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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89화 (189/250)

189화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스하게 빛났다.

모두는 기분 좋은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김검천이 물었다.

“다들 외출 준비 끝났나?”

“예!”

쿠퍼와 루시엘, 샤칸 및 리에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눈가가 시커멓게 죽은 황태자가 그 뒤를 따라나서며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후후, 하늘은 맑고 화창한데 본인의 눈앞은 깜깜하기 그지없군.”

황태자의 말을 집사가 공손하게 받았다.

“당분간은 어쩔 수 없습니다. 황태자 전하가 없으면 제국이 마비되니까요.”

“하지만 작은 아빠로서 리에와 같이 놀러 가고 싶었는데.”

외삼촌이라고 불리는 게 맞겠지만 스스로를 작은 아빠라고 부르는 황태자였다.

리에 같은 귀여운 아이라면 그럴 만했다.

황태자가 서글픈 눈빛으로 리에를 바라보았다.

리에의 곁에 서 있던 쿠퍼가 씨익 웃었다.

“집사님의 말대로 황태자 전하께서는 제국을 위해 일해야 하시는 귀하신 몸이니까요.”

“쿠퍼. 너도 같이 제국에 헌신하지 않겠느냐?”

쿠퍼가 리에의 곁에 바짝 붙으며 자랑하듯이 턱을 세웠다.

“황태자 전하와 달리 다른 사람이 절 대신할 수 있잖습니까. 리에는 저에게 맡기시지요.”

“쿠퍼, 네 녀석이!”

비통한 표정의 황태자가 리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걸 본 리에가 황태자를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황태자가 리에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리에가 나중에 상 줄게요! 열심히 일해요.”

벌써부터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리에였다.

황태자가 흐뭇하게 웃으며 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암! 리에가 이렇게 말하는데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겠지! “

리에는 황태자에게 떨어지자마자 바로 세이야에게 향했다.

황태자가 혼자가 되버린 쿠퍼와 눈이 마주쳤다.

알고 보면 두 사람은 같은 처지였다.

새로 임명된 친위 기사단장이 주변 동료들에게 말했다.

황태자를 기다리다 들은 열심히 일하겠다는 한 마디에 감동한 것이다.

새 친위 기사단장은 눈치가 없었다.

“황태자 전하의 말씀 들었겠지? 우리도 오늘 일할 각오를 단단히 해두라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황태자가 마차에 올라타며 친위 기사단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거다. 적당한 휴식과 일이 적절히 배분되어야 한다.”

친위 기사단장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에게는 황송하신 말씀입니다. 다들! 황태자 전하께서 알아서 일을 하시라고 하신다!”

친위 부기사단장이 얼굴을 돌려 부하들에게 향했다.

“말씀하신 거 들었지? 저는 저녁을 먹은 후에나 집에 돌아가겠습니다.”

선임 친위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저는 업무를 마칠 때 별을 보며 귀가하겠습니다!”

나머지 친위 기사들이 허리를 숙였다.

“윗분들의 모습에 감명받았습니다! 저희들은 내일 새벽에 돌아가 아침에 출근하겠습니다!”

“아니, 너희들이 일찍 돌아가야 이쪽도 빨리 귀가할 수 있는데…”

아니, 이것들이.

황태자는 벌써부터 지쳐 오는 것 같았다.

친위 기사단장이 존경한다는 눈빛으로 황태자를 쳐다보았다.

“황태자 전하, 혹시 저희들에게 하실 다른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아니다… 빨리 황성이나 가자꾸나. 그래야 빨리 돌아오겠지.”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공무를 보는 사람들이 단체로 황성에 단체 숙식을 할 모양새였다.

움직이는 마차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황태자가 김검천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고 있으니 살려달라는 듯한 표정.

그에 대한 응답으로 김검천은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면 수고하십시오. 황태자 전하. 훌륭한 군주는 과로로 사망하는 법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황위에 오르지도 않았거든? 그리고 이럴 때만 존대하지 말라고. 김검천---!”

스스로 내뱉은 말에 잡아먹혀 울부짖는 황태자의 모습에 김검천이 감탄사를 발했다.

“일해라. 황태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군.”

배가 고픈지 뭔가 손에 들고 먹고 있던 샤칸이 물었다.

“인간은 몸에 불을 지르면 보통 죽지 않냐?”

루시엘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샤칸도 그 정도 상식은 가지고 있군요. 훌륭합니다.”

“너 말이야. 드워프를 너무 무시하지 마! 이건 종족 차별이야!”

“전 드워프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샤칸, 당신을 무시할 뿐입니다.”

“흥, 그래야지…아니, 그보다 이 몸도 무시하면 안 되잖아?”

김검천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저런 소리를 할 정도니 확실히 일행들에게는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이동하기 전 김검천은 먼저 일행들에게 간단히 주의를 주었다.

“적어도 3명 이상은 같이 다닐 것. 다들 리에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김검천의 말을 들은 리에가 뺨을 부풀렸다.

“리에는 아이가 아니예요. 혼자서도 잘해요.”

“이건 내가 잘못했군. 그러면 리에가 다른 사람에게 눈을 떼지 말아 줄래?”

“응! 모두를 맡겨 줘요!”

휴식을 하러 외출을 나오기는 했지만 김검천은 방심하지는 않았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마도왕국의 마법사들이 암습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워스덤으로부터 몸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들었기도 하고.

김검천이 들뜬 일행들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함선으로 귀환하기 전 느긋하게 다들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

[경계 모드 발동 중. 만약의 사태라도 손을 쓸 시간 정도는 충분히 있을 겁니다.]

“역시 미리내야. 항상 믿고 있지.”

김검천 일행은 저택을 떠나 돌아다니다 황성 쪽으로 움직였다.

거리를 스쳐 가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겪고도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게 다 김검천이 가능한 빠르게 운석을 파괴한 덕분이었다.

그만큼 수도의 피해 규모가 작아진 것이다.

아예 파괴된 구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주로 성벽 옆 외곽지역에 피해가 발생했다.

그곳은 전투에 관련된 시설과 물자가 위치한 장소였으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또한 황제에 의해 조종당했던 자들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같은 자를 늘리는 게 목적.

물론 마나를 다루는 자들은 세뇌가 안 되는 만큼 심하게 공격을 받기는 했다.

그래도 신체 강화가 가능할 정도의 실력자인 만큼 육체의 회복도 그만큼 빨랐다.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고 재산 피해만 일어난 셈이었다.

그들에 의해서 다친 자는 있어도 죽은 자는 없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세뇌에 당한 전후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상태.

결국 큰 문제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재산을 잃어서 하루 아침에 거리로 몰린 자들에게는 황태자가 나서서 희망을 주었다.

향후 5년간 모든 세금 면제 및 무료 식사와 주거 장소까지.

그들은 다시 잃어버린 재산을 복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 대신 황태자가 그만큼 열심히 일해야 했지만.

괜히 황태자가 힘들다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닌 것이다.

저택을 나서 걷다 보니 황성이 보이는 장소가 나왔다.

오늘 보니 무너진 황성의 잔해는 대부분 치워진 상태였다.

황성 주변에 남아 있는 건 잔해가 아니라 건축 자재.

현장에는 황성을 다시 건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봐! 거기 조심하라고!”

“납기일 안에 황성을 다시 쌓아야 하니 빨리 움직여!”

“황성 뿐만 아니야! 다른 붕괴된 건축물도 손봐야 한다고!”

이런 모습들은 수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어느새 수도는 다시 예전의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 현장 관계자 말고도 황성 주변에 몰려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곳에는 십여 미터는 될듯한 인간 형태를 한 거대한 강철 더미가 주저앉아 있었다.

배틀 머신이 메테오 스웜에 맞아 파괴된 상태로 아직 이곳에 남아 있던 것이다.

사람들이 배틀 머신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세상에. 이렇게 거대한 강철 골렘이라니!”

“누가 이런 거 본 적 있소?”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이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그렇게 떠드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큰 건 로브를 쓴 마법사들이었다.

“훌륭하군요. 누가 이 강철 골렘의 주인일까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 중에서는 가장 큰 놈도 이 강철 골렘의 허리 정도밖에 안 옵니다.”

“오우거 정도 크기가 한계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요?”

“그 이상으로 커지면 마석으로 유지하는 게 효율이 안 나니까요.”

“쩝, 언젠가 이 손으로 상급 마석이나 최상급 마석으로 거대 골렘을 만들어 봤으면.”

“그 날이 오긴 올까요?”

“지금 시비거는 거요? 뭐요?”

“그러면 어쩔거요?”

마법사들이 다투는 사이 샤칸이 김검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봐. 김검천님. 저기 마법사들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먼저 칠까?”

“샤칸, 넌 절대로 먼저 무기를 휘두르지 마라.”

“어째서? 마법사들은 적 아닌가? 우리말고 제국도 공격했잖아.”

“그러고 보니 넌 워스덤이 왔을 때 이야기는 안 듣고 중간에 자러 갔더군.”

샤칸이 활짝 웃었다.

“흥미 없거든. 마법 같은 건 허약한 놈들이나 쓰는 호신술! 그보다 저놈들 어떻게 하지?”

김검천은 워스덤에게 대충이나마 마법사들이 어떻게 나눠져 있는지 들었다.

첫 번째는 제국이나 왕국같이 각 나라에 속해 있는 국가 마법사들을 말했다.

두 번째는 마도왕국, 특정 마탑이 힘을 뭉쳐 이번 일을 주도한 마법사들이었다.

나머지 마법사들은 기타 마탑이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중도 세력이라 불렸다.

최소한 절반 이상의 마법사들이 중도 세력에 속해 있었고.

마도 왕국에 속한 미친 마법사들이 숫자까지 많으면 세상은 이미 뒤집어졌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마법사들 중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는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김검천의 적은 마도왕국의 마법사들이라는 것을.

김검천은 샤칸을 위한 눈높이 한줄 요약을 해주기로 했다.

“쟤들 착한 마법사.”

“쳇, 마법사는 다 나쁜 놈들이 아니었던 거야? 재미없게.”

샤칸이 알아듣게 말하기를 잘한 것 같았다.

이번에 동행하게 될 워스덤도 마법사였다.

샤칸에게 이렇게 알려두지 않으면 워스덤도 때려잡겠다고 나설 지도 몰랐다.

샤칸이 물러나자 이번에는 세이야가 다가왔다.

“김검천님. 저기를 보세요. 배틀 머신이 아직 움직여요.”

세이야의 말대로 아직 배틀 머신의 머리 부분 정도는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배틀 머신의 겉모습만 봐도 전투용으로는 이미 수명이 다한 게 확실했다.

미리내를 통해 상태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정도로 파괴되었으면 전투용으로는 이미 수명이 다했어.”

세이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배틀 머신 같은 강력한 존재가 저렇게 되다니 아까운데요.”

김검천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아까울 게 뭐가 있을까?”

“배틀 머신이잖아요. 마스터 나이트와 마스터 매지션이 힘을 합쳐도 못 이길 존재인데요.”

“배틀 머신은 함선에 아직 많이 남아 있잖아. 망가지면 다른 걸 쓰면 그만이거든.”

“우와왕?”

충격받은 세이야였다.

그러고 보니 격납고에 배틀 머신 수백대가 말 그대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여기 가져온 배틀 머신은 그 중에서 상태가 좋은 걸 하나 가져온 것뿐이었다.

그때 마법사들 중 한 명이 김검천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김검천은 일행들에게 경계 신호를 보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가오는 마법사가 김검천 일행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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