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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98화 (198/250)

198화

도플갱어의 명령에 따르는 존재들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마법 생물, 마물괴였다.

마법사들이 호문쿨루스라는 인공 생명체를 만들려다가 만들어낸 부산물.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마물괴는 약했다.

심지어 고블린보다도 더욱 더.

다만 작은 몸집과 지치지 않는 체력은 주변 정보를 탐색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마물의 숲 안에서는 마물괴만이 도플갱어의 유일한 조력자이기도 했고.

도플갱어가 명령대로 움직이는 마물괴를 따라가며 이를 갈았다.

“빠드득. 마법사들이란. 아니, 인간이라는 건 정말 제멋대로야.”

도플갱어에게 추격을 명령한 가장 상위의 명령권자는 고르바 탑주.

무엇을 먼저 해야하고 뭐가 중요한지 파악하고 있었다.

고르바 탑주는 마법사들이 뭉쳐 마도 왕국을 만들자고 남들보다 앞서 주장하기도 했다.

마법만 아는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현실 감각이 뛰어난 것이다.

고르바 탑주는 보통 마법사와 달랐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능력과 상관없이 마법 외의 방면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방금 전 도플갱어에게 보고 받은 마법사처럼.

그것은 마도 왕국의 근간인 마법사들끼리의 파벌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마도 왕국 소속이라기보다 마법사 학파 소속이라는 것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마도 왕국 상층부의 마법사들은 모두 마스터 매지션.

일을 주도한 고르바 탑주하고 비슷한 실력을 지닌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마법사는 실력이 바로 신분이었다.

고르바 탑주가 다른 마스터 매지션보다 강하다고 해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대 대마법을 일부 공개하지 않았다면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마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찌 되든지 간에 명령을 수행해야지. 그래야 탑주로부터 인정받을 테니.”

또한 주어진 임무를 해내야 탑주로부터 원하는 보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평범한 마법사만 되어도 별 필요없는 거지만 도플갱어는 그게 절실했다.

도플갱어는 점차 마물의 숲 안으로 진입했다.

마물괴가 몰아온 인간들로부터 김검천을 찾기 위한 정보를 얻어내면서.

자유의 마을을 오고 가며 김검천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도플갱어로부터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죽은 자는 다른 자들에게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정보를 얻기 위해 죽인 자가 100명에 달할 무렵.

김검천과 연관된 사람이 자유의 마을을 들렸다 돌아갔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 근처로 가보니 드디어 마물괴가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도플갱어는 마침내 함선이 있는 분화구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랜 추적 끝에 도플갱어가 힘든 표정으로 분화구 위를 올려다보았다.

“인간도 아닌 이 몸이 이렇게까지 지치다니. 이 자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는 거지?”

여기로 오면서 도플갱어가 만난 건 인간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노리는 슬라임부터 오우거까지 다양한 괴물들과도 싸워야 했다.

마물괴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플갱어라도 괴물의 한 끼 식사 거리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임무의 반은 끝난 셈이었다.

도플갱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고민하려는 찰나.

도플갱어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졌다.

“왕!”

사람 손바닥만 한 코폴드 한 마리가 도플갱어를 덮친 것이다.

가끔 함선을 나가서 산책 겸 주변을 돌아다니던 댕댕이였다.

댕댕이가 놀라 넘어진 도플갱어의 위에 살짝 앉았다.

“학, 학, 학… 끼잉?”

이 근처에는 김검천 일행밖에 없었으니 그들인 줄 알고 놀아달라고 품에 파고 든 것이다.

그런데 달려들고 보니 이건 처음 보는 자였다.

거기다 더해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마저 들었다.

댕댕이는 도플갱어의 손을 혀로 핥아 보았다.

괴물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이건 적이라는 신호와 마찬가지였다.

“크르릉…!”

댕댕이가 도플갱어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도플갱어는 댕댕이를 손으로 쳐냈다.

“깨갱!”

댕댕이가 바닥을 굴렀다.

도플갱어는 지면을 뒹구는 댕댕이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이런 게 다가올 동안 경고도 안 한 마물괴들이 짜증 났을 뿐.

“이런 작은 코폴드따위가 감히 누구를…어?”

막 자리에서 일어난 도플갱어가 눈을 크게 떴다.

손바닥만 하던 댕댕이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였다.

성인 남자로 의태한 도플갱어의 무릎에 닿을 정도에서 이제는 허리 높이까지 커져갔다.

도플갱어가 다급히 주문을 외었다.

“작렬하라. 불꽃… 치잇!”

마법이 위험하다는 걸 본능으로 느꼈는지 댕댕이는 그대로 도플갱어를 덮쳤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도플갱어는 더이상 주문을 외우지 못했으니까.

당장 자신의 목을 물어뜯기게 생겼는데 마법을 외울만한 정신이 있을 리 없었다.

“젠장, 꺼져!”

“으르릉!”

도플갱어는 양손으로 힘껏 댕댕이를 밀었다.

성인 남자의 힘은 일반적으로 코폴드에 비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댕댕이는 평범한 코폴드가 아니었다.

나노머신에 의해 육체 크기를 변형 가능한 특이한 코폴드인 것이다.

“으기잇!”

도플갱어는 죽을힘을 다해 밀었지만 소용없었다.

현재 인간의 육체의 힘으로는 댕댕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도플갱어는 별 쓸모도 없는 인간의 외모를 유지하는 대신 다른 수단을 쓰기로 했다.

“이놈이…!”

도플갱어의 얼굴이 눈부터 시작해 입까지 녹아내렸다.

이어 도플갱어의 얼굴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댕댕이마저 흠칫해서 잠시 힘이 빠질만한 괴이한 모습.

도플갱어의 얼굴과 손에서부터 털이 숭숭 돋아나왔다.

몸이 줄어들더니 입고 있던 로브로부터 털로 뒤덮인 몸이 빠져나왔다.

댕댕이와 접촉해 조건을 만족한 도플갱어가 상대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으르렁…!”

“크르렁…!”

이제 두 마리의 코폴드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상대방의 목덜미를 물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버리려는 작정으로.

그렇게 싸우다 힘에서 밀린 건 결국 도플갱어였다.

도플갱어는 뭔가 억울했다.

분명히 상대와 똑같은 육체로 변했는데 이상하게 당하고 있었으니까.

댕댕이가 도플갱어의 목을 물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댕댕이의 등 뒤로 뭔가가 공격해 왔다.

“깽깽!”

등 뒤에서의 습격에 댕댕이가 당해 도플갱어로부터 떨어졌다.

댕댕이를 공격한 건 도플갱어의 주변에서 정보를 물어오던 마물괴들.

예상하지 못한 기습 공격에 받은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

당하고 보니 수십이 넘는 마물괴들이 만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마물괴들이 댕댕이를 포위한 채 천천히 움직였다.

댕댕이는 도플갱어와 마물괴를 번갈아 보더니 마음을 정했다.

자신보다 약한 게 증명된 도플갱어보다는 고통을 준 마물괴를 먼저 처리하기로.

“아오오--!”

댕댕이가 공격을 시작하자 마물괴는 숲 쪽으로 이동했다.

도플갱어로부터 떨어트리기 위해 유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댕댕이도 숲속으로 이동한 틈을 타서 도플갱어는 분화구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분화구의 정상에 오른 순간 도플갱어는 드넓은 금속의 대지를 목격했다.

마법이라는 신기한 힘을 다루는 도플갱어로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정신이 팔린 나머지 발밑을 신경 쓰지 못했다.

“캥?”

도플갱어는 그대로 분화구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얼마나 굴렀는지 변한 모습 그대로 지면에 코를 박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도플갱어를 안아 드는 손길이 있었다.

“이런, 댕댕아, 저 위에서 도대체 뭘 하고 놀았기에 이렇게 엉망이 된 거야?”

세이야가 도플갱어를 들어 올렸다.

도플갱어는 세이야를 그대로 물어버리려다가 멈칫했다.

세이야가 입고 있는 마갑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코폴드 정도의 힘으로 마갑을 입고 있는 세이야를 물어 죽일 자신이 없었다.

제대로 인간 말도 못하는 코폴드의 머리로는 마법도 쓸 수 없었고.

- 텅텅.

세이야가 자신의 파워드슈츠를 두들겼다.

“뭐야, 너. 파워드슈츠 처음 보는 것처럼. 이걸 입고 다니는 건 드물어서 그런가?”

마법사의 일도 있고 해서 김검천은 사람들에게 외출할 때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다.

그래서 세이야는 김검천의 말에 따라 파워드슈츠를 장착하고 외출하고는 했다.

누가 상대라도 이기지는 못 할 지언정 도망칠 수는 있을테니까.

세이야는 망설이는 도플갱어를 이리저리 보았다.

“이제 보니 먼지 말고도 피가 묻은 것 같기도 하네. 어디 다쳤나? 일단 들어가서 씻자.”

세이야가 외부 출입을 위한 차단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플갱어는 세이야가 매끈한 금속 벽 앞에 서자 뭘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벽에서부터 보안 카메라가 뻗어 나와 세이야와 도플갱어를 살폈다.

유선형의 몸체를 꿈틀거리던 보안 카메라는 도플갱어를 확인 후 경고음을 발했다.

[승무원 세이야 확인. 경고, 비인가 대상 동행중.]

세이야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경고를 받은 건 이제껏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댕댕이도 김검천이 식당까지는 임시 출입 권한을 준 몸이었다.

세이야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들긴 했다.

그 원인이 댕댕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도플갱어 탓이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못했지만.

“오늘따라 별일이네. 설마 댕댕이가 더러워져서 못 알아보는 건가?”

“크릉…”

“얌전히 있어. 준비가 끝나가서 내일이라도 김검천님이 출발하신 거라고 다들 바쁜데.”

보안 카메라는 다시 경고했다.

[경고. 승무원 세이야. 비인가 대상과 동행하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당연하지. 다친 거 같은데 이대로밖에 버려두고 들어갈 수 없잖아.”

세이야는 들어가면 댕댕이를 씻긴 후 김검천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댕댕이에게 새로운 권한 부여가 필요한 것 같았으니까.

어쩌면 차단문의 보안 카메라의 수리가 필요한 건지도 몰랐고.

- 위잉.

세이야의 허락에 의해 외부 출입 차단문이 열렸다.

세이야는 처음 겪는 이상한 상황에 얼어붙은 도플갱어를 들고 함선 내부로 들어섰다.

중간에 마주친 사람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도 하면서.

세이야의 이동은 격납고를 가기 전 식당가에서 막혔다.

[승무원 세이야의 권한으로는 이 너머로 비인가 대상을 옮길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별수 없지.”

김검천이라면 모를까 세이야의 등급으로는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차단문의 보안 카메라 앞에서 세이야가 물었다.

“김검천 함장님은 현재 어디에 계시지?”

[방금 전까지 격납고에 계셨습니다. 지금은 이쪽으로 이동 중이십니다.]

“그래? 마침 잘되었네.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 댕댕이라도 먼저 씻길까.”

세이야는 고개를 숙여 식당 한구석에 자주 쓰는 물건을 놔둔 보관함을 찾아보았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청결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댕댕이는 씻는 걸 싫어했고.

저렇게 더러워진 댕댕이를 씻기기 위해 그곳까지 간식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세이야가 무릎을 꿇고 보관함을 뒤졌다.

“어디 보자. 응급 치료 세트와 간식이 어디 있더라?”

세이야는 데려온 게 도플갱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런 세이야를 향해 도플갱어는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갑옷을 장착했다고 해도 모든 부위를 보호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도플갱어의 눈동자에 하얗고 부드러운 세이야의 목이 비추었다.

도플갱어는 입을 벌려 송곳니 같은 치아가 촘촘히 박혀 있는 기다란 주둥이를 드러냈다.

등 뒤로부터 뜨거운 숨결이 느껴진 세이야는 단호히 말했다.

“어허, 일단 씻기고 나면 간식도 주고 놀아줄게. 그러니 가만히 있어.”

도플갱어는 그 말대로 더 이상 다가가지는 않았다.

목에 입에 닿을 정도니 열린 입만 힘껏 닫아도 세이야는 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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