 좋아할 건데?”

“수탈당하는 걸?”

“아니, 그걸 쓰면 외상으로 기록한 후 나중에 이쪽으로 청구하러 온다고.”

“변경백에게 받은 것과 비슷한 것이군. 이게 더 나아 보이지만.”

“착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도록 해.”

“까불면 안 받는 수가 있다?”

“…제발 받아 주면 안 될까? 사실 현금으로 주기에는 지금 황실에 돈이 없어서 그래.”

수도 복구에 황실의 재산도 포함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중인 것이다.

황태자의 간청에 김검천이 별수 없다는 듯 증표를 품속에 넣었다.

대신 김검천은 관대하게 황태자에게 자신이 들고 온 물건을 좀 더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김검천이 승낙하자 황태자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대한 대가라도 하기에는 그렇지만 나중에 부를 테니 좀 도와줄 수 있나?”

“받았으니 다시 줘야겠지. 무슨 일이길래?”

황태자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대귀족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아서 그래.”

“수도 사람들은 어떻고?”

“시민들은 이번 위기에서도 황실…아니, 이 몸을 지지하고 있어. 네 덕분이지.”

“나쁘지 않은데. 대귀족만 상대하면 된다는 말이니. 나중에 부르기나 해.”

황태자가 의자에 몸을 눕혀 용건을 끝마쳤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했다.

김검천은 황태자를 놔둔 채 워스덤을 돌아보며 물었다.

“하나 묻지. 왜 내 일행에 들어오고 싶지?”

“그거야 황태자 전하가 허락하신 일이니까요.”

“솔직하게 말 안하면 내 허락은 안 떨어질 거야.”

“개인적으로 김검천님에게 흥미가 생겼거든요.”

김검천이 한 걸음 물러섰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아니라 호기심이 생겨서입니다. 그 강철 골렘같은 것도 있고요.”

“아, 배틀 머신 말인가. 전투에는 못 쓸 정도로 부서져서 황성 옆에 놔두었었지. 그게 왜?”

“아직 그건 모르시는군요. 수도에 외출이라도 하시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외출인가.”

그러고 보니 멀리 떨어진 제국까지 왔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일만 하는 셈이었다.

함선으로 귀환하기 전 잠시 수도를 외출하며 휴식을 취할 필요도 있어 보였다.

다른 일행들을 위해서라도.

“마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추가되어 나쁠 건 없겠지. 그런데 워스덤. 하나 묻지.”

“무엇이든지요.”

김검천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너 정도면 황제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약간이라면요. 이제와서는 과거의 유산인 그의 무엇이 궁금하신 겁니까?”

“사람들을 죽이던 자신을 인간인 것을 강조하는 것. 원래 그런 자였나?”

황제가 미친 것인지.

아니면 뭔가가 그를 미치게 만든 것인지.

김검천은 그것이 궁금했다.

“제가 황제도 아닌데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뭐지?”

“황제는 치료사와 엮여 있었고 그 와중에 뭔가를 알게 됨으로서 미친 짓을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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