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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97화 (197/250)

197화

마물의 숲에 산다고 해도 다른 곳의 소문을 못 듣는 것도 아니었다.

숲 안에 자유의 마을 같은 곳도 있었으니.

심지어 그 소문의 근원지가 마물의 숲 안으로부터 발현된 존재라면 더욱더.

“그거? 들은 소문의 절반만 진실이라도 그 사람은 한 손으로 초월 존재마저 때려잡겠던데?”

“진짜 있다면 말이지. 그런 힘이 있으면 정말 좋겠을텐데.”

그들이 김검천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화제를 꺼내들려는 참이었다.

- 부스럭.

한쪽 구석의 수풀이 흔들렸다.

사람들은 잠시 흠칫했다.

곧바로 주위에 떨군 몽둥이와 죽창을 들고 서로 등을 대고 한 곳으로 뭉쳤지만.

마물의 숲에서는 자신과 동료 외에는 모두가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계부터 하는 게 생존하는 데 유리했다.

이런 곳에서 버티다보면 익숙하고 싶지 않아도 익숙해지게 되는 일인 것이다.

뭐가 나타날지 몰라 긴장한 사람들 앞에 허리에 닿을까 말락 하는 작은 괴물이 나타났다.

로브 밖으로 드러난 초록색 피부의 손.

초록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고블린이라는 건 확실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마을 사람은 피식 웃었다.

“뭐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도 나타날 줄 알고 놀랐네. 또 고블린이야?”

“이거 신기하지 않아? 마법사처럼 로브를 뒤집어쓴 고블린이라니.”

“어딘가에서 주운 걸 입은 거겠지. 저따위가 마법사는 무슨 마법사야.”

그 말을 들은 로브를 입은 고블린의 눈빛이 변했다.

그 변화를 알 리가 없는 마을 사람은 고블린의 피로 물든 보라색 죽창을 들고 다가갔다

동료가 주의를 시켰다.

“조심해. 제대로 의복을 갖춰 입은 걸 보면 고블린의 변종인지도 몰라. 의외로 강할지도.”

“흥, 그래봤자 고블린이겠지.”

고블린이 아무리 강해 보았자 종족 자체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트롤처럼 재생력이 높거나 오우거처럼 힘이 강하지는 않았다.

어떤 부분을 봐도 사람보다는 약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에 찬 얼굴로 마을 사람은 로브의 고블린에게 다가섰다.

그 자신감에 찬 얼굴은 잠깐뿐이었다.

고블린 머리 위로 사람 머리만 한 불꽃의 구체가 떠오를 때까지였으니까.

“어…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급 마법사부터나 쓸 수 있다는 불 계통 광역마법, 화염구가 펼쳐진 것이다.

모두가 상상도 못 한 일에 멍한 얼굴로 보고 있는데 고블린이 마법을 발동했다.

“작렬하라. 주변을 태우는 불꽃의 공, 화염구여.”

- 화륵.

화염구는 마을 사람을 스치고 지나쳤다.

스쳤을 뿐이나 마을 사람의 얼굴은 화상이라도 입은 듯 화끈거렸다.

그가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화염구는 뒤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직격했다.

애초에 고블린은 마을 사람이 아니라 한데 모여 있던 사람들을 노렸던 것이다.

- 쾅!

“아악!”

화염구는 스쳐간 마을 사람 한 명을 남긴 채 나머지 사람들을 죽여버렸다.

마을 사람의 바지가 풍겨오는 메케한 냄새를 맡을수록 축축하게 젖어갔다.

로브의 고블린이 마을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와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밀려들었다.

바지가 젖은 느낌은 신경도 못 쓸 정도로.

마을 사람은 자신의 반도 안 되는 고블린을 향해 마구 두 손을 내저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 괴물아!”

“괴물이라.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짜증 나는군.”

다가오던 고블린의 시선이 죽어 있는 사람들을 향했다.

그러자 얼굴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눈이 커지고 코가 작아지며 피부색이 변해갔다.

쳐다보던 마을 사람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저게…뭐야…”

고블린이었던 것의 얼굴은 이제는 보다 사람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은 지금 그것의 모습이 더욱 무서웠다.

지금 괴물은 화염구에 맞아 죽어버린 동료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고블린의 정체는 제국 수도에서 마법사들에게 연락을 받고 쫓아온 도플갱어였다.

마법과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추격하던 끝에 김검천의 행적을 놓쳤다.

주변의 괴물의 눈에 띄지 않게 작은 고블린으로 의태해서 마물의 숲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다 김검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1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도망이라도 가면 곤란했다.

김검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입만으로도 충분했고.

그 결과 한 명을 뺀 다른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도플갱어의 입가라고 생각된 부근이 흔들렸다.

“도플갱어 처음 보나? 아, 이제는 아니겠군.”

눈앞에 살아 있는 사람을 두고 괜히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이한 것이 아니었다.

도플갱어는 얼굴을 변이하면 상대방에 대한 살의에 젖어 드는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는 세상을 통틀어 혼자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게 괴물이라고 불리는 도플갱어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이 노란 물이 흥건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살려주십시오!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래주면 고맙지. 그러고 보니 아까 김검천이라는 이름을 들었는데. 아는 게 뭐지?”

말만 잘하면 살아날 길이 있을지도 몰랐다.

고개를 든 흙투성이의 얼굴로 마을 사람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도 떠도는 소문을 들은 것뿐입니다! 이 김검천은 왕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마을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김검천에 대한 걸 모두 말했다.

도플갱어가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도플갱어가 눈살을 찌푸렸다.

“읔, 이게 전부? 너희들이 대화하며 말하던 것과 별 차이가 없군.”

마을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이것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부디!”

“별수 없군. 알았다.”

“그러면?”

도플갱어가 마을 사람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을 사람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도플갱어의 얼굴이 주무르는 진흙처럼 변해가는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

고블린 같던 도플갱어의 신체도 점차 커져 성인 남자의 신장에 가까워졌다.

“생각해보니 김검천에 대한 소문을 입수하는 데는 고블린보다 인간의 모습이 낫겠지.”

도플갱어로서는 매번 해오던 행동이었다.

마을 사람에게는 처음 겪는 공포스러운 일이었지만.

눈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목격했다.

코앞에서 자기의 신체를 발견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공포심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마을 사람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넌 뭐야! 넌 뭐냐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경외의 대상일 수도 있었다.

적어도 괴물이 본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않는다면.

도플갱어가 뱀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보고도 모르겠나? 이 몸은 바로 너잖아. 너, 너, 너!”

“아니야, 아니야. 살려줘! 살려줘!”

마을 사람이 두 손과 두 다리를 이용해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움직여 보아도 도플갱어가 걷는 속도보다 느렸다.

결국 완전히 마을 사람의 모습으로 변이한 도플갱어가 마을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두 명이나 있으면 곤란한 법이지.”

“그게 무슨 말이냐? 같은 사람일리 없어! 본인이 진짜라고!”

“그렇다고 해두지. 넌 사람, 이 몸은 괴물이니 당연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도플갱어의 손이 붉게 타올랐다.

도플갱어가 곧 타오를 장작이라도 대하듯 마을 사람을 바라보았다.

“괴물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잖아? 그러니 억울해 하지 말라고.”

잠시 후 도플갱어는 타다 남은 잔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진짜가 사라지면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냄새 한번 지독하군.”

불타는 것들을 뒤로하고 도플갱어는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고는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수정구 하나를 품 안에서 꺼낸 후 마법을 영창했다.

“통보신안. 공간이여. 연결되어라!”

안개처럼 일렁거리던 수정구가 투명하게 변하더니 로브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로브의 마법사는 처음 보는 얼굴을 접했는데도 태연했다.

해당 수정구는 도플갱어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 도플갱어...인가? 무슨 일이지?

어차피 로브의 마법사에게는 도플갱어의 지금 얼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또 다른 얼굴의 도플갱어를 접하게 될 테니까.

도플갱어가 마법사를 향해 실망한 듯 물었다.

“연락이 닿은 게 탑주님이 아니군요. 잠시 자리라도 비우신 겁니까?

- 괴물을 기다리실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신 거지. 대마법을 준비하는 지금은 더욱.

괴물인가.

몇 번이 아니라 수천 번은 들었던 소리지만 그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한 명의 마법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괴물에게는 특히.

도플갱어가 굳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괴물일지는 몰라도 한 명의 마법사이기도 합니다. 탑주님은 그렇게 대우해 주십니다.”

- 흥, 사람 말을 하고 사람의 형태를 취한다 해도 괴물은 괴물일 뿐. 용건만 이야기하라!

도플갱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괴물이 네 놈들의 말을 따르는 이유가 무엇인데.

하지만 마법사의 말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도플갱어에게는 행동을 강제하는 마법의 제약이 걸려 있는 것이다.

도플갱어는 괴물.

사람의 마음속도 제대로 모르는데 괴물의 생각은 어찌 알겠는가.

마법 주문 몇 마디로 도플갱어에게 지옥의 고통을 줄 수 있었다.

도플갱어가 응답했다.

“제국 수도에 발동되었던 메테오 스웜이 제 위력을 발휘 못 한 건 들으셨을 겁니다.”

- 그렇다. 그래서 탑주님이 새로 고대의 대마법을 준비 중이시지.

“그래서 현재 마물의 숲으로 진입한 걸로 보이는 김검천의 흔적을 쫓고 있는 중입니다.”

- 헛수고를 하고 있군.

“무슨 말씀이신지?”

- 발동된 메테오 스웜이 대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이 아니라는 건 너도 알겠지?

수정구 너머로도 빈정거리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도플갱어는 꾹 참고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 그렇다 해도 제국 수도를 날려버릴 정도는 되지.

그건 도플갱어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니 마스터 매지션들이 한곳에서 힘을 모아야 했고 고르바 탑주도 나선 것 아닌가.

한편 제국의 상황은 어땠는가.

제국 마법 전력이 모두 모인 것도 아니고 블러드 타워마저 붕괴된 상황.

누가 봐도 제국 수도는 물론 그곳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법사가 짜증 난다는 듯 입을 열었다.

- 제국 상층부가 다 죽으면 혼란이 지속되다 제국은 알아서 마도 왕국에 복속되었을 터.

“예상외로 황태자는 살아남았고 제국 수도도 건재하니 결국 제국은 흔들리지 않았지요.”

- 황제가 죽었다는 게 그나마 좋은 소식이긴 했지. 그가 왜 죽었는지 아나?

결과는 그렇다 쳐도 처음부터 마도 왕국의 마법사들의 계획은 어긋난 것이다.

이 일로 의해 마법사들은 마도 왕국을 떠날 만큼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몰랐다.

“황제가 죽은 건 초월 존재의 분노를 사서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 바로 그거야. 메테오 스웜을 막은 정도라면 초월 존재밖에 없는 것이지!

마법사는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것처럼 말했다.

도플갱어는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그보다 그 김검천이라는 자가 뭔가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 그래서 네가 그자를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냐. 이래서 괴물들이란. 무지한 존재야.

도플갱어는 초월 존재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을 끝나는 마법사가 더 멍청해 보였다.

초월 존재가 왜 하필이면 그때 제국 수도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도플갱어는 굳이 그걸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다만 이건 탑주님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탑주님께는 전달해주시길.”

- 알겠다. 결국 쓸데없는 짓이겠지만.

마나가 다해 흐려지는 수정구였지만 마법사의 목소리는 확연히 들렸다.

도플갱어가 중얼거렸다.

“대부분 마법사님들께서는 괴물의 생각따위는 궁금하지 않으시는군. 이 일에 대해서도.”

수정구를 품속에 집어넣으며 도플갱어가 손짓을 했다.

확실하지는 않았으니 그걸 보충하는 건 이 녀석들이 수고해줄 차례였다.

일단 가야 할 방향은 알았으니.

“가라. 김검천에 대한 흔적을 찾아서. 소문이든 뭐든 어떤 것이라도 좋다!”

- 사사삭.

우거진 수풀과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형체들이 움직였다.

하나같이 인간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들이었다.

마치 괴물의 옆에는 괴물이 어울린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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