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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96화 (196/250)

196화

물론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렇다면 다른 방면에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필요가 있었다.

워스덤은 그 말만으로도 김검천의 뜻을 알아차렸다.

“혹시 저 차량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마차보다 더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지금까지 마차를 타고 다닌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이야.”

“마차는 마법사와 대장장이 같은 장인들의 기술의 결정체인데 그것보다 빠르다니…”

“마석 같은 것도 꼭 쓸 필요는 없고. 필요하면 보조적으로 쓸 수는 있지만.”

워스덤은 눈을 반짝거렸다.

“과학의 힘이라는 겁니까? 이건 도대체 얼마나 빠른 건지요?”

“잘은 모르지만 2배 이상은 빠를걸.”

“부디 저에게도 그 원리를!”

“세세한 부분까지는 나도 모른다니까.”

“그럴 수가…”

워스덤이 좌절하려는 찰나 김검천이 구원의 말을 던졌다.

“다만 그게 가능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부분은 알려줄 수 있지.”

워스덤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뀐 기분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지만 1을 100으로 늘리는 건 못할 게 없었다.

여태까지 마법도 그렇게 발전해 왔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국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군요.”

“저게 없으면 곤란하니까. 엘프들이 꽤 먼곳에 사는 만큼 이런 교통수단이 꼭 필요하거든.”

인간들끼리도 타인을 챙겨주지 못하는 세상.

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왕국에서도 이종족이 마음 편하게 살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의 힘은 몰라도 종족의 힘으로는 밀리는 만큼 인간 국가와 거리를 두는 건 당연했다.

개인도 아니고 국가 단위로 힘으로 밀어붙이면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물며 엘프는 다른 종족보다 여러모로 인기가 많은 아인들 중 하나였다.

항상 신변의 위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들은 제국을 왕복하는 거리보다도 더 먼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까요.”

“저걸 만드는 데 소비되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이나.”

더구나 이곳에서 파워드슈츠의 보강이라든지 다른 준비도 필요했다.

제국에서 워스덤과 루시엘에게 들은 것으로 걸리는 시간을 이미 추정해보았다.

마물의 숲은 엘프가 가는 곳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있었다.

마차로는 4주 이상이 걸릴 거리.

이제 만들어질 차량이라면 길어도 2주 안으로 주파 가능할 것이다.

뭔가를 생각하던 워스덤이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장거리일수록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저게 얼마나 빨리 완성되는지가 관건이겠군요.”

김검천이 2개의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틀이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움직일 수는 있을걸. 실제로 운용하려면 더 걸리겠지만.”

현재 자동 공정으로 이미 설계도가 입력된 부분만 만들 수 있었다.

부족한 나머지는 쿠퍼와 샤칸, 그리고 워스덤이 채워야 해야 했다.

며칠 후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워스덤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빠르군요. 마탑에서 출시하는 마차는 아무리 빨라도 10배의 시간은 더 필요한데요.”

“여기는 마탑이 아니고 저건 마차가 아니니까.”

“그러면 차량만 바로 완성되면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야. 나도 따로 준비할 게 있으니까.”

잠시 주저하던 워스덤이 물었다.

“딱히 준비할 게 없는 사람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됩니까?”

워스덤의 시선은 무인 장비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목적 무인 차량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샤칸을 향해서.

샤칸은 김검천이 막지만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무인 차량을 향해 달려들려는 모습이었다.

“각진 금속의 윤곽. 금속을 깎는 기계 팔. 정말 멋진 자태야! 당장 달려가 맛보고 싶은데!”

옆에 있던 루시엘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확인하고 싶다는 걸 잘못 말한 거겠지요? 저건 먹는 게 아닙니다.”

“아닌데? 들은 그대로라고. 김검천님! 부디!”

애타는 눈빛만큼 몸도 달아오른 샤칸이었다.

더 기다리게 하다가는 다목적 무인 차량이 샤칸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김검천이 승낙의 뜻을 보이며 자동 공장을 조정했다.

“먹어치우지만 않는다면. 오늘은 저기만 동작하게 제어해 두지. 진입해도 괜찮을 거야.”

“우오! 신난다!”

신나서 달려가는 샤칸의 뒤를 따라 워스덤도 따라갔다.

“오오, 새로운 지식이 이 몸을 기다리는구나!”

김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잘 맞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김검천은 그 둘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루시엘에게 말을 걸었다.

“루시엘.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워스덤이 말한 엘프들에 대해서.”

“제가 아는 거라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이유가 궁금해서 그래.”

루시엘이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혹시 곤란한 거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니니까.”

“아닙니다. 그저 제가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전해 드릴 수 있나 몰라서 그랬습니다.”

“같은 엘프인데도?”

“기본적인 건 몰라도 사는 지역과 생활 방식에 따라 행동 양식이 달라지니까요.”

김검천은 21세기 무렵의 지구를 떠올렸다.

지금은 지구가 통합되어 신경쓰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각 대륙 별로도 차이가 많이 났었다.

그걸 생각한다면 루시엘이 말하는 걸 알만 했다.

“엘프도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군.”

인간은 아니라지만 엘프도 자신만의 고유 특성과 관습을 가진 지적 존재.

지성체가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했다.

루시엘인 김검천의 말에 동의했다.

주로 부정적인 부분 쪽에서.

“그런 점은 인간을 안 닮았으면 하지만요.”

“미묘하게 들리는데 우리가 만나러 갈 엘프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한 마디로 드워프를 상대할 때보다도 더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할 말은 많지만 이 정도만 말하고 싶다는 얼굴이었다.

김검천은 만난 순간부터 망치를 들고 덤비던 드워프들을 떠올렸다.

그들보다도 심하다니.

“예상외로군. 루시엘을 보면 엘프들이라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항상 예의 바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루시엘 아닌가.

샤칸과의 일만 뺀다면.

루시엘이 씁쓸하게 웃었다.

“저는 인간 사회를 떠도는 엘프. 그들처럼 외부와 교류가 없는 엘프들과는 다릅니다.”

“그 엘프들은 고립되고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건가.”

“인간들을 멀리하고 고립 생활을 하는 게 낫다고 선택한 엘프들이니까요.”

“한 마디로 닫힌 사회라는 거군. 그들만의 규칙으로 유지되는.”

“엘프들마저도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겠지요. 그러니 이런 엘프도 나오는 걸 테고요.”

루시엘이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김검천에게 보여주었다.

루시엘은 평소 마나로 활을 쓸 수 있기에 화살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런 루시엘이 가지고 다니는 화살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검천은 이 화살이 무엇인지 기억해 냈다.

“예전 자유의 마을에서 세이야가 발견한 화살인가?”

“그걸 기억하고 계시군요.”

“루시엘이 뭔가를 원하는 건 드문 일이었으니까. 이게 그들과 관련이 있나?”

루시엘이 화살의 끝, 화살 깃 부분을 가리켰다.

부드러운 감촉뿐만 아니라 누르면 탄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화살이 과녁에 박히게 도와주는 역할에 최적화된 모양.

“이 화살대는 제국과 왕국, 어디에도 자라지 않은 나무의 재질, 그리고 화살 깃은…”

루시엘이 화살 깃을 어루만졌다.

“엘프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디 엘프인지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이 화살을 가지고 다녔던 건가?”

“예측에 불과하지만 마을을 벗어난 엘프는 죽었겠지요. 죽어서 이걸 남겼고요.”

“일종의 유품이로군.”

“죽은 자의 온기가 남아 있는 거지요. 이번 기회에 간다면 이것도 돌려주려고 합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인상이 좋아서 나쁠 건 없지. 드워프 때처럼 그들과 싸우는 일은 없으면 하는군.”

김검천은 화살을 만지는 루시엘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마도 왕국으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평안한 나날이 지속되었으면 했다.

이런 막연한 기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슬펐다.

불안한 느낌과는 다르게.

***

“키에엑!”

- 푸쉭.

보라색으로 물든 고블린 한 마리가 바닥에 고개를 박았다.

쓰러진 고블린 주위로는 열 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죽어 있는 게 보였다.

마물의 숲 안에서 사는 마을 사람 한 명이 죽창으로 다른 고블린을 찌르며 투덜거렸다.

“이놈의 고블린. 어디서 이렇게 계속 튀어나오는지 끝이 없네. 황금 고블린도 아니고.”

동행한 마을 사람 10명과 함께.

마을 사람이라고 해도 마물의 숲에서 사는 만큼 전투력만큼은 병사 정도는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니 비슷한 숫자의 고블린은 상대가 안 되었다.

마물의 숲에서 버틴 세월만큼 고블린을 많이 상대했으니 익숙한 이유도 있었고.

옆에 있던 동료가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러니 마물의 숲이지.”

“차라리 고블린의 숲이라고 하던가.”

“쓸데없는 소리를. 만난 게 고블린이니 다행이지. 오크나 트롤이었으면 큰일이었어.”

“실제로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잖아.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나?”

“너는 언젠가 그 입 때문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동료가 짜증 난다는 듯 마을 사람을 밀었다.

밀린 마을 사람이 비틀거리면서도 실실 웃었다.

“그러면 그전까지라도 더 열심히 입을 놀려야겠군.”

“재수 없게. 그건 그렇고 이 고블린들은 이 근처에 없던 놈들 같은데.”

“하하, 얼마나 고블린을 많이 잡았으면 놈들의 얼굴까지 구별할 정도야?”

“너라고 못 할거 같냐? 아무튼 이상하다고.”

“알 게 뭐야. 기왕 잡았으니 놈들로부터 마석이나 찾아봐. 아마 안 보이겠지만.”

“안 그래도 요즘 마석이 안 나오는 데다가 많이 추워져서 살기 힘들단 말이지.”

고블린으로부터 마석을 채취하던 사람들이 한 둘씩 일어났다.

“넌 어때?”

“아무것도. 넌?”

“이쪽도. 젠장. 열 마리가 넘는데 마석 하나 안 나오네.”

“요즘 이세계가 저주라도 받은 거 아냐?”

- 후우.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에 입김을 불었다.

“날씨는 점점 추워져 가는데 비축해둔 건 하나도 없고.”

“이러다 세상이 멸망이라도 하는 거 아니냐.”

“그러던가. 그 전에 네가 먼저 죽겠지만. 그런데 들었어?”

“밑도 끝도 없네. 무슨 이야기를?”

“근래 소문으로 자주 듣는 이름 말이야. 김검천이라고 못 들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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