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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99화 (199/250)

199화

다만 세상일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다.

- 퍼억!

세이야를 죽이려던 도플갱어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뜻에 의해서.

“깨앵!”

“뭐… 뭐야?”

도플갱어의 비명 소리에 급히 몸을 움츠린 세이야가 한곳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다시 나이프에 손을 뻗고 있는 중이었다.

위급한 상황의 세이야를 본 김검천이 주변에 굴러다니던 식기를 집어 던진 것이다.

세이야가 뭐라고 하기 전에 김검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세이야, 빨리 이쪽으로.”

김검천의 말인 만큼 세이야는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머릿속으로 의문을 품는 것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김검천 옆에 서자 그제야 세이야가 질문을 던졌다.

“김검천님. 댕댕이를 왜 공격하신 건가요?”

“널 물려고 들었거든. 저 모습을 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군.”

세이야가 고개를 돌려 도플갱어를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던진 물건을 맞아 비틀거리는 댕댕이가 보였다.

아니, 그건 댕댕이가 아니었다.

코폴드는 괴물이긴 해도 얼굴이 물결처럼 흔들리는 알 수 없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저게 뭘까요? 앞으로는 댕댕이를 댕댕이라 부르지 못하겠는데요.”

“글쎄? 나도 비인가 생물이 함 내에 반입되었다는 경고를 받고 급히 온 것뿐이거든.”

세이야가 도플갱어를 들여보낼 수 있었던 건 부여받은 승무원의 권한에 의한 것.

비합리적인 승무원의 행동을 서버 시스템에 기록한 건 감시 카메라의 역할.

함선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록이었기에 시스템은 미리내에게 경고 알람을 보냈다.

미리내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시 김검천에게 보고했고.

그 덕분에 세이야가 살아남은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소란스럽습니까… 아니? 저건?”

시끄러운 소리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루시엘이 당황했다.

코폴드의 몸을 한 도플갱어의 얼굴이 제멋대로 변화중인 것을 목격한 것이다.

“저 형태는? 설마 도플갱어!”

“저게 뭔지 아는 건가?”

“생명체의 모습을 복사하는 괴물입니다. 보통은 사람 모습만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루시엘은 자신이 알던 지식과 약간 다른 도플갱어를 보자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플갱어가 순수한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도플갱어도 마법사들의 마법 실험으로 어딘가 변이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도플갱어와는 달리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도플갱어의 입 부근이 흔들리며 주문이 발동되었다.

“새벽을 걷는 자, 눈이 먼다. 회색 안개.”

도플갱어의 몸 주변으로부터 뿌연 구름이 뿜어져 나왔다.

루시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플갱어가 마법을 사용하다니?”

“조심하세요!”

세이야가 급히 루시엘을 자신의 뒤로 잡아당겼다.

루시엘이 그런 세이야를 진정시켰다.

“이건 몸을 숨기기 위한 마법. 이 안개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른 안개라면 몰라도요.”

“어? 위험한 안개 마법도 있나요?”

"독 안개를 만드는 마법도 있습니다. 그게 이런 밀폐 공간에서 사용된다면 큰일이지요."

- 딱.

김검천은 둘의 대화에 끼어드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 휘이잉.

튕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동작한 공기정화 장치가 안개를 빨아들였다.

실내에 퍼졌던 안개는 얼마 안 있어 소멸되었다.

도망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는지 그 사이에 도플갱어도 사라졌고,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루시엘의 말대로라면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안 쓰다니. 평범한 괴물은 아니군.”

루시엘이 말을 받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독 안개를 만들어내는 게 어려운 마법인가?”

“방금 주문 시전 속도를 보니 상급 마법사 정도는 됩니다. 그 수준이면 가능할 겁니다.”

같은 마법이라도 마법에 대한 이해와 수준이 높아질수록 마법 시전 속도가 빨라졌다.

상급 마법사는 중급 마법사 절반 이하의 시간으로 같은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루시엘은 그걸 보고 도플갱어의 수준을 짐작한 것이었다.

“그 말은 자신도 우리와 같이 죽고 싶지 않아서 그 마법을 사용 안 했다는 것이지?”

“아하, 제법 이성적인 녀석이라는 말씀이군요.”

“마법을 사용하는 데다 자신의 얼굴이나 체격을 바꿀 수 있는 녀석이기도 하고.”

세이야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입니다. 부주의로 그만 녀석을 함 내에 들였습니다.”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짚었다.

세이야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내의 보고로 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있었다.

세이야는 보안 시스템이 고장 난 줄 알았을 뿐이었다.

김검천은 숨기지 않고 제대로 자신의 실수를 말한 세이야를 격려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무엇보다 아직 무슨 일이 발생한 것도 아니야.”

“그치만…”

세이야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은 뭐든지 처음이 있는 법이다.

또한 이번에 세이야가 걸린 건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 도플갱어라는 걸 눈치챘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김검천이 다시 한번 세이야를 다독였다.

“나쁜 면만 생각하지 말라고. 오히려 네 덕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거니까.”

루시엘도 김검천의 말에 동의했다.

“김검천님 말씀대로입니다. 세이야가 데리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 우리를 공격했을지 모릅니다. 그게 댕댕이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도 운이 좋았고요.”

루시엘의 말대로였다.

도플갱어가 댕댕이가 아닌 사람의 모습을 했다면 문제가 더 커졌을지도 몰랐다.

세이야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렵네요. 도플갱어라는 녀석은 함선에 있는 누구라도 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검천이 말했다.

“그러니 저런 위험한 녀석을 함선 안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겠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김검천이 미리내를 호출했다.

“미리내. 함선 내에서 도플갱어를 추적 가능한가?”

[현재 탐지 시스템으로는 찾을 수 없습니다.]

“평범한 생명체와는 달라 그런 건가?”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닐 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개조도 된 걸로 예측됩니다.]

미리내도 그것에 대해서 확실히는 단정 짓지 않았다.

도플갱어 같은 특이한 괴물에 대한 건 정보가 부족해서였다.

“차단문을 통과할 때는 감시 카메라로 확인 가능하던 것 같던데.”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것뿐입니다. 거기다 근접한 거리에서 살폈고요.]

“탐지하려면 손으로 만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내에 있어야 된다는 건가.”

[경고. 또 하나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김검천 함장님을 포함, 함선 내 인원이 탐지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함선 시스템이 고장 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아무래도 도플갱어가 무슨 수를 쓴 모양이로군.”

마법 때문일까.

아니면 정령처럼 도플갱어가 괴물로서 타고난 선천적인 능력 때문일까.

어찌 되었든지 도플갱어를 상대해야 하는데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김검천이 세이야와 루시엘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래도 감시 카메라는 작동하니 어느 구역에 있는지는 확인 가능한 건가. 둘 다 잠시 이쪽으로.”

세이야와 루시엘이 김검천에게 다가갔다.

김검천이 지니고 있던 도구로 손가락을 가볍게 베었다.

피 몇 방울이 새어 나오자 김검천은 세이야와 루시엘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대었다.

김검천의 검지 모양으로 나 있던 붉은 자국은 바로 사라졌다.

김검천이 궁금해하는 둘에게 말해주었다.

“이 자리에 있는 둘은 도플갱어가 아닌 게 확실해. 그래서 일단 내 피로 각인시켜 둔 거야.”

김검천의 핏속에 있는 나노머신으로 그들이 본인이라는 흔적을 남긴 것이었다.

적어도 이 둘은 도플갱어가 아니라는 걸 김검천이 확인했으니까.

함선 시스템이 교란 중인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세이야가 김검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저희 둘을 빼고는 다른 사람이 도플갱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너희 둘이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려주었으면 해.”

김검천이 급히 미리내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리내. 모두에게 식당에 모이도록 빨리 연락을. 흩어져 있으면 각자 당할지도 몰라.”

김검천의 말에 세이야가 중얼거렸다.

“설마 오는 동안 누가 당하지는 않았겠지요?”

루시엘이 세이야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그건 다들 한 곳에 모이면 알수 있겠지. 미리내. 경과는?”

[통보 개시 중. 그래도 차단문이 닫힌 상태니 도플갱어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로군.”

[도플갱어가 차단문을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힘이든 마법이든 간에 말입니다.]

“하긴 마스터 매지션인 워스덤도 못 연 차단문이니까.”

함선에 있는 동안 김검천은 무인 공장 구역만 여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구역 차단문도 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그것들 중에는 워스덤의 마법으로 시도하는 수단도 끼어 있었다.

결국 워스덤도 다음 구역으로 가는 차단문은 열지 못했지만.

그러니 상급 마법사 정도로 보이는 도플갱어의 마법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보고했다.

[지시하신 대로 함선 내 전체에 통보가 끝났습니다.]

“곧 도착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파악된 위치를 감안하면 10분 안에는 도착할 겁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도플갱어가 들어오기 전 있던 위치로부터 추정한 것이다.

“그런가. 그러면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울 시간은 있겠네.”

루시엘이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나도 만일에 대비해 파워드슈츠를 장비하고 있는 게 좋은 것 같거든.”

김검천은 사람들이 모이면 지켜야 할 몇 가지 지시사항을 둘에게 알려주었다.

그러고 난 후에야 격납고 쪽 차단문을 열기 위해 식당을 떠났다.

그 둘에게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떨어지자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을 모으는 게 잘하는 일일까요? 도플갱어가 그걸 노릴지도 모릅니다.]

가끔 보면 미리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 같은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세이야와 루시엘이 불안해할지 몰라 두 사람이 못 듣는 지금 질문하는 게 아닌가.

김검천이 미소를 지었다.

“도플갱어가 우리가 모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해서 유인하는 점도 있긴 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저 둘을 제외하고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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