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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03화 (203/250)

203화

그런 미리내와 함께하는 김검천인 만큼 워스덤은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검천은 워스덤을 향해 간단히 답변해주었다.

“굳이 말하면 미리내는 과학의 정화라고 할 수 있지.”

“과학이라. 꼭 알고 싶은 지식이로군요.”

“못 알려줄 것도 없지. 기초적인 거라면 세이야에게 물어봐도 될 거야.”

“알겠습니다. 아, 혹시 도플갱어가 김검천님 생각을 못 읽는 것도 그 과학 덕분입니까?”

“미리내가 도왔을 테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내가 그런 쪽에 강한 편이기도 하고.”

미리내의 방어가 없어도 김검천의 정신 방벽을 무너트릴 존재가 있는지 의문인 것이다.

엔진실의 알 수 없는 존재의 침입도 김검천 혼자서 막아낼 정도였으니까.

쿠퍼가 끼어들었다.

“아, 미리내는 김검천님의 파워드슈츠에 깃들어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다른 곳에도 가능해. 미리내는 내 몸의 나노머신마저도 운용할 수 있으니까.”

다음 구역을 개방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얻는 건 김검천만이 아닌 것이다.

미리내도 그만큼 자신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미리내가 정령을 잡아 내팽개친다는 등의 기능은 예전에 본 적이 없긴 했지만.

“아, 그래서 파워드슈츠 없이도 김검천님이 미리내와 대화가 가능하시군요.”

“그런 셈이지. 덕분에 미리내와 연락이 안 되면 어떻게 접촉해야 하나 고민도 한다고.”

- 쿵.

그때 식당 밖으로 나가려던 샤칸이 벽에 머리를 박는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머리를 매만지며 샤칸이 투덜거렸다.

“아니, 이게 뭐야? 분명 출입구인데 왜 밖으로 못 나가는 거지?”

사람들이 돌아보니 샤칸이 식당 출입구 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문밖으로 손이 나가야 하는데 눈앞에 벽이라도 있는 듯 막힌 모양새였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아, 아직 저 상태였나? 미리내.”

[김검천 함장님의 명령이 없었으니까요.]

“가끔은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좋다고. 13D 홀로그램 해제.”

[해제합니다.]

- 샤악.

미리내의 응답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일부 변했다.

맨몸으로 보였던 김검천은 어느새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모습.

출입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단단한 벽이 나타났다.

좀 떨어진 곳에 벽이라고 생각되었던 자리에는 출입구가 출현했고.

샤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다.

“이건 뭐지?”

“가끔 내가 홀로그램을 사용한 걸 보았을 테지? 그걸로 주변 사물의 모습을 바꾼거야.”

김검천은 애초에 도플갱어가 도주할 구석을 다 막아두었던 것이다.

마법이 아니었기에 마법을 쓰는 도플갱어로서도 알리가 없었고.

함선 지리에 익숙한 것도 아닌 도플갱어가 전투 중 시각에 의존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워스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일종의 환상 마법 같은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사용하신 겁니까?”

“내가 차단문을 열고 이곳으로 들어설 때부터.”

“아, 혹시 쿠퍼에게 목숨을 달라고 하신 게?”

사람들을 당황시키기 위해 일부러 던진 말이었다.

도플갱어마저도 그랬고.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 자극적인 말이었지. 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거든.”

도플갱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는 위험성도 있었고.

쿠퍼가 그 말을 받았다.

“너무 자극적이라서 우리들뿐만 아니라 도플갱어의 주의마저 확실히 끌었지요.”

“그게 목적이었거든. 그 틈을 타 쿠퍼에게 실드를 날려 보내기도 했고.”

“저에게만 말입니까?”

“아니, 만약을 대비해야 했으니 도플갱어의 목에도 실드를 날려 보냈지.”

쿠퍼가 도플갱어를 내려다보았다.

죽어버린 도플갱어가 들었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듯한 답변 아닌가.

만약 도플갱어가 명령을 따랐으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몰랐다.

“도플갱어도 김검천님의 말씀에 따랐다면 결판이 안 날뻔 했군요.”

“뭐, 도망가던 모습을 보면 도플갱어가 자기 목숨만큼은 소중히 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저보고 목을 찌르라고 하셨던 거였네요.”

“다른 부위를 찔렀으면 정말 큰일 났을 테니까.”

“역시 김검천님이십니다. 덕분에 도플갱어로부터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네요.”

“아니, 쿠퍼가 나를 믿고 내 말을 따라준 덕분에 일이 해결된 거지.”

워스덤은 김검천과 쿠퍼를 보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한때 모시던 주군, 황제를 끔찍이 여기던 그였다.

자신도 저렇게까지 누군가를 의지하고 믿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기사도 아닌 마법사인 자신마저도.

워스덤의 상념을 방해한 건 샤칸이었다.

샤칸이 금속 해머를 집어 들며 힘차게 말했다.

“당장이라도 떠나자고! 이 마법사 놈들의 머리를 도플갱어처럼 부숴주겠다!”

루시엘이 대꾸했다.

“샤칸. 우리가 지금 만나러 가는 건 엘프입니다.”

“엘프나 마법사나 그게 그거 아니야?”

“그들 앞에서는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지요. 당신 머리는 장식입니까?”

“아니, 어떻게 알았지? 머리보다는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 짝!

김검천이 박수를 쳐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지 않나?”

“뭐를?”

김검천이 손가락으로 도플갱어를 가리켰다.

생명이 다한 도플갱어는 끈쩍거리고 흐물거리는 액체로 녹아내리려고 하는 중이었다.

심지어 냄새마저도 지독했다.

다들 치워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선뜻 손은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샤칸이 나섰다.

“어허, 이럴 때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먼저 행동하는 거라고.”

샤칸이 도플갱어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켜보던 김검천이 말렸다.

“잠깐, 샤칸. 직접 손을 대지 말고 네 정령에게 들게 해.”

“왜?”

“죽은 모양마저 이런데 실제로 맨살에 닿으면 어떨지 모르지. 가능한 주의하자고.”

팔다리가 부러지는 것만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

세균이나 병같이 눈에 안 보이는 것일수록 더 조심해야 했다.

김검천은 샤칸이 도플갱어를 가지고 나가면 함선 내를 소독할 생각이었다.

혹시 모르니 사람들도 마찬가지.

쿠퍼가 김검천의 말대로 도플갱어를 내려찍었던 금속 해머로 정령을 불러냈다.

김검천이 발화통을 샤칸에게 넘겨주었다.

“이걸로 태운 후 묻어 주면 될 거야.”

독을 소독하는 데 불로 정화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샤칸이 금속 정령을 부려 분화구 밖에까지 가 구덩이를 팠다.

그 안에 도플갱어를 넣은 샤칸이 발화통을 만지작거리다 자기 머리를 때렸다.

“아차,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 물었군.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별일 있겠어? 잘 지켜.”

샤칸은 금속 정령에게 명령을 내린 후 다시 함선으로 돌아갔다.

샤칸이 자리를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쪽을 향해 작은 괴물 하나가 다가왔다.

도플갱어와 동행했던 마물괴였다.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금속 정령이 다가오는 마물괴를 향해 팔을 힘껏 내려찍었다.

“크앙!”

- 쿵!

금속 정령과 비교도 안 될만큼 약한 마물괴인 만큼 단번에 박살이 났다.

다만 그 마물괴는 금속 정령의 눈을 돌리기 위한 녀석이었다.

어느새 접근한 다른 마물괴가 도플갱어의 시체로부터 구슬 같은 걸 들고 도주했다.

“크옹?”

금속 정령은 도주하는 마물괴를 쫓을까 말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샤칸이 돌아오는 걸 발견한 것이다.

금속 정령이 샤칸에게 받은 명령은 여기를 지키라는 것이었지 떠나라는 게 아니었다.

샤칸은 금속 정령과 도플갱어의 유체가 다 있자 마물괴 잔해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샤칸은 발화통을 당기며 중얼거렸다.

“다음에 태어날 때는 인간으로 태어나던가. 마법사 따위와는 연관되지 말라고.”

***

마법사는 자신의 경지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그것을 위한 노력 중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포함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실험마저도.

십자가 형태의 금속 판대기에 오우거 한 마리가 멍한 눈으로 묶여 있었다.

그 옆에서는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꾸웡…”

평상시라면 먹잇감으로 생각되는 인간을 향해 흉포하게 날뛰어야 할 오우거였다.

하지만 무슨 방법을 쓴 건지 오우거는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육체가 묶여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정신이 제압당한 것이다.

그곳에는 고르바 탑주도 있었다.

“다음.”

“예. 고르바 탑주님.”

마법사 한 명이 고르바 탑주의 말을 따라 다음 재료를 선택했다.

인간이었다.

“살려줘! 살려줘!”

고르바 탑주가 살려달라는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재료로 선정된 그는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푸르게 빛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인 고르바 탑주의 입이 열렸다.

“조용해질 것이다. 침묵.”

- 우웁.

방금 전까지 고함을 지르던 사람의 입이 봉쇄되었다.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돌려 사람을 데려온 마법사에게 자상하게 말했다.

“허허, 이번 제물은 왜 이리 시끄러울까? 자네는 잘 알겠지?”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인데도 마법사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했다.

특히 마법사의 세상에서는.

“죄… 죄송합니다. 고르바 탑주님!”

“어허, 아까 시끄럽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 보니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인가?”

마법사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말을 못 하니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용해지니 불쾌하던 기분이 약간이나마 나아졌다.

고르바 탑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번에는 이러지 말게나.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라네.”

더욱 고개를 깊이 숙인 마법사가 고르바 탑주의 눈과 마주칠까 봐 급히 사람을 옮겼다.

제물인 사람은 같은 신세가 된 오우거 옆에 같이 누웠다.

마법사는 누운 사람의 손을 움직여 오우거의 손을 잡게 했다.

“시작합니다.”

모여 있던 마법사들이 주문을 영창했다.

그러자 사람의 손이 오우거의 손안으로 점점 스며들어 갔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제물이 된 사람의 눈은 공포로 흔들렸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마법사들은 그가 뭘 생각하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마법 의식을 계속 진행할 뿐.

고르바 탑주는 의식이 진행되는 중간에 옆에 있던 상급 마법사에게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 끝나면 결과만 알려주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고르바 탑주님.”

“그런데 괴물과 융합하는 제물은 저런 것밖에 없는가?”

“아, 인간 말고도 드워프나 엘프 같은 이종족도 사용 중입니다.”

“제국과 워스덤에게서 얻어낸 연구 결과를 참조한 것의 시도인가.”

“연구에 따르면 평범한 인간보다는 마나가 많은 쪽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요.”

블러드 타워에서도 시도했던 일이 여기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국은 치료사를 통해 왕국에서 실험 결과를 얻어냈었다.

마탑은 그런 제국으로부터 연구 성과를 빼앗아 온 것이다.

도플갱어가 괜히 블러드 타워에 침투한 게 아니었다.

고르바 탑주가 당부했다.

“고대의 대마법의 빈틈을 보완해 줄 힘이 될 것이야. 좀 더 신경 쓰도록.”

고르바 탑주는 실험실을 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비서 역할을 위해 상급 마법사 한 명이 따랐다.

지나가는 마법사들이 고르바 탑주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치던 고르바 탑주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익숙한 얼굴의 마법사가 다른 마스터 매지션들과 함께 이동 중인 걸 목격해서였다.

마법사가 먼저 고르바 탑주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고르바 탑주님 아닙니까. 아니, 마도왕국의 국왕 전하라고 불러드려야 합니까?”

“아직 왕이라고 불리기에는 빠르오. 암흑 마탑의 탑주여.”

암흑 마탑주가 활짝 웃었다.

표정과 달리 입에서 나온 말은 매서웠다.

“하하, 하긴 메테오 스웜마저 실패했는데 무슨 낯으로 왕이라고 자처하겠습니까?”

암흑 마탑주와 동행한 마스터 매지션 몇 명이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마스터 매지션을 10명도 넘게 동원했는데 그 꼴을 보였지 않습니까.”

“반년에 걸쳐 갖은 시행착오를 걸친 끝에 성공한 고대의 대마법으로도 실패하다니요.”

“이래서는 제국 수도에 메테오 스웜을 시전한 보람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제국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작은 왕국도 많은데 굳이…”

“황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컸지요.”

고르바 탑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신은 마도 왕국과 마탑을 대표하는 몸.

그렇게 보면 지금 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선을 넘기 일보 직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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